소설리스트

낭만이 사라진 필드-324화 (212/356)

< 낭만필드 - 324 >

“헨더슨, 전방으로 볼 투입! 제라드에게 연결됩니다! 제라드, 어떻게든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 분투하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무너져가는 리버풀을 책임지는 선수는 역시 리버풀의 심장, 스티븐 제라드였다.

맨시티 선수들을 상대로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스피어링과 헨더슨의 몫까지 해내기 위해 평소의 두 배가 넘는 활동량으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헤집었다.

“벨라미에게 볼 투입! 하지만 사발레타가 한 발 먼저 커트합니다. 제라드, 이걸 다시 자신의 볼로 만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집중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던 시절, 뛰어난 활약으로 맨시티의 약진을 이끈 선수 중 한 명인 벨라미지만, 나이의 문제도 있었고, 무엇보다 맨시티가 그때의 맨시티가 아니었다.

중앙 미드필더들의 도움을 받는 사발레타에게 철저히 막히면서 다우닝, 헨더슨, 스피어링과 함께 제라드의 뒷골을 당기고 있었다.

“제라드, 전방으로 볼 투입! 수아레즈에게 연결되는데, 앞뒤에서 순식간에 에워싸는 맨시티 수비진! 아, 버티지 못합니다!”

그나마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는 최전방의 수아레즈 밖에 없었지만, 그것을 눈치챈 맨체스터 시티는 수아레즈에게 수비를 집중했다.

다른 선수가 볼을 잡으면 담당 수비수 한 명이 마크했지만, 수아레즈가 볼을 잡으면 최소 두 명, 어쩔 땐 세 명까지도 달려들어 수비에 나섰다.

“수아레즈가 좋은 선수인 것은 맞지만, 맨체스터 시티 수비수 두세 명을 제칠 정도는 아니죠. 개인 기량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팀의 전체적인 전력 차이가 너무 심하네요.”

제라드와 수아레즈, 두 선수가 아무리 분전해봐도 기울어버린 경기 분위기를 돌릴 수는 없었다.

공격이 수월하게 진행되려면 공격자원들, 수아레즈, 벨라미, 다우닝에 제라드, 헨더슨 등의 호흡이 맞아들어가야 했다.

다른 선수들의 도움 없이 수아레즈 혼자 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볼 이어받은 야야 투레! 전방으로 빠르게 달려나갑니다! 엄청난 파워! 아무도 막아서지 못합니다.”

리버풀의 공격이 끝난 다음에는 언제나 맨체스터 시티의 역습이 이어졌다.

중원에서 대기하던 투레에게 볼이 연결되었고, 투레는 특유의 탱크 드리블로 리버풀 선수들을 모두 떨쳐내며 파워풀한 돌파를 이어나갔다.

아무도 투레에게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투레, 아게로에게! 아게르가 태클로 저지하지만, 산체스가 끼어들어 따냅니다!”

리버풀의 핵심 수비수, 다니엘 아게르는 몸을 던져 아게로에게 이어지는 투레의 패스를 막아냈다.

하지만 오른쪽에서 내려온 산체스가 볼을 커트하면서 공격을 이어나갔다.

“산체스, 중앙으로 이동! 왼쪽으로! 실바, 크로스!”

투레와 아게로, 산체스로 이어지는 맨체스터 시티의 거센 공격에 리버풀의 수비가 중앙으로 모였다.

감히 나를 두고 측면을 비워? 라고 화내는 듯 실바가 왼쪽 측면을 파고들었고, 적절히 찔러주는 산체스의 패스가 연결되었다.

“논스톱 크로스, 아게로!! 골! 골! 골! 세르히오 아게로! 팀의 세 번째 골을 기록합니다! 3-0! 맨체스터 시티, 세 골 차의 리드를 잡았습니다!”

이미 맨체스터 시티는 두 골을 득점하면서 리버풀을 압도하고 있었다.

여기서 아게로의 세 번째 골까지 터졌고, 사실상 경기는 완벽하게 기울었다.

‘리버풀과 같이 침몰이라... 레전드의 말년치고는 너무 초라하네.’

8살에 리버풀에 입단, 23세라는 어린 나이에 주장 완장까지 건네받은 제라드는 그야말로 리버풀, 그 자체였다.

그런 제라드도 어느새 한 달 뒤면 서른두 살.

전성기의 마지막이자 황혼기의 초반을 보내고 있는 제라드의 앞에 놓인 것은 리버풀의 처절한 몰락이었다.

‘마지막 이미지도 중요할 텐데. 이 상황이 제라드에게 큰 타격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네.’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한 시즌을 풍미한 레전드, 자신이 좋아했던 레전드의 마지막 모습까지 멋지길 바라는 건 성배도 다른 팬들과 마찬가지였다.

***

[맨체스터 시티, FA컵 우승으로 더블! 트레블 가능할까?]

[리그에 FA컵까지. 남은 건 챔피언스리그 뿐!]

[맨체스터 시티, 이제는 우리가 잉글랜드 최강.]

리버풀에게 3-0의 승리를 거둔 맨체스터 시티는 FA컵 우승컵까지 들어 올리며 2년 연속 더블을 달성, 이번 시즌 두 번째 수확물을 획득했다.

2009/10시즌 칼링컵에서 우승하며 우승컵 수집을 시작한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 시즌이었던 2010/11시즌 프리미어 리그 우승과 FA컵 우승으로 더블을 달성했고, 이번 시즌에는 프리미어 리그와 FA컵에서 두 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하고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노리고 있었다.

우승컵 한 개와 우승컵 두 개, 그리고 우승컵 세 개까지.

순차적으로 우승컵 획득 개수를 늘려가는 맨시티의 최근 흐름에 따르면, 이번 시즌 트레블 달성은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였다.

현실이 수열처럼 일정하게 흘러가지는 않았지만.

[THE Prophet]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봐.]

[분명 현실에서 이루어질 테니까.]

[하늘색 하늘 아래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그는 특별해.]

[목표한 모든 걸 이뤄내는 힘이 있지.]

[그와 함께라면 크나큰 성공이 함께 할 거야.]

[부러워도 어쩔 수 없어. 그는 우리의 캡틴이니까.]

“아마 지금 에티하드 스타디움에 울려 퍼지는 노래를 처음 듣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처음 불리는 노래이지 않습니까? 심지어 작곡된 지 고작 이틀밖에 안 된 신곡입니다.”

노엘 갤러거는 성배와의 약속을 지켰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일주일 남겨놓고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경기, 38라운드 경기가 치러졌다.

맨체스터 시티는 QPR을 홈으로 불러들여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그리고 그 마지막 경기에서 성배의 응원가가 처음으로 불리고 있었다.

“거의 축제 분위기네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대비해서 핵심 선수 몇 명에게 휴식을 준 맨체스터 시티지만, 여전히 강력한 모습으로 QPR을 압도하는 중이고, 맨체스터 시티의 서포터, ‘더 시티즌’은 경기 시작부터 종료 직전인 지금까지 계속 목청이 터져라 응원하고 있어요.”

이미 맨체스터 시티의 우승은 지난 36라운드에 확정된 상태였다.

편한 마음으로 경기 종료 후 있을 우승 세리머니를 즐기러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이미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파티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두 시간 넘게 이어지는 중이었다.

“경기 끝났습니다! 맨체스터 시티, 결국 무패로 시즌을 마감합니다! 31승 7무로 무패 우승에 이어 승점도 100점을 채웁니다! 무패 우승, 시즌 최다승, 시즌 최다 득점, 시즌 최다 승점까지! 세울 수 있는 모든 기록에 자신들의 이름을 올립니다!”

QPR과의 시즌 마지막 홈경기는 맨체스터 시티의 3-0 승리로 끝났다.

이번 시즌 31승째였다.

기존의 프리미어리그 최다승 기록이었던 29승보다 2승이 더 많은 새로운 기록이었다.

111득점은 기존 최다 득점기록인 첼시의 103득점보다 8골이나 더 많은 기록이었고, 승점 역시 첼시의 기록보다 5점을 더 따내며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라이벌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하지 못한 기록들을 1년 만에 모두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네요. 아쉽게도 최소 실점 기록은 경신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공격적인 전술을 활용하면서도 고작 18실점에 그친 것도 말도 안 되는 기록이죠.”

프리미어리그 최소 실점 기록은 마찬가지로 2004/05시즌 첼시가 세운 15실점이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18실점은 1998/99시즌 아스날이 세운 17실점에 이어 3위였다.

기존의 3위 기록이었던 맨유의 22실점 기록을 뛰어넘었고, 골 득실은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는 등 공수에 걸쳐 극강의 포스를 자랑한 시즌이었다.

“지난 시즌과 같은 모습입니다. 마지막 경기가 끝났고, 시티즌들이 그라운드 위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난 시즌보다 눈물을 흘리는 팬은 적어졌고, 전체적인 팬들의 숫자는 훨씬 많다는 것 정도입니다.”

원정에서 우승을 확정했던 지난 시즌에 비해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는 맨체스터 시티의 홈구장인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졌다.

자연히 경기 종료 후 자축 세리머니에 참가한 팬들의 숫자는 많을 수밖에 없었다.

“맨체스터 시티, 이번 시즌 62경기 내내 무패 행진을 달리면서 마지막 한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마지막 한 경기만 더 승리하면 시즌 전 경기 무패로 트레블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무패행진은 어느새 66경기로 늘어나 있었다.

이제 2011/12시즌 잔여 경기는 단 한 경기.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을 결정하는 결승전만이 남아 있었다.

***

[맨체스터 시티 vs 첼시, 유럽 최강의 자리는 누구에게?]

[EPL의 쾌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내전 성사.]

[첼시가 다윗, 맨시티가 골리앗. 도대체 무슨 일이?]

지난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성배와 사비가 나누었던, 위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은 실현되지 못했다.

바르셀로나가 덜미를 잡히며 4강에서 탈락한 것이었다.

바르셀로나를 대신해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를 상대는 같은 EPL 소속의 첼시였다.

리그에서는 극도의 부진에 빠져 6위로 마무리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결승전까지 올라와 있었다.

리그에서 워낙 부진하다 보니 토너먼트 시작 이후 항상 탈락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어떻게든 꾸역꾸역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었다.

심지어 준결승에서는 그 바르셀로나를 꺾으며 결승전 티켓을 얻어냈다.

바르셀로나가 최근 몇 시즌 들어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고 하더라도 첼시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꾸역꾸역 승리하고 바르셀로나를 꺾어낸 것을 보면 아무리 부진했어도 쉽게 볼 수 없는 상대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같은 EPL 소속이었기 때문에 두 팀의 승리 확률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31승 7무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맨체스터 시티와 18승 10무 10패로 리그 6위를 차지한 첼시.

게다가 상대 전적도 맨시티의 일방적인 우세를 말해주고 있었다.

“어, 오랜만이다. 왜 전화했어?”

[일단은 더블 축하해. 2년 연속 더블이네. 이거 배 아파서 살겠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랑 별 차이 없었는데, 이젠 아주 쳐다보기도 힘들네.]

베일에게서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성배와 함께 뛸 때보다 많이 성장했고, 그 위상도 많이 올라 수많은 클럽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지만, 그래도 성배와 비교할 수는 없었다.

“무슨. 너도 이번 시즌 엄청 날아다니던데. 공격 포인트가 리그에서만 30개가 넘었지? 그 정도면 어마어마한 거지.”

그래도 베일 역시 월드클래스의 문턱을 넘기 직전까지 성장한 상태였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만 14골 1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30개가 넘는 공격 포인트를 기록,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윙어로 자리매김했다.

[하하, 그래도 많이 부족하지. 주는 지금 거의 꼭대기를 찍었잖아. 그래도 너무 안심하지는 말라고. 나도 곧 올라갈 거니까.]

“아니, 내가 애초에 안심하고 말고 할 게 어디 있어. 나도 널 응원하는 사람이라고. 그건 그렇고, 뭐야? 그런 말 하려고 전화했어? 그런 말 많이 들어서 이제 지겨우니까 빨리 본론이나 말해.”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전화한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하는 건 있었다.

< 낭만필드 - 324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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