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필드 - 294 >
[에버튼 악몽 끝. 맨시티, 2-0으로 에버튼 꺾어.]
[악몽을 정리한 맨시티, 다음은 리벤지! 바르샤 정조준.]
[압도적 상승세 맨시티 vs 뭔가 꼬이는 바르샤.]
에버튼을 2-0으로 가볍게 꺾어낸 맨체스터 시티는 바로 바르셀로나와의 챔스 2차전을 준비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만나 총합 0-4의 스코어로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었던 맨시티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달랐다.
“얼마나 다행입니까? 바르셀로나가 다른 클럽한테 탈락해서 복수하지 못할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성배는 이번 바르셀로나전을 앞두고 만치니 감독과 동료들 앞에서 강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일단 주장으로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 이유는 진짜로 자신이 있다는 것이었다.
“맞아, 맞아. 이번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다고. 바르셀로나도 이빨이 많이 빠진 상황이니까.”
야야 투레의 표정도 밝았다.
바르셀로나의 현재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
믿음직한 센터백 듀오, 피케와 푸욜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스쿼드에서 이탈했고, 이번 시즌 이적한 파브레가스도 아직은 적응을 마치지 못한 상황이었다.
“왜 이유를 바르셀로나에서 찾아. 우리한테 찾아야지. 이번 시즌의 우리가 바르셀로나보다 강해. 그게 이유의 전부야.”
“그것도 맞는 말이야, 뱅상. 정확히 짚어줬어.”
투레의 말도 정답이고, 콤파니의 말도 정답이었다.
바르셀로나가 평소보다 약한 모습을 보이며 위기에 빠진 것도 사실, 맨시티의 전력이 강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자, 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정리해보자고. 바르셀로나를 잡아내려면 어떻게 해도 부족하니까.”
만치니 감독이 손뼉을 마주치며 선수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승부를 포기하긴 했지만, 그 선택은 만치니에게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복수를 원하는 사람이 만치니였다.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지. 첫 번째는 첼시가 보여주었던 텐백 수비, 그리고 두 번째는 레알 마드리드가 보여주었던 맞불 작전.”
바르셀로나가 자랑하는 티키타카는 엄청난 위력을 보유한 전술이지만, 한 번 말리면 밑도 끝도 없이 말린다는 약점이 있었다.
또한, 모든 선수가 패싱 능력과 탈압박 능력을 갖춰야 했기 때문에 피지컬보다는 테크닉이 뛰어난 선수들을 활용했고, 이는 피지컬의 약점으로 이어졌다.
“우리도 피지컬로 압박하는 수비적인 전술을 준비했지만... 이건 캄프 누에서 보여준다. 이번 홈경기에서는 맞불을 놓을 거야.”
히딩크의 첼시가 드록바, 아넬카, 램파드, 발락을 앞세워 보여주었던 강력한 피지컬 축구.
바르셀로나는 이 전술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코, 루카쿠, 투레, 배리, 데 용 등 맨시티 역시 피지컬 축구를 구사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만치니의 선택은 맞불 작전이었다.
“바르셀로나를 공략하는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어렵지. 간단하다는 방법을 풀어내면 그냥 축구를 잘해야 한다는 거니까.”
바르셀로나를 잡아내려면 필요한 요소들은 다음과 같았다.
뛰어난 골키퍼.
강력한 피지컬과 높은 전술 이해도를 갖춘 수비진.
활동량을 기반으로 수비력까지 갖춘 중앙 미드필더.
적은 횟수의 터치로 킬패스를 공급해주는 플레이 메이커.
뛰어난 골 결정력에 스피드, 피지컬, 라인 브레이킹 능력 중 한 개 이상의 능력치를 가진 스트라이커.
“하지만. 우리는 맨체스터 시티고, 이 모든 요소들을 갖추고 있는 클럽이라고. 다른 클럽들은 몰라도 우린 충분히 할 수 있어.”
아직은 조금 부족하지만, 그래도 뛰어난 골키퍼 조 하트.
성배, 콤파니, 보아텡, 리차즈의 수비진은 피지컬도, 전술 이해도도 뛰어났다.
투레, 배리, 데 용, 라키티치의 중원은 활동량과 수비력, 피지컬을 모두 갖춘 라인이었다.
실바가 있으니 플레이 메이커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제코와 아게로의 조합은 피지컬, 라인 브레이킹, 스피드, 골 결정력을 모두 잡은 완벽한 조합이라 볼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는 분명 뛰어난 클럽이지만, 우리도 만만치 않아. 선수 한 명 한 명을 따져도 너희가 바르샤의 친구들보다 떨어진다고는 생각 안 한다. 똑같은 월드 클래스야.”
바르셀로나의 스쿼드는 분명 화려했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의 스쿼드 역시 뒤떨어지지 않았고, 객관적인 능력치로만 따지면 오히려 맨시티가 더 낫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티키타카.
바르샤가 맨시티보다 낫다고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은 오랫동안 함께 한 선수들이 펼치는 세밀한 전술, 티키타카였고, 맨시티는 이번 경기에서 이 전술을 깨뜨릴 생각이었다.
“맞불작전에 우린 측면으로 간다. 바르셀로나의 형편없는 높이, 그걸 노려.”
피케와 푸욜, 두 선수 모두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제코의 높이를 제어할 수 있는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부스케츠와 마스체라노,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센터백으로 출전할 것이라 예상되고 있었는데, 이 두 선수는 절대로 제코의 높이를 저지할 수 없었다.
“알렉시스, 마이카, 그리고 주. 믿어도 되겠지?”
왼쪽 측면에 배치되긴 하지만 실바의 역할은 플레이 메이커.
그리고 측면을 공략하면서 많은 코너킥을 얻어내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성배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전술이었다.
“제가 언제 실망하게 해드린 적 있습니까?”
성배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물론...”
만치니 역시 마주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런 적은 없지.”
이번 시즌에는 유럽 최고의 자리에 오르겠다며 벼르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
그런 맨체스터 시티에게 바르셀로나 또한 한 팀의 경쟁자일 뿐이었다.
***
“맨체스터 시티, 경기 초반부터 굉장한 활동량을 보여줍니다. 바르셀로나, 전방으로 볼을 전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맨시티는 그야말로 바르셀로나 잡고 같이 죽겠다는 것처럼 경기 초반부터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원래 활동량이 많은 배리와 수비진은 물론이고, 점점 활동량이 줄어들던 투레와 압박할 체력까지 아껴 공격력에 투자하던 실바, 산체스, 아게로, 제코까지.
모든 선수가 평소보다 1.5배 이상 더 많이 뛰어다니면서 바르셀로나의 공격 전개를 방해했다.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시티의 이런 움직임을 짐작하지 못한 듯하네요! 아직 초반이지만, 별다른 공략법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죠?”
현재 시점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역시 피지컬 축구 혹은 텐백 수비였다.
히딩크의 첼시가 보여준 적이 있었고, 효과적으로 바르셀로나를 공략했기 때문에 모두가 이 방법을 따른 것이었다.
무리뉴의 레알 마드리드가 맞불을 놓기도 했지만, 레알에는 활동량과 수비력으로 중원을 장악해줄 선수가 없었고, 결국 수비 전술로 돌아섰다.
“만치니 감독의 성향 역시 맨시티의 이런 움직임을 예상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예요. 원래 수비적인 전술을 선호하는 감독인데, 오늘은 굉장히 과감한 선택을 내렸네요.”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에는 그런 선수들이 넘쳤다.
원래 이러한 맞불 작전은 2009/10시즌 무리뉴의 인테르가 보여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대세가 되지는 못했고, 2012/13시즌 바이에른 뮌헨이 다시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강팀들이 바르셀로나를 공략할 때 활용하는 전술이 되었다.
어쨌든 대세도 아니고 필요한 조건들도 많은 이 까다롭고 위험한 전술을 만치니가 꺼내 들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로베르토 만치니. 수비적인 우리 로베르토도 많이 성장했다는 거지.’
성배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헤매는 모습을 보면서 흡족함을 느꼈다.
지난 시즌, 더블과 챔피언스리그 4강의 위업을 달성하면서 성장한 것은 맨시티와 선수들만이 아니었다.
만치니 감독 역시 맨시티, 맨시티의 선수들과 함께 껍질을 깨고 한 단계 올라서면서 본인의 고집과 단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
“아, 배리의 압박에 정신을 못 차리는 케이타! 뒤쪽으로 돌립니다! 이니에스타에게! 부정확한 패스가 투레의 발에 걸립니다!”
특히 부스케츠와 마스체라노가 수비라인으로 내려가면서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출전한 케이타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어느새 서른한 살이 되었고, 거의 매 경기 출전하기는 했지만, 백업과 로테이션 롤을 맡아 출전 시간 자체가 많은 편은 아니었기에 슬슬 하락세에 접어든 모습이었다.
“투레, 바로 측면으로 넘겨줍니다! 산체스에게! 속도 늦추지 않고 계속 전진! 태클! 아비달, 뒤늦게 쫓아와서 태클로 막아내지만, 리차즈가 받아냅니다!”
그리고 만치니 감독은 리차즈의 족쇄까지 풀어주었다.
풀백에서부터 시작하는 공격은 바르셀로나의 강력한 장기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흔히 위협적인 윙어를 막기 위해서는 풀백을 전진시켜 상대 윙어에게 수비를 강제하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맨시티는 윙어와 풀백을 동시에 전진시키면서 상대 풀백들에게 수비를 강제한 것이었다.
“아비달의 옆으로 파고드는 리차즈! 중앙으로 크로스!!”
족쇄가 풀린 리차즈의 공격력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태클을 시도한 후 아직 일어나지 못한 아비달의 옆을 순식간에 빠져나간 리차즈는 중앙으로 크로스를 올려주었다.
“제코, 헤더! 발데스! 뒤쪽으로 쳐냅니다! 맨체스터 시티, 코너킥!”
한창 물이 오른 제코는 자신의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리차즈의 크로스에 정확히 머리를 가져다 대었고, 골로 연결하지는 못했지만, 지시받은 대로 코너킥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역시! 바르셀로나의 약점으로 꼽히던 제공권이 계속 불안한데요? 부스케츠는 키는 크지만, 제공권만 따지면 178cm의 푸욜보다 못해요! 심지어 마스체라노는 174cm고.”
에딘 제코의 신장은 193cm였다.
그나마 바르셀로나에서 뛰어난 제공권을 갖춘 유일한 선수인 피케가 부상으로 빠진 이상, 그 누구도 제코의 제공권을 막아설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코너킥이지 않습니까? 보아텡과 콤파니도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 선수들은 누가 막습니까?”
그리고 코너킥을 맞아 192cm의 제롬 보아텡과 190cm의 뱅상 콤파니까지 바르셀로나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했다.
미드필더라는 특성상 뒤로 살짝 빠지기는 했지만, 야야 투레도 189cm, 가레스 배리는 183cm.
열한 명의 선수 중 170cm 근처에서 노는 단신인 아게로, 실바, 산체스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180cm를 넘어가는 장신 군단이 맨시티였다.
“아무도 못 막죠. 열심히 몸으로 부딪혀서 편하게 슈팅하지 못하게 해야죠. 이 방법밖에 없어요.”
반면, 바르셀로나는 세이두 케이타와 세르히오 부스케츠, 빅토르 발데스, 에릭 아비달을 제외하면 모든 선수가 170cm 초반이었다.
게다가 아비달을 제외하면 신장에 비해 제공권이 떨어지는 선수들이었고, 골키퍼인 발데스마저 골키퍼치고는 단신인 183cm.
“오른쪽에서 주성배, 코너킥! 콤파니, 그대로 꽂아버립니다! 뱅상!! 콤파니!! 선취 골을 터뜨립니다!”
190cm가 넘는 장신 선수 세 명과 190cm나 다름없는 투레까지.
바르셀로나 최장신보다 큰 선수가 네 명이나 존재하는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제공권에서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지금도 성배의 킥은 딱 평소만큼만 정확했지만, 콤파니와 보아텡, 제코까지 세 명의 선수가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머리 위로 솟구쳤다.
콤파니가 아니었더라도 아마 맨시티 선수에게 볼이 연결되었을 것이었다.
“역시 제공권에서 승부가 갈리나요? 두 번째 코너킥에서 바로 골이 터졌어요! 이거 문제가 심각하죠? 센터백 라인 어쩔 건가요?”
에티하드 스타디움이 맨시티 홈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맨체스터 시티의 뛰어난 제공권과 이를 받쳐주는 성배의 정확한 킥.
이것을 막지 못하는 이상 바르셀로나는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 2-0은 가줘야지. 지난 시즌에도 두 경기를 0-2로 졌는데.’
챔피언스리그를 포기하자며 가장 앞장서서 주장한 선수는 성배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리벤지를 할 마음은 없었고, 편한 상대와 붙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붙게 되었으니 무조건 이기고 싶었다.
< 낭만필드 - 29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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