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낭만이 사라진 필드-163화 (287/356)

< 낭만필드 - 163 >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음... 결정하기 참 어렵습니다. 남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떠나는 것도 좋은 기회인 것 같고. 이렇게 결정하기 어려웠던 적은 처음입니다.”

성배가 부상으로 빠져있는 와중에도 겨울 이적시장은 바쁘게 돌아갔다.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와 만수르는 여전히 성배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드디어, 바이아웃 금액인 2,300만 유로에 이적을 제안했고, 성배와 직접 협상할 기회를 얻어냈다.

[확실하진 않지만,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 만수르는 다른 재벌 구단주들과 다르다는 게 이 바닥 사람들의 평가입니다. 실제로 축구와 자신의 클럽에 대한 애정이 굉장하다고 하더군요.]

해외 재벌 구단주들의 프리미어리그 클럽 인수는 꾸준히 있어왔지만, 모든 클럽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첼시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둔 클럽이 없었다.

그 첼시마저도 구단주의 지나친 클럽 운영 간섭 때문에 말이 많았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달랐다.

[맨시티 구단주는 일단 현장에 간섭을 별로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무작정 영입하지도 않고, 감독과 충분한 대화를 한다고 하더군요.]

오로지 자신의 개인적인 팬심으로 셰브첸코와 데쿠 등을 영입했던 아브라모비치와 달리 만수르는 휴즈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영입해주었다.

일반적인 평가와는 별개로 감독의 전술에 어울리는 선수는 따로 있었기 때문에 이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다.

물론, 전생에서는 앞으로 한 1년 정도 공격수 수집에 대한 비판을 받았지만, 이는 화려한 선수들을 영입해 빠르게 팀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실제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부터는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들을 적절하게 영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맨시티가 아무리 돈을 많이 풀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서 벤치만 지킬 일은 없지 않겠습니까?]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성배를 향한 러브콜은 팬들의 애정과 이에 대한 만수르의 보답 차원의 영입 시도라는 인식이 컸지만, 맨시티는 감독이 원하지 않으면 선수를 영입하지 않는 클럽이었다.

최근 호비뉴의 기용 문제로 휴즈 감독과 수뇌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지만, 이는 확 달라진 스쿼드로 지난 시즌보다도 형편없는 성적을 올린 휴즈 감독의 탓이 컸다.

즉, 성배가 이적 후에 낙동강 오리알처럼 떠버릴 일은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럴 겁니다. 지금 스쿼드가 좀 부족하지만, 나중에 가지고 있는 재력에 어울리는 스쿼드가 갖춰져도 쉽게 밀리지는 않겠죠.”

지난 프리시즌에 엄청난 이슈를 몰고 다녔고, 맨시티의 이번 시즌 성적에 굉장한 관심이 쏠려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돈이 많아도 클럽의 수준이 어느 정도 이상 올라오지 않으면 빅네임들을 영입하기 힘들었고, 아직 맨시티 스쿼드의 무게감은 가벼운 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맨시티의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 팀은 무조건 됩니다. 아직 경쟁이 약할 때 빠르게 들어가서 자리를 잡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맨시티는 많은 클럽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으면서 또한 많은 클럽들의 비아냥도 듣고 있었다.

전자는 돈이 없는 중소 클럽들의 반응이었고, 후자는 이미 자리를 확실하게 잡고 있는 빅클럽들의 반응이었다.

돈이 없어 위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클럽들은 맨시티를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여름에 맨시티에서 영입한 호비뉴는 그들이 꿈도 꾸지 못했을 엄청난 선수였다.

반면, 빅클럽들은 돈을 앞세운 맨체스터 시티의 도전에 콧방귀만 뀌고 있었다.

“클래스는 돈으로 살 수 없다.”, “역사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맨체스터 시티의 도전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에버튼이나 토트넘의 도전을 더 심각하게 생각했고, 이들의 도전마저도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들만의 리그가 따로 펼쳐진 시간이 너무 길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맨시티는 분명 큽니다.”

버크만이 아무리 맨시티의 성공을 확신한다고 하더라도 성배보다 더 크게 확신할 수는 없었다.

성배는 맨시티의 성공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다.

당연히 그들의 성공을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맨시티는 분명 큽니다. 하지만 베일도 윙어로서 분명 엄청난 선수가 될 겁니다. 지금 잠깐 헤매고는 있지만, 반년이나마 함께 뛰면 그에게도 좋을 것이고, 무엇보다 저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성배도 이번 여름에 이적하려 했었다.

하지만 베일의 등장과 1년 이른 윙어 전향이 성배를 고민하게 했다.

베일과의 호흡은 굉장히 좋았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우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비록 아직 많이 부족했기에 슬럼프를 겪는 중이었지만, 자신의 원래 자리를 찾은 듯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한두 달 안에 다시 초반의 모습을 찾을 것이라 확신했다.

[하긴. 베일이 초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시즌 중간에 이적하는 건 그리 좋은 일도 아니니까요.]

토트넘에서 성배가 맡는 역할은 굉장히 많았으며, 중요하기도 했다.

일단 공격진과 미드필더진이 무너진 상황에서 토트넘을 12위까지 올려놓은 수비진의 핵심 역할이 첫 번째였다.

그리고 최후방에서 롱패스로 경기를 풀어주는 공격 루트의 시작점이자 핵심이기도 했다.

측면 공격이 잘 안 풀릴 때, 타이밍을 잡아 오버래핑을 시도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고, 각종 킥을 전담하는 것 역시 굉장히 중요했다.

토트넘 전력에서 성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한 2할 정도는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

“맞습니다. 팀 내에서 인정도 받고 있고, 팀이 돌아가는 데 있어서 저를 많이 배려해주는 편이기도 합니다. 베일과 호흡도 잘 맞으니 반년이면 평가가 오히려 더 높아질 겁니다.”

지금 맨시티로 이적하면 다시 처음부터 팀에서 자리를 잡아야 했다.

맨시티의 레프트백 자리는 가장 취약한 포지션인 만큼 주전 경쟁이 어렵진 않았다.

왼쪽 미드필더로 나서는 호비뉴와 호흡을 맞추는 것도 굉장히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겨울 이적시장에서의 이적은 위험 부담이 컸고, 성배는 상황이 좋은 지금,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저도 이적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건 확실하게 전달해주셔야 합니다. 이번 시즌이 끝난 뒤에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사실 토트넘에서 1년을 보내는 동안 성배는 토트넘의 상황에 적잖이 실망한 상태였다.

구단주와 단장의 간섭이 지나치게 심했고, 감독들은 항상 고전했다.

전생에서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토트넘은 마지막까지 빅클럽으로 가는 마지막 선을 넘어서지 못했다.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이 자리가 토트넘의 한계였다.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클럽으로 성장할 맨체스터 시티의 관심을 받는 지금 상황에서는 굳이 토트넘에 충성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거절보다는 살짝 미뤄놓는 정도로 협상을 마치겠습니다.]

“예. 그렇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직까지도 맨시티의 관심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맨시티와 맨시티 팬들이 성배를 좋아했다.

성배의 기억과는 달리 현실의 맨시티는 아직 돈만 많은 클럽이었고, 누구도 맨시티의 관심에 감사해 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맨시티의 관심이 황송하고 감사하다 표현하는 성배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골 사냥꾼, ‘헌터’ 영입전쟁의 승자는 레알 마드리드.]

[유로 2008의 영웅 ‘마법사’ 아르샤빈, 벵거의 품으로.]

[맨체스터 시티, 드디어 보따리를 풀기 시작하다.]

언제나처럼 여러 클럽들이 여러 선수들을 영입하며 겨울 이적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세계적으로는 성배와 함께 아약스를 이끌었던 훈텔라르가 드디어 네덜란드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에 합류한 것이나 아르샤빈이 아스날로 이적한 일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그리고 잉글랜드에서는 큰 관심을 받던 아르샤빈의 아스날 이적, 나이젤 데 용, 셰이 기븐, 크레이그 벨라미에 이어 국가대표 출신 웨인 브리지까지 영입한 맨시티의 영입 러시 등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토트넘 역시 이번 이적시장의 주인공 중 하나였다.

좋지 않은 의미였지만.

[과거의 용사들이 뭉친다. 토트넘, 심봉다 재영입 임박.]

[팬들의 웃음을 위해 희생하는 토트넘. 재영입 러시.]

[데포, 킨에 이어 심봉다까지? 토트넘은 어디로 가는가.]

토트넘은 이번 이적시장에서 과거 팀을 떠난 선수들, 그것도 팀을 떠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선수들을 세 명이나 재영입하는 코미디를 선보였다.

물론, 이들은 라모스 감독 시절 그의 구상에서 밀려나 이적한 것이었고, 레드냅 감독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심봉다는 불과 반년, 데포는 1년 전까지 토트넘에서 활약하다 버려진 선수들이었다.

로비 킨은 조금 달랐지만, 어쨌든 흔한 일은 아니었다.

레드냅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순진하다. 몇몇 어린 선수들은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고,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경기에 대한 노하우도 완전히 실종되어 있다.”

고 말하며 라모스 감독의 선수단 개편을 비난했다.

다소간의 비판과 비아냥을 듣더라도 선수단에 부족한 경험을 채우는 것을 우선시한 실리적인 선택이었다.

800만 유로에 팀을 떠났던 데포를 1,200만 유로에 재영입하며 400만 유로의 손해를 본 토트넘은 1,900만 파운드에 리버풀로 보냈던 로비 킨을 1,500만 파운드에 재영입하며 오히려 이득을 보았다.

450만 파운드로 보냈던 심봉다도 300만 파운드에 재영입, 역시나 이득을 보았다.

하지만 이는 이 선수들의 이적료만 감안한 것이었고, 당연히 손해였다.

이들을 팔았을 때 받은 이적료는 이미 다른 선수의 이적료로 지출되었고, 이번 겨울에는 이들 세 명에 윌슨 팔라시오스까지 영입하며 무려 4,000만 유로에 육박하는 이적료를 지출했다.

같은 기간 이적료 수입은 보아텡의 임대료인 단돈 70만 유로.

쫓아냈던 선수들을 다시 데려온 값으로는 지나치게 비싼 금액이었다.

하지만 방출과 영입 과정 때문에 비아냥은 들어도 선수들의 실력만큼은 확실했다.

베르바토프의 이탈과 이를 대신해 영입된 파블류첸코, 벤트의 부진으로 인해 바닥까지 떨어진 토트넘 공격진이었다.

여기에 토트넘의 전성기를 이끈 로비 킨과 베르바토프 영입 전까지 부동의 투톱을 이뤘던 데포까지 합류했으니 부활을 기대해볼 수 있었다.

또한, 촐루카가 잘 해주고는 있지만, 사타구니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과거 토트넘의 오른쪽 측면을 몇 년 동안 든든히 지켜주었던 심봉다의 합류도 반가웠다.

킹, 우드게이트가 번갈아 이탈하고, 도슨 이외에 마땅한 백업이 없는 센터백 자리에 촐루카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역시 심봉다의 영입이 주는 이점이었다.

레드냅 감독 부임 이후 팀 분위기가 좋아지다가 공격진의 부진과 수비진의 붕괴로 추진력을 잃은 토트넘이었기에 단순히 선수 영입 실적으로만 봤을 때, 중간 이상은 된다는 평가였다.

[23라운드, 주성배 복귀! 토트넘을 살릴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23라운드 스토크 시티전.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예정보다 조금 더 쉬었던 성배가 정확히 한 달 만에 복귀했다.

< 낭만필드 - 163 > 끝

ⓒ 미에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