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593화 (593/651)

제593화: 북한군(2)

제대한 지가 짧게는 1년에서 길에는 3,4년 되었다.

남한처럼 20개월 아니면 2년 정도 보내는 군 생활이 아니라 10년이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체제를 수호하는 선봉대임을 자부하고 전쟁이 일어나면 청와대는 자신들 몫이라고 호언하면서 군생활을 했으나 이런 사격은 익히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하나 둘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처음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어깨가 쳐진 것이다.

한사람씩 차례대로 사격이 이뤄졌다.

11명 모두 15발은 서서쏴로 사격을 했고 15발은 쪼그려 쏴 자세에서 진행되었다.

마지막 11번째 사내가 사격을 마칠 때까지 권총수는 일체 말이 없었다.

권총수가 말이 없음으로 인해 오민철도 침묵했고 장내는 약간의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이상 무.”

마지막 사내가 약실에 실탄이 없음을 확인하며 총을 내렸다.

이만동은 사격이 끝날 때마다 표적지를 떼어와 권총수에게 넘겨주기를 반복했다.

투둑!

마지막 종이를 떼어와 건넨다.

권총수는 열 한 장의 표적지를 순서대로 펼쳐 놓았다.

모두가 가까이 몰려와 펼쳐진 표적지를 살핀다.

표적지를 보는 사내들의 얼굴에는 그다지 부담이나 불만스런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좀 더 엄밀하게 말한다면 사격 결과에 만족한다.

아무리 오랫동안 특수부대에서 생활을 했다고 해도 일 년 만 지나면 총구는 좌충우돌을 면치 못한다.

그런데 30발 모두가 표적지, 그중에서도 얼굴과 가슴에 정확히 들어갔다는 건 결코 저조하다 말할 수 없었다.

“무성무기도 준비했는데 보시겠습니까?”

조식만이 물었다.

“아닙니다. 여기서 끝내죠.”

여기서 끝내자는 말에 사내들이 놀란다.

끝낸다는 것을 더 이상 볼 것 없다는 말로 해석한 것이었다.

“일단 사무실로 자리를 옮기죠.”

권총수 일행은 랜드로버로 움직였고 사내들은 숲속에 숨겨 놓은 봉고차로 이동했다.

이만동과 리성춘을 병원에 데리러 갔다 돌아온 채망수가 바쁘다.

리성춘은 으스러진 뼈를 대충 맞췄으며 오른손에 단단한 기브스를 하고 왔다.

두 사람은 11명의 사내들이 마실 음료수를 하나씩 내놓았고 필요한 건 뭐든지 말하라면서 다소 경직되어 있는 분위기를 풀기위해 노력했다.

딱!

권총수는 이만동이 내 놓은 비타민 음료를 단숨에 마셨다.

“열 한 분 모두 사격은 만족스럽습니다. 우리 회사 훈련소에서 좀 다듬으면 현역시절의 모습이 나타날 것 같군요.”

그제 서야 사내들의 굳은 표정이 풀렸다.

침도 삼키고 이제 살았다는 듯 옆에 있는 동료를 돌아보기도 했다.

“남은 건 북한 여권으로는 미국을 들어갈 수가 없어요. 반드시 우리 대한민국 여권이 필요합니다.”

사내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는데 조식만을 통해 어느정도 설명을 들은 모양이었다.

“또한 임금 역시 대한민국 은행을 통해 지급됩니다. 그 부분까지가 동의 되지 않으면 여러분들과의 계약은 불가능합니다.”

“우린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오. 탈출이 뭐요? 그곳이 싫어서 도망치는 것 아닙니까? 감히 청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렇게만 해준다면 우린 무조건 고맙습니다.”

서른여덟 먹었다는 고홍수가 말했다.

조식만이 제공한 고홍수의 신상을 보면 525부대 중사출신으로 일 년전 북한을 탈출해 주로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왔다.

나머지 사내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반색했다.

“대신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몰래 돈을 보낸다거나 하는 것까지는 막지 않습니다.”

사내들 얼굴이 더 환해졌다.

가족을 생각한다면 돌아가야 한다.

중요 간부들 가족이 아니라면 크게 고생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탈북자 가족으로 취급되어 감시가 심해질 것이고 노동수용소에 갇힐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살벌한 노동수용소라고 해도 돈이면 충분이 빼낼 수 있다.

돈만 주면 노동당원자리 하나 얻는 것도 쉽다.

“일단 남한에 들어가면 국적을 얻기 위한 일단의 절차를 밟을 것입니다. 불순한 목적을 갖고 신분을 감추고 들어온 사람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어 국정원 조사가 있죠. 피할

수 없는 과정이므로 이해하십시오.”

국정원 조사라는 말에 안색들이 변했다.

이미 그들은 그곳이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중국에서 북한 여권으로 움직이는데는 어려운 일이 없었다.

일행은 그 다음 날 비행기 편으로 인천으로 들어왔고 곧바로 대기하고 있던 국정원 소속의 버스를 타고 사라졌다.

권총수와 오민철은 사라지는 버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첫날이어서 인지 대북파트 5국장 정현웅이 직접 나왔다.

권총수는 잘 부탁한다고 말은 했지만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이미 CIA를 충분히 겪었다.

즉 정보원들이나 정보 집단의 생리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것이다.

그들은 국가 안보라는 이름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

국가안보.

그것 앞에서는 그 누구도 예외일수는 없는 것이다.

어느 정도 안심은 하지만 뭔가 미심쩍다는 트집을 잡아 적지 않은 인원을 빼내거나 가로막는다면 할 말이 없다.

국가 안보차원이라는데 항의 했다가 자칫 용공 빨갱이로 몰릴 수도 있다.

“우리도 가자!”

오민철이 차를 향해 걸어갔다.

권총수도 뒤를 따라가며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냈다.

한데 담배가 빈 갑이다.

권총수는 빈 담배 갑을 구겨 버리고 주위를 살피다 멀리 편의점을 발견하고 걸어갔다.

“형 먼저 가 있어. 담배 한 갑 사갈 테니까.”

오민철이 알았다는 듯 손을 들어 보이고 주차장으로 걸어간다.

권총수는 편의점에서 말보로 레드 한 갑을 산 뒤 밖으로 나오자마자 입에 한 개비를 물었다.

곧장 흡연장소로 걸어가 라이터로 불을 붙이며 길게 한 모금 연기를 뿜어냈다.

오민철이 기다릴 걸 의식해 피우는 걸 서두른다.

몇몇 사내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듯 옷차림들이 가볍다.

담배를 절반쯤 피우고 불영보를 펼쳐 이동하려는데 갑자기 천지를 진동하는 굉음이 들렸다.

쿠쿠쿵!

모두가 본능적으로 소리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주차장 쪽에서 엄청난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팟!

순간적으로 생각나는 것이 있는 듯 권총수의 몸이 그대로 땅을 박찼다.

휘익!

떠오른 순간 사라져 버리자 같이 담배를 피웠던 사내들이 서로를 돌아본다.

눈으로 봤지만 너무 찰라적인 순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긴가민가 하는 것이었다.

권총수는 비명을 질렀다.

“혀어어엉!”

재빨리 땅에 내려선 권총수는 불길에 휩쌓여 있는 벤츠를 향해 장력을 날렸다.

콰아아아!

강력한 장력에 운전석 쪽 불이 꺼졌다.

“형, 민철이 형!”

오민철은 의식이 없었다.

강한 폭발의 충격에 정신을 잃은 건지 숨이 끊어진 건 지 알 수 없다.

권총수는 재빨리 119를 호출한 뒤 오민철을 밖으로 끄집어 낸 뒤 맥을 살핀다.

맥의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오민철의 오른손 장심에 자신의 손바닥을 대고 진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일체 흠결이 없는 순양진기가 밀물처럼 오민철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슥!

맥박을 짚었다.

조금 전 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일반인은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약하다.

그토록 강하게 진기를 주입했는데도 맥의 움직임이 이 정도라면 몸속 장기가 폭발로 인해 굉장한 타격을 입었다는 뜻이다.

쫘아악!

단번에 상의를 찢어 벗겼고 바지까지 뜯어 버렸다.

옷을 입혀도 괜찮지만 알몸 상태의 추궁과혈이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파파팍!

백회혈에서부터 시작하며 용천혈이 있는 발바닥까지 동일한 강도로 각 혈도를 누르듯 타격하는 추궁과혈은 몹시 어려운 응급 치료이다.

특히 환자의 상태가 위험할수록 내공의 강도를 잘못 조절하면 오히려 독이 되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파파파!

오민철을 두드리는 양 손이 보이지 않는다.

‘형 살아나. 죽으면 안돼.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마음속으로 소리치며 추궁과혈을 하고 있을 때 사이렌 소리가 들리며 119가 달려왔다.

또한 공항 경찰대에서도 몰려와 순식간에 폭발차량 근처를 가로막아 선다.

일반인들이 접근하면 자칫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증거들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비켜보세요.”

여자와 남자 두 명이 오민철을 살핀다.

맥박도 재고 혈압도 체크하더니 재빨리 이동 들것에 싣고 오민철을 차에 태웠다.

“다친 분과 어떤 관계죠?”

“동생입니다.”

“보호자분이시면 타세요.”

권총수는 재빨리 뒷좌석 옆으로 된 의자에 앉았다.

오민철의 팔에는 수액 바늘이 꽂혔고 맞은편 여자 구급요원은 계속 여러 장비를 이용해 상태를 체크했다.

그 사이 권총수는 오민철의 손을 쥐고 계속진기를 주입했다.

아무리 중환자라고 해도 진기가 주입되면 온 몸에 힘이 형성되기 때문에 더 악화되는 일은 없다.

사이렌 소리를 내며 공항고속도로를 달린 구급차는 15분 만에 인천에 있는 한 병원에 도착했다.

다다다닥!

이동들것이 응급실 안으로 사라지고 보호자로 따라온 권총수의 발길은 문 앞에서 멈췄다.

잠시 닫힌 문을 보고 있던 권총수는 천천히 몸을 돌려 밖으로 나왔다.

20여미터 전방에 벤치가 있다.

권총수는 천천히 걸어가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아직 정확한 상황은 모른다.

단지 경험에 비춰볼 때 자동차에 누군가 폭탄을 설치했다.

물론 표적은 오민철이 아닌 자신이다.

시동을 걸면 터지도록 전자식 폭탄을 설치했는데 오월 말 더위에 에어컨을 켜려고 오민철은 서둘러 시동을 걸었을 것이다.

그때 전기 자극이 이뤄지며 설치해둔 폭발물이 터진 것이다.

후우!

권총수는 길게 연기를 뿜었다.

국내에서 자동차에 폭탄을 설치해 살인을 할 만한 역량 있는 집단은 국정원 말고는 없다.

국정원에서 자신을 노렸을 리는 백 프로 없다.

“오민철씨 보호자분!”

그때 간호사가 나와 소리쳐 불렀다.

권총수는 재빨리 담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어오세요.”

권총수는 간호사를 따라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

“서명하세요?”

그러면서 간호사가 내민 건 수술 동의서였다.

잠시 망설였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사사삭!

권총수는 몇 가지 문항에 대답을 하고 난 뒤 마지막에 이름을 쓰고 서명했다.

“환자상태는 어떻습니까?”

“난 몰라요. 일단 수술을 하고 난 뒤 상태 파악이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러면서 간호사는 사라졌다.

권총수는 사라지는 간호사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몸을 돌렸다.

수술실 앞에 있을까 했지만 기다린다고 뭐가 달라질 것도 없다는 생각에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승용차 한 대가 멈추더니 세 명의 사내가 내렸다.

그들은 줄줄이 병원 안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다시 나오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더니 벤치에 앉아 있는 권총수에게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혹시 피해자 오민철씨 보호자?”

“예!”

“안녕하십니까? 몇 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 왔습니다. 저희들 질문에 불편해 하지 마시고 성의껏 대답 좀 부탁드립니다.”

“누구십니까?”

사내들은 멈칫 하더니 권총수에게 말을 걸었던 사내가 대답했다.

“국정원에서 나왔습니다.”

꿈틀!

권총수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