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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592화 (592/651)

제592화: 북한군(1)

그래서 대한민국 국적과 임금 관리는 남한 은행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건 우리 국정원의 요구사항이 아니라 국익에 관계된 일입니다. 북한 노동자를 통해 단 한 푼도 북한 정권으로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국정원 대북파트를 지휘하는 정현웅은 단호했으며 한편으로는 진정을 담아 부탁했다.

“그것 두 가지만 지켜주시면 우린 전적으로 지원하고 도울 것입니다.”

“그러죠. 반드시 그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사람은 채용하지 않겠습니다.”

권총수 또한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달 후 조식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일단 11명을 모았는데 직접 한 번 봐야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권총수는 오민철과 같이 비행기를 타고 곧장 중국으로 날아갔다.

인천에서 연길 공항까지는 2시간 조금 넘게 소요되었는데 탑승 때 받은 신문을 읽고 잠시 얘기 좀 나눈 뒤 한숨 붙이려는데 도착한다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오민철은 생각보다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면서 내릴 준비를 했다.

연길 공항에 내려 나오는데 두 명의 사내가 다가오더니 깍듯하게 허리를 구부렸다.

“사장님께서 저희를 보냈습니다. 이만동입니다.”

“전 채망수입니다.”

두 사람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가시죠. 차 대기시켰습니다.”

권총수와 오민철은 두 사내를 따라 공항청사를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검정색 랜드로버 한 대가 공항주차장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여기서 백두산까지는 어느 정도 걸립니까?”

느닷없이 오민철이 물었다.

사실 그는 속으로 어떻게든 이쪽 사업을 하면서 기어이 백두산을 올라가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개인 차량으로 간다면 4시간이 안 걸릴 수도 있지만 여행사를 이용하면 5시간 이상을 봐야 합니다.”

“개인이 마음대로 갈 수가 있습니까?”

“쉽지 않습니다. 연길시로부터 여러 가지 허가증을 얻어야 하는데 절차가 복잡하죠. 또한 금지구역이 너무 많아서 해외의 다른 산처럼 자유스런 여행은 어렵죠.”

“결국 여행사를 이용한 관광이 가장 무난하다는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왜? 백두산 가려고?”

침묵하고 있던 권총수가 눈을 좁혔다.

“너 지금 그 눈빛이 뭐야?”

“인도 가서는 뱅골 호랑이 보고 싶다더니 이젠 백두산이야?”

오민철이 인상을 썼다.

“백두산이 어떤 산이냐? 애국가 나오는 산이다. 오천년 우리 민족의 역사와 같이 흘러온 성스러운 곳을 가보고 싶어 하는 내가 잘못됐단 말이냐?”

“알았어. 형 언제 시간 내서 한번 다녀오자고.”

오민철은 목에 힘을 주더니 물었다.

“담배 피워도 됩니까?”

“당연히 피우세요.”

오민철은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더니 유리를 조금 내렸다.

차는 잠시 한가한 시골길을 달리는가 싶더니 이어 연길시로 진입했다.

중국 동북부 지방에서 가장 발달하고 번화한 곳이 연길이다.

오민철은 연신 감탄했다.

연길을 완전 시골 읍내 정도로 생각한 모양이다.

차는 시내로 들어가지 않고 외곽 5층 건물 앞에서 멈췄다.

도로는 왕복 4차선이었는데 차량 통행이 한가했다.

붉은 벽돌로 된 5층 건물인데 어떤 간판도 없었고 엘리베이터도 없다.

이만동과 채망수는 계단을 올라 2층으로 안내했다.

“대표님.”

조식만이 비슷한 또래의 스포츠 머리를 한 사내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가 권총수를 발견하고 벌떡 일어났다.

“오는 길 편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지 않아 좋았습니다. 오면서 보니 한글 간판이 많이 보이더군요.”

“우리 이사님!”

조식만이 오민철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앉으십시오. 이형 우리 커피 좀?”

“예!”

이망수가 사무실 안쪽으로 걸어갔다.

“대표님, 여기 이분 채 이사님을 통해 들어보셨는 모르겠습니다. 리성춘씨, 북한국 525특수대대 소좌(소령)출신?”

언젠가 채명천이 중국을 찾았을 때 만났다는 그 사람이다.

척!

권총수는 손을 뻗어 리성춘의 손을 잡았다.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리성춘은 굳게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

이마에 약간의 주름이 있을 뿐 외모는 평범했다.

다만 특수부대 출신답게 눈빛이 매우 반짝 거렸는데 은근히 손에 힘을 주었다.

권총수는 가볍게 웃었다.

이른바 기싸움을 걸어 온 것이다.

모든 건 초장에 잡아야 한다.

초장에 잡을 때는 인정사정 봐줘서는 안 된다.

두 번 다시 올려 다 보지 못하도록, 철저히 승복하고 따르게 만들기 위해서는 도장 찍듯 내가 누구라는 걸 각인시켜 주어야 한다.

화악!

내공이 순식간에 주입이 되면서 리성춘의 입에서 비명이 나왔다.

“으윽!”

비명소리와 더불어 부드득하며 손가락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권총수는 손을 놓았고 리성촌은 자신의 손을 보며 아연실색했다.

부러진 일부 뼈가 칼처럼 꺾이며 살갗을 뚫고 나온 것이다.

리성춘의 손은 순식간에 피범벅이 되었고 모든 상황을 간파한 조식만이 입을 열었다.

“호승심도 적당히 부려야지. 어서 병원가게.”

채망수가 재빨리 데리고 사무실을 나갔다.

조식만의 표정이 편치 않다.

그건 불편함이 아닌 두려움이었다.

단순히 리성춘의 손만 부서버린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경고이기도 했다.

그때 이만동이 쟁반에 커피잔을 4개를 가져와 놓았다.

하나는 리성춘의 것이지만 그가 자리를 비우면서 그 자리에 앉으며 자신이 마셨다.

“연락드린 대로 11명을 일단 모았습니다. 리성춘이 직접 확인까지 했죠.”

“리성춘의 말을 믿어야 한다?”

오민철이 의심의 시선을 던졌다.

“그건 걱정 마십시오. 이미 면담에서 그들이 근무했던 환경과 여러 가지 복지가 북한 최고의 특수부대 525대대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지금 어디 있습니까?”

“우선 커피부터 마시고 제가 안내하죠.”

조식만은 여유 있는 표정으로 11명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을 했는데 그들을 모집하게 된 경위였다.

북한의 경제난으로 중국과 블라디보스톡으로 빠져나가는 노동자들이 많으며 일부는 서방으로 탈출하기도 한다고 했다.

“가장 많은 지역이 동남아죠. 태국, 필리핀, 베트남인데 그쪽의 노동임금이 너무 열악해 결국 남한을 노리는데 그게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신문을 통해 이미 알려진 기사다.

북한을 탈출한 사람중 남한 땅을 밟은 사람은 극소수일 뿐이다.

아무리 국경을 강화하고 감시를 해도 굶주림에는 장사가 없다.

압록강 국경을 지키는 군인들조차도 뒷돈을 받고 문을 열어준다.

그렇게 쏟아져 나왔다가 중국 공안에 잡혀 북송되면 강제노역에 동원된다.

랜드로버를 타고 한 시간 이상을 달렸다.

푸른 숲과 나무가 무성한 거대한 분지였는데 조식만은 백두산 자락의 일부분이라고 했다.

비포장 길을 가다 오른쪽으로 빠졌는데 길이 없었다.

SUV이기 때문에 기우뚱거리면서도 숲속으로 들어갔고 그렇게 20여분 정도 들어가자 산막 한 채가 나타났다.

“겨울 사냥을 위해 이 지역 사냥꾼들이 지어놓은 것이죠.”

차가 멈추고 네 사람이 내렸다.

그때 산막 근처 숲속에서 사람들 머리가 하나둘 두더지처럼 불쑥 솟구치기 시작했다.

자동차 엔진소리가 들리자 각자 몸을 숨겼다가 조식만을 발견하고 몸을 일으켜 세운 것이다.

짝짝짝!

조식만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자자! 일단 모여보세요.”

사내들이 하나둘 모였는데 모두 열한 명이다.

사내들의 행색은 남루했다.

낡은 북한군 전투복이거나 찢어지고 너덜거리는 인민복 차림이다.

초라한 행색에 유난히 돋보이는 것이 있다면 눈빛이었다.

마치 굶주린 맹수처럼 두 눈은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형형했다.

“별일 없소?”

조식만이 묻는다.

사내들은 대꾸하지 않았는데 별일 없다는 의미인듯 했다.

“이형, 설치해요!”

조식만의 말이 끝나고 커다란 포대자루를 메고 따라온 이만동이 오른쪽으로 한참을 걸어가 내용물을 쏟아냈다.

포대에는 사람 키와 얼추 비슷해 보이는 두 개의 표적이 나왔다.

나무 기둥에 사람 모형을 따라 잘라낸 얇은 합판을 부착한 사격 타겟이었다.

퍽퍽퍽!

삽으로 땅을 파더니 두 개의 타겟을 10미터 간격으로 묻었다.

그리고 호치케스를 꺼내 사람 모형에 따라 잘라온 회색 벽지로 만든 종이를 붙였다.

“서툴지만 대충 만들어 봤습니다.”

조식만이 웃었다.

“좋습니다.”

“정말이죠?”

권총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농담 아닙니다. 잘 만들었습니다.”

“사장님!”

그때 차로 걸어갔던 이만동이 이번에는 AK-74 한 자루와 검정색 백팩을 내려놓았다.

조식만에게 총을 건네준 이만동은 백팩을 열었는데 30발들이 탄창이 가득 들어 있었다.

미국과 달라 총기사용이 엄격하게 단속되는 중국인데 나름대로 상당한 준비를 한 것으로 보였다.

“거리는 몇 미터로 할까요. 200정도면 되지 않겠습니까?”

조식만이 물었다.

표적을 세워 놨으니 거리만큼 총을 쏠 사람이 물러나면 되는 것이다.

“아닙니다. 100미터면 충분합니다.”

야전이나 시가전이나 수백 미터 밖에 적을 두고 방아쇠를 당기는 일은 별로 없다.

특정 지역을 빼앗고 탈환하려다 보면 근접사격이 대부분이고 시가전도 그렇다.

건물들이 많아 엄폐가 용이하다 보니 상당히 접근하여 교전을 한다.

사박사박!

권총수는 표적을 보더니 뒤로 돌아 한참을 걸어갔다.

“여기에서 하죠.”

“대충 100미터는 되겠는데.”

오민철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탄창 하나 주시겠습니까?”

권총수가 이만동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만동이 30발들이 탄창 하나를 꺼내 주었다.

권총수는 조식만으로부터 받은 AK노리쇠를 당기고 탄창을 쳐 올리더니 노리쇠를 전시시켰다.

그리고 어깨에 견착하고 곧장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타타탕!

처음에는 한 발, 그 다음에는 세 발씩 점사로 쏜다.

중요한 건 조정간을 사용하지 않고 순전히 감각으로만 단발과 점사를 교대로 쏜다는 것이었다.

“한 개 더.”

이만동은 흠칫했다.

30발을 모두 쐈다면 딱하며 빈 공이치는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

확인 없이도 30발을 쐈다는 걸 알고 있다.

철컥!

다시 노리쇠를 당기고 탄창을 끼워 넣는다.

지켜보던 11명의 사내들도 놀란 표정을 했으며 권총수는 이번에는 쭈그려 쏴 자세를 취했다.

시가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자세로 서서쏴 다음으로 잘 숙달되어야 할 자세였다.

드르르륵!

이번에는 자동으로 긁었다.

자동이다 보니 30발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사격이 끝났다.

노리쇠를 후퇴 전진시키고 방아쇠를 공중을 향해 당겨 본 뒤 확실하게 이상 없음을 체크하고 총을 내린다.

“아프카니스탄에서 몇 번 쏴보긴 했습니다만 총 좋습니다. 반동도 생각보다 가볍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하나둘 표적지 앞으로 걸어갔는데 한결같이 눈을 부릅떴다.

60발을 쐈다.

단발이나 점사는 몰라도 자동으로 30발을 쐈으므로 탄흔이 흩어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른바 천만의 말씀이었다.

얼굴부위가 너덜거린다.

그것도 코를 중심으로 좌우로 10센티를 벗어나지 않았다.

자동과 단발 점사가 전혀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이건 불가능한 일이고 절대 있을 수 없다.

점사나 자동은 총구가 흔들리고 아무리 움켜쥔다고 해도 사방으로 갈라진다.

“표적지에 총구를 박아 놓고 쏴도 이렇게는 쏘지 못 할텐데.”

누군가 묵직한 중얼거림을 신음처럼 토했다.

사내들 모두 하나같이 굳었고 일부는 멀리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권총수를 흘긋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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