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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446화 (446/651)

제446화: 암투(2)

오민철이 길 저쪽을 쳐다봤지만 우거진 수목과 어두컴컴한 그늘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쉬운 모양이다.

하지만 권총수 말을 들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권총수는 즉각적인 공수(攻守)가 가능하지만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

“오케이!”

오민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총은 챙겼어?”

“여기!”

권총수가 상의를 들어 허리에 차고 있는 권총을 보여준다.

“총이 지천인 나라야. 몸 조심해.”

정말로 걱정이 되어 하는 말이다.

아무리 무공이 높아도 기습적으로 나타나 갈겨버리는 총알을 피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호신강기도 오랫동안 총격을 받으면 흐트러지고 깨진다.

그렇게 되면 강호무인에게 가장 무섭다는 내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별장이 보인다.

정복경관과 정장 사내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으며 등에 FBI란 글씨가 쓰인 점프수트(상하의가 붙어 있는 것)차림의 과학수사요원들이 뭔가를 정밀 탐색하고 있었다.

권총수는 우람한 뱅크스소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살폈다.

별장인근이 완전 잿더미다시피 뒤집혔다.

한눈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었는데 권총수의 눈빛은 예리하게 번득였다.

권총수는 차분하게 주위를 살폈다.

폭발물이라고 하여 모두가 똑같이 파괴되지 않는다.

총마다 소리가 다르듯 폭발물의 종류에 따라 파괴되는 형태가 틀리다.

전체적으로 지면의 깊이는 그다지 깊지 않았다.

그건 살상력 위주의 폭발물을 묻었다는 것이고 뒤집힌 흙과 날아온 파편들이 멀리가지 않았다는건 대인지뢰나 크레모아, 또는 수류탄일 가능성이 높다.

스윽!

권총수는 핸드폰을 꺼냈다.

다행히 터진다.

곧장 번호를 눌렀고 잠시 후 맥보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렇잖아도 연락이 뜸해 궁금하던 참이었습니다.”

“FBI에 협조 전화 한 통 넣어 주시죠. 여긴 켄터키주 루이빌입니다.”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맥보란은 뉴스로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권총수는 아직 어떤 증거나 실마리도 잡히지 않았기 적당히 얼버무렸다.

전화를 끊고 10분정도 지났을 때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현장 책임자 ‘피어스’ 시니여 스페셜 애건(Senior Special Agen:선임수사관)’

권총수는 나무 뒤에서 걸어 나왔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맥보란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무장한 제복경관 한 명이 앞을 막았다.

“어떻게 오셨죠?”

권총수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랭글리에서 왔습니다.”

랭글리라는 말에 제복 경관이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피어스 선임 수사관님 랭글리에서...”

“들여 보내줘.”

보고가 끝나기도 전에 잘라버리며 대꾸하는 걸 보아 심기가 불편함을 알 수 있었다.

영역이 다르긴 하지만 이런 일에는 가끔 합동수사를 벌인다.

그래도 자신들 수사에 CIA가 끼어드는 것이 싫다.

두 조직은 오랫동안 라이벌을 이루며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통과를 허락합니다.”

권총수는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십여 미터쯤 걸어 올라 과학수사요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있는 곳에 도착했다.

사흘 전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오늘 처음 정밀 탐색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건 곧 아직까지 범인들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누구십니까?”

권총수가 감식구역에 들어오자 흰 장갑을 끼고 비닐봉지에 수거물을 담던 사내가 묻는다.

“신경쓸 것 없어. 랭글리야.”

질문은 FBI과학 수사요원이 물었는데 대답은 멀리 있는 피어스가 했다.

랭글리라는 말에 과학수사요원은 저 만큼 자리를 옮겨 다시 증거품들을 수집했다.

‘한마디로 꼴도 보기 싫다는 건가’

권총수는 폭발로 땅을 갈아 엎어 놓은 듯 뒤집혀 있는 현장을 천천히 살폈다.

권총수가 허리를 구부리더니 지면에서 작은 쇠구슬 하나를 주워들었다.

직경 1밀리 정도의 크기다.

크레모아에 들어 있는 약 일천 개의 쇠구슬 중 하나일 것이다.

멈칫!

권총수 눈이 좁혀졌다

땅바닥에서 아주 작은 플락스틱 파편 조각을 발견했다.

다시 허리를 숙여 조각을 주워 손바닥에 올렸다.

M-14 대인지뢰 몸통의 일부분이다.

“그건 뭡니까?”

고개를 돌렸다.

백인 사내가 빙긋 웃으며 권총수의 손바닥에 올려진 1센티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을 만진다.

수사 책임자인 피어스라는 사람이다.

권총수는 자신의 손바닥 위에 있는 조각을 양해도 하지 않고 덥썩 가져잔 피어스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피어스는 이빨로 슬쩍 깨물어 보더니 자국을 살피고 말했다.

“플라스틱 같은데.”

별것 아니라는 눈빛으로 묻는다.

“뭣좀 아는 것 있습니까?”

좋은 정보를 있으면 교류하자는 뜻이다.

“이리 주시죠.”

피어스는 플라스틱 조각을 장난하듯 엄지와 검지로 매만지고 있었는데 이게 뭔데 그러냐는 시선으로 건넨다.

권총수는 다시 한 번 조각을 살피며 말했다.

“몰라요?”

권총수의 물음에 피어스의 눈이 커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다.

“파편이잖습니까?”

“파편?”

“M14대인 지뢰 조각입니다.”

파팟!

피어스의 눈이 번쩍였는데 어떻게 알았냐는 뜻이다.

권총수는 별것 아니다는 듯 말했다.

“그냥 보면 알죠.”

“정말입니까? 난 크레모아만 터진줄 알았는데?”

“크레모아, M14대인 지뢰, 그리고 수류탄도 터졌고.”

권총수가 허리를 구부려 흙속에서 5밀리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쇳조각 한 개를 주워들었다.

“미군 제식 집속수류탄 MK21이죠”

권총수는 들고 있던 조각을 피어스에게 휙 던졌다.

너무 작아 피어스는 놓쳤고 땅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찾지 못하고 있었다.

워낙 작고 진한 녹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기 쉽지 않다.

그런데 권총수는 어렵지 않게 허리를 숙여 집어든다.

그제서야 피어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게 보였느냐는 시선이면서 한편으로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보세요!”

권총수는 주운 조각을 피어스의 손바닥 위에 놓아 주었다.

아주 작다.

아직 안경을 끼지 않아도 세상을 보는데 전혀 영향이 없다.

좋은 시력인데도 자신은 찾아내지 못했으나 권총수는 일말의 더듬거림도 없이 주워들었다.

“음!”

아무리 살펴도 자신의 지식에는 이것이 미군제식 수류탄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크레모아와 대인지뢰 수류탄 등을 뒤섞어 설치한 후 원격으로 폭발시킨 것 같소. ”

꿈틀!

피어스의 표정이 달라진다

처음 다가왔을 때는 상당한 거만과 비아냥을 담고 있었던 얼굴이 굳었는데 충격을 받은 것이다.

‘이정도였나’

피어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CIA 조직 내 군사전략과 무기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서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런 클라스는 아니다.

단번에 모든걸 꿰뚫어 볼 정도면 이론적인 지식도 있어야 하겠지만 오랫동안 전장을 직접 누비고 또한 수많은 폭발에 여러번 노출되는 위험한 경험 없이는 불가능하다.

‘블루배저가 아니다’

블루배저는 CIA정식 요원을 말한다.

‘아시아계!’

이런 고도의 전문분야는 씰이나 델타포스 출신으로 엄청난 군사적 지식이 깊어야 한다.

특수부대에서도 이런 전문과정은 백인 말고는 주특기를 허용하지 않는걸로 알고 있다.

그런 특수부대는 아시아계가 들어가기에는 말 그대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만큼이나 어렵다.

“FBI 선임 수사관 피어스입니다.”

정식으로 인사하겠다는 듯 손을 내밀었다.

권총수는 씨익 웃으며 악수를 받아 주었다.

“캡틴이오.”

흠칫!

피어스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캡틴? 그 캡틴? 사막의 흑새라는?”

권총수는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맞아요.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더군요.”

“총수야!”

그때 오민철이 걸어왔다.

권총수가 전음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피어스가 누구냐는 듯 바라본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형님이오. 항상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죠.”

갑작스런 극찬에 오민철이 멀뚱해진다.

하지만 피어스의 태도는 사정없이 바뀌었다.

사막의 흑새는 전설이고 신화이며 비가온 뒤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무지개 같은 존재였다.

어떤 특수 작전팀도 해낼수 없는 일을 번개처럼 해치우고 사라져 버린다.

그런 절대신 같은 사람의 형님이고 많은 가르침을 준다는 건 한 수 더 높다는 의미가 아닐 수 없다.

“오민철이오.”

오민철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오른손을 내밀었다.

“FBI선임 수사관 피어스입니다.”

권총수 때와는 또 달랐다.

권총수에게는 허리는 숙이지 않았으나 오민철에게는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오민철은 흡족한 표정을 하며 주위를 살핀다.

“뭣좀 있어?”

오민철의 목소리에 무게가 실렸는데 마치 강력계 팀장이 먼저와 조사를 하는 부하직원들에게 말하는 것 같다.

“이것 저것!”

그러면서 자신이 주워 모았던 조각들을 건네줬다.

오민철은 이마를 찡그리며 보더니 중얼거렸다.

“이건 크레모아 쇠구슬이고, 이건 대인지뢰 파편 아냐.”

단번에 간파하는 오민철을 보며 피어스는 또 한 번 놀랐다.

물론 자신들은 수거한 조각들을 가지고 돌아가 정밀 분석을 하겠지만 권총수보다 더 간단하게 조각의 정체를 간파한다.

피어스는 그때부터 두 사람 뒤를 졸졸 따라 다니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뱉어낸 말 한마디 놓치지 않고 수첩을 꺼내 메모하기까지 했다.

시신들의 모두 스무 구였다.

피어스의 안내로 루이빌대학교 병원 영안실에 도착하여 사망한 사내들을 살피고 있었다.

처음 몇 구는 눈을 빛내며 자세히 살피던 권총수가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냈다.

더이상 볼 것 없다는 듯 끼고 있던 고무장갑을 벗어 쓰레기통에 넣었다.

“뭘 그렇게 오래봐.”

심각한 눈빛으로 살피는 오민철을 향해 말했다.

오민철이 고개를 돌렸는데 고무장갑까지 벗어버린 권총수는 보며 의아한 표정을 했다.

“끝난거야?”

“용병들이야.”

용병이라는 말에 피어스도 눈이 커졌다.

“딱 보면 몰라. 7호 11호 시신 엄지 손가락 봐봐. 단순한 결혼반지나 커플링 따위가 아냐. 데브그루(DEVGRU) 출신들만이 전역을 하면 후배들로부터 선물받는 반지(ring)야.”

그러자 오민철이 재빨리 7호와 11호 냉동실 문을 열었다.

자신도 반지를 본 기억은 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누구나 낄 수 있는 그런 반지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다.

손을 잡고 자세히 들여다봤다.

아무 장식도 없는 실 반지인데 영문으로 데브그루라는 글씨가 박혀있다.

데브그루의 전신은 씰 6팀이다

미합중국 해군특수전개발단(United States Naval Special Warfare Development Group; NSWDG), 구 SEAL 6팀(SEAL Team Six)은 미합중국합동 특수 작전 사령부에 속해있는 미국 해군의 티어 1 대테러 특수부대이다.

주로 약칭인 DEVGRU(데브그루)로 불리며 그 외에도 SEAL 6팀(SEAL Team Six), 테스크 포스 블루(Task Force Blue)로 불린다.

언론에서는 가끔 스페셜 미션 유닛 (Special Mission Unit)으로 언급되기도 하는데 해군특수전사령부에 배속되어 있는 다른 SEAL 팀들과는 달리 델타 포스 제24특수전술대대와 함께 합동 특수 작전 사령부에 티어 1급 특수부대로 배속되어 있다.

씰의 다른 팀들과 달리 씰 6팀은 커다란 사연 하나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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