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21화 (21/651)

제21화: 닥치고 공격(2)

훈련 사흘째

지난 이틀 동안 쉬지 않고 대원들의 훈련과정을 보고 받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베레모를 쓴 군인이 있었는데 별 한 개가 어깨에 걸려 있었다.

외인부대 사령관‘또티’준장이었다.

종합평가를 비롯한 기본적인 몇 가지 과목이 아직 남긴 했지만 전체적인 훈련과정을 보면 전술 행군은 정규과목 마지막 훈련이라고 할 수 있었다.

때문에 전술 행군 훈련을 보면 그 대원이 얼마만큼 외인부대원이 되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컴퓨터에 수시로 쌓이고 체크되는 내용을 보고 살피고 있었다.

가브리엘 대위가 흘긋 눈치를 살폈다.

아직까지 한 마디 말이 없다.

사령관은 못마땅한 일이 있을 때 말이 없어진다는 것을 이미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입안이 바싹 탄다.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구나 하며 숨을 삼켰다.

항상 최선을 다해 가르쳤고 특히 이번 기수는 근래 2,3년 사이 가장 좋은 자원들이었다.

물론 자신의 눈과 사령관의 눈은 다를 수 있다.

“대위!”

“넷, 사령관님!”

가브리엘은 기다렸다는 듯 큰 소리로 대답을 했다.

지지직!

또티 사령관은 프린터에서 나오는 종이 한 장을 뽑아 건네주었다.

종이를 받아 살피던 가브리엘 대위가 놀란 표정을 했다.

종이에는 이번 기수 중 가장 뛰어난 훈련 능력을 보여주는 대원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직 종료된 건 아니지만 그들이 탈락하지 않을 확률이 몇 프로인가?”

무슨 뜻으로 묻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잠시 머뭇거리던 가브리엘 대위가 힘차게 대답했다.

“99.99퍼센트입니다.”

또티 준장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100퍼센트가 아니고?”

“아직 결과가 드러나지 않은 지금 백퍼센트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또티 준장이 일어났다.

“자네는 너무 답답해.”

“예?”

“아무리 군인이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몸을 사려. 군인에게 조심성은 득이 되지만 독도 된다는 걸 알고 있나?”

“옛!”

“아무튼 기대하겠네.”

또티 준장의 입가에 부드러운 웃음이 맺혔다.

가브리엘 대위의 눈이 커졌다.

그를 상관으로 모신지 4년이지만 웃음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4일째.

모두가 지쳤다.

강철 무적의 체력을 자랑하던 1소대장 세르게이도, 브라질의 특수부대 BOPE(Batalhão de Operações Policiais Especiais) 출신의 오스카르도 노골적으로 피로를 드러냈다.

행군의 속도가 갈수록 느려진다.

규정 시간 안에 집결지로 다시 모여야 한다.

지지직!

무전기가 울리더니 무전병 나카야마가 바빠졌다.

재빨리 수첩을 꺼내 날아오는 무전을 기록하더니 해독 페이지를 참고하여 세르게이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세르게이가 무전 내용을 숙지하자 재빨리 종이를 가져가 구겨 입속에 넣었다.

질근질근!

나카야마는 종이를 씹더니 꿀꺽 삼킨다.

증거를 없애기 위한 무전병의 절대 수칙이다.

“미사일 기지 공격?”

세르게이 이마가 찌푸려졌다.

무전내용은 Y 지점에 적 미사일 기지가 있는데 그곳을 파괴하라는 것이었다.

세르게이 시선이 소대원들을 돌아보았다.

아직 주저앉은 대원은 없지만 바라보는 시선은 금방이라도 잠속으로 빠져 들것처럼 흐릿했다.

스페츠나츠 경험상 지금 내려진 작전명령이 이번 훈련의 마지막 고비라고 판단했다.

최악의 몸 상태일 때 가장 난이도 높은 임무를 하달하는 것이다.

이제야 말로 정신력 싸움이고, 외인부대만의 사나운 투혼으로 헤쳐 나가야 할 일이었다.

“주목!”

세르게이는 소대원들을 향해 무전 내용을 말하자, 예상대로 모두가 놀란다.

“오마이 갓!”

누군가 숨넘어가는 탄식을 쏟아냈다.

“집합!

세르게이는 서두르기로 했다.

군 경험상 내려진 명령은 절대 취소되지 않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되든 되지 않든 일단 작전에 돌입하고 보는 것이다.

세르게이는 전술 지도를 펼쳐 놓고 자세히 설명 한 뒤 곧장 이동했다.

산속에 집 한 채가 있었다.

얼핏 보면 주말을 호젓하게 즐기기 위해 누군가 지어놓은 별장 같았다.

한편 단층 목조 주택이 내려다보이는 인근 산등성이에 일단의 군인들이 웅크리고 있었다.

초록색으로 빛나는 적외선 망원경이 주택을 샅샅이 훑고 지나가면서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다섯!”

세르게이가 적외선 망원경을 옆에 엎드린 권총수에게 내밀었다.

권총수 역시 망원경을 이용해 목조주택의 구조와 경계병들의 상태를 면밀하게 살폈다.

“다섯 확인!”

권총수에 이어 몇몇 대원들이 망원경으로 살폈고 전원이 다섯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2분대는 후방으로 은밀히 접근한다!”

2분대원들이 재빨리 산등성이 너머로 사라졌다.

“이동!”

일행은 계곡을 내려갔다.

권총수는 맨 앞에 섰는데 마지막까지 첨병의 임무를 하려는 것이다.

한참 내려가던 권총수가 갑자기 걸음을 세우며 오른 주먹을 들었다.

모두가 반사적으로 엎드린다.

세르게이가 자세를 낮추고 다가왔다.

“왜 그러는데?”

권총수는 낮은 포복 자세로 땅바닥에 엎드리더니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세르게이가 재빨리 적외선 망원경을 눈에 댔다.

적외선 망원경에도 흐릿하게 잡히는 가느다란 선, 부비트랩이다.

권총수가 부비트랩을 발견한 것이다.

“맙소사!”

모두가 기겁했다.

야간 투시경을 쓰고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대낮처럼 환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어둠 속에서 부비트랩의 인계철선이 있다고 확신하여 살피기 전에는 발견하기 불가능하다

‘어떻게?’

소대원 모두 머리가 쭈뼛 섰고 등골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드는 의혹과 궁금증이다.

애써 흘린 지난 14주의 땀이 부비트랩 한 방에 날아갈 뻔했다.

‘저놈, 괴물이다’

툭!

권총수는 니퍼펜치로 조심스럽게 인계철선을 잘라냈다.

일행은 뜨거운 맛(?)을 한번 본 탓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며 가상의 적 미사일 기지로 접근했다.

슥!

세르게이의 손이 다시 올라갔고 일행은 모두 엎드렸다.

다시 한번 적외선 망원경으로 미사일 기지를 살핀 세르게이는 무전기로 지휘부 뒤쪽으로 접근하고 있는 2분대를 호출했다.

“2분대 보고.”

“미사일 기지 후방 80미터 지점 도착, 이곳 시선에는 두 명밖에 포착되지 않는다.”

산등성이에서 살필 때는 움직이는 동초형태의 경계였다.

그런데 두 명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건 지금 막 근무 형태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동초가 아닌 초소에 들어가 근무하는 입초를 서고 있다는 뜻이다.

즉 초소에 가려 나머지 셋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좋아, 지금부터 목표지역 작전에 들어간다. 2분대는 작전이 시작되면 확보된 두 명을 처리하도록.”

“오케이!”

“저격수 위치로.”

권총수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훈련소에서 저격수 훈련은 받지 않는다.

그런 전문적인 훈련은 이른바 근무하게 될 자대에 들어가 받지만 전술 행군중에는 전투시 부대 편성과 똑같이 편제가 이뤄진다.

이번 전술 행군에서 소대 저격수는 권총수가 맡았다.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권총수를 바라보는 세르게이 눈이 어둠속에서 흔들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전 부비트랩은 아찔했다.

“기관총은 엄호 위치로.”

M249를 맨 대원이 재빨리 엄호하기 좋은 위치를 찾아 자리를 잡는다.

“나머진 나와 같이 들어간다.”

일행은 빠르게 미사일 기지를 향해 다가갔다.

실탄이 아닌 공포탄이다.

경계 근무자들은 물론 교관들이다.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여 해치우고 건물 안에 있는 가짜 미사일을 파괴하는 시나리오다.

이런 침투 훈련의 성패는 누가 먼저 공격하느냐이다.

먼저 공격했다는 건 경계병에게 들키지 않고 충분한 공격거리까지 접근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밤이다.

대낮보다 세 배 이상 소음 전파력이 강하다.

그래서 낮은 시야에 의존한 접근이 쉽지 않고, 소리 때문에 더더욱 골치가 아픈 것이다.

스윽!

스스슥!

굼벵이처럼 낮은 포복으로 아주 느리게 다가갔다.

30미터.

굉장한 지척이다.

이럴 때 누가 돌멩이 한 개라도 건드리면 발각된다.

지나치게 가까워진 거리에 당황한 듯 대원들이 소대장 세르게이를 살폈다.

여기서 그만 치자는 뜻이다.

‘좀더!’

세르게이는 손짓으로 전진 신호를 보냈다.

꿀꺽!

누군가가 숨 막히는 긴장을 견디지 못하고 침을 삼킨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