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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14화 (14/651)

제14화: 맞짱(1)

담배를 피우던 권총수는 고개를 돌렸다.

영국 출신의 흑인 데이빗, 자칭 세계 최고 특수부대 중 하나인 SAS를 나왔다고 거품을 무는 친구가 담배를 물고 왔다.(나중 구라로 밝혀짐)

“왜 저래?”

“총수, 얼른 가봐. 너희 형 싸워.”

“민철이 형?”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구.”

오민철은 지나쳤다.

이곳 교관들조차도 한국의 707이라는 특수부대를 인정해 주었는데 외인부대 훈련이 강도 높긴 하지만 오민철에게는 그다지 힘든 관문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지나치게 여유를 부렸고 타인의 방식에 간섭을 하거나 단체 기합의 빌미를 주는 동료에게 모욕적인 말을 서슴지 않았다.

‘자식, 그것도 못해’

‘머저리 같은 놈, 내가 교관이었다면 넌 진즉 짤랐다’

이런 식이었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소대 전체가 기합을 받는 걸 좋아할 지원자는 없을 것이다.

말은 않지만 굉장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

오민철은 심지어 휴식시간을 이용해 욕설까지 했다.

“드러워서 못 해 먹겠네, 임마 똑바로 좀 해라”

우리말로 뱉은 욕설이다.

하지만 어느 나라 건 욕을 할 때의 입모양은 비슷하다.

모를 리 없는 것이다.

다다닥!

권총수는 재빨리 2소대 생활관으로 뛰어 들어갔다.

5대1

1미터 90에 가까운 다섯 명의 덩치가 오민철과 난타전을 벌이고 있었다.

오민철의 말에 의하면 태권도 4단에 유도 2단 실력이라고 했다.

하지만 밀린다.

물론 생활관 통로가 좁다는 건 넓은 공간에서 위력을 더하는 태권도를 한 오민철에게 불리했다.

거기에 체격들이 워낙 좋았고 독이 오른 듯 무자비하게 달려들었다.

퍽!

빠악!

오민철도 물러날 마음이 없어 보였다.

침대를 밟고 뛰어올라 달려드는 상대를 전투화 발로 찍었다.

이어 파고드는 또 한 명을 쿵 소리가 날 만큼 업어 쳤으나 큰 데미지를 가하지 못했다.

와락!

불가리아에서 온 훈련병 포포프가 오민철의 허리를 끌어안으려 했다.

탁!

오민철은 왼발을 이용한 뒤축걸이로 상대를 밀쳐 넘어뜨리더니 루마니아 출신의 블라드스키의 복부를 향해 오른발 앞 축이 파고든다.

블라드스키의 복부를 찍으려는 바로 그 순간 굉장한 덩치의 그림자 하나가 오민철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빠악!

퍽!

두 개의 소음이 동시에 터졌다.

첫 번째는 오민철의 오른발이 블라드스키의 복부를 찍는 소리였고, 두 번째는 얼굴에 헝가리에서 온 가보르의 박치기가 작렬하는 소리였다.

얼굴에 일격을 당한 오민철은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건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휘청거릴 때 190센티미터에 88킬로의 몸무게를 자랑하는 체코출신의 보르질이 재빨리 허리를 끌어안았다.

허리를 빼앗기면 제아무리 천하장사도 힘을 쓰지 못한다.

힘의 중심이 되는 허리가 상대에게 끌려갔기 때문에 어찌해볼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 순간 사내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퍽!

퍼퍼퍼!

그런데 오민철의 눈이 커졌다.

어느 주먹도 자신의 얼굴이나 몸에 닿지 않은 것이다.

뻐억!

마지막으로 오민철의 허리를 붙잡고 있던 보르질이 비명을 흘리며 나동그라진다.

“총수야!”

겨우 고개를 드니 권총수가 우뚝 서 있었다.

“괜찮아요?”

권총수의 물음에 오민철은 겨우 고개만 끄덕였다.

“으응.”

오민철은 조금 전까지 자신과 싸웠던 다섯 사내들을 바라보았다.

이마를 찡그리고, 상체를 제대로 펴지 못하고, 불가리아 출신 중 유일하게 흑인이었던 보네프는 턱을 움직여보고 있었는데 무척 아픈 모양이었다.

“5대1, 너무 비겁한 것 아냐?”

권총수는 매서운 눈으로 사내들을 쏘아본 후 2소대 생활관을 걸어 나갔다.

소문이 돌았다.

그건 권총수에 관한 것이었다.

54명이 입소하였고, 그동안 네 명이 탈락하여 50명으로 줄었다.

그중 권총수가 체구로 따지면 제일 외소했다.

신체검사에서 받은 기록은 키 177센티미터에 몸무게 72킬로였다.

그런 그의 주먹에 멧돼지만 한 다섯 덩치가 나동그라졌다는 것이었다.

현장을 본 사람은 믿었고,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믿지 않았다.

각개전투(individual battle)다.

가장 작은 단위의 편제로 수행하는 전투인 것이다

특정목표(주로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애물과 위험 상황을 만들어 놓고 하나하나 헤쳐 나간다.

각개전투의 생명은 생존하는 것이고 목표를 점령하는 것이다.

사격을 하기 전 사격술 예비 훈련으로 녹초를 만들어 버리듯 각개전투 역시 포복으로 훈련병들을 완전 죽여 놓았다.

포복훈련을 수도 없이 반복 숙달시켰다.

일정한 거리를 가장 빨리 가는 속도포복(速度匍匐)과 먼 구간을 이동하는 거리포복(距離匍匐)이 있었다.

전투복은 순식간에 황토색으로 변했고 무릎과 팔꿈치가 까지며 피가 흘러 내렸다.

그러자 일부 훈련병들이 팔꿈치 보호대와 무릎 보호대를 차고 나왔다가 발각되어 하수구를 헤엄치는 기합을 받아야 했다.

낮은 포복

높은 포복

응용 포복

하루 종일 세 가지 동작을 교대로 하며 속도포복과 거리포복을 하다보니 훈련장 바닥이 맨들맨들 광이 나기 시작했다.

위장크림으로 얼굴에서 가장 빛이 나는 광대뼈와 이마 턱 부분을 칠해 가렸다.

풀과 나뭇가지로 위장을 하자 분위기는 진중해진다.

더구나 장애물을 통과하고 실탄을 쏴야 하는 구간이 있기 때문에 30발들이 탄창이 꽂혔다.

“1소대 공격 앞으로”

교관의 명령에 1소대가 잔뜩 자세를 낮추고 달려 나갔다.

에스(S)자로 뛰어가던 1소대 앞에 철조망 지대가 나타났다.

그런데 모두가 눈이 커졌다.

분명 요 며칠 날씨가 좋았는데 철조망을 통과하는 곳곳의 구덩이에 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보나마나 범인은 교관들일 것이다.

첨벙!

쏴아!

뒤로 누워 철조망을 통과하는데 어떤 이는 너무 구덩이가 깊어 잠수가 되고 말았다.

중간 중간 교관들이 지켜보며 점수 체크를 하기 때문에 대충은 꿈도 꿀 수 없다.

장애물의 통과하고 개활지를 지나자 퍼퍼퍽! 하는 소리가 들리며 CS탄(최루탄)이 터졌다.

소대장 세르게이가 가스를 외치며 신호를 했고 일제히 방독면을 뒤집어썼다.

화생방 구역을 지나자 모의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퍼퍼퍽!

적의 포병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직사화기와 달리 곡사화기는 낙하지점을 예측할 수 없다.

가장 확실한 건 빨리 지나가는 것이다.

화생방지역을 통과하면 소대장은 곧장 해제라는 신호를 해줘야 하는데 바로 포탄이 떨어지는 바람에 방독면을 벗지 못한 상태로 전력질주 했다.

허허헉!

숨이 막혀 돌아버릴 것 같았다.

이어 숨 쉴 틈을 주지 않고 나타난 지뢰지대.

탐지병 둘이 지뢰를 탐지할 때 나머지는 재빨리 사주 경계를 하며 방독면을 벗었다.

지뢰지대를 벗어나자 은폐 엄폐물이 나타났다.

적과 교전지대다.

각자 만들어진 바위와 나무기둥, 쓰러진 담장을 엄폐물 삼아 전방을 향해 사격을 했는데 사격장처럼 4,50미터 거리를 두고 타겟이 벌떡 일어나면 방아쇠를 당긴다.

표적 두세 개가 연거푸 일어나면 자동으로 놓고 갈겨야 한다.

드륵!

드르르륵!

그리고 입사호 사격.

마지막 진지탈환을 위한 백병전.

1985년 미 중부사령관 잭 노하더 장군은 현대전일수록 각개전투 훈련의 중요성이 더욱 강하게 요구된다고 했다.

옛날 전쟁과 달리 소규모인 분대, 소대, 또는 중대전투가 대세이기 때문에 각개전투가 잘되어 있는 부대야말로 강력하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전 결과를 정리한 미 국방백서에는 산악강습부대의 생존율이 해병대나 보병부대보다 월등히 높다고 했다.

원인은 바로 각개전투였다.

산악강습부대의 훈련 중 가장 큰 대목을 차지하는 과정이 각개전투였다.

포복 지대.

장애물의 돌파 지대

개활지 지대.

화생방 지대

포병공격 지대

지뢰 지대.

교전 지대.

입사호 사격 지대.

사상자 발생 지대 등 강도 높은 실전 대비 훈련이 보름 째 이어졌다.

345고지라고 하는데 더 될 듯 싶다.

정확히 49번을 완주하고서야 각개전투 훈련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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