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179화 (179/325)

[179]

동팔은 마크에게 신신당부했다.

'절대로 악마와 계약을 하면 안 돼. 절대로… 그러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 그것들은 인간이 절박한 상황에 몰린 틈을 이용해 제대로 된 생각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계약을 맺어.'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이미 자신의 무릎은 사실상 끝났다.

동팔이야 악마와 계약을 한 상황이니 나아서 기적과 같은 업적을 이루었다.

그런데 그 기적이 악마와 계약을 해서 생긴 것이라면, 마크가 앞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악마와 계약을 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까?

마크의 질문에 동팔이 답했다.

'당연히 있어. 내가 받은 능력으로 충분히 가능해.'

그러면서 한 그의 말은 놀라왔다.

'다른 사람의 부상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그럼… 내 부상도……?'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비록 악마의 힘으로 생긴 능력이지만, 이 능력으로 악마와 계약을 하게 될 사람이 하지 않게 된다.

즉, 악마의 힘으로 악마의 일을 방해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동팔은 말했다.

'악마와 계약을 한 사람은 나 한 사람으로 충분해. 그러니 너는 계약하지 마. 절대로…….'

설령 자신이 지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마크는 지켜주겠다는 그의 말. 그 말을 들었을 때, 마크는 정말 눈물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너무 감동적이었는지, 회복에 따른 부작용은 간과하고 말았다.

'분명히 회복되면서 아프다고 말했지? 하지만 아프더라도 낫는 것이 어디야? 아무리 아파도 회복되지 않는 것보다 백배, 천배 낫지.'

***

한편, 집에 돌아온 동팔은 의외의 손님과 만나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왜 놀라는가?"

"아뇨… 그게…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거죠? 목사님은요?"

"움직이는 성스러운 땅 말인가? 그는 사역 중이라 내가 있으면 방해된다."

확실히 키가 2미터를 넘고, 탄탄한 근육질인 그의 모습을 보면 오던 사람도 나갈 것이다. 어느 정도 익숙한 동팔도 그와 마주치자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나지 않았던가.

그래도 이런 상황이 인디언에게도 익숙했는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저기… 그런데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잊었나? 하얀늑대의 벗이라고 부르면 된다. 이것이 기억하기 편할 것이다."

"네……. 그런데… 여긴 왜……?"

"있을 곳이 마땅치 않다. 그리고…나의 부족의 오랜 원수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을 보기 위해선 그대와 떨어질 이유가 없지. 또한 언제 그가 와 있어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자는 자신의 모습을 마음대로 보게 할 수도, 보이지 않게 할 수도 있다."

웜우드가 민희와 동팔을 비롯해 악마와 연관된 사람에게 보이는 것은 그만큼 힘이 떨어졌기에 생긴 일이다.

여전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스크레이치라면 인디언의 말대로 자신의 모습을 어떤 형상이라도, 원하는 상대에 한해 보이게 할 수 있다. 또한 반대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인디언에게는 예외였다.

완전히 믿을 수 없지만, 적어도 적이 아님을 알고 있으니 인디언의 말에 조금은 안도한 동팔.

솔직히 스크레이치가 자신의 주변에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으니 불안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대처할지 알 수 없지만, 그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나마 불확실성이라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손님을 세워두실 거예요? 앉으세요."

"응. 알았어. 고마워."

민희의 말에 거실에 앉게 된 세 사람.

다시 한 번 서로 인사를 한 다음, 본론으로 넘어갔다.

"전에 말씀해주신 것이라면 제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처럼 특별한 힘을 가진 건 아닌데 그게 가능한 겁니까?"

인디언의 힘을 놀라왔다.

실제로 늑대의 형태로 변하는 것만 아니라, 동물과의 교감능력도 뛰어나다. 거기에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보이지 않는 영적 존재들과의 전투에 있어서도 탁월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악마들의 맹렬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마크가 계약하기 전에 도달할 수 있었을까.

그와 비교해 동팔은 아무런 능력이 없다. 있다면 오히려 악마와 계약을 하여 얻은 능력. 그리고 웜우드의 마지막 힘을 짜내어 얻은 또 다른 능력이 전부였다.

그리고 이 능력은 전부 야구 실력을 올리는 것에 관련되었다. 회복이 빠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퇴마사나 엑소시스트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동팔의 물음에 인디언이 말했다.

"지금 계약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말했고, 이해했을 것으로 안다."

"네, 그건 알고 있습니다. 제가 풀려나면 그자는 힘을 회수하지 못하고 영원히 힘을 잃게 된다는 것이죠."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이라면 설명이 충분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또 다른 사실을 알려주겠다. 마크라는 소년과 계약하려는 악마에 대해서 알고 있나?"

"아뇨. 잘……."

"그자는 대악마 다음의 장로의 위치에 속한 악마다. 내 능력으로 아무리 해보려 해도 흠집 하나 낼 수 없는 녀석이다."

"그런…가요?"

"그렇다."

동팔은 당시의 상황을 눈으로 볼 수 없어서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를 동원했던 하얀늑대의 벗은 바로 앞에서 봤다.

그리즐리베어까진 아니더라도, 하얀늑대들의 이빨은 날카롭고 강하다. 단번에 하급 악마의 머리를 부수는 그리즐리베어의 주먹질에 비해 파괴력은 떨어져도, 절삭력은 더욱 강하다.

하얀늑대의 이빨이라면 일개 유령은 단번에 몸이 끊어지고, 하급 악마도 사지가 떨어져나갈 위력이 있었다.

하지만 모데스의 팔과 다리, 몸과 머리를 물었지만 아무런 상처도 주지 못했다.

오히려 한 늑대가 모데스의 가벼운 손짓에 빈사에 가까운 타격을 받았다.

게임으로 따지면 공격력도, 방어력도 한참 떨어지는 레벨 1짜리 몬스터가 최상위 랭크인 드래곤 급의 몬스터와 싸우는 격이었다.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상대. 그렇다고 게임의 법칙처럼 빈틈을 노리면서 쓰러트리거나, 대미지가 쌓이는 것도 아니다.

"그자는 나와 함께하는 늑대 영령들의 공격을 일부러 피하지 않았다. 제일 중요한 이유는 계약을 하려했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이유는 아무런 피해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절대 상대할 수 없는 존재다. 네가 계약을 한 존재도 그와 동급의 악마다. 오히려 실무적으로 더 뛰어나서 더욱 성가시지만."

"아, 네……."

솔직히 말해 동팔은 인디언이 한 말을 전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알았다.

'아무리 해도, 어떻게 하려 해도 상대할 수 없는 존재… 라는 거겠지? 몸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지녀도…….'

동팔이 이해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인디언은 그가 전부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경험하고, 직접 보지 않는 이상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나와 같은 사람들을 건드리지 않는 건 단순한 이유다. 이득보다 손해가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웜우드가 목사와 같이 있는 단 하나의 이유였다. 그리고 인디언의 말은 이어진다.

"그런 절대적인 존재에게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바로 그대 덕분이다. 그대가 조건을 만족해 해방된다면, 나와 같은 사람 천 명이 달려들어도 줄 수 없었던 피해를 그 악마에게 주게 되는 것이다. 그들 사이에 혼란이 일어나는 것은 부차적인 효과다."

이전이라면 상대가 불가능한 존재. 아무리 몸을 던지고 죽음을 각오하더라도 어찌할 방도가 없는 상대였다.

낙공불락의 상대로 비록 공략은 불가능하지만, 큰 틈이 벌어지도록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틈으로 또 다른 분열과 효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악마들과의 전쟁에서 이러한 성과를 이룰 수 있는 기회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이전이라면 그자들도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아. 하지만 욕심이 과했다. 부담을 감수하고 그대와 계약을 한 것은 그만큼 그대를 지옥으로 끌고 가고 싶다는 갈망때문이지."

자신이 위험해질 가능성을 알면서도, 동팔의 영혼에 집착하는 스크레이치. 그 사실을 알자 동팔은 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그렇다면…벗어나는 것은 더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대악마 아래인 최고위급 악마가 작정을 하고 달라붙었다. 일반 악마가 붙어도 쉽지 않은 판국에 어찌할 방도가 보이지 않는 장관급의 악마라니.

하지만 인디언은 단언했다.

"걱정하지 마라. 이미 길은 열려 있다. 무엇보다 위대한 대정령이 길을 열었으니, 그대는 그 길을 따라가면 되는 것."

확실히 주변의 도움이 많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그리고 방금 전에도. 동팔이 조금 안도하자 인디언은 그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쉽지 않다.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대가 해야 할 것은 단 하나.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비록 끝날 것 같은 상황이라 할지라도……."

***

한편, 같은 지역이지만 양키즈와 다른 리그에 속한 뉴욕 메츠도 경기가 끝났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선수라면 다른 팀보다 자신의 팀의 상황과 결과를 먼저 보기 마련. 그리고 그 다음으로 신경쓰는 팀은 다음에 상대할 팀이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 시즌 절반을 넘어 마지막이 다가오면, 초반과 달리 한 두 경기의 결과로 지역 우승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갈린다.

그러니 박빙으로 우승을 경쟁하고 있는 구단이라면, 승차가 나지 않는 상대팀의 결과에 신경쓰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시즌 초반이라 본격적인 경쟁은 시작되지 않았다. 그러니 다른 구단의 승패에 연연하지 않을 때였다.

그러나 뉴욕 메츠의 두 선수는 집에 가기 전, 뉴욕 양키즈의 경기 결과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압도적인 피칭에 준수한 타격. 역시 승리했어."

그 말을 하는 선수는 뉴욕 메츠의 중심 타자인 저스틴 워커. 그리고 그 말에 뉴욕 메츠의 제 1선발 투수인 제리스 리드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 우리와 같은 힘을 가진 투수가 있어. 하지만 상대 팀에는 없지. 그 차이야."

제리스의 말에 저스틴이 말했다.

"하지만 능력이 생겼다고 전부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는게 아니란 건 너도 잘 알잖아. 능력이 있어도 발전시키지 않고 있으면 입성도 못해. 오히려 도태될 뿐이지. 그런 녀석들이 생각보다 꽤 많아."

그의 말대로 악마에게 능력을 받았다고 한들, 전부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는 것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미 그 예로 한국에선 민호준이라는 강타자와 그 외 다른 선수들의 경우가 있었다.

또한 이러한 일은 한국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야구를 하는 나라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기회가 있는 나라라면 이런 일이 일어난다.

절망에 빠진 선수에게 다가와 정말로 악마가 계약을 제안하며 타락시키고, 몰락시킨다. 그로인한 절망과 절규는 악마들의 좋은 자극이며 유흥이자 유희.

그 선수 중 일부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여 혹시라도 조건을 만족시킬 가능성은 말살시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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