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1화 (1/325)

[1] 프롤로그 [선X렬, 최동X 이후 최고의 고교 괴물 투수 등장!!!]

[정말 오랜만에 괴물 신인 투수가 등장했다.

XX고교의 강동팔 투수는 18세임에도 구속이 150에 달하며, 제구력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 주었다.…후략…….]

[괴물 신인 강동팔. 역대 최고 금액으로 입단!!!]

[XX고교를 홀로 청룡기 우승을 이끈 강동팔 선수.

그가 졸업하자 오성 구단은 신인 역대 최고 금액으로 강동팔 선수를 1순위로 지명했다.]

[충격! 강동팔, 어깨 수술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다.]

[1군에 올라오지 못하는 강동팔 선수. 알고 보니 어깨에 근육 부상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구단은 그의 어깨 수술과 재활에 집중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혹사로 인한 투수 부상. 보호가 시급!!]

[괴물 투수로 알려진 강동팔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이전부터 지적되어 온 문제였다.

프로구단에서는 이전부터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일정 이상의 투구를 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그 규정은 고교 야구 선수에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일선의 고교 감독들은 대회 성적에 매달리기 때문에 선수를 혹사시키는 경우가 많다.

선수협회는 물론, 한국 야구 연맹도 이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강동팔. 계약에 따라 방출. 선수협, 회비를 내지 않아서 보호할 수 없다.]

[역대급 신인 입단 기록을 세운 강동팔 선수가 결국 퇴출되었다.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고, 재활을 했지만 구속이 올라오지 않아서 내린 결정이었다.

계약에 따라 강동팔 선수는 계약금을 반납해야 했으며 …중략… 오성 구단의 방출 결정에 기사는 선수협회에 어떤 대응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하지만 답변은 그가 회비를 내지 않았기에 보호할 수 없다는 답변이 전부였다.]

젊은 퇴물의 인생

구단에서 방출된 강동팔은 더 이상 스포츠 신문에 등장하지 않았다. 그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기에 바로 군대에 갔으며 1급 현역 판정을 받고 군복무를 마쳤다.

그 이후에 할 일이 없던 그는 누나가 아는 사람을 통해 한 회사에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다고 편한 건 아니었다.

"강동팔 씨. 정말 일 이렇게 할 거야?"

상사의 다그침에 동팔은 절로 고개가 떨어졌다.

"죄송합니다."

"이게 죄송하다고 끝낼 일이야? 동팔 씨 실수 때문에 우리 팀 전부 다시 일해야 하는데?"

성만 내지 않았을 뿐, 이미 동팔의 앞에 있는 상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그때, 같은 팀에 있던 예쁜 여직원이 상사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동팔 씨가 아직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잖아요. 대리님."

그리고 이어서 동팔의 귀를 넘어 마음에 깊이 파고드는 말을 했다.

"계속 공만 던진 사람이 뭘 알겠어요. 제가 어떻게든 다시 가르칠게요."

미인인 그녀의 말에 대리는 씩씩거리던 것을 진정시키고 말했다.

"알았어. 민희 씨가 그렇게까지 말을 하니……."

그리고 대리는 동팔을 보며 말했다.

"낙하산으로 들어왔다고 해서 편하게 일할 생각하지 마. 앞으로 계속 이러면 사장님께 말씀드릴 거니까."

"네… 죄송합니다."

그렇게 해서 동팔은 겨우 그의 시달림에서 벗어났다.

그가 자신의 자리로 가는 사이, 다른 직원들의 말이 귀를 파고 들어왔다.

"대체 왜 저런 사람을 들여와서는……."

"차라리 제대로 뽑아서 가르치지. 아직도 일처리가 저 모양이야?"

동팔은 민희가 말한대로 고등학생 때, 공만 던졌다.

청룡기 우승을 혼자 이끌 에이스였기에 학교에서도 아무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계속 야구를 하도록 부추겼다.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났다.

동팔은 부끄러움과 짜증이 동시에 밀려왔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확히 말하면 못하고, 자리에 앉는 것뿐.

그는 자신이 자리에 가면서 우연히 야구하는 장면이 있는 달력을 보게 되었다.

그러자 동팔은 많은 후회가 밀려왔다.

'그때… 어떻게든 힘들다고 말해서 그만 던졌더라면… 청룡기 우승과 주목을 받지 못해도 어떻게든 프로에 들어간 다음 차곡차곡 쌓아갔더라면…….'

그랬다면 지금은 프로 1군에 들어와 투수로서 이름을 올렸을 것이고, 에이스가 되어 팀의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하며 그에 걸맞은 대우와 연봉을 받았을 것이다.

그 증거로 자신보다 못했던 남궁지완은 5년이 지난 지금, 오성의 에이스 투수로 자리 잡았다.

지금 동팔의 연봉은 고작해야 1,800만 원을 겨우 넘었다.

중소기업 신입 1년차 치곤 나쁘지 않은 봉급이었다.

하지만 그가 프로구단의 에이스 투수가 되어서 받을 돈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 일하는 건 전력으로 공을 던졌을 때보다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애초에 회사 일이라는 게 배워 나가는 것이고 그중에는 잘 맞는 일도 있지만 아닌 일도 많다.

동팔은 그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자신에게 맞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길은 없었다. 그에게 남은 길은 이 회사에서 어떻게든 근근이 버티고 버텨서 적응하는 것. 그리고 구차하게라도 붙어 있어야 했다.

그러니 자신보다 어린 여자에게 멸시와 무시의 말을 듣고, 비참하게 자신의 자리에 돌아와야 했다. 절로 이가 갈리지만 그것도 지금 동팔에게는 사치였다.

동팔이 자리에 앉았을 때, 하나에게 톡이 왔다.

[죄송해요. 동팔 씨.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대리님이 계속 화를 내실 것 같아서요. 그리고 우리 업무에 대해서 이야기해요. 동팔 씨가 빨리 업무 적응하셔야 제가 편하죠. 혹시 내일 시간 되세요?]

그 톡은 동팔의 상사를 말린 민희가 보낸 톡이었다.

동팔은 그녀의 진심에 안도하면서도 동시에 자괴감이 밀려왔다.

'나이도 어린데… 배려까지… 역시… 사회생활은 이렇게 하는구나…….'

단순히 일만 처리하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직장 생활은 그게 아니었다.

전에는 압도적인 투수였기에 자신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을 치켜세워주기 바빴다.

그러나 퇴출이 된 지금은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었다. 상사뿐만 아니라 동료의 눈치는 물론, 나중에 올지 모를 부하 직원의 기분을 파악해야 했다.

하지만 동팔은 그것을 배우고 익힐 시간이 없었다. 단순히 친구들과 많이 친해지고 부딪혔으면 절로 체득할 감각이겠지만 그 시간에도 동팔은 공을 던졌다.

동팔은 자신보다 어린 민희가 보낸 톡을 보며 생각했다.

'나보다 어린데도 이렇게 능숙한데… 난…….'

그러면서 동팔은 엑셀 파일을 클릭해서 열었다. 그 안에 있는 내용이 어떤 내용인지 파악하지 못하면서도.

동팔은 민희가 보낸 톡에 답을 했다.

[죄송합니다. 내일은 사회인 야구 시합이 있어서요.]

그날 밤, 야근을 마치고 집에 온 동팔은 오랜 기간 동안 사귄 연인에게 전화를 했다.

"혜진아. 나야."

―응.

"요즘 많이 바쁜가 봐. 평일에도 얼굴 보기가 힘들다. 하긴, 취업하기도 힘든 세상인데 대기업에 들어가다니. 정말 혜진인 대단해. 요즘 연락이 쉽지 않던데… 나도 톡을 잘 안 보긴 해도 요즘은 네가 나보다 더한 것 같더라. 하하하……."

농담이었다. 하지만 혜진은 그의 말에 농담으로 받지 못했다.

―어… 좀. 미안해…….

뭔가 어색한 그녀의 말. 그래도 사랑스럽기에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 동팔의 미소는 떠나지 않았다.

"저기… 갑자기 부탁해서 미안한데. 내일 나 시합 나가는데 와줄 수 있어? 아침부터 안 와도 돼. 나중에 끝날 때라도… 와주면 안 될까?"

내일 시합은 아침 일찍 시작하기에 부탁이 쉽지 않았다. 거기에 서울 외곽으로 나가야 했기에 새벽에 일어나서 준비해야 했다.

그래도 내일은 그녀와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 무리인 줄 알면서도 부탁을 했다.

―저기… 미안. 나 내일도 회사 나가야 해서.

"그래……."

―대신 내일 저녁에 만나자. 그때는 시간이 될 거야.

"정말? 고마워. 사랑해."

―나도…….

비록 내일 아침부터 볼 수는 없지만 그녀와 간만에 데이트를 하는 것에 동팔은 벌써 행복해졌다.

그 이후로 간단히 통화를 마친 동팔은 행복하고 편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같은 시각.

동팔의 연인인 혜진은 그가 아닌 다른 남자와 함께 호텔에 있었다. 그 남자는 혜진이 동팔과 통화를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동팔이야?

이미 한 번 거사를 치렀는지 두 사람은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혜진은 그의 손이 자신의 몸을 오가고 있었지만 제지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응."

"언제 말할 거야? 계속 이러면 오히려 그 녀석한테 더 안 좋을 텐데."

"……."

그의 말에 혜진은 어두운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의 품에 스스로 안기며 말했다.

"곧 말할 거야. 걱정하지 마."

혜진의 말에 남자는 그녀의 턱을 손으로 잡고 키스를 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자신의 몸을 그녀의 몸 안으로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혜진은 그의 팔이 자신의 몸을 휘감자 오히려 그의 움직임에 맞추며 적극적으로 그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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