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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88화 (88/175)

88화 산더미처럼 쌓인 시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

박장혁의 비밀 연구소에 검은 정장을 입은 무리가 들이닥친다.

남자가 넷, 여자가 하나, 개가 둘.

총 일곱의 엄근진한 무리다.

“대통령 직할 연구소 소속이라는데요?”

“뭐야, 그런 연락 못 받았는데.”

“서류를 보아하니 일단은 맞는 것 같긴 한데.”

“어휴, 이젠 야밤에 기습 시찰도 오는구나. 들여보내.”

연구소 문이 열리고

총을 든 보안관들의 경계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선다.

“주의 사항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무것도 만지지 마시고 사진은 당연히 찍으시면 안 됩니다. 화장실을 가실 땐 저희 보안 요원과 동행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 개들은 뭡니까?”

연구소장이 멍구와 개로 둔갑한 김성남을 가리키며 묻는다.

“마약 및 수상한 물질 탐지견입니다.”

“저희는 그런 건 취급안 합니다.”

“유비무환이죠.”

“끄응… 일단 들어오시죠.”

다른 모습으로 둔갑한 홍태진이 대답했다.

미디어에 노출이 되어 이미 얼굴이 알려진 그였지만

강철남의 둔갑술로 목소리까지 달라졌기에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늘 시찰 내용은 어떻게 되시나요?”

연구소장이 묻자 강철남이 끼어든다.

“얼마 전에 들어온 혈액 샘플 연구에 관한 진척 상황을 알고 싶소.”

“혈액 샘플말이죠.”

연구소장은 안경을 올리며 느릿느릿 대답한다.

“혈액 샘플 테스트는 저희 연구소 내의 극비 사항인데 어째서 외부 기관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비꼬는 말투로 떠보는 연구소장.

강철남이 기 죽을 리가 있겠나.

“이 연구소가 대한민국에 있는 이상 대통령에게 비밀이 있을 줄 알았소?”

“하하하. 하긴 그렇군요.”

강철남이 도리어 당당하게 나가자

연구소장은 별 의심 없이 납득했다.

“따라오시죠. 다만 저희가 극비로 실험을 진행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니 기밀은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거지?”

황기민이 불쑥 말을 건다.

홍태진은 너무 성급한 그의 태도에 눈치를 줬다.

“실험의 결과가 두려운 거죠. 너무 대단한 결과가 나올까 봐요.”

다행히 의심 없이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연구소장이었다.

“흐응. 제법 자신 있는 연구인가봐요?”

한지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긴장감을 누그러뜨리는 첩자다운 말투였다.

“네. 그럼요. 대한민국을 다른 나라가 따라올 수 없는 헌터 강국으로 만드는 동시에 이 몬스터 시대를 종결시킬 연구죠.”

“그런 실험을 비밀로 하는 이유가 뭐지?”

“곧 알게 되실 겁니다.”

마치 직접 봐야 이해할 수 있다는 듯한 말투다.

그들은 얌전히 따라가기로 했다.

그들은 복도를 걷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았다.

벽은 불투명하고 방마다 문이 닫혀있어 엿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보안이 철통같군.

역시 수상해.

눈짓을 주고받는 강철남과 팀장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여기입니다.”

연구소장이 마침내 실험실로 그들을 데려왔다.

그곳에서 그들은 기가 막힌 광경을 목격했다.

헌터가 아니라 일반인이었다면

끔찍한 광경에 눈을 돌리고 헛구역질이 올라왔을 것이다.

“저건 뭐죠?”

“고블린들이군.”

“저 걸레짝 같은 것들은 고블린들의 잔해고.”

몸이 찢어지고 터져 나간 고블린의 사체 조각들이

어떤 통유리 안에 널브러져 있었다.

상태가 괜찮은 고블린들은 유리방 안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고블린이라기엔 비정상적으로 근육이 발달 되어 있었다.

“상황 좀 설명해주시죠.”

이해가 안 간다는 듯 홍태진이 물었다.

“혈액 샘플의 테스트 결과입니다. 부하를 견디지 못한 하찮은 녀석들은 넝마가 되어버렸죠. 하지만 견뎌낸 고블린들은 보다시피 한층 더 강해졌습니다.”

“혈액 샘플이라면?”

“실험 대상 강철남과 멍구의 피입니다. 그 피는 현재 아주 소량밖에 없어서 그 피를 이어받은 고블린에게서 또 한 번 피를 뽑아내어 여러 몬스터들에게 수혈하고 있는 것이죠. 그럴경우 원래 혈액 샘플에 50%의 힘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연구소장은 당당하게 연설했다.

마치 그것이 인류를 구원할 열쇠가 되어줄 것처럼.

“인공적으로 몬스터들을 강화했다고? 제정신이 아니군. 저 몬스터들을 어떻게 통제할 생각이지?”

황기민이 다시 빠꾸 없이 들이댔다.

연구소장은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저희 협회장님께서는 아주 특별한 스킬을 갖고 계십니다.”

“특별한 스킬? 그게 뭔데?”

“바로 [피의 주인]. 특정인의 피를 마시면 그것과 똑같은 피가 흐르는 모든 생물을 조종할 수 있죠.”

“뭐? 협회장은 그 말은 협회장이 그 피를 마셨다는 건가?”

“야만스럽게 마시지는 않았죠. 문명인답게 주사하셨습니다.”

태연하게 말하는 연구소장이었지만

강철남과 팀장들은 이것들이 미친놈들이라는 걸 단박에 깨달았다.

“그렇다면 저 고블린들은 모두 협회장의 말을 듣는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최고의 군대 아닙니까? 협회장님은 몬스터 부대로 몬스터들을 사냥하실 계획입니다. 적을 이용해 적을 친다. 바로 최고의 작전이죠. 역시 협회장님은 대단하신 분입니다.”

광기에 가까운 신봉이었다.

“만에 하나 협회장이 다른 맘을 먹는다면 어떻게 할거냐?”

“다른 맘이라뇨?”

불손한 말에 연구소장의 미간에 주름이 잔뜩 잡힌다.

“말 조심 하시죠. 두 번은 안 참습니다.”

“미쳐 돌아가는구만.”

“원래 과학은 미친 겁니다. 일반인의 발상을 뛰어넘어야 인류 진보를 이끄는 것이지요. 하하하.”

뭔가 구린내가 나도 너무 났다.

홍태진은 김성남과 멍구에게 신호를 보냈다.

“젠장,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개새끼 흉내를 내야하는건가.”

“너 은근 듣는 개 기분 나쁘게 한다.”

김성남과 멍구가 슬슬 준비를 하고

황기민과 한지영이 작전을 시작한다.

“잠깐 안쪽을 좀 보겠습니다.”

“기다리십시오.”

무리하게 침투하려는 둘을 저지하려는 보안요원들.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는 동안 김성남과 멍구는 슬그머니 사라진다.

* * *

뽈뽈뽈 기어 다니며 연구소 안으로 침투한 두 마리의 개.

연구원들에게 발각되어도,

“훠이훠이. 저리가. 여기는 들어오면 안 돼.”

“누구 개야? 절로 안 가?”

잔소리만 조금 들을 뿐, 큰 위협은 받지 않는다.

“성남이, 연기가 왤케 어색해? 좀 더 개같이 행동해봐.”

“씨바, 여기서 더 어떻게 개같이 행동하라는 거야?”

“궁댕이를 더 씰룩대며, 꼬리를 탈탈 흔들어제껴.”

“이, 이렇게?”

김성남이 열심히 엉덩이를 들고 꼬리를 흔들어본다.

“개지랄한다.”

“이 새끼가 진짜.”

분노가 끓어오르는 김성남은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다.

“진정해. 여기서 깽판 치면 말짱 도루묵이야.”

멍구는 김성남을 살살 달래며 베테랑 개의 면모를 보여준다.

“킁킁. 여기서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

한 연구실에서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멍구.

일단 들이닥치고 본다.

“뭐지, 이 코를 찌르는 냄새는.”

개가 되어 후각이 극도로 예민해진 김성남은 코를 찡그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피냄새야. 인간의 것은 비릿하고 몬스터의 것은 찌릿하지.”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던 멍구는 연구실의 더 깊은 곳으로 파고들어 간다.

[탐색]

후각을 극대화하여 스킬을 펼친다.

흔적을 따라가니 더욱 냄새가 짙어지고 불온한 기운이 강해진다.

“엇. 여긴 들어오면 안 돼!”

한 연구원이 멍구와 김성남을 발견하고 막아서려 한다.

[잠재우기]

멍구가 스킬을 발동한다.

김성남은 멍구의 스킬을 보고 경악한다.

“수면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아니다.

그저 뚝배기를 앞발로 후려쳐서 잠재울 뿐.

퍽!

“켁!”

연구원은 그대로 졸도한다.

“야, 이거 좀 같이 숨겨.”

두 개는 쓰러진 연구원을 입으로 바짓단을 물고 질질 끌고 가 구석진 곳에 짱박아둔다.

“좀 그럴싸한 스킬은 못 쓰는 거냐?”

“귀찮잖아. 뚝배기 후리는 게 최고야.”

하품을 쩍 하며 여유를 부리는 멍구가 어이없는 김성남이었다.

다시 실험실 깊은 곳으로 잠입하는 두 마리의 개.

한 코너를 눈앞에 두고 뭔가 심상찮은 감각을 느낀다.

“야, 뭔가 더러운 낌새가 느껴지는데.”

“그게 바로 동물의 감각이라는 거야. 저 코너를 돌면 뭔가가 나올 거야.”

김성남은 불쾌한 기색을 느꼈다.

멍구가 앞장서서 코너를 돌아본다.

그곳에 펼쳐진 건 한 끔찍한 실험 현장이었다.

“이건…”

“씨부럴…”

무수히 쌓인 시체와 피의 흔적들.

그 더미에는 인간과 몬스터, 요괴가 마구잡이로 뒤섞여있었다.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피는 눌러 붙어 있고

원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사체도 있었다.

멍구는 개의 시체도 보았다.

순간 이성이 흔들릴 정도로 현기증이 몰려왔다.

“이 씨바 새끼들. 여기서 무슨 짓거리들을 하고 있는 거야?”

참고 참아왔던 김성남의 분노가 폭발했다.

“나도 개지만 진짜 개 같은 꼴을 다 보는구만.”

멍구가 바닥에 침을 퉤, 뱉는다.

“이봐, 나 지금 당장 여기 불지를 건데 불만 있냐?”

그 말을 하는 김성남의 앞발은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건 아무래도 좋은데,

“지금 너 개야…”

“아…”

자신의 털복숭이 앞발을 내려다보며 신세를 한탄하는 김성남.

그때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야, 여기 있냐? 이 새끼는 화장실 간다면서 어딜 간 거야?”

기절시킨 연구원의 동료인 모양이다.

마침 잘 됐군.

“어? 웬 댕댕이들이 있지? 혹시 실험체인가?”

연구원은 손을 뻗어 멍구를 쓰다듬으려 한다.

“실험체는 니미. 일단 한 대 맞고 시작하자.”

퍼억!

“으악!”

머리를 얻어맞은 연구원은 풀썩 쓰러진다.

[화염구슬]

멍구는 입에서 불덩이를 소환해 냈다.

“자, 지금부터 몇 가지 물어볼 거야. 대답이 마음에 안 들면 네 모근을 모조리 태워 평생 미용실을 방문하는 수고를 덜어주게 해주지.”

“개, 개가 말을… 그나저나 내 머리는 가만히 놔둬!”

불덩이가 얼굴 가까이 다가오자 연구원이 비명을 지른다.

“질문 첫 번째, 저기 쌓인 시체는 대체 무슨 실험으로 저렇게 된 거지?”

“기밀이다.”

멍구는 연구원의 팔을 지졌다.

“으아악!”

“나 시간 많아. 어디 한번 계속 해보자구.”

“아, 알았어 말할게!”

뜨거운 통증을 참지 못하고 연구원이 입을 연다.

“혈액 실험이야.”

“그 실험에 관해서는 알고 있어. 몬스터 강화 실험이라고 들었는데 사람과 개는 왜 실험체로 쓴 거지?”

“그건…”

“진짜 눈알도 구워버린다.”

뜸을 들이는 녀석을 향해 불덩이를 가져다 대는 멍구.

“알았어! 말할테니까 제발 그 불덩이 좀 치워!”

“3. 2. 1…”

“마, 마인드 컨트롤!”

“쉽게 설명해 짜샤.”

“혈액을 주입하면 인간이나 동물도 강화할 수 있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마지막 경고다.”

“히익! 협회장님의 [피의 주인] 스킬로 정신까지 조종할 수 있나 실험을 하려던 거야.”

생각보다 스케일이 큰 실험이다.

“정신을 조종해서 뭘 하려고?”

“그야 절대복종하는 병사와 국민들을 만드려는 거지.”

강철남의 혈액으로 저지르는 짓은 강화뿐만이 아니다.

아예 완전 복종하는 몬스터 군대를 만들고,

절대 충성을 맹세하는 국민들을 만들 작정인것이다.

“협회장 이 새끼 상상 이상으로 뒤가 구린 새끼였구만.”

“다, 다 말했으니까 이제 그만 날 풀어줘.”

“마지막 질문.”

“또 뭔데!”

질문이 하나 더 남은 김성남이 그를 붙잡는다.

“저기 저 시체 네가 저렇게 한 거냐?”

“어쩔 수 없잖아! 위에서 시키는데!”

김성남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댔다.

“히익, 제발 살려줘!”

콰앙-

김성남이 연구원의 목을 물어뜯기 일보 직전,

멍구가 달려들어 연구원의 머리를 앞발로 쳐서 기절시킨다.

“머리 좀 식혀.”

“후우.”

심호흡을 하는 김성남이었다.

“숨 좀 돌렸냐? 그럼 이제 시작이다.”

“뭐가?”

“방금 그 이야기. [전파] 스킬로 철남이에게 다 알렸거든.”

멍구로부터 실험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들은 강철남.

슬슬 인내심에 한계에 다다랐다.

“원래 진보에는 혁신이 필요하죠. 혁신에는 희생이 따릅니다.”

“죄없는 생명을 희생양 삼아 말이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절대복종 군대와 절대 충성 국민을 만들려는 게 네놈들 계획이지.”

그러자 연구소장의 표정이 썩어들어간다.

“어디서 들었죠?”

“네 충성스러운 부하에게서 들었지.”

보안요원들이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린다.

“아무래도 여러분들도 혈액 샘플을 마셔야겠군요.”

“그 피라면 이미 내 몸에 충분히 흐르고 있으니 사양하지.”

“뭐? 당신 누구야?”

“누구냐고 물어보신다면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

펑!

둔갑술을 해제하자 강철남과 팀장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 씨바, 파견팀이잖아! 뭐해, 이 새끼들아! 사격 개시!”

[동작 그만!]

강철남의 스킬이 발동하자 모두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가 없다.

“박장혁이 대가리 깰 때까지 돌아가지 않는다.”

또 하나의 전쟁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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