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 자연인이다-87화 (87/175)

87화 둔갑술로 침입 작전을

키켈의 눈에 들어온 것은 끔찍한 광경이었다.

온몸이 절단당한 오우거.

연구진은 몰려들어 오우거의 피와 조직을 검사하는 중이었다.

“저것들이 뭔짓거리를 하는 거지?”

키켈은 연구진의 대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레벨과 랭크 상승률은?”

“레벨은 35에서 150으로 상승, 랭크는 C급에서 SSS++로 상승했습니다.”

“지속 시간은.”

“그게 도중에 살해당하는 바람에 측정이 불가능했습니다.”

“방해꾼 새끼 때문에 관찰을 놓쳤군.”

키켈은 대화 속의 그 방해꾼 새끼가 자신이라는 걸 금방 알아챘다.

그나저나 어떻게 오우거의 힘을 저토록 증폭시킨 것이지?

“오우거 몸에 있는 혈액은 효력이 남아있나?”

“사망과 동시에 죽어버렸습니다.”

혈액? 효력?

설마 몬스터로 생체 실험이라도 하는 것인가?

어쩌면 강철남이 우려하는 걱정이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녀석들은 꿍꿍이가 있다.

“오우거의 골밀도와 근육량을 측정해서 파워 증폭량을 수치로 환산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연구소장의 지시에 연구원들은 오우거의 사체를 어디론가 끌고 갔다.

“자, 그럼 예정된 실험을 속행하자고.”

무언가 새로운 연구가 시작될 모양이다.

“이번 실험은 혈액 샘플 원액인 K-1 혈액을 고블린에게 주사한다. 그리고 K-1 혈액이 뒤섞인 고블린의 혈액을 K-2라 명명하고 다음 고블린에게 주사할 것이다. 그 고블린의 피는 K-3가 되겠지? 그런 식으로 이 피가 이어질수록 효능이 어디까지 지속되나 실험할 것이다.”

연구원들은 묶여 있는 고블린들에게 강제로 주사를 맞혔다.

꼼짝 못 하고 악을 쓰는 고블린들은 무력하게 주삿바늘을 받아들였다.

“꼴불견이군.”

숱한 전쟁을 겪어온 크레톤의 전사 출신 키켈이었지만

전의가 없는 몬스터들을 묶어두고 생체 실험을 하는 광경은 끔찍했다.

마음 같아서는 이곳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고 싶었지만

마왕 강철남에게 염탐만을 명령받았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

“K-1의 효율이 100이라면 K-2의 효율은 50, K-3의 효율은 25, K-4의 효율은 12.5. 절반으로 떨어집니다.”

“그렇다는 건 K-1을 주사한 몬스터의 피 한 방울로도 혈액 샘플의 50%의 힘을 가진 몬스터를 대량 생산해낼 수 있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K-2 몬스터들의 랭크는?”

“SS급 입니다.”

“좋아, 대량 생산해.”

연구진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철남과 멍구의 피를 혼합한 원액 피를 고블린에게 주사하였고

그 고블린의 피를 추출해 여기저기 퍼뜨리기 시작했다.

“저 미친놈들이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모르겠지만 보고 내용은 충분히 본 것 같군.”

키켈은 이만 물러서기로 했다.

임무대로 연구소에서 벌어지는 내용을 강철남에게 전하면 됐다.

그런데,

[웬 파리 새끼가 천장에 매달려있군.]

순간 소름이 돋은 키켈이었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그에게 누군가 귓속말로 속삭이는 것이다.

“읏, 씨바!”

팔을 휘두르며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헉, 헉. 뭐지? 환청인가?”

잘못 들은 건가 싶어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때,

[환청이라 생각해?]

다시 귓가에 울리는 기분 나쁜 음성.

“젠장.”

분명 상당한 실력자의 스킬이 분명하다.

녀석에게 잡히기 전에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

키켈은 날개를 펼쳐 쏜살같이 빠져나가려 했다.

그 순간,

[먹구름]

검은 먹구름이 키켈 앞에 펼쳐지더니 그대로 삼켜버린다.

“아까부터 잔재주를…”

먹구름 속을 빠져나가려 전속력으로 비행하는 키켈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앞으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점점 암흑 속으로 곤두박질치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된 거지? 끝이 없잖아.”

[간파]

냉정을 되찾으려 잠시 멈춘 키켈은 스킬로 출구를 찾는다.

멀리 빛이 들어오는 출구가 있다.

그쪽을 향해 전력을 다해 비행하는 키켈.

“나왔다.”

밖으로 나온 순간이었다.

정면에서 키켈을 기다리고 있는 건,

“환영해.”

정장을 입은 키가 큰 젊은 남자.

평범한 인간이군,

키켈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몰랐다.

그가 박장혁이었라는 것을.

“어땠어? 내 어둠은?”

그제야 키켈은 녀석이 먹구름을 일으킨 녀석이라는 걸 깨닫는다.

보통 인간이 아니다.

전력으로 상대해야 한다.

키켈은 마력을 끌어올렸다.

[화염창]

특기인 화염창을 거꾸로 쥐고 날리는데.

[흡수]

검은 장막이 펼쳐지더니 화염창이 눈 녹듯 사그라든다.

“미친, 뭐야!”

[멘탈 아웃]

박장혁은 빠르게 파고들어 키켈의 얼굴을 꽉 붙잡고는 스킬을 발동한다.

꼼짝할 틈도 없이 박장혁의 힘에 압도당하는 키켈.

그대로 정신력이 바닥나 바닥에 힘없이 축 늘어지고 만다.

“연구소장, A-3 구역에 침입한 몬스터가 있다. 이 녀석은 중요한 연구 소재로 쓸 것이니 귀하게 다뤄.”

무전을 날리고 돌아서는 박장혁.

그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웃음이 걸려있다.

* * *

설악산 황토집.

강철남과 극적으로 타협한 끝에 코뿔소 고기 대신 평범하게 나물과 백반을 먹기로 결정한 팀장들.

상이 준비되는 동안 멍구랑 놀고 있는데.

“앗싸! 고도리!”

“엇!”

멍구의 패가 찰싹 달라붙는다.

홍태진의 표정이 얼어붙는다.

“가져와, 다 가져와!”

판돈을 싹쓸이하는 멍구의 얼굴이 싱글벙글이다.

“무슨 개가 이렇게 화투를 잘 쳐?”

“너 인마, 그거 개 무시 발언이야. 동물 권리 보호 협회 권한으로 옐로우 카드!”

낄낄 대며 돈을 챙기는 멍구.

“멍구야. 도박으로 집까지 날려놓고도 또 고스톱이냐.”

강철남이 한심한 듯 면박을 주지만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마침내 상이 한 상 푸짐하게 차려졌다.

산에서 직접 자란 푸성귀는 파릇파릇 신선했다.

윤기가 흐르는 하얀 쌀밥.

찰진 것이 농사를 잘 지은 듯했다.

쑥으로 찐 쑥떡과 도라지무침은 어릴 적 어머니 반찬을 생각나게 했고,

산삼과 인삼을 푹 달여 끓인 차는 물 한 잔에도 건강이 담겨 있는 정성이 느껴졌다.

“산사람 식사라 입에 맞을지 모르겠소. [정화]로 마력은 제거해두었으니 안심들하고 드시오.”

본디 몸을 쓰는 자들이라 이런 건강식을 보자 침이 꼴깍 넘어갔다.

“잘 먹겠습니다.”

홍태진이 빨간 도라지무침을 흰 쌀밥 위에 얹어 한 입 와구와구 입안에 넣는다.

담백한 밥에 새콤한 무침이 환상의 조화였다.

백진섭은 쑥떡을 맛보는데 한 입 베어 물자 쑥향이 코로 확 퍼지는 것이 진짜 손맛이 느껴졌다.

김성남은 산삼으로 달인 물을 마시는데 구수한 향에 씁쓸한 산삼 맛에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멍구는 이미 밥을 다 먹고 산삼 뿌리를 뜯어 먹으며 풍류를 즐기고 있다.

강철남은 이들을 둘러보며 흐뭇한 마음과 산바람을 맞으며 여유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전파]

스킬로 무엇인가를 느꼈다.

키켈이 쓰러지기 전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마왕님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라.

그것이 마지막 메시지였다.

키켈이 당한 모양이다.

팀장들이 밥을 한 공기 더 달라고 한다.

강철남은 속마음을 감춘 채 밥을 떠다 주었다.

겉으로는 덤덤한 척 했지만 속으로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꺼억. 잘 먹었습니다. 강철남씨, 손맛이 아주 훌륭하군요.”

홍태진이 감탄을 했다.

이토록 만족스럽게 먹은 식사는 오랜만이었다.

“자, 그럼 이제 말씀해보시죠.”

백진섭이 대뜸 강철남을 추궁한다.

“무슨 말이오?”

“고민이 있는 거죠?”

미묘하게 흔들리는 강철남의 심리를 백진섭은 간파한 것이다.

“날카롭군.”

“하하. 함께 제법 지내 온 사이니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죠.”

너털웃음으로 받아치는 백진섭 곁에서 홍태진과 김성남이 일어난다.

“말해 봐. 뭐지?”

이번엔 김성남이 적극적으로 추궁한다.

“키켈에게 무슨 일이 생겼소.”

“뭐? 그 말은?”

“키켈은 죄송하다는 짧은 한 마디만을 남겼소. 긴 메시지를 남길 새도 없이 순식간에 당했다는 의미지. 그렇다는 건 연구소에는 키켈을 가뿐히 제압할만한 실력자가 있다는 얘기요.”

“박장혁에 관해서는?”

“그건 직접 확인해봐야 할 것 같소.”

“으음. 심증은 있는데 확증이 없구만.”

홍태진은 턱을 손으로 짚으며 고민했다.

“당신들은 이만 돌아가 보시오. 나는 연구소로 가보겠소.”

“어쩌실 생각입니까?”

“박살 내고 키켈을 구해야지.”

“안 됩니다. 그렇게 하시면 수배자가 될 겁니다.”

수배자란 말에는 강철남이 멈칫한다.

그건 졸라리 귀찮아 진다는 의미다.

“우리와 함께 합시다.”

홍태진이 상당히 파격적인 말을 꺼낸다.

“뭐요? 당신들의 직속상관 아니오?”

“찝찝한 뭔가가 있는 게 분명해. 그걸 모른 채 명령에 따를 순 없지.”

김성남도 가만 있지 않는다.

“쿠데타를 일으킬 작정이오?”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백진섭도 물러서지 않았다.

홍태진, 김성남, 백진섭은 결의에 찬 눈으로 답을 보냈다.

그때,

“무슨 뒤가 구린 짓들을 하고 있어?”

산 아래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올라오는 사람은 황기민과 한지영이었다.

“다 들었소?”

“다 들었어요. 어째서…”

한지영이 목이 맨 듯 잠시 숨을 삼킨다.

“그건…”

“어째서 우리는 쏙 빼놓고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요.”

“응?”

강철남은 그들이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했나 싶었다.

“우리 다섯은 동료에요. 무슨 일이 있으면 같이 상담을 하셔야죠.”

“한팀장. 이건 엄연한 반란행위야. 듣는 것만으로도 신변이 위험해져.”

“흥, 이제 알게 됐으니 상관없죠? 나도 같이 갈래요.”

막무가내로 우기는 한지영이었다.

“김성남이. 또 혼자 난동을 피우려고? 재밌는 건 같이 해야지.”

황기민도 이미 마음을 굳힌 듯 웃어 보였다.

“괜찮겠소?”

“기꺼이 도울게요! 우리 동료들의 선택을 믿어요.”

“이건 인생을 건 도박이 될 것이오.”

“전장에 나갈때마다 목숨을 거는 우리인걸요.”

당찬 말솜씨에 당해낼 수가 없었다.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는 강철남.

“알겠소. 한팀장도 함께 하지.”

“저… 지영씨라고 불러줘요.”

“이 일이 끝나면 차차 부르도록 하지.”

“약속했어요!”

한지영이 두 손을 모으고 기쁨에 방방 뛴다.

“그럼 이대로 개돌할거야?”

멍구가 산삼 뿌리를 찹찹 뜯으며 의문을 던진다.

“작전을 짜야지.”

“어떻게 짤까요?”

“우리 모습이 안 들키는 게 가장 좋긴 한데…”

그 삼엄한 경비와 곳곳에 감춰진 감시 카메라 틈에서 모습을 감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거라면 내게 혜안이 있소.”

[둔갑술]

펑-

강철남은 둔갑술로 학의 모습으로 변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정말 신령이시군요.”

“대체 얼마나 더 사람을 놀래킬 셈입니까.”

“미쳤구만. 이제 신이라도 될 셈이냐?”

“대단해요, 철남씨!”

펑!

원래대로 돌아온 강철남은 홍태진을 향해 손을 뻗었다.

[둔갑술]

펑!

그러자 홍태진의 모습이 돼지로 변한다.

“엇. 이게 뭡니까! 왜 나한테 발굽이. 왜 하필 돼지입니까?”

홍태진의 의외의 모습에 다들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이거 놀랍군요. 둔갑으로 모습을 바꾼 채 들어간다면 정체를 숨길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어떤 모습으로 들어가죠?”

“최대한 조용히 들어갈 수 있는 모습이 좋을 겁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작전 회의가 시작되었다.

“홍팀장, 문서 조작 가능하오?”

“가능합니다.”

“그럼 대통령 명령으로 연구소 시찰을 왔다고 합시다.”

“아마 그렇게 한 대도 철통 감시로 엄한 행동은 못 할 겁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천방지축 개라면 돌발행동을 해도 한 번은 눈감아 주겠지.”

그들은 멍구를 바라봤다.

“잘 할 수 있을까요?”

“음… 아무래도 개 역할을 맡아줄 보조 댕댕이가 한 마리 더 필요하겠소.”

“그 역할은 누가 하죠?”

슬금슬금 시작되는 눈치게임.

역시…

가위바위보!!

개 역할을 담당할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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