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화
◈플레이어 정보
이름 : 이진서
출생 : 지구
종족 : 인간
성별 : 남자
나이 : 30
칭호 : 상세 보기(26/26)
기프트 : 7,320,625,475.8(933,172,996.8)
채굴량 : ∞(직접 계약자는 채굴량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능력치
[근력 472.000] [민첩 455.500]
[체력 460.500] [지력 422.000]
[마력 547.000] [행운 337.000]
◈스킬(9/9)
<영령 빙의(G)>
<영령 소환(G)>
<기프트 계약(G)>
<시간 가속(G)>
<동화 세계(G)>
<스킬 개조(G)>
<시간의 신, 크로노스의 시계(EX)>
<통찰안(EX)>
<마인화(改)(EX)>
◈업적 ∞/∞
나는 담담하게 중얼거렸다.
[마인화(改)(EX)를 사용합니다.]
[신체가 변화합니다.]
[체력이 47.2 상승합니다.]
[마력이 54.7 상승합니다.]
마인화를 사용하자, 근력 능력치는 500을 돌파했고, 마력 능력치는 600을 돌파했다. 온몸에 힘이 충만함을 느끼며 나는 눈앞에서 인간의 시체를 포식하고 있는 리저드맨을 바라봤다.
거의 거인만큼 거대한 크기의 리저드맨이 입가에 피를 묻힌 채 나를 날카롭게 바라보고 있다. 베스타스 제독의 제17 함장이었던 일명 ‘크론의 전사’ 그린돈이었다.
[그린돈]
- 능력치
[근력 475.000] [민첩 487.500]
[체력 457.500] [지력 250.000]
[마력 439.000] [행운 205.000]
- 보유 스킬
<초재생(L)>
<크론의 축복(G)>
<늪의 암살자(G)>
<광폭화(G)>
<무기 전문가(G)>
<로우의 천둥창(G)>
<미래시(G)>
<스킬 압축(2)(G)>
- 보유 기프트 : 1,653,675,890
능력치만 놓고 보면 이쪽이 우위에 서 있지만, 나는 방심하지 않았다.
능력치 차이라고 해봐야 근소한 것이고, 그 정도 차이는 스킬에 따라서 얼마든지 좁혀질 수 있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먼저 입을 연 이는 그린돈이었다.
“직접 계약자? 이 행성에서 너 같은 인간은 본 적이 없는데.”
나도 여유롭게 받아쳤다.
“나도 내 행성에서 너 같은 도마뱀은 본 적 없어.”
그리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녀석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뜯어먹던 인간의 몸통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본래대로라면 이 행성에서 조금 더 상처를 추스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너 같은 인간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집어삼켜서, 네 모든 것을 빼앗아주마.”
흉포하게 소리친 그린돈이 내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미 대비를 하고 있던 나는 검을 소환해 녀석에게 가볍게 휘둘렀다. 그러나 녀석은 그 비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몸을 숙여 유연하게 검을 피해냈다.
쾅!
녀석이 착지한 지면이 그대로 주저앉으며, 건물이 무너져 내린다. 뿐만 아니라, 지형 자체가 늪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물감이 번지듯 늪이 점점 그 크기를 키운다.
그린돈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늪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자욱한 안개가 깔리며 시각을 방해한다. 나는 정면을 바라보며 검을 쥐었다. 다음 순간, 안개 속에서 창이 뻗어진다.
검을 틀어 창을 비껴쳐냈지만 창은 내 갑옷을 스치듯 지나갔다. 창은 다시 안개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녀석의 창이 다시 뻗어진다. 이번엔 내 등 뒤였다.
앞으로 몸을 던지자, 녀석의 몸이 늪에서 튀어나와 내게 주먹을 휘둘러왔다. 퍽! 주먹에 얻어맞은 내 몸이 하늘로 붕 떠오른다. 어느새 창을 회수한 녀석이 내게 창을 찔러왔다.
이번엔 정타였다. 갑옷과 창이 부딪치며 강렬한 폭발을 일으킨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튕겨져나간 쪽은 내가 아닌, 그린돈이었다. ‘절대 반사’ 효과가 발동한 탓이다.
녀석의 몸에 마치 뜯겨져 나간 것처럼 패인 상처가 생겼다. 그러나 상처는 금세 사라진다. 녀석의 몸이 또다시 늪 속으로 사라진다. 나는 늪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강하네.’
강하다. 방금 전 공격에 만약 절대 반사 효과가 터지지 않았다면, 아마 상처를 입는 쪽은 이쪽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나는 실망감 역시 드는 걸 느꼈다.
늪 속에 숨어 창 몇 번 휘두르는 것이, 전부란 말인가. 내가 기대했던 녀석과의 전투란 ‘고작’ 이런 게 아니었다.
‘조금 더 시험해볼까.’
통찰안을 사용했다. 방금 전까지 시야를 가리던 안개 속이 명확하게 들여다보인다.
늪 속에서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는 그린돈의 몸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나를 혼란시키려는 듯 이리 뛰고, 저리 뛰던 녀석의 몸이 별안간 늪 위로 튀어나왔다.
녀석의 손에 들린 창이 내게 뻗어지는 것도 거의 동시였다. 이번에는 단순히 찌르기가 전부가 아니었다. 창에 맺힌 붉은 구체에서 번개가 나를 향해 사출된다.
외통수(外通數)라고 생각했는지 녀석이 씩 미소를 흘린다. 그러나 번개는 내게 닿기 전에, 그대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시간의 신, 크로노스의 시계(EX)를 사용합니다.]
시간을 되돌려, 번개 그 자체를 없던 일로 되돌려버린 것이다.
물론 그만큼 기프트를 지불해야 하긴 했지만, 그 정도의 기프트는 지금의 내게는 ‘많은 양’이라고 말할 수 없었기에 어렵지 않게 지불할 수 있었다. 그린돈의 얼굴이 굳어진다.
눈알을 굴리는 걸 보면 지금의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확인하려는 듯 보이기도 했다. 나는 진심으로 녀석에게 물었다.
“이게 끝이냐?”
“……”
예상했던 물음은 아니었는지 녀석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통찰안으로 녀석의 생각을 읽은 나는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진짜 이게 끝이라면… 슬슬 끝내자.”
그나마 있던 일말의 기대감마저 박살 나 버리는 것을 느끼며, 나는 중얼거렸다.
“이프리트.”
짧게 중얼거리자마자 내 등 뒤에 거대한 화염 거인이 생겨난다. 늪이 그대로 말라붙기 시작했다. 주변 지형을 완전히 변화시킬 정도의 괴물.
- 감히 이 몸을 또 소환하다니…!
이프리트가 분개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한 짓이 있기에, 나는 그에게 순순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지난번엔 죄송했습니다. 지금은… 눈앞의 리저드맨을 죽이게 도와주십쇼.”
그는 그린돈을 바라본다. 이내, 그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 쳤다.
- 고작 하찮은 미물 따위를 죽이겠다고 나를 소환한 것이냐?
물론 일개 세계의 지배자인 그의 입장에서는 그린돈은 그저 ‘벌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벌레 ‘컷’이 너무 높은 거 아닌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린돈이 분개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감히 이 몸을 보고 하찮은 미물이라니!”
그는 자존심이 상한 듯 이프리트를 향해 창을 겨눴다. 번쩍! 하늘에서 낙뢰가 내려와 이프리트의 몸을 강타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쉴 새 없이 낙뢰는 이프리트를 몰아쳤다.
확실히, 녀석이 보유한 ‘천둥창’이라는 스킬 이름에 걸맞은 모습.
‘하지만…’
호기 좋게 공격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에게 천둥창으로 공격하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닌 듯 보였다.
실제로 낙뢰를 맞을 때마다 이프리트에게 느껴지는 기운은 약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강해졌으니 말이다. 아마 번개를 ‘열에너지’로 전환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 역시 네놈은 미물이 맞구나. 이 몸에게 낙뢰라니.
이프리트는 손을 뻗어 검을 소환한다. 그리고 검을 그대로 직선으로 내리쳤다. 콰지지직, 지면이 갈라지며 용암이 강렬하게 분출되기 시작한다.
그린돈은 용암을 피해 뒷걸음질 치더니, 이내 도망치기 시작했다.
용암은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녀석을 쫓기 시작한다. 가로막는 것들이 모조리 흔적도 없이 녹아버린다. 그 와중에 대기는 완전히 파괴돼버린 듯, 강력한 열폭풍이 몰아닥쳤다.
나는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예런 일리아티가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그가 쌓아 올린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셈이었으니 말이다.
‘뭐, 엄밀히 말하면 그가 쌓아 올린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나는 다시 시선을 그린돈에게 돌린다. 이프리트를 피해, 죽을힘을 향해 달아나고 있는 그린돈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직 스킬 남았잖아?’
내심 그린돈이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기를 바라면서. 나는 아우리엘의 날개를 펼치고 천천히 녀석과 그런 녀석을 쫓고 있는 이프리트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
이진서와 그린돈. 둘의 전투의 여파는 행성의 지형을 바꿔버릴 정도였다. 그나마 안전 가옥으로 대피를 한 사람들은 살아남았지만, 그러지 않은 사람들은 휩쓸리고 말았다.
예런 일리아티는 아예 우주선에 탑승해, 화성을 탈출했다. 그는 화성 인근을 돌면서 촬영용 드론이 송출하는 둘의 전투 영상을 감상하고 있었다.
‘역시 괴물들…’
괴물인 그린돈의 공격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넘기는 이진서 역시 괴물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린돈이 이길 것이다.’
그는 그린돈이 이길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이진서가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그린돈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돌아갔다.
이진서가 이프리트를 소환하며 모든 것이 반전됐다. 그린돈은 이프리트를 몰아붙였지만, 멍청하게 이프리트에게 전기 공격을 하는 실수를 저지르며 상황은 완전히 반전돼버렸다.
‘아니, 설령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린돈이 이프리트를 이길 수 있을까? 설령 어떻게 이프리트를 소멸시킨다 하더라도, 이진서는 멀쩡하게 남아있는데? 하물며 이진서에게 남은 수가 이프리트밖에 없을 리 없었다.
‘이렇게 되면…’
이진서와 그린돈을 ‘서로’ 공멸시키려고 했던 그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그린돈을 처치한다면 이진서가 가만히 있을까? 아마 틀림없이 그를 축출하려 들 것이다.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면 전부 다 현실이 될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그는 고개를 돌린다.
‘본래 그린돈에게 사용하려 했던 것이긴 하지만…’
핵폭탄이 실려 있던 건 드래고니안 4호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이 타고 온 드래고니안 5호에도 핵폭탄‘들’은 빼곡하게 실려 있었다.
사용할 일이 없어, 지금껏 가만히 내버려 뒀을 뿐 그 숫자는 하나가 아니라 물경 수천 개에 이를 정도였다.
물론 그는 핵폭탄으로 이진서를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를 핵폭탄으로 죽일 수 있었다면, 그는 진즉 죽었어야 옳으니 말이다. 목표는 이진서가 아니었다.
전송 장치로 지구에 저 수많은 폭탄들을 전송한 후, 지구인들을 포로로 이진서를 협박할 생각이었다. 자신을 도와주지 않으면, 핵폭탄들을 터뜨려버리겠노라고 말이다.
정에 약한 이진서라면, 자신의 말에 순순히 따를 것이다. 거기서부터 ‘협상’은 시작된다.
‘협상을 마치고 나면, 이 화성을 떠야겠군.’
협상을 위한 ‘충분한’ 자본금을 그 대가로 요구할 생각인 그였다. 그가 생각에 잠긴 동안 마침내 추격전도 끝이 났다. 멈춰 선 그린돈의 몸이 붉게 변한다.
도약해 이프리트의 몸에 올라탄 그는 닥치는 대로 주먹을 휘둘러 이프리트를 박살 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