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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62화 (62/236)

62화

[15,000기프트를 소모해, 현무 미사일에 ‘위력 증가 Lv.15’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25,000기프트를 소모해, 현무 미사일에 ‘범위 증가 Lv.15’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50,000기프트를 소모해, 현무 미사일에 ‘마력 응축 Lv.15’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허공에 떠오른 채, 붉은색 기운으로 넘실거리는 현무 미사일. 일반 재래식 미사일인 현무 미사일은, 기프트를 투자하자 내가 직격당한 핵미사일 이상의 위력을 가진 괴물로 변했다.

지상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현무 미사일을 손에 얹은 채 투창하듯 가볍게 지상을 향해 날렸다. 슈욱-!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날아간 현무 미사일은, 지상과 격렬한 충돌을 일으킨다.

쾅!

내 몸이 거칠게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폭발이 뒤를 이었다. 폭발의 중심에 있던 변이체들은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소멸하고 말았다. 그러나 외곽에 있는 변이체들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

폭연을 뚫고,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날개를 달고 있는 특수 변이체 한 마리가 내게 날아와 부딪친다. 퍽! 녀석의 몸이 그대로 터져나간다. 자폭인 듯 녀석의 체액에 묻은 앱솔루트 배리어가 그대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더 앱솔루트 배리어를 사용할 만한 여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마력 요새가 아직 부서지지 않았지만, 마력이 바닥을 보이는 지금 마력 요새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생각하던 나는 현무 미사일을 하나 더 꺼내, 재차 지상을 향해 날렸다. 또다시 강렬한 폭발과 함께 지상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긴다. 그러나 금세 다른 변이체들이 그 자리를 메운다.

죽여도, 죽여도 정말 끝이 없다.

이젠 정말 지긋지긋하다는 생각마저 치밀어 오를 정도다. 하기야, 그 숫자만 수천만을 넘어서는데 홀로 상대하려 했던 내가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한편으로는···

공포감마저 치밀어 올랐다. 앞으로 단 4일 후면, 태반이 중급 변이체인 녀석들은 상급 변이체로 변하니까. 또다시 지상을 향해 미사일을 투척한다. 그러나 이번엔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허공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나는 폭발의 충격에 그대로 휩쓸리고 말았다. 가까스로 눈을 뜬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이쪽을 향해 거대한 광선을 발사한 초월체.

일전에 상대했던 데미안(Demian)이라는 개체였다.

‘노답이네.’

어려운 상대는 아니다. 그러나 그건, 몸 상태가 정상일 때의 이야기다. 영령 빙의도 사용하지 못하고, 마력도 바닥난 지금 녀석은 결코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즉, 지금은 승산이 없다. 일단 지금은 이 자리를 벗어나,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 그러나 퇴각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 상태로 녀석들을 따돌린다는 것이 가능하긴 할까.

그때 내 머릿속에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우리가 후퇴하는 걸 돕겠소.

어눌한 한국말. 그러나 의도는 충분히 전해졌다. 하늘을 바라본다. 전투기 수십여 대가 구름을 가르고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닥치는 대로 미사일을 퍼부었다.

지상은 순식간에 쑥대밭이 된다. 물론 변이체들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 방금 전 그랬던 것처럼 대열이 조금 무너졌고, 또 다른 변이체들이 그 자리를 메웠을 뿐이다.

그러나 조금의 시간은 벌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블링크를 사용했다. 뒤에서 들려오는 강렬한 폭발음. 몇 번 더 이어지던 폭발음은 얼마 가지 않아, 잠잠해졌다.

- 아쉽게도 선발대가 전멸했소.

“······”

하기야, 그 많은 수의 변이체들을 상대로는 설령 전투기에 탑승해있다 하더라도 도망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씁쓸함이 치미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5km만 앞으로 가면 과거에 사용하던 폐방공호가 있소. 벙커 안에 들어가면 변이체들을 따돌리기 수월할 것이오.

나는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순순히 5km를 이동했다. 곧, 내 눈에 폐건물이 들어왔다. 방공호는 저 폐건물 안에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폐건물의 입구를 바리케이드로 틀어막았다.

말 그대로, 시간끌기용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정신없이 통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그때, 창문을 통해 변이체 한 마리가 들어왔다. 나는 허공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꼬챙이처럼 내게 도약한 최상급 변이체의 몸을 관통했다.

그대로 바닥에 패대기쳤다. 아등바등하던 최상급 변이체는 그대로 침묵한다. 하지만 녀석의 목숨은 끊어지지 않았다. 기프트를 획득했다는 메시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건물이 몇 번 들썩거리더니, 건물이 말 그대로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변이체들이 거대한 해일을 이루어 건물을 덮친 것이다.

다행히도 나는 이미 구형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방공호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 발길질을 하자 대번에 문이 찌그러진다. 망설임 없이 구멍을 향해 몸을 날렸다.

쿵. 착지한 내 몸에 의해, 구형 엘리베이터 천장이 찌그러진다. 하늘을 바라본다. 나를 쫓아온 변이체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대로, 3급 바리케이드를 구매했다.

물론 3급 바리케이드라 하더라도, 초월체의 공격까지 막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거라면 이 좁은 통로에서, 내가 도망칠 시간을 벌기엔 충분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바닥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 그 방공호는 베이징시로 향하는 지하철역과 연결돼있소. 통로를 따라 계속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오.

품 안에서 회복제를 꺼내 들이켰다. 목구멍에서 청량함이 느껴짐과 동시에 체력과 마력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한결 기분이 나아진 걸 느끼며 나는 통로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문득 목소리의 주인이 궁금해져 물었다.

- 중국에서 당신을 후원하고 싶은 세력의 ‘수장’이라 해두지.

“후원하고 싶은 세력이라면?”

- 곧 알게 될 것이오.

확실한 건 평범한 세력은 아니라는 것이다. 애초에 나를 돕기 위해 수십여 기의 전투기를 동원했다. 최소한 어느 정도의 군사력, 자본력을 가지지 않은 세력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의문은 뒤로 한 채 계속 이동했다. 방공호로 도망쳤다고 해서 안심인 건 아니다. 시간을 지체했다간 변이체들은 결국 나를 따라올 것이고, 같은 상황에 빠지고 말 것이다.

어떻게든 몸을 회복할 시간을 벌어야 했다. 시간을 벌기 위해 통로 전체에 촘촘하게 바리케이드를 깔아뒀다. 결국 나는 몇 시간 만에 목적지였던 베이징역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 우리 측에서 마중을 나갈 것이오.

이내 맞은편에서 가면을 뒤집어쓴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리의 눈, 게비샤를 사용해 그들의 정보를 확인했다. 여자가 다섯 명, 남자가 열 명. 도합 열다섯 명의 사람들.

- 저게 배달부? 실제로 보니까 생각보다 별거 아닌데?

- 우리 란페이 그룹에서 저 한국인을 도울 만한 이유가 있을까?

몇몇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또 몇몇은 왠지 모르겠지만 불만이 가득한, 적대감 어린 눈으로.

- 그들을 따라 이동하시오. 물론 오해할까 봐 말해두지만, 어디까지나 강요가 아닌 당신의 선택일 뿐이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앞으로 체력, 마력이 완전히 회복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니, 그때까지 잠깐 장단에 어울려줄 생각이었다. 그들은 바리케이드들을 소환해 지하철역을 단단히 틀어막았다.

그들과 함께 지상으로 올라왔다. 지상은 플레이어 그룹의 쉘터였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쪽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그들과 함께 도착한 곳은 빌딩의 앞이었다. 고층 빌딩이 가득한 베이징에서도, 주변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유독 높은 고층 빌딩. Lanpay라는 로고가 그려져 있다.

“어르신은 최상층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가볍게 고개를 까딱인 뒤,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순식간에 147층, 최상층에 도달했고, 나는 그제야 나를 이곳으로 부른 이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인자하게 생긴 노인. 그리고 그의 옆에서 다과를 준비하고 있는 젊은 여자. 어지간하면 사람을 볼 때 이런 생각을 잘 안 하는데도 불구하고, 단번에 예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미인이다.

영화배우인 이제원과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이렇게 뵙게 돼 반갑소. 나는 란페이 그룹의 회장 자하오란이오.”

자신을 자하오란이라고 소개한 그는 내게 악수를 건넸고, 나는 그의 악수를 받았다.

“이진서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내 딸인 미란이고.”

여자는 내게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고개를 까딱였고, 나 역시 여자를 향해 짤막하게 고개를 까딱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내가 그대를 이곳까지 부른 건··· 한 가지 제안을 하기 위해서요.”

“제안?”

“우리 란페이 그룹은, 이 중국 땅을 떠나 한반도로 이주하고 싶소.”

“그건···”

“그대의 보호 아래에 생활하고 싶다는 말이오. 그대도 봤다시피, 이 중국 땅은··· 미래가 없으니까.”

“그룹에 들어오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그룹 전체가 한반도로 넘어오고 싶다 그런 말씀이십니까?”

“맞소. 우리의 숫자가 조금 많긴 해도, 민폐는 끼치지 않을 거요.”

“인원이 얼마나 됩니까?”

“대략 오천 명이오.”

오천 명이면 지금 우리 쉘터의 인원을 뛰어넘는 숫자.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고작 오천 명이다. 한반도 내에 오천 명이 거점으로 삼을 만한 도시는 충분히 많았다.

물론 나 혼자 결정할 만한 일은 아니다. 정민혁이나, 다른 간부들과의 상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들의 생각은 나와 다를 수도 있으니, 들어보고 결정하면 될 노릇이다.

“상의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되도록이면 빨리 결정을 내려주면 좋겠군. 빌어먹을 정부에서 또다시 핵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말이오.”

단순히 웃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중국 정부의 행적을 생각하면, 그의 말대로 핵미사일을 더 날린다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었으니 말이다.

***

하루아침에 전 세계인들의 상식이 파괴돼버렸다.

고작 자국에 침입한 플레이어 하나 잡겠다고 이 시국에 핵미사일을 발사한 중국 정부, 그런 핵미사일을 맞고도 상처 하나 없이 멀쩡히 생존해있다는 배달부.

물론 핵미사일을 날린 건 중국 정부의 결정이라기보다는, 한 군 장성의 독단적인 행동에 불과했으나, 자세한 내막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전 세계를 통틀어서 몇 되지 않았다.

- 하기야 지구가 하루아침에 코인 채굴기가 돼버렸는데, 이 정도는 별로 놀랄 만한 일이 아닌가?

- 놀랄 만한 일 맞아;;

- 인과응보인지 핵미사일 때문에 근방의 변이체들이 모조리 몰려들었다나 봄. 그 숫자만 수천만이라던데?

- 중국은 이제 어쩌냐? 앞으로 4일, 아니 정확히 3일 15시간 뒤면 중급 변이체들 모조리 상급 변이체로 변할 텐데?

- 고작 플레이어 하나 잡겠다고 하다가 나라 전체가 무너지게 생겼네.

- 또 핵 쏘는 거 아님?

사람들은 중국이 또다시 핵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한 번 핵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두 번 발사하지 말란 법은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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