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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45화 (45/236)

45화

체리 파이를 한입 베어 물었다. 달콤한 체리 향이 입 안 가득 퍼진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일반 디저트 가게에서 판매하던 것과도 비교를 불허하는 환상적인 맛이다.

고작 체리 파이에 뭐 이렇게 감동 받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 체리 파이는 무려 희귀 등급이다. 사실 이름도 그냥 체리 파이가 아니라 천상의 체리 파이.

<천상의 체리 파이>

등급 : 희귀(Rare)

옵션 : 섭취 시 1회에 한해서 영구적으로 모든 능력치 +0.1, 한 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 +0.5

제작자 : 김하나

전설 등급 요리 스킬을 투자했더니 일시적도 아니고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올려주는 괴랄한 음식을 만들어냈다. 어디까지나 1회에 한해서지만, 저런 음식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다.

그녀의 요리조는 천상의 체리 파이와 마찬가지로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올려주는 다섯 개의 요리를 개발했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새로운 요리를 개발 중이라고 한다.

얼마 안 있으면 유일 등급 요리도 개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사실 옵션 때문이 아니더라도, 순수하게 맛 때문에 기대가 된다. 얼마나 맛있는 음식이 튀어나올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아이들을 둘러본다. 아이들 역시 입맛에 맞는지, 미소를 지으며 먹고 있었다. 나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커피를 한 잔 들이켜며, 아이들에게 물었다.

“다들 힘든 건 없고?”

“예!”

힘차게 대답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살펴봤지만, 딱히 내 눈치를 보거나 해서 그런 대답을 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랬으면 표정에서부터 티가 났을 테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행이네.”

“형 덕분이죠, 다.”

남학생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홍현기.

내가 동작 고등학교에서 구출한 학생 그룹의 리더. 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오로지 판단만으로 한 달을 버틴 능력을 인정받아 지금은 정민혁과 일을 같이 하고 있다.

정민혁이 평가하기를 사람을 통솔하는 일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어지간해서는 사람 칭찬을 잘 안 하는 그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그의 말은 틀림없이 사실일 것이다.

‘언젠가 간부 일을 맡겨도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왜요. 형은 존재 자체만으로 빛이죠. 아마 형이 참여 안 했다면, 여기 인원 반도 안 왔을걸요?”

홍현기 옆에 앉아있던 남학생도 불쑥 끼어들어 한마디 거들었다.

“그저 빛!”

“오바는. 형, 먼저 일어난다.”

“왜요, 더 먹지 않고요.”

내 옆에서 한참 도넛 먹기에 열중하고 있던 진혜연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 나는 그녀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말했다.

“이제 슬슬 시간이 됐거든.”

“무슨 시간?”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둑어둑하던 도시가 환하게 빛으로 밝혀진다. 가로등이 일제히 켜진 것이다. 이 도시에 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쉘터에 있는 강태윤이 한 일일 것이다.

나는 S31을 들었다. 그동안 먹통이었던 인터넷이 연결됐다. 포털 사이트를 접속하자 글 하나가 올라와 있었다.

[강원도에 계신 플레이어 여러분을 곧 구출할 예정이오니, 안전하게 자택에 숨어계시고, 인터넷에 위치를 찍어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뒤이어 정민혁에게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 형님, 연결됐습니다.

“응, 봤어.”

- 보셨군요. 인터넷에 위치를 올려두라고 했으니까, 아직 살아있는 플레이어가 있다면 틀림없이 위치를 올릴 겁니다. 거기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미 보고 받았겠지만, 변이체와 큰 전투 두 번을 치렀고··· 우리 측 사상자는 전무(全無)다.”

- 역시 형님이십니다.

“뭐, 나는 정말 한 게 없는데.”

적어도 지금까지의 전투에서는 정찰조 일을 한 게 전부다.

- 아, 강태윤이 말하기를, 눈이 워낙 많이 내려서 전기가 연결되지 않은 지역도 있을 거라고 말하더군요. 대부분 산이겠지만, 플레이어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답니다.

“그래?”

- 해서··· 여유가 된다는 가정하에, 형님이 한 바퀴 돌아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응응.”

그의 부탁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럴 생각이 없었다. 단신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으니까.

- 진짜 플레이어임?

- 정부에서 구출하러 왔나 보네 살았다 ㅅㅂ

전화를 하는 사이, 인터넷 글 리젠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그룹원들이 쓴 것이 아닌, 강원도의 플레이어들이 쓴 것이다.

- 우리나라 정부 망했다던데? 그래도 인터넷이지만, 다들 이렇게 보게 되니 반갑네. 일단 내 좌표는.

- 정부 망했거든? 니들 구하는 거 우리 리더거든?

누군가 열심히 나를 찬양하는 답글을 일일이 달고 있다.

- ★그저 빛★ 이진서

이 정도면 고의 안티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민망하게 누구야?’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정민혁이었지만, 사실 녀석이라면 SNS에 적으면 적었지 저런 데다 댓글을 달고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디아블로를 끌었다.

“바로 가십니까?”

짧은 식사를 마치고 전차에 묻은 눈을 털어내고 있던, 강순철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야죠. 할 일도 있고.”

“저희는 대기하고 있을까요?”

“예정대로 이동하면서 전투를 치르고 있으셔도 좋습니다. 다만, 최상급 변이체나 특수 변이체가 등장할 경우, 바로 제게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최상급 변이체도 상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특수 변이체까지는 장담할 수 없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특수 변이체는 둘. 특수 변이체는 서로 기프트 보유량이 달랐다.

즉, 내가 만난 특수 변이체보다 ‘훨씬 더’ 강한 특수 변이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소리. 그들을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며, 설령 막아낸다 하더라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레일리의 센트리 건 네 기를 전차 위에 설치를 마쳤다. 작동은 중지시켜놨지만, 유사시에 바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만하면 최대한의 준비는 끝냈다.

나는 디아블로에 올라타고, 시동을 걸었다. 달달달. 거친 떨림과 함께 내 몸이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기계 정령, 에코가 튀어나와서 인공 경사로를 만들었다.

단숨에 경사로를 오른 디아블로는 4m 상공에서 그대로 점프한다. 흡사, 스턴트 곡예사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거친 눈발을 헤치면서, 눈밭에 착지한다. 또다시 피어나는 눈안개.

그대로 달린다.

[목적지까지는 앞으로 5.8km···]

S31의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디아블로를 이끌며.

도착한 곳은 교회였다. 교회 수련원.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근 채 안에서 창문을 통해 내려다보던 남자는 내가 도착하자 허겁지겁 내려왔다. 의복을 걸친 남자. 아마 목사였던 듯 보인다.

그의 옆에는 아이들이 보였다.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뼈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피골이 상접했다. 나는 창고에서 음식과 물, 그리고 치료제를 꺼내 그들에게 건넸다.

그들은 허겁지겁 받아먹었다. 차마 아이들처럼 바로 먹지 못하고, 눈치를 보던 남자가 내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어서 드십시오.”

그 사이 아공간 창고에서 트럭을 꺼냈다. 김민수가 전차를 개조하며 함께 개조한 군용 트럭에 내가 기프트를 투자해 마개조한 트럭이었다. 투자 비용만 무려 5,000기프트 들었다.

당연히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는 훨씬 싸게 먹힌 셈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 덕에 꽤 괜찮은 대형 탈 것이 생겼다.

[K711 - Savior01]

종류 : 탈것(Vehicle)

등급 : 희귀(Rare)

내구 : 350/350

기능 : 무인 조종 Lv.5, 쉴드 Lv.3, 오토 쉴드 Lv.4, 안정성 Lv.4

이 마개조된 군용 트럭은 그들을 모두 태우기에 충분했다. 달달달. 나는 동선을 살피면서, 트럭과 함께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다음 목적지는 농가였다.

농가 지하실에서 숨어있던 노부부를 구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애석하게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던 그들은 내가, 우리 그룹이 이곳에 왔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고마워요, 총각.”

“덕분에 살았구만···”

“아닙니다.”

그렇게, 나는 순조롭게 구출 작업을 진행해나갔다. 그 사이, 내 그룹은 변이체들과 계속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나는 강순철이나, 진혜연에게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 점점 자신감이 붙는 것 같습니다.

“음··· 뭐, 자신감 가지는 건 좋은데, 너무 방심은 하지 마시고.”

- 50%를 제외한 나머지는 그룹원들의 재량에 따라 투자하라고 말했습니다.

“갑자기요?”

- 예, 이건 사전에 미리 의견을 나눴던 대로···

“뭡니까?”

- 말 그대로의 세금입니다. 리더에게 바치는 세금 말입니다.

“50%나?”

정민혁에게 미리 언질을 듣기는 했다. 이번 강원도 원정에서 일정 비율의 기프트가 내게 분배할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 분배 비율이 설마 50%일 거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50%. 무슨 중세시대도 아니고 ‘지나치게’ 가혹해 보이지 않는가.

“다른 그룹원들도 알고 있습니까?”

- 예,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불만은···”

- 나올 리가 없잖습니까. 그동안 저희가 리더께 받아먹은 게 얼마인데··· 그리고 설령 나온다 하더라도 나오면 제가 그냥 쓱싹··· 이건 농담이고, 아직까지 표출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

- 마음에 안 들더라도 이번 한 번은 넘어가십시다. 그동안 리더가 고생한 것 역시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내가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뭐, 어차피 그룹원들에게 다시 돌아가게 될 테니까. 차후에 수정하는 일이 있더라도,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아무튼 알았습니다. 다시, 화이팅입니다.”

전화를 내려놓고, 다시 디아블로를 몰고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실은 군용 트럭이 내 뒤를 따랐다. 그때, 눈앞에 홀로그램 지도가 떠올랐다. 깜빡, 깜빡. 또다시 푸른 점이 깜빡인다.

위치는 지금 내가 있는 곳과 멀지 않았다. 거리상으로 따지면 1.5km 정도. 그 정도로 가깝다. 나는 한층 더 속력을 높였다. 그리고 마침내··· 발견할 수 있었다. 검은색의 변이체를.

역시, 플레이어들을 꾀어내려던 사악한 변이체가 틀림없···

‘아니, 저건···’

변이체가 맞는 건가?

흐물거리던 변이체는 곧 인간의 형태, 노인의 형태를 갖춘다. 누가 봐도 변이체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인간 같은 모습이었다. 노인은 나를 보자 화들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으아악! 자, 자네 뭔가?”

“···변이체?”

“아니야, 사람이야!”

하지만 그와 별개로 내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도플갱어(Doppelganger)]

- 다수의 플레이어를 살해하고, 최상급 변이체에서 한층 더 진화한 특수 변이체.

- 최상급 변이체일 때보다 모든 신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상대방을 살해할 경우 상대방을 그대로 베낄 수 있는 복사(複寫)의 권능과, 인간이던 시절의 기억을 잊어버리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자아(自我)의 권능을 가지고 있다.

- 최대 50,000마리의 변이체를 수족처럼 부릴 수 있다.

- 진화 조건 : 플레이어 5,000명 살해 시, 혹은 특수 변이체 50마리 포식 시, 도플갱어 군주(Doppelganger Lord)로 진화.

- 보유 기프트 : 25,000

스스로를 사람이라 주장하는 도플갱어. 이게 누구를 어디 빙다리 핫바지로 아나. 내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아무래도 사람이 있다 보니, 이곳에서는 마음껏 능력을 사용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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