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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66화 (266/275)

제266화

#266

일주일이 흐른 툴비아 후작령.

세드릭 제국과 마신교의 경계선이자 앞으로 국경 지대가 될 영지인 이곳엔 평소와 다르게 엄청난 숫자의 유저가 모여들었다.

“후아! 진짜 여기를 오네.”

“웨이 포인트 죽이네. 아니 다른 게임엔 다 있는걸 이제야 생기다니 말이야.”

“뭐 어때? 덕분에 최전선으로 편하게 올 수 있었잖아.”

“그것도 퀘스트 한다고 뺑뺑이 안 돌고 이동한다고 며칠을 안 날리고 말이지.”

“이제야 뭔가 판타지 세상에서 지낸다는 느낌이 드네.”

모두의 머릿속에는 이제야 제대로 된 게임을 즐긴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상당히 흥분해 있었다.

비록 게임 개발사의 측의 입장에선 보다 생생한 판타지 세상을 즐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지만 사실상 불편했던 건 사실이었다.

물론 그 때문에 게임을 과도하게 오래 할 수 있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기에 어떤 의미론 극찬을 받기도 한 것이 바로 영지 간의 이동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이 의미가 없어진 상황.

영지 간의 거리가 없어진 것은 물론이고, 돈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게 된 것이 지금의 세드릭 제국의 모든 영지였다.

“자,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한다고?”

“공적 포인트를 올려야 한다는 것 아냐?”

“그러니까. 마신교랑 싸우던가, 그와 관련된 뭔가의 업적을 세워야 한다는 거잖아?”

“그렇지.”

“그게 말이야 쉽지. 지금 어디 가서 볼 수 있는데?”

문제는 바로 저것이었다.

공적 포인트를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해내야 하는데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거다.

물론 가장 쉬운 방법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몬스터 사냥, 몬스터 한 마리당 1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나쁜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월오룰이 게임이다 보니 몬스터를 사냥한다는 행위 자체는 아주 쉬운 것이고, 각 영지마다 몬스터는 넘쳐나니까.

하지만 얻는 포인트가 고작 1포인트다.

지금 공적 상점에서 가장 싼 물건이 100포인트로 살 수 있는데, 그것이 한 번에 HP를 풀로 채워주는 포션이다.

물론 백 마리의 몬스터를 사냥하고 포션을 먹을 수만 있다면 하나의 목숨이 더 있다고 무관한 물건이 고작 100포인트다.

그것 말고도 각종 상태 이상 해제 포션은 150포인트, 일시적으로 스텟을 상승시켜주는 포션도 300포인트면 살 수 있다.

하지만 무기나 방어구는 그 가격이 순식간에 몇십, 몇백 배로 뛰어오른다.

그냥 잘 버려진 검이 무려 1만 포인트다.

풀 회복 포션이 100포인트라는 것을 생각하면 무려 백배의 가격, 물론 이 잘 버려진 검이라는 이름의 검의 성능을 생각하면 이해가 갈 수 있는 물건이긴 하다.

검 한 자루 마다 레어 등급이며 이름 있는 대장장이가 만든 물건이고 기본적으로 달려 있는 옵션이 내두고 강화 마법이 걸려 있는 무기다.

밖에서 사서 쓰는 물건과는 질이 다르며 던전이나 몬스터에서 드랍 되는 아이템과 비교하자면 기본 성능이 매우 뛰어난 편이라는 소리다.

물론 유니크 등급을 넘어가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레어 등급 아이템만 해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니, 보는 거야 경매장을 통해서 본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물건이 되기엔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공적 상점은 공적 포인트를 모으기만 하면 된다는 것.

돈이 아니라 순수한 노력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매력이라는 것이다.

오죽하면 지금 모든 사냥터엔 수많은 유저가 평소보다 더욱 열심히 사냥에 나서고 있었다.

노력만 한다면 질 좋은 무기와 방어구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이런 와중에 꼼수를 부리겠다고 약한 사냥터의 몬스터를 잡아 포인트를 쌓겠다고 떠났던 이들도 있었지만, 당연히 그런 짓을 허용할 리가 없는 월오룰의 시스템이었다.

플레이어와 몬스터의 격차가 심하게 날 경우 공적 포인트가 상승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하락하는 혹독한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지금 어지간한 사냥터엔 수많은 유저가 모여들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이라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고작 1포인트씩 모아서 어느 세월에 포인트를 모은다는 것인가? 가장 포인트를 크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와중에 말이다.

그 때문에 툴비아 후작령의 북쪽 성문에는 수많은 유저가 성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줄을 서서 대기 중이었다.

웅성웅성.

우글우글.

시장바닥을 방불케 하는 엄청난 숫자의 인원.

그들이 바라는 것은 하나였다.

“어제 북쪽에서 마신교의 흔적을 찾았다지?”

“포인트만 이천 포인트 얻었다더라.”

“서쪽에선 마신교 둘을 잡아서 포인트 얻었다지.”

“그것도 재수 없게 시비가 걸렸는데 마신교였지.”

“몸 어딘가에 문신이 있데.”

“그것 말고도 딱 봐도 마신교라도 이름이 뜬다잖아.”

“유저중에 마신교 소속인 놈 하나 잡으니 오백 포인트라더라.”

“그것도 개 쪼렙 하나 잡아서 말이지.”

“완전 개꿀이라잖아. PK하고 나면 마신교 소속이라는 패가 떨어지는데 그거 주면 포인트로 교환해준 데.”

“진짜 대박이네.”

“아…… 하나만 걸려라.”

“진짜…….”

줄을 서며 기다리는 자들의 대화는 온통 마신교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마신교가 사용했던 흔적만 보고해도 얻는 포인트가 이천 포인트다.

몬스터로 따지면 이천 마리며, 그 숫자는 하루 사냥으로 쉽게 얻을 수가 없는 양이었다.

거기에 마신교에 속해 있는 유저를 죽여도 몬스터 오백 마리의 가치가 있다.

당연히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자 누구라도 쉽게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두 세력이 나뉜 초창기 이야기.

이미 일주일이 지난 이 시점에서는 더 이상 툴비아 후작령 근방에서 마신교의 흔적을 찾기란 힘들었다.

“어제 에크시트 후작령에 갔던 유저들 다 끔살 당했다며?”

“길드 하나가 통과했다가 다들 죽고 알몸으로 툴비아 후작령에서 살아났다며.”

“순순히 성문을 통과하고 나니깐 주변에 쫙 깔린 유저들 봤어?”

“이야…… 그 순하고 착해 보이던 김세준이 망설임 없이 유저들 배를 쑤시던데.”

“쥴리안나는? 그 엄청난 마법 폭격을 한 점으로 유지하며 공격하는데, 마법 실력이 더 늘었더라고.”

“마오후둥이랑 쥬조아 봤어? 실력도 실력인데 카리스마 쩔던데.”

“마기라는 것이 엄청나다며.”

“평소 위력에 세 배 이상 끓어올려 준다는 통계도 나오던데.”

“어제 올라온 영상 봤어? 블랙 오크를 그냥 썰어버리더라.”

“엄청 강하더라고 마신교로 넘어간 유저들 말이야.”

“손맛이 엄청나다고 방송에서 얼마나 자랑하던지.”

“이럴 줄 알았으면 마신교로 갔어야 했나…….”

“이쯤 되니 좀 끌리긴 해.”

지금까지 조용히 움직이던 마신교 세력의 유저들이 하나둘씩 정보를 풀기 시작했다.

그것도 라이브 방송 한번 하지 않던 그들이 어제를 기점으로 말이다.

그들은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증명하는 듯 하나둘씩 영상을 풀기 올렸다.

마치 마신교를 고르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듯 각종 몬스터를 학살을 넘어 유린하는 영상을 말이다.

그중에서 압도적인 것은 원래 강했던 걸로 유명했던 이들의 영상이었다.

기존의 강력함을 넘어서 한 단계가 아니라 몇 단계는 상승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고 있는 모든 아이템이 전부 유니크 등급의 고가의 아이템이었다는 거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강력함을 증명했다.

“와아아아아!”

툴비아 후작령의 북쪽 성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함성 소리.

그곳엔 수많은 숫자의 마신교의 기사와 신관, 그리고 그곳에 속한 유저가 전부 하나같이 무기를 들고 툴비아 후작령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었다.

“크워어어! 취익!”

“끼리릭!”

“캬라라라!”

수천수만을 넘어서는 엄청난 양의 몬스터 무리.

저마다 무기를 들고 흉포한 얼굴과 짙은 살기를 뿜어내며 그저 살아 있는 존재를 죽이기 위해 무작정 달려오고 있었다.

마신교와 몬스터 무리.

대격변의 시대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전쟁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 * *

한창 사냥에 몰두하던 중에 채팅창이 깜박거렸다.

그곳엔 지은이가 채팅창을 이용해 나에게 하나 재밌는 걸 알려주었다.

지금 툴비아 후작령에 전쟁이 일어났어요.

그 말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 시작되었구나.”

나는 채팅창에서 눈을 떼고는 잠시 감았다.

그러자 내가 기억하고 있던 대격변 시대의 일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곤 머릿속에서 치워냈다.

‘그때완 다르니까.’

정말 개판 오 분 전이던 그때와 다르게 내가 판을 깔아두었다.

뒤는 안전하고, 오직 눈앞의 적만 상대하면 되는 그런 상황을 말이다.

“알겠어. 다른 특별한 일이 생기면 연락해.”

-네, 파이팅이에요.

그렇게 조용해진 채팅창이었다.

“기특하네. 신경도 많이 쓰고.”

사실 지금 지은이네 팀은 상당히 바빴다.

저번에 새롭게 계약한 제시카라던가 권율, 이레귤러 길드의 방송을 하는 것만으로도 스케줄이 가득 차 있었다.

특히 요즘 권율과 제시카의 2인 사냥이 한창 인기를 몰고 있는 중이었는데, 늘 차갑기만 그녀가 따뜻한 미소가 나오는 것과 묵묵히 방패를 앞세워 굳건하게 있던 권율이 제시카 때문에 허당끼 있는 모습을 보이니, 보는 입장에선 상당한 재미를 주었다.

거기에 이레귤러 길드는 교수님이라 불리는 니콜라이의 합류 덕분에 전력과 전술의 폭이 넓어짐으로 다른 누구보다 화끈한 사냥과 확실한 사냥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간간이 날 신경 써주는 지은이라 고마운 마음이 컸다.

“그럼 슬슬 우리도 움직여볼까?”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려 이백 마리의 제너럴 아이언 엔트.

두 자루의 창을 들고 열심히 동족을 향해 내려찍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물론 떠나기 전에 여왕은 잡아야지.”

필드 보스 몬스터인데 챙길 건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회귀 전에도 아이언 엔트 여왕을 잡지 않았기에 무엇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한 가지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지금에선 내가 최초로 여왕개미를 사냥하는 것이기에 영상도 하나 뽑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도 뒤따라오는 아이템까지 생각하면 절로 입가에 그려지는 미소였다.

“가자.”

그렇게 이백 마리의 제너럴 아이언 엔트를 앞장세워 개미굴로 들어갔다.

확실히 여왕개미로 향하는 개미굴은 상당히 복잡했다.

이리저리 꼬여 있는 길은 물론이고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향하기도 하는 복잡한 길이 연속으로 이어지다 보니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포획한 제너럴 아이언 엔트는 여왕이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안내해주었고, 마침내 커다란 회랑 안에 수많은 개미알과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는 아이언 엔트 여왕을 볼 수 있었다.

“네놈이구나! 지금까지 나의 아이들을 죽인 것이 말이다!”

놀랍게도 인간의 언어를 하는 여왕개미에 놀라도 이상하지 않지만, 나는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나중에는 말을 안 하는 게 이상하니까.”

회귀 전에는 몬스터도 말을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수준까지 흘러간다.

그러니 나에겐 아무런 감흥을 주지 않는 것이다.

“얘들아, 죽여버려.”

내 명령에 순식간에 움직이는 내 소환수.

그리고 이어지는 싸움은 일방적으로 그리고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사실상 여왕개미의 전투력은 제로나 마찬가지다.

대신 알에서 끝없이 태어나는 아이언 엔트 때문이다.

회귀 전.

당시 이곳을 공략하기 위해 한 길드가 움직였고, 여왕개미 앞까지 도착한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전멸했다.

끝없는 아이언 엔트의 공격에 무너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공격당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이백 마리의 제너럴 아이언 엔트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를 보호하듯 둘러싸고 있었기에 공격하지 못하는 것이다.

알에서 태어난 아이언 엔트가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제너럴 아이언 엔트를 지나쳐야 하는데 그 길을 동족인 제너럴 아이언 엔트가 막고 있으니 말이다.

“크아아악!”

그렇게 여왕개미를 손쉽게 사냥했다.

줄지어 올라오는 레벨 업의 시스템 창을 치워내며 여왕개미는 과연 무엇을 줄까 하는 기대감으로 움직일 때였다.

“나, 나 좀 살려주게!”

놀랍게도 한쪽에 묶여 있는 한 NPC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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