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52화 (252/275)

제252화

#252

트롤 한 마리가 달려들었다.

“크워어어!”

거친 포효와 함께 손에 들고 있는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하는 트롤.

주변의 숲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 몸통보다 더 두꺼운 나무를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며 위협을 가했다.

하지만 그 위협에 움츠러드는 자는 그 누구도 없었다.

오히려 그 포효가 신호라도 되는 듯 거칠게 울부짖으며 달려가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다름 아닌 범이었다.

“냐아아앙!!!”

-소환수 ‘범이’가 고유 특성 ‘자유 변형’을 시전 합니다.

-몸집이 거대해집니다.

그 자리에서 덩치를 키운 범이가 그대로 트롤을 향해 몸을 날렸다.

트롤은 덩치를 키우고 달려드는 범이를 보곤 한낱 짐승을 바라보는 듯한 콧방귀와 함께 들고 있던 몽둥이를 들어 휘둘렀다.

부우웅.

세차게 휘둘러지는 몽둥이는 허공을 갈랐다.

원래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범이는 어느새 바닥에 착지하곤 웅크린 상태였고, 그대로 앞발에서 날카로운 발톱을 뽑아 들고는 그대로 휘둘렀다.

-소환수 ‘범이’가 스킬 ‘마구 할퀴기’를 시전 합니다.

-공격력이 500% 추가됩니다.

순식간에 트롤의 앞가슴에 무수한 발톱 자국이 생겨났고, 그 위로 피가 미친 듯이 튀어 올랐다.

마치 피의 비라도 내리는 듯한 모습이었고, 그 피를 흠뻑 뒤집어쓰고 있는 범이었다.

“그르르…….”

평소라면 그 피가 뿌려지는 순간에 그 자리에 벗어나 피를 맞지 않거나, 튀면 난리를 치며 주인인 나에게 다가와야 했다.

하지만 범이는 그러하지 않았고, 오히려 고통에 몸부림치는 트롤이 아닌 그 옆에 있는 트롤을 향해 또 한 번 몸을 날렸다.

-소환수 ‘범이’가 스킬 ‘마구 할퀴기’를 시전 합니다.

-공격력이 500% 추가됩니다.

또 한 번 피가 쏟아졌다.

그 피를 혀로 핥으며 오히려 메마른 목을 축이는 듯했다.

살벌한 모습.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나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어우야…… 업그레이드된 스킬도 무서운데…… 까칠한 범이는 더 무섭네…….”

사실 내가 놀라고 있는 것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살벌하게 싸우고 있는 범이가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마구 할퀴기 스킬 때문이었다.

원래 스킬은 할퀴기.

유니크 등급의 스킬이었고, 지금까지 범이가 주력으로 사용했던 그 스킬이다.

하지만 이번 레벨 업을 통해 얻은 스킬 북에서 새로운 스킬이자, 기존의 스킬인 할퀴기의 상위인 마구 할퀴기가 나오면서 레전더리 등급으로 상승한 것이다.

“뭐, 운이 좋았지.”

원래라면 마구 할퀴기도 낮은 등급에서 시작해서 천천히 성장시켜야 하는데 우리 범이가 어떤 존재인가? 무려 레전더리 등급의 소환수이자 환수다.

그냥 합쳐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은 오히려 상위 등급으로 끌어올려 레전더리 등급으로 바꿔버린 범이었다.

마구 할퀴기 Lv. 1

등급: 레전더리

액티브 스킬.

-날카로운 발톱을 이용해 적을 할퀸다.

-500% 추가 데미지를 준다.

-90% 확률로 출혈을 일으킨다.

-출혈 데미지는 근력에 비례한다.

재사용 대기 시간: 10초

소모 MP: 10

스킬창만 봐도 뿌듯하지 않은가? 이게 바로 범이의 작품이자 지금 트롤의 가슴을 난도질하고 있는 스킬이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있는 것을 보니 참으로 뿌듯했다.

“그 쪼그마하던 녀석이 벌써 이렇게까지 크다니…….”

왠지 모르게 눈가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리는 기분이었다.

핥짝.

그런 눈물을 혀로 닦아주는 것은 다름 아닌 한쪽 팔에 매달려 있는 백랑.

연신 꼬리를 흔들며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헥헥 거리는 모습이 상당히 귀여웠다.

“너도 범이랑 놀래?”

“컹! 컹!”

“그래, 가서 마음껏 뛰어놀렴.”

그렇게 백랑을 땅 아래로 내려주자 녀석이 신이 난 듯 그대로 앞을 향해 전력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내 팔뚝만 한 녀석이라 다리가 짧아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이내 결국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을 썼다.

-소환수 ‘백랑’이 고유 특성 ‘자유 변형’을 시전 합니다.

-몸집이 거대해집니다.

그대로 덩치를 키운 녀석이 반갑다며 트롤을 향해 뛰어들었다.

-소환수 ‘백랑’이 스킬 ‘몸통 박치기’를 사용했습니다.

-근력 수치만큼 추가 데미지를 줍니다.

트롤을 향해 달려든 백랑이 부딪쳤고, 쾅 하고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

아마 트롤의 입장에선 덤프트럭, 아니 판타지 세상이니 공성추라도 되는 것이 몸을 때린 듯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그 충격이 엄청나다는 것을 증명하듯 트롤의 입에서 피를 뿜어내었다.

피와 함께 덩어리진 것이 보이는 걸 보면 내장까지 충격을 입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런 트롤을 향해 주둥이를 활짝 벌린 백랑이었고, 트롤의 팔을 콱 물더니 잘근잘근 씹어버리기 시작했다.

콰직!

백랑의 치력은 트롤의 가죽을 뚫다 못해 뼈를 부숴버릴 정도로 강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몽둥이를 들고 있던 팔이 생으로 뜯겨나가는 고통에 트롤이 울부짖었었다.

“우어어어!!”

마치 엉엉 우는 것 같이 들렸다.

하지만 백랑은 그마저도 시끄럽다는 듯 앞발을 들어 트롤의 주둥이 쳤다.

퍽 하고 때린 주먹에도 계속해서 울부짖었는데, 그걸 참지 못한 것은 다름 아닌 내 정령이었다.

- 시끄럽다. 워터 볼!

갑자기 튀어 나간 엔다이론이 말 그대로 물의 공을 하나 만들어냈고, 그대로 트롤의 머리통을 감싸버렸다.

갑작스러운 물에 트롤이 당황한 듯 발버둥 쳤지만, 그것을 보고 있을 백랑이 아니었기에 트롤 위로 올라타 몸부림치는 것을 막아버렸다.

거기에 엔다이론 또한 그 워터 볼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물줄기를 뿜어냈기에 트롤은 결국 숨이 막혀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

-소환수 ‘엔다이론’이 치명적인 공격에 성공했습니다.

-다수의 소환수가 트롤을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2,000,000을 획득합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6,000,000을 획득합니다.

트롤이 난이도가 있는 사냥감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다량의 경험치가 들어왔다.

그리고 두세 마리씩 짝을 지어 다니는 트롤이기에 한 마리 더 있던 트롤도 이내 범이의 공격 아래 쓰러졌다.

-소환수 ‘범이’가 트롤을 사냥했습니다.

-경험치 2,000,000을 획득합니다.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6,000,000을 획득합니다.

순식간에 죽은 두 마리의 트롤이었고, 딱히 스켈레톤을 만들 생각이 없었던 나였기에 자동으로 도축되어 인벤토리에 차곡차곡 쌓였다.

-트롤의 피를 획득했습니다.

-트롤의 가죽을 획득했습니다.

-트롤의 피를 획득했습니다.

난이도에 비해 전리품이 적다고 느껴지겠지만, 저 트롤의 피 하나만 팔아도 다른 사냥터에서 얻는 전리품 열 개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러니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그나저나 스킬 북 하나 정돈 나올 때가 되었는데…….”

이곳 베르나도 영지의 트롤 사냥터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다름 아닌 스킬 북.

그동안 월오룰에서 제대로 된 아이템 한번 얻어보지 않은 유저라도 이곳에서라면 그동안의 서러움을 깔끔하게 털어낼 수 있을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다름 아닌 스킬 북이다.

온종일 사냥한다면 한두 개는 본다는 스킬 북인데 놀랍게도 내가 이곳 사냥터에 들어서고 반나절 동안 스킬 북 하나 구경 못 했다.

“쩝, 저런 얼굴로 봐도 말이지…… 저쪽은 아까 하나 얻은 거 같던데.”

나는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를 향해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파티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대충 들려오는 소리는 편하게 사냥해서 부럽다는 듯한 내용이 전부였는데, 그것과 다르게 나는 저들이 얻은 스킬 북이 좀 더 부러웠다.

대충 들어보니 만 골드는 받아낼 스킬 북이었는데, 저기 있는 인원이 다섯이라는 걸 생각하면 인당 이천 골드는 얻었다는 소리다.

현금으로 따지면 이천 만 원 상당이니 얼마나 기분이 좋겠는가? 내가 저들이라면 얼른 마을로 뛰어 들어갔을 것이다.

왜냐고?

“하이에나들이 많기 때문이지.”

그 하이에나는 다름 아닌 PK를 전문으로 하는 자들을 뜻했다.

이곳이 돈이 되는 사냥터라는 것은 월오룰을 하는 유저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돈이 되는 물건을 노리고 PK를 일삼는 녀석들이 많다는 것이고, 오죽하면 이곳에서 죽치고 유저 PK라는 악질적인 녀석들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저기 이곳으로 향해 슬금슬금 다가오는 무리를 발견했다.

“그럴 줄 알았다.”

아까 득했다고 소리쳤으니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 한 마리가 그것을 들었겠지. 그리곤 동료를 불러와 습격할 준비를 마쳤고, 아주 자그마한 틈만 보인다면 바로 움직일 녀석들이다.

회귀 전.

나도 이곳에서 꽤 많은 PK를 당했다.

대부분 이전 서머너 킹인 박진성 놈에게 당한 게 많다고 하지만, 득탬을 노리고 덤벼드는 이곳의 하이에나에게 상당히 당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놈들은 하나의 길드에 묶여 있다.

“길드. 하이에나.”

정말로 그들의 길드 이름은 하이에나였다.

길드 가입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운 것은 물론이고, 탈퇴하기까지도 상당히 복잡한 절차와 탈퇴비를 물어야 하는 양아치 집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길드다.

그런 놈들이 머무는 길드의 아지트가 이곳 사냥터에 있다는 것은 훗날에 알려질 일이다.

놈들을 추격해서 알게 된 것이 아니라, 마신교가 세상 밖으로 나와 이곳 베르나도 남작령까지 장악했을 때 발견된 일이기도 하다.

그동안 쌓아 두었던 수많은 아이템과 골드가 전부 마신교의 손에 넘어갔고, 단숨에 각종 무구를 갖춘 놈들이 나드키아 백작령까지 치고 내려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내가…… 아니! 베르나도 남작에게 주어서 병사들을 무장시켜야지.”

물론 내가 먼저 가서 필요한 것만 먼저 챙긴 다음이지만 말이다.

뭐, 거기서 엄청난 물건이 있다고 들은 적이 없으니 마음 편하다.

그 대가로 할 건 뭐, 업적 하나 두게 정도 주면 좋고, 소소하게 골드나 챙겨달라 하면 된다.

그럼 몇 달 치 생활비는 거뜬하게 나올 것이니 나중에 걱정할 것도 없으니 말이다.

이게 다 나와 내 동생을 위함이니 뿌듯하다.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저기 하이에나들이다.

“얘들아.”

내 부름에 모두가 나에게 집중했다.

그런 그들에게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 있지.”

그곳을 향해 바라보는 내 소환수들.

하지만 보이는 것이라곤 지금까지 보아왔던 숲과 같을 뿐이었다.

“아, 뭔가 있군.”

하지만 무심은 다른 것을 발견했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나머지 소환수를 위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저기 보면 풀이 미묘하게 꺾여 있지? 그리고 저긴 나뭇가지가 비정상적으로 휘어져 있고 말이야.”

마치 투명한 누군가가 있다는 듯한 형태.

거기에 계속해서 바라보면 자연스럽지 못하고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던 중이었다.

스르륵.

순식간에 누군가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가 사라졌다.

“어머?!”

“우끼끼!”

그제야 모두가 본 듯한 모습.

그래 바로 저게 하이에나 길드의 가입 조건 중 하나인 투명화 스킬의 효과다.

가만히 있으면 주변과 동기화되어 투명해지는 스킬로 계속해서 바라본다면 뭔가 이질적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에 스킬을 사용했을 때는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움직일 때 아주 찰나의 순간이지만 원래의 모습이 잠시나마 비추게 되는 스킬이다.

보통 같으면 잘 알아차리기 힘들게 정상인 모습이지만 나를 잘 알 수밖에 없었다.

“하도 당했으니까.”

그러니 이제 복수의 시간이다.

“신호 주변 덮쳐.”

오랜만에 짐승 새끼들 좀 잡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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