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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74화 (174/275)

제174화

#174

붉디붉은 피가 튀었다.

“끄륵…….”

방금까지 나를 향해 친절한 미소로 맞이하던 여관 직원 한 명이 거품을 물고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다음 아닌 주변을 지나가던 NPC와 유저였다.

“꺄악! 살인이다!”

“미, 미친? NPC를 찔러? 같은 NPC도 아니고 유저가?”

“경비병 뭐해요! 저 미친 플레이어를 붙잡지 않고서요!”

“저거 시저 아냐? 아무리 그래도 미친 것 아냐? 대낮, 거기에 길 한복판에 있는 NPC를 죽이네.”

“평범한 내 머리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 못 하겠는데.”

“뭔지 모르겠지만, 잠깐 구경하자고.”

웅성거림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 심해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내 쪽으로 접근하진 않았다. 오십 명에 달하는 경비병이 지금 눈앞의 ‘달밤의 신음 소리’라는 주점을 포위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런 상황이 일어날 것을 귀띔으로 들었다고 하더라도 경비병의 얼굴은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일이다. 그게 마신교와 연관된 일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경비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경비 대장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시, 시저 남작님. 아무리 그래도 영주님의 허락 없이 영지민을 죽이는 것은 안 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아무런 예고 없이 깔끔하게 죽일지 몰랐던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거나, 심문을 통해 자백하게 하거나 완벽한 증거를 내밀 줄 알았는데, 그냥 죽였기 때문이다.

내가 살인에 미쳐 있는 귀족은 아닐까? 혹은 플레이어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저마다 긴장한 채로 허리춤에 있는 검의 손잡이에 손을 가져갔다. 단순한 살인이면 귀족인 나를 공격해서라도 막으려는 듯 말이다.

그것도 잠시, 그곳에 있던 모든 NPC 병사와 주민, 그리고 구경 중이던 월오룰의 유저들 모두 화들짝 놀랐다.

“헙! 저게 무슨!”

“아니, 사람이 죽었는데 시체에서 왜 연기가 피어오르지?”

“저! 저! 저건! 마신교원이 죽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어서 영주님에게 알려야 해!”

지금의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 것은 NPC다.

평범하게 월오룰을 즐기는 유저들과 다르게 마신교에 대한 정보는 NPC들이 더 잘 안다. 무슨 일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한 얼굴로 상황을 파악하려는 유저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증거를 보여 드렸으니 이제 협조 부탁합니다. 경비 대장님.”

내 말에 경비 대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영지에 마신교가 관련되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자신이 모시는 영주님을 비롯해 영지민 전원이 조사를 받게 되는 일이며, 크레이튼 백작령에서 마신교의 뿌리를 처리하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더는 영지 밖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 넷은 당장 각 성문으로 향해 성문을 닫아라. 현 시간부로 그 누구도 성 밖으로 나갈 수도, 들어올 수 없다.”

“충!”

네 명의 병사가 순식간에 달려갔다.

그리고 경비 대장은 그 옆에 있던 병사를 불렀다.

“영주님께 이 사실을 신속하게 알려 드려라.”

“충! 당장 다녀오겠습니다.”

다섯 번째 병사가 움직였다.

이걸로 경비 대장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남은 것은 나를 도와 마신교를 소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거론 부족하다.

‘무엇보다 영주가 마신교에 넘어간 상황이니 말이야.’

여기에 또 다른 세력이 필요로 하다.

“경비 대장님.”

“네, 시저 남작님.”

“이곳에 마탑의 지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이름을 대고 지원을 받아오십시오. 그리고 신성 교단의 지부는 없는 걸로 알고 있지만, 그들이 머물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네, 조금 떨어진 곳에 신성 교단의 교원분들이 있으십니다.”

“그곳에도 협조를 요청하세요. 제 이름과 미리엘 장로님의 이름을 말하며 이 반지를 보여주면 될 것입니다.”

나는 손가락에 끼고 있던 미리엘 장로가 주었던 반지를 내밀었다.

그것은 건네받은 경비 대장은 놀랍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것도 잠시, 근처에 있던 두 병사에게 서둘러 지원을 받아오라고 소리쳤다.

‘좋다. 이걸로 판은 깔렸어.’

지금 상황으로 따지면 저기 멀리 떨어진 성의 영주가 이곳에 도달하는 것보다, 마탑과 신성 교단의 지원군이 먼저 도착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크레이튼 백작 또한 함부로 움직일 수 없게 될 것이고, 나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쩝, 번거롭네. 아무래도 공주님에게 부탁할 것이 생겼군.’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누구의 관섭을 받지 않고 편하게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함이다.

몬스터를 상대로 움직인다면 그냥 찾아가서 죽이면 되는 일인 것을, 너무 성가셨다. 그러니 이제 편하게 나설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

부탁할 이가 공주님이 아니어도 괜찮다. 아마 마신교와 연관된 일이라고 한다면 신성 교단에서 적극 나를 도와줄 것이기 때문이다.

신성 교단이 아니더라도 마탑의 주인인 볼드모드에게 부탁해도 된다. 그는 하나밖에 없는 제국의 공작이기도 하니 권력을 얻기에 그만한 인물은 없다.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은 눈앞의 주점을 터는 게 먼저다.

“들어가시죠.”

내 말에 경비대장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지원군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혹시라도 일반 영지민이라도 죽을 경우, 영주님의 분노를 사게 될 것입니다.”

“괜찮습니다. 구분이 가능하거든요.”

나는 슬쩍 옆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루이즈가 슬쩍 미소 지으며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 유능한 마기 탐지기, 아니 소환수가 있으니 구분 못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안전은 더욱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내 소환수가 있기에 오히려 안전을 넘어서 이곳을 쓸어 버리고도 남을 정도니 말이다.

“주인님, 대략 서른 명 정도 있는 것 같아.”

“뭐, 가뿐하네.”

그 정도면 내가 나설 필요도 없을 것 같다.

“팅고.”

“충!”

“열어!”

내 명령에 팅고가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곤 두 자루 도끼 중 한 자루를 양손으로 쥐고선 문을 향해 휘둘렀다.

콰앙!

문을 박살 내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박살 내는 듯한 소리.

엄청난 파괴력에 옆에서 보던 경비대장은 물론이고, 주변의 병사들이 입을 떡하니 벌리고는 못 믿겠다는 얼굴로 변해 있었다.

“아악! 내 팔!”

“내 다리! 내 다리!”

“사, 살려줘…….”

고통에 찬 앓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그 소리는 팅고가 박살 내 버린 입구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고, 그곳에서 피를 흘리며 부상당해 있는 NPC를 볼 수 있었다.

보아하니 내가 들어온 순간을 노리고 공격하려는 것 같았는데, 오히려 그 때문에 팅고의 공격 범위 안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주인님, 쟤들도 다 죽여야 해.”

“팅고, 들어가. 대신 숭이야. 마무리해.”

“우끼!”

내 명령에 팅고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로 나와 루이즈가 따라 들어갔고, 로빈후드가 나를 호위하듯 따라붙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숭이가 내 명령을 잘 실행하고 있다는 듯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 소환수 ‘숭이’가 스킬 ‘로우 킥’을 시전합니다.

나는 그 시스템창을 치워내고 정면을 보았다.

스무 명 가까이의 NPC가 한쪽 구석에 몰려 있었다.

루이즈를 슬쩍 바라보았다.

“전부야.”

그 말은 즉, 눈앞에 있는 자들은 전부 마신교라는 것, 그렇다면 다 죽이면 된다.

“팅고, 로빈후드. 부탁하지.”

“충!”

“딱딱!”

저 둘이면 저 정도 인원은 사뿐하다.

남은 것은 열 명조차 남지 않았으니 나와 범이면 충분하다.

이 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하려는 찰나, 루이즈가 나를 붙잡고는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아, 하긴.”

음침한 놈들이니 지하 비밀 통로 정돈 있겠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에 나는 지하로 통하는 계단으로 향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내가 나서기도 전에 자유 변형으로 덩치를 부풀린 범이가 단숨에 두 명의 NPC를 죽여 버렸다.

“범이야. 다 죽이지 말고, 한두 놈 살려놔.”

“그르르르.”

범이가 알겠다는 듯 대답하더니 순식간에 여섯 명의 NPC를 죽이고는 남은 두 NPC는 두 발로 짓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내가 물었다.

“비밀 통로나, 숨겨진 곳이 있을 것 같은데? 안 그래?”

“그런 건 없다.”

“흥!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순수하게 말할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아.”

뭐, 당연한 대답이다.

마신교의 신도들이 얼마나 독한지는 회귀 전의 경험 덕분에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놈들이 하는 행동 또한 말이다.

“뭐, 여기겠지.”

나는 슬쩍 바닥을 툭 하고 발로 찼다. 그러자 바닥이 활짝 열리더니 사람이 들어가고도 남을 공간이 생겨났다.

그 모습에 두 NPC가 입을 떡하니 벌리고는 놀란 얼굴로 변했다.

“이게 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고.”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얼굴의 NPC였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곳을 바라보았다.

- 숨겨진 인스턴스 던전을 찾았습니다.

- ‘마신교의 비밀 하수도’를 발견했습니다.

- 최초 발견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 사냥 시 얻는 경험치가 두 배가 됩니다.

- 아이템 드랍율이 두 배가 됩니다.

나는 웃으며 루이즈에게 경비 대장과 애들을 모두 데려오라고 부탁했다.

얼마 가지 않아 경비 대장과 내 소환수가 돌아왔다.

“여기, 비밀 통로를 발견했습니다. 먼저 가서 수색하고 있을 테니. 다른 분들이 오면 이곳으로 오라고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둘은 마탑과 신성 교단의 선물이니 잘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경비대장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함께 온 병사에게 아직 살아 있는 두 NPC를 포박하라 했다.

굳이 두 놈을 남긴 이유가 저 때문이다.

그래도 마신교의 신도인데, 마탑과 신성 교단에게 한 명씩 넘기지 않으면 여기까지 온 보람이 없지 않은가? 몸소 여기까지 와주신 성의를 생각한 거다.

“자, 그럼 우린 들어가 볼까?”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름 아닌 인던의 공략.

나와 소환수가 그대로 인던으로 들어갔다.

- 마신교의 비밀 하수도에 입장했습니다.

[마신교의 비밀 하수도]

난이도 : 어려움

최대 입장 수 : 5명

입장 조건 : 인던을 발견 한 자, 혹은 파티.

공략 조건 : 던전 내 모든 언데드를 제거해라.

인던에 들어선 순간 나는 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딱딱?!”

그리고 로빈후드의 깜짝 놀란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나는 바로 로빈후드의 진화 조건을 눌러 확인했다.

- 스켈레톤 아처 ‘로빈후드’의 진화 조건이 공개됩니다.

1. 레벨 350 달성.

2. 화살로 치명적인 일격 날리기 100/100

3. 화살로 심장 맞추기 100/100

4. 화살로 적의 숨통 끊기 100/100

5. 언데드 보스 몬스터 사냥 0/1

드디어 로빈후드의 진화 조건을 달성할 수 있는 곳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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