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7화
#147
나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취익! 취익!”
그곳에는 초록색의 피부가 붉게 보일 정도로 흥분한 오크 주술사가 연신 콧바람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아까보다 더욱 깊고 진한 콧바람을 뿜었다.
“취이익!”
아까보다 더욱 당당하고 멋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거기에 뭔가 만족해하는 듯한 그리고 위풍당당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오크 주술사였다.
“그렇게나 마음에 들었어?”
“취익. 그렇다!”
너무나도 만족해하는 얼굴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띄워졌다.
지금 오크 주술사가 저러고 있는 이유는 조금 전에 내가 지어준 이름 때문이다.
처음에 이름을 지어 주었을 땐 편하게 부르려고 술사로 지어줬다.
- 몬스터 ‘오크 주술사’의 이름을 ‘술사’로 지어주었습니다.
- 몬스터 ‘오크 주술사’가 ‘술사’ 이름을 마음에 싫어합니다.
- 충성도가 하락합니다.
- 충성도가 50%가 되었습니다.
최초의 거절. 그리고 충성도 하락.
당황한 나머지 내가 멍하니 오크 주술사를 바라봤을 정도였다.
그런 나와 다르게 오크 주술사는 당당하게 자신을 어필했다.
“위대한. 취익! 오크 주술사가. 취익! 나다.”
마치 자신이 위대한 존재임을 나에게 어필하며 그런 하찮은 이름으로 만족할 수 없으며 당연히 거절한다는 의사를 내뱉은 오크 주술사였다.
그래서 나는 한 번 더 고민한 다음에 이름을 지어주었다.
- 몬스터 ‘오크 주술사’의 이름을 ‘위오주’로 지어주었습니다.
- 몬스터 ‘오크 주술사’가 ‘위오주’ 이름을 마음에 싫어합니다.
- 충성도가 하락합니다.
- 충성도가 40%가 되었습니다.
위대한 오크 주술사를 줄여서 만들어 준 위오주.
이번에도 불만스러운 얼굴의 오크 주술사.
이쯤 되니 슬슬 짜증이 날 정도였다. 이름 뭣이 중요하다고 이렇게 까다로운 것인지.
결국 마지막 끝에는 오크 주술사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끝에 말해 주었다.
“내가 사는 세상에는 위대한 오크의 영웅이 있다. 평범한 오크에서 대족장이 된 오크이자 위대한 주술사였던 오크가 있었다. 그 이름은 쓰랄. 그 이름을 너에게 하사한다.”
- 몬스터 ‘오크 주술사’의 이름을 ‘쓰랄’로 지어주었습니다.
- 몬스터 ‘오크 주술사’가 ‘쓰랄’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 충성도가 상승합니다.
“주인. 취익! 그 위대한. 취익! 대족장의 이야기가. 취익! 궁금하다.”
마음에 들었는지 그 위대한 대족장의 이야기를 들려달라며 따라붙는 쓰랄.
나는 내가 기억하는 대략적인 이야기와 거짓을 섞어 위대한 오크가 있었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그리고 그것을 들은 쓰랄은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나 쓰랄. 위대한 대족장이자 주술사가 되어 주인님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취익!”
그와 동시에 내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 소환수 ‘쓰랄’의 충성도가 100이 되었습니다.
- 오크 주술사 ‘쓰랄’의 성장 조건이 공개됩니다.
1. 레벨 500 달성.
2. 주술을 이용해 전투에 승리해라 0/10,000
순식간에 모든 게 해결되는 상황이라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래. 잘해 보자.”
이런 사건이 있고 난 다음부터 쓰랄이 흥분해 있는 거다.
뭐, 의욕적인 거야 문제가 될 건 아니다. 사고만 안 치면 되지. 뒷수습은 내가 해야 하니까.
아무튼, 이런 상황이 되었고, 이로써 아울베어 세트는 나, 팅고, 숭이, 로빈후드, 쓰랄까지 총 다섯 세트만 만들면 된다.
아울베어는 500마리만 잡으면 되고 말이다.
“자, 그럼…….”
지금 열심히 사냥 중인 내 소환수를 바라보았다.
도축이나 열심히 하자. 이건 내가 해야 할 몫이니까.
* * *
월오룰 최초 점검을 하고 나흘째가 되었다.
무려 나흘째가 된 이 시점에 월오룰을 즐기는 수많은 유저는 물론이고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신규 직업.
신규 아이템.
신규 스킬.
점검에 들어가기에 앞서 시스템창으로 분명 새로운 것이 추가된다고 했었다.
하지만, 나흘째가 된 지금 시점에도 그 누구도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는 소식은 없다.
- 슬 나올 때 된 거 아니냐?
- 그러게 대형 길드는 뭐 하고 있데. 왜 이렇게 무능하냐?
└뇌가 없나. 상식적으로 그런 게 쉽게 나올 리가 없잖아.
└하물며 벌써 알아냈다고 해도 알려주겠느냐? 혼자 꿀 빨 거 다 빨고 나서 알려줘야지.
└인던이면 최초 발견 보너스는 먹고 넘기겠지.
- 다른 것보다 신규 직업이 너무 궁금함.
└ㄹㅇㄹㅇ
└ㅇㅈㅇㅈ
- 근데, 시저는 어디 감? 요즘 방송 며칠째 없네.
└아울베어 세트 만들고 있는 듯.
└아…… 그거라면 킹정이지. 국민 세트 중 하나니까.
- 와…… 오크 백마리 어떻게 다 입히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아울베어 만 마리 잡아야 함.
└그건 에바지.
└마자 에바지.
└에바 인정.
└삼진 에바로 기각하겠습니다.
- 저번에 누가 그러던데 이번 이벤트 보상 개 구리다며?
└순위권에 있는 애들도 다 공개했는데. 아이템은 아이템인데 정체를 알 수 없다던데
└시저도 씁쓸한 미소 지었다고 함.
- 그러니까 더 궁금하네. 뭐 받았는지.
최근 들어 커뮤니티의 화재는 세 가지였다.
새로운 무언가. 이번 이벤트 보상. 그리고 시저의 행방.
특히 그중에서 시저의 행방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번 이벤트 퀘스트의 독보적인 1등은 물론이고 소환사 직업 중 레전더리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고양이를 닮은 소환수를 비롯해 여러 소환수까지. 무엇 하나 빠질 게 없는 조합으로 월오룰을 플레이하는 중인 그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타의 다른 방송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방송을 선호한다.
짧고 굵은 임팩트 있는 방송.
무엇보다 방송을 할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시저.
매번 같은 몬스터 사냥하고, 같은 방식으로 사냥하며 할 일 없이 농담이나 하는 방송과는 다르게 딱 보여줄 것만 방송하고 종료한다.
그런 시저에게 아직 광고가 붙지 않았다는 것은 시저의 시청자로서도 상당히 의문이 드는 일이었다.
- 왜 광고가 안 붙지?
- 솔직히 굵직한 광고 몇 개 들어와야 하는 수준 아님?
- 요즘 방송 시청자 숫자가 얼만데…… 뭐지?
- 건너 들은 이야기론 어지간한 기업은 다 보냈다고 함.
└근데 그걸 다 깐다고?
└와…… 대우가 별로인 거야? 아니면 노리는 광고가 있다는 거야?
└X나 의문이긴 함.
모두가 의아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광고 하나면 한 번에 엄청난 금액이 들어온다는 것은 안다.
옛날이야 광고 수익이 얼마인지 얼마에 계약하는지 비밀에 부쳤지만, 이제는 수십을 넘어 수만 명이 넘는 방송인이 있는 세상이라 광고 가격이 대충 얼마인지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
이제는 광고비가 그 유저의 몸값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 엇! 시저 한 시간 뒤에 방송한다고 공지 올라옴!
└가즈아!
└대기 중.
└아 치킨 그전에 오겠지.
갑작스러운 시저의 방송 소식에 커뮤니티에서 상주하던 모두가 시저의 채널로 이동했다.
방송을 시작하기도 전, 이미 십만 명의 시청자가 모여들어 있다.
* * *
급작스럽게 방송을 하게 된 이유는 다음 아니다.
“쩝, 여기서 인던이 나올 줄이야.”
그것도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 있던 인던이자 작은 동굴이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간다면 토끼 굴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작은 동굴이었고, 그 앞에 있는 큰 바위가 교묘하게 입구를 가려주고 있었다.
“후우…….”
나는 바위에 걸터앉아 쉬는 척하고 있었다.
주변으로 소환수가 편안한 자세로 휴식하고 있었고, 다들 입이나 손에 먹을 것을 씹는 중이다.
나도 육포 하나 꺼내 뜯어서 씹고 있었다.
- 그럼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 10.
- 9.
떨어지는 카운트와 함께 나는 씹던 육포를 입안에서 꿀떡 삼켰다.
맛보다는 살기 위해서 먹는 육포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만 가면 알아서 소화된다.
물병을 꺼내 입을 축이고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정면을 응시했을 때 방송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시저입니다.”
담담한 인사와 함께 방송을 시작했다.
보통 같았으면 시청자와 간단한 소통으로 시작하지만, 지금은 등 뒤에 있는 인던이 신경 쓰여 그럴 때가 아니었다.
소통은 인던에 들어가 소환수에게 사냥을 맡겨두고 해도 된다.
“급작스러운 방송에도 많은 분이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꾸벅 인사를 올렸다.
수많은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거기에 돈을 내고 후원과 함께 말을 걸어오는 시청자도 있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오늘 방송은 다름 아닌 아울베어 사냥터에 새로운 인던을 공개하려고 합니다.”
급작스러운 액셀에 브레이크를 걸어줄 사람은 없다.
“새로운 인던의 위치는 바로 이곳입니다.”
나는 먼저 미니맵을 공개했다.
흔히 유저들이 지나가는 길이며, 케니디크 자작령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당연히 반응은 뜨거웠다.
- 저기에 인던이 있다고?
- 저길 몇 번을 지나갔는데 발견 못 했는데?
- 뭐지? 설마 이번에 점검하면서 새롭게 생긴 건가?
- 대박. 지속형인가요? 아니면 소모형인가요?
- 지속형일 수도 있으니 서둘러가자 지금 가서 줄 서면 두세 번째엔 들어갈 수 있잖아.
월오룰의 인던은 두 가지의 형태로 존재한다.
하나는 발견과 동시에 한 번 클리어하면 사라지는 소모형. 다른 하나는 다른 유저도 계속 이용할 수 있는 지속형이다.
소모형 인던과 지속형 인던의 가장 기본적인 차이는 다름 아닌 인던을 클리어했을 때 나오는 보상이다.
소모형 인던은 한번 클리어하면 사라지는 만큼 질 좋은 보상을 보장한다. 대신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고, 난이도도 높은 편이다.
전형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형태가 소모형 인던이라는 소리다.
그런 소모형 인던과 다르게 지속형 인던은 일단 난이도가 밖에 필드 사냥터와 비슷한 수준이다.
단순하게 레벨로 치면 플레이어보다 10레벨 정도 강한 몬스터가 나타나는 수준이다.
거기에 인던의 보스 몬스터를 사냥했다고 해서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상당히 낮다.
오죽하면 필드 보스 몬스터보다 확률이 낮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니, 얼마나 낮은지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다만 운이 좋으면 그만큼 좋은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으니 눈앞에 두고 안 들어갈 수도 없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딱 하나다.
적어도 지나가는 플레이어에게 PK 당할 일은 없다는 거다.
정해진 인원이 들어가면 추가로 들어갈 수 없으며, 파티를 이루고 있을 땐 파티원 말고는 추가로 입장이 불가능하다.
이것 하나 때문에 지속형 인던이 인기가 좋은 편이다.
그리고 인던의 입구에는 대기열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 대기열에 리더와 파티원을 등록, 다음 순서가 되면 입장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당연히 대기열에 명단을 작성하면 추가 인원은 없다. 정해진 인원만 들어갈 수 있기에 훨씬 안전하다는 거다.
아무튼 그런 두 가지 형태의 인던이 존재하는데, 지금까지 내가 다녀왔던 대부분의 인던은 소모형이다.
“지속형 인던입니다.”
놀랍게도 지금 발견한 인던은 지속형 인던이었다.
- 숨겨진 인스턴스 던전을 찾았습니다.
- 최초 발견입니다.
- 최초 발견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 사냥 시 얻는 경험치가 두 배가 됩니다.
- 아이템 드랍율이 두 배가 됩니다.
- 지속형 인스턴스 던전입니다.
아까 눈앞에 떠 올랐던 시스템창을 이제야 치워내는 나였다.
“그럼 바로 입장하겠습니다.”
바로 인던에 입장했다.
- 아울베어 굴에 입장했습니다.
[아울베어 굴]
난이도 : 어려움
최대 입장 수 : 10명
입장 조건 : 350레벨 이상.
공략 조건 : 던전 내 모든 아울베어를 제거해라.
지속형 인던의 특징이라면 공략 조건이 별 게 없다는 점.
하지만 최초 발견인 나에게는 보너스가 적용되기에 한 번만 돌아도 상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다.
“던전을 돌기에 앞서. 새로운 동료를 소개하겠습니다.”
나는 손가락으로 새로운 동료인 오크 주술사인 쓰랄을 지목했다.
쓰랄의 방송 데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