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6화
#146
이번 이벤트 퀘스트로 받은 보상은 목걸이 하나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아이템이었다.
일단 그 이상한 아이템은 둘째 치고 오크의 왕을 쓰러뜨리고 얻은 목걸이는 이러했다.
[왕을 상징했던 목걸이]
등급 : 레전더리
내구도 : 100/100
근력 +10
체력 +10
통솔력 +100
- 오크틴 산맥의 주인이라 불렸던 왕이 착용하고 있던 목걸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쁜 건 아니다. 근력 스텟에 체력 스텟을 올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통솔력까지 올려주니까. 소환사 직업인 나에겐 나쁘지 않다.
“문제는 내가 끼기엔 계륵이라는 거지.”
그렇다. 이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다.
서머너 킹의 고유 특성인 ‘왕의 아래 모두가 평등하니!’ 덕분에 통솔력은 MAX다. 이미 MAX이니, +100이 추가된다고 해서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거다.
그나마 스텟을 생각하면 착용하겠다만, 나에겐 이미 다른 목걸이가 자리 잡고 있다.
[식탐의 목걸이]
그것도 봉인이 풀려 무려 3배의 경험치를 추가로 먹게 해 주는 이 녀석이 있는데, 다른 목걸이를 착용한다? 어불성설이다.
성능 면에서 훨씬 좋은 녀석을 두고 저걸 착용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오죽하면 팔아 버릴까 생각하고 있을 정도니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가 없다.
그런 와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은 또 다른 의미로 나를 놀라게 했다.
[마르지 않는 물병]
등급 : 레전더리
내구도 : 파괴불가
하루에 1t에 달하는 물을 뿜어내는 물병이다.
자, 봐라. 이것이 오크 웨이브에서 1등을 하고 얻은 아이템이다.
“하…….”
절로 나오는 한숨.
기여도 1등을 위해서 내가 그 고생을 했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억울해서 분노로 뭐하나 박살 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물건이다.
속에서 천불이 이는 것 같다.
“에잇.”
나는 그 물병을 들었다.
물병은 도자기로 만들어졌다. 생김새는 옛날 X몬트 오렌지 주스 병에 손잡이가 달린 형태다.
다만 지금 내가 들고 있는 물병에는 입구를 막아줄 뚜껑이 없음에도 물이 넘치거나 흘러내리지 않았다.
대신 어느 정도 각도로 기울이면 물이 나오는데, 그대로 입을 가져다 벌컥벌컥 마셨다.
꿀꺽, 꿀꺽, 꿀꺽.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리는 시원한 물이 뜨겁게 타오르던 내 몸을 식혀주었다.
“X나 기분 나쁜 건 물맛이 끝내준다는 거지. 거기에 청량감은 미쳤고.”
밖에서 사다 먹는 물이랑 맛 자체가 다르다는 거다.
한번 마시고 나면 다른 물은 거들떠보지 않게 될 정도였다.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앞으로 물 걱정은 없어졌다.
사막지형이라든가 물을 구하기 힘든 지형에서 물을 구하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 하나로 만족해야 한다.
다시 인벤토리에 물병을 집어넣고 정면을 응시했다.
눈앞에는 내 소환수가 아울베어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고 싸우고 있었다.
범이는 덩치를 부풀려 아울베어를 상대로 앞발톱을 드러내 목을 찌르고 있었다.
팅고는 굳이 거대화까지 필요 없는지 방패로 공격을 막아내고 그대로 검을 내밀어 복부를 갈랐다.
가직스야 아울베어가 공격하기도 전에 뒤로 도약한 다음 양팔을 들어 베어 버렸고, 숭이는 특유의 울음소리에 맞춰 주먹을 내질러 아울베어 턱을 돌려 버렸다.
- 소환수 ‘범이’가 ‘아울베어’를 사냥했습니다.
- 경험치 15,000을 획득합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45,000을 획득합니다.
범이를 시작으로 주르르 올라오는 시스템창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죽어 있는 아울베어의 시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도축.”
- ‘아울베어의 가죽’을 획득했습니다.
아울베어의 부산물로 가죽만 나와도 된다.
그것 말고는 이곳에서 얻을 건 없다.
띠링띠링.
마침 울리는 알람 소리에 나는 바로 손을 들어 외쳤다.
“탐지.”
- 탐지 스킬을 발동했습니다.
- 반경 1km를 탐지합니다.
- 탐지 스킬에 걸린 것이 없습니다.
이번엔 꽝.
뭐 하나 얻어걸리면 좋은 거고 없으면 마는 거다.
지금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몇 개의 아울베어 세트를 만들지가 고민이다.
일단 내가 입을 세트 한 벌을 시작으로 팅고, 숭이, 로빈후드까지 기본 네 벌은 만들어야 한다.
이것만 해도 아울베어 400마리를 잡아야 한다는 소리다.
지금 사냥 속도를 생각하면 이틀이면 충분할 것 같다.
남들에 비하면 빠른 속도. 그러다 보니 소환수창에서 대기 중인 오크 백마리도 고민이 됐다.
백 마리의 오크를 위해 만들자면 총 만 마리의 아울베어를 사냥해야 한다. 대충 계산해서 나흘 정도의 시간이 소모될 거다.
레벨업을 하면서 겸사겸사 진행한다고 생각하면 전혀 문제가 될 건 아니다. 다만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느냐가 고민이다.
“여기야 그렇다고 치지만 사막지형부터는 오크 백 마리는 오히려 거추장스러운데 말이야.”
오시리크 자작령은 사방이 모래투성이다.
한발 한발 걷는 것도 힘들 정도로 푹푹 파고들어 가는 모래 위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크다.
거기에 오시리크 자작령에 등장하는 몬스터는 다름 아닌 ‘샌드 스콜피온’이라는 몬스터인데, 모래 속에 숨어 있다가 땅에서 울리는 진동에 반응해 튀어나온다.
물론 월오룰이라는 게임을 하는 유저들의 눈에는 땅속에 숨어 있는 샌드 스콜피온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선이름과 레벨의 표기가 선명히 보이기 때문이다.
멀리서 화살이나 돌 같은 것을 던져 바닥에서 솟아오르게 한 다음 사냥하는 것이 다음 오리시크 자작령 사냥터의 사냥 방식이다.
그런 곳에 오크 백 마리가 우르르 다닌다?
사방에서 샌드 스콜피온이 솟아올라 괴롭힌다 생각하면 상당히 피곤하다.
“그냥 합성해 버려?”
내 원래의 계획은 소수 정예다.
오크틴 산맥은 특수한 상황이다 보니 대규모 소환수를 데리고 다녔다.
처음에는 통제가 어려워 동선이 꼬이기도 했지만, 만능 교육관을 통해 교육하고 군단 스킬을 이용해 안정적으로 운영했다곤 하나 확실히 불편한 건 맞다.
무엇보다 하나 궁금한 게 있다. 정예 몬스터를 합성하면 어떻게 되는지 말이다.
“좀 다르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평범한 소환수만 합성했다.
정예 몬스터로 합성한다는 생각은 못 했다.
정예 몬스터를 보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사냥터를 전부 뒤져도 백 마리를 잡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근데 지금의 나는 가능하지.”
놀랍게도 나는 통찰안과 몬스터 연구가 스킬을 이용해 고르고 골라 오크 백 마리를 포획했고, 그 백 마리가 전부 정예 몬스터로 성장했다.
어쩌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려왔다.
느낌이 왔다.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말이다.
앞뒤 재고, 할 게 없다. 느낌이 왔을 때 지르는 거다.
“소환수 합성.”
- 스킬 ‘소환수 합성’을 사용했습니다.
- 필요한 소환수는 총 백 마리입니다.
- 소환수 합성 시 등급이 상승할 수도,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 자리에서 정예 몬스터인 오크를 선택했다.
- 정예 몬스터 오크를 선택했습니다.
- 백 마리의 오크가 전부 정예 몬스터입니다.
- 특별한 조건, 정예 몬스터 백 마리 합성입니다.
- 소환수 합성 시 등급이 하락하지 않습니다.
눈앞에 떠 오르는 시스템창.
그리고 등급이 하락하지 않는다는 문구에 나는 외쳤다!
“가즈아!!”
- 정예 몬스터 오크 백 마리를 합성합니다.
내 외침과 함께 시스템창이 떠 올랐고, 빛이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커다란 무언가가 나타났다.
- 소환수 합성을 완료했습니다.
- 소환수 합성을 통해 유니크 등급 ‘오크 주술사’가 합성되었습니다.
“응?”
내가 얼떨떨하게 바라보고 있을 무렵에 눈앞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사라졌다.
대신 눈앞에는 소환수 합성으로 새롭게 태어난 오크 주술사가 존재했다.
“취익! 주인님께! 취익! 충성을!”
나는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이는 오크 주술사였다.
눈앞의 오크 주술사는 흔히 월오룰에서 볼 수 있는 오크 주술사와 비슷했다.
다만 2m에 달하는 커다란 키를 바탕으로 뼈에 가죽밖에 없어 보이는 앙상한 몸매에 자신의 키보다 더 큰 해골 모양이 박혀 있는 지팡이를 쥐고 있었다.
해골은 지팡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부터 몸에 주렁주렁 달고 있는 장신구까지 전부 해골이었다.
그런 녀석이 나를 향해 90도로 숙여 인사했고, 나는 얼떨떨한 얼굴로 대답했다.
“어, 그래.”
하지만 시선은 눈앞의 상태창, 정확하게는 눈앞의 오크 주술사의 상태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름 : 오크 주술사(변경가능)
등급 : 유니크
계열 : 몬스터
레벨 : Lv.360
스텟 : 근력250 민첩200 체력500 지식500 지혜500
충성도 : 90
성장 가능
스킬 : 파이어 볼(R)
개방 가능한 스킬 : 미스(U)
내 파티에 원거리 딜러이자 마법사가 포함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앞으로 오크 주술사가 배울 수 있는 스킬.
“저건 무조건 익혀야 한다.”
개사기 스킬이니까.
* * *
미스(miss). 말 그대로 실책이나 오류를 뜻하는 단어.
하지만 저 단어의 무게는 상상 이상의 엄청난 것이다.
적의 공격이 나에게 향했다. 한 대 맞으면 무조건 죽는 공격인데, 그게 만약 미스(miss)가 난다? 난 살 수 있다. 그리고 이게 적 하나가 아닌 단체로 일어난다? 아군의 피해는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이 스킬은 실제로 한 유저의 몸값을 치솟게 하는 엄청난 스킬이고, 고작 유니크 등급의 스킬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유명세를 타게 한 스킬이기도 하다.
“지금쯤 메시아 길드에 속해 있을 텐데…….”
메시아 길드의 길드원. 아니, 정확하게는 메시아 길드의 육성 길드원으로 철저한 관리 속에 성장하고 있을 유저의 주력 스킬이기도 하다.
회귀 전 기준으로 치면 지금쯤이면 이 스킬을 익혔을 것이다.
그리고 훗날 메시아 길드가 대규모 인원을 데리고 가장 거대한 인던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그가 혜성같이 등장해 메시아 길드원 모두를 구해 내는 엄청난 일을 해 낸다.
플레이어 미즈.
그런 이름을 가진 유저였던 것 같다.
뭐, 메시아 길드니 그곳에 속해 있는 유저니 이런 건 둘째 치고, 저 스킬은 무조건 개방시켜야 한다.
“그래야 아군의 생존율이 올라가고, 앞으로 있을 보스 몬스터 사냥에 유용하게 쓰일 테니까.”
원거리 마법이 생긴 일은 좋은 일이다.
파이어 볼 스킬이면 준수한 화력을 내며 부가적으로 화상 대미지까지 입혀주니 나쁜 스킬은 아니다.
하지만 미스 스킬이 너무나도 압도적이어서 파이어 볼을 쓸 일이 적게 될 것이다.
“어떻게 개방시키느냐가 문제인데…….”
사실 소환사가 소환수의 스킬을 개방시키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반복된 교육으로 자연스럽게 학습시키는 것으로 스킬을 생성할 수 있다.
내가 초창기 범이에게 몸통박치기라든가 물어뜯기, 할퀴기를 익히게 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저 스킬을 익히기 위해서는 무엇을 가르치며 반복 학습을 통해 익히게 하여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차라리 피이처럼 멸화 스킬은 자연스럽게 사용한다면 몰라도, 아무런 힌트가 없는 지금의 상황에선 조금 난감하다.
“뭐, 그래도 오크 주술사의 가치가 더 높아진 건 확실하니까.”
개방시킬 스킬, 그리고 성장도 가능한 녀석.
이 정도면 레어 등급 정예 몬스터 백 마리를 투자한 만큼의 값어치는 생긴 것 같다.
“좋아, 너의 이름은…….”
오크 주술사의 이름을 정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