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133화 (133/275)

제133화

#133

사냥은 순조롭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쭉쭉 쌓여가는 경험치에 차곡차곡 쌓이는 레벨. 그리고 인벤토리를 두둑하게 만들어 주는 골드.

모든 것이 너무나도 순조로웠다.

기존의 내 소환수와 오크 워리어 백 마리. 그리고 스컬 대검으로 만들어지는 수백 마리의 오크 스켈레톤까지.

단순히 소환수가 많다고 해서 순조롭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소환수가 압도적으로 강해서 야생의 오크를 찢어발기는 것도 아니었다.

말도 안 되는 사기 스킬로 사냥터를 뒤흔들지도 않았다.

그저 나는 내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지식을 믿었고, 내 소환수를 믿었다. 거기에 전투 맵이라는 스킬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뿐이었다.

“오크 스켈레톤 군단. 좌에서 우로 이동.”

전투 맵에 표시되어 있는 원형의 3번 마크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시켰다.

그러자 오크 스켈레톤이 턱을 ‘딱딱딱’거리며 무기를 들고 이동했다.

그들이 가는 방향은 오크 부락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방향이다.

그 길의 끝에는 오크 족장이 있을 예정이었다.

“켈켈켈!”

스켈레톤 특유의 울음소리가 길을 뚫었다.

오크 스켈레톤은 두려움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듯 그저 앞을 향해 전진했고, 길을 막는 오크에게는 죽음이라는 안식을 안겨주었다.

오크 부락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만들어진 길을 바라보았다.

“애들아, 가자.”

내 명령에 범이를 비롯한 내 기존 소환수가 뒤따랐다.

그런 우리 뒤를 오크 워리어로 구성된 오크 군단이 따랐다.

“쓸어 버려.”

딱히 명령할 것도 없다.

옛날 별들의 전쟁 게임으로 치면 ‘어택 땅’과 같은 거다. 그것만 해 줘도 오크 워리어 백 마리는 알아서 사냥이 가능하다.

기존의 오크 워리어는 내가 알려준 방식으로 야생의 오크를 공격하는 것밖에 몰랐었다. 당연히 동선의 낭비가 심했고, 한쪽에 몰려서 사냥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냥 효율이 최악이었다.

“내가 최근에 손 좀 봤지.”

군단 스킬의 효과 중 하나가 소환사의 명령을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거기에 만능 교육관을 이용해 대장인 오크 1호를 비롯해 열 마리의 오크를 부대장 형태로 만들어 열 개의 무리로 나누고 사냥터를 장악하기 위한 포지션을 알려주었다.

그 효과를 증명하듯 백 마리의 오크 워리어는 순식간에 열 마리씩 찢어지더니 순식간에 자리를 잡아 야생의 오크를 학살했다.

사냥의 효율이 말도 안 되게 상승했다.

물론 오크 스켈레톤과 오크 군단의 활약만으로 오크 부락을 무너뜨릴 순 없다.

기존 소환수가 중요한 이유는 다름 아닌 오크 족장을 상대할 때 가장 증명된다.

오크 족장과 호위병 두 마리가 나타났다.

“캬락!”

“우끼끼!”

가직스와 숭이가 오크 호위병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고는 각자만의 기술을 이용해 두 마리밖에 없는 오크 호위병을 향해 스킬을 날린다.

- 소환수 ‘가직스’가 스킬 ‘가시 방출’을 사용했습니다.

- 소환수 ‘숭이’가 스킬 ‘정권 지르기’를 사용했습니다.

그 두 개의 스킬은 오크 호위병을 오크 족장의 곁에서 영원히 떨어뜨리는 강력한 일격이 되었다.

오크 호위병이 저 멀리 뒤로 밀려났다.

나와 남은 소환수는 가직스와 숭이를 뒤따랐다.

“크워! 취익! 인간! 죽인다! 취익!”

오크 족장이 분노를 일으키며 나를 향해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었다.

“그래, 벌써 네 번째 듣는 대사인데 좀 더 신박한 거 없냐?”

같은 말도 한두 번이다.

벌써 네 번째 듣는 똑같은 대사와 살기에 이제는 몸이 반응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뭐라 할까. 다른 의미로 긴장된다.

“이번에는 얼마나 버티려나?”

이번 오크 족장은 얼마나 버틸지가 가장 궁금했다.

보스 몬스터 전용 필살 콤보를 꺼내 들었다.

“왕의 위엄. 파괴의 가호. 눈높이 교육.”

- 고유 특성 ‘왕의 위엄’을 발동합니다.

- 서머너 킹보다 낮은 존재들에게 경외심을 영혼 깊숙이 새깁니다.

- 스킬 ‘파괴의 가호’를 사용했습니다.

- 모든 파티원과 소환수의 공격력을 36% 상승시킵니다.

- 스킬 ‘눈높이 교육’을 사용했습니다.

- 격을 비교합니다.

- 대상보다 격이 높습니다.

- 오크 족장의 모든 능력치 20% 하락합니다.

“범이 마안.”

“냐앙!”

- 소환수 ‘범이’의 스킬 ‘마안’이 발동되었습니다.

- ‘오크 족장’이 마비에 걸렸습니다.

“팅고 일기토.”

- 소환수 ‘팅고’가 ‘일기토’를 사용합니다.

- 대상은 ‘오크 족장’입니다.

- 대상의 모든 능력치를 20% 떨어뜨립니다.

“피이, 멸화.”

- 소환수 ‘피이’가 스킬 ‘멸화’를 사용합니다.

- 영혼까지 불태우는 불길이 치솟습니다.

- 대상의 모든 능력이 10% 감소합니다.

무려 50%의 능력치를 떨어뜨리며 아군의 공격력은 36%나 상승하게 되는 필살 콤보.

“범이!”

“냐앙!”

오늘의 주인공은 범이다.

“자유 변형, 메가톤 펀치!”

- 소환수 ‘범이’가 고유 특성 ‘자유 변형’을 시전 합니다.

- 몸집이 거대해집니다.

- 소환수 ‘범이’의 스킬 ‘메가톤 펀치’가 발동되었습니다.

- 근력 수치만큼 추가 대미지를 줍니다.

순식간에 덩치를 다섯 배로 부풀린 범이가 그대로 주먹을 말아 쥐고는 오크 족장의 심장이 있는 곳을 향해 휘둘렀다.

퍼어억!

- 묵직한 일격.

그리고 그 일격을 날린 범이는 유유히 바닥에 착지하고는 우아하게 나를 향해 걸어왔다.

마치 더 이상의 공격은 필요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너무나도 여유롭고 당당한 걸음이었다.

그걸 증명하듯 내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오름과 함께 눈앞의 오크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가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악의 파편을 품고 있는 오크 족장’을 쓰러뜨렸습니다.

-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318레벨을 달성했습니다.

“고생했다.”

나는 범이의 목덜미를 슬쩍 긁어주고는 오크 족장의 시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도축.”

- 퀘스트 아이템 ‘악의 파편’을 획득했습니다. 5/11

이로써 다섯 개의 부락을 무너뜨렸다.

앞으로 남은 부락은 여섯 곳.

“좋아. 이 속도면 오늘 한 곳 정돈 더 정리할 수 있겠군.”

오늘로써 절반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도 나흘 만에 여섯 개의 부락.

예상보다 빠른 페이스다.

이대로 쭉쭉 나간다면 앞으로 삼 일이면 충분히 끝낼 것 같아 기뻤다.

“오크가 나오는 사냥터는 빨리 탈출하는 게 국룰이지.”

앞으로 계속 볼 것이니 말이다.

곧 여기를 떠날 거라 생각하고 있던 찰나였다.

“시저 남작님!”

저 멀리서 들려오는 크루트의 다급한 목소리에 그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크루트의 입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왔다.

“오크틴 산맥의 왕이 부활했다고 합니다.”

“왕이 부활했다고?”

뜬금없는 말에 내가 이해를 못 하자 크루트가 다급하게 말했다.

“자세한 것은 저희 아버지께서 설명해 주실 겁니다. 아무튼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오크들의 왕이 부활했고, 순식간에 두 개의 부락을 먹어 치웠다고 합니다.”

아…… 그러니까…….

내 퀘스트의 목적인 오크 족장 두 마리를 먹어 치웠다고?

아, X벌. 갑자기 이곳은 왜 이래?

* * *

갑작스러운 오크틴 산맥의 왕의 등장.

일명 오크의 왕이라 불리는 존재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가장 비상이 난 것은 월오룰을 즐기는 플레이어가 아닌 NPC였다.

“죽었다는 오크의 왕이 부활했다며.”

“어후, 옛이야기가 아니었어?”

“그 옛날이야기의 오크 왕이 언데드가 되었다는군.”

“허허, 유일무이한 오크틴 산맥의 지배자였대. 그 당시엔 인간이 노예였고, 오크가 이곳을 지배하던 시절이지.”

광장을 비롯해 주점, 여관 어느 곳을 가더라도 들려오는 오크의 왕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먼 옛날 브리타니아 대륙에 인간보다 몬스터가 더 많았던 시절의 이야기이자 마왕이 대륙을 삼키려 하기 전의 이야기다.

안 그대로 크세이트 공작은 별다른 말도 없이 경비병의 숫자를 늘리며 오스틴 산맥에 대한 정찰과 오크 사냥에 박차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에 NPC들은 오크에 대한 걱정을 잊어도 되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불안에 떨었다.

오크의 왕이 언데드가 되어 부활했다.

다시 오크틴 산맥의 오크를 한 부족으로 통합해 인간을 향해 공격해 오는 것은 아닐지. 혹시나 인간이 패배하여 다시 오크의 노예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영지 전역에 퍼져나갔다.

그런 영지민의 반응에 가장 먼저 나선 것은 다음 아닌 크세이트 공작이다.

“잊지 마라! 오크틴 산맥의 오크를 몰아내고 이곳을 인간의 땅으로 만든 것이 바로 우리 크세이트 가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예부터 이곳에 자리 잡은 크세이트 가문.

마왕의 강림 당시, 수도 세크드릭으로 향하는 오크를 막아낸 업적을 기리며 공작 가문이 된 그들이지만, 그들은 이미 그전부터 오크와 치열하게 싸워왔다.

그런 크세이트 공작령이 또 한 번 영지민과 세드릭 제국을 위해 싸우겠다며 전투를 준비했다.

그동안 성안에서 잠들어 있던 각종 공성 기기는 물론이고, 철저하게 관리했던 무기와 방어구를 전 병력은 물론이고, 영지민에게 나눠주었다.

영지민에게 싸우라고 명령하진 않았다.

오크와 싸우는 것은 크세이트 가문의 기사와 병사이니, 자신의 가족은 스스로 지켜내라는 뜻에서 빌려주는 것이었다.

영지민은 능숙하게 무장했다. 그리고 언제든 싸울 수 있게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와 동시에 크세이트 공작은 황실과 신성 교단에 연락을 취했다. 오크의 왕이 부활했으며, 신성 교단의 지원과 마탑의 마법사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기 위함이었다.

오크 족장이라면 크세이트 공작령의 병력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 상대는 언데드, 그것도 오크의 왕이다.

언데드에 가장 치명적인 것은 평범한 검이나 오러가 아닌 상극의 힘인 신성력과 강력한 화력을 뿜어내는 마법이다.

세드릭 제국의 황제는 이 소식을 듣고는 선포했다.

“지금부터 언데드가 되어 버린 오크의 왕을 토벌하겠노라!”

그 선포는 단순한 토벌이 아니었다.

월오룰이 게임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시스템이 반응했다.

- 대규모 이벤트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언데드가 된 오크의 왕을 쓰러뜨려라.]

난이도 : 극악.

내용 : 오크틴 산맥의 지배자였던 오크의 왕이 언데드가 되어 부활했습니다. 언데드가 되어 버린 오크의 왕을 다시 안식에 들게 해야 합니다. 오크틴 산맥의 수백만이 넘는 오크가 크세이트 공작령을 공격합니다.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야 합니다.

D- Day3.

보상 : 차등 보상. 메인 시나리오 힌트.

특이사항 : 강제 퀘스트입니다. 거절할 수 없습니다. 소모품 귀환석(크세이트 공작령)이 하나 지급됩니다.

순식간에 모든 플레이어의 시야를 가려 버리는 시스템창.

그리고 그 시스템창의 내용 중 모든 플레이어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단 한 곳이었다.

“미, 미친! 메인 시나리오?”

“갑자기? 이제야?”

“뭐야? 이걸 참가해야 메인 시나리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소리 아냐?”

“이건 못 참지. 무조건 해야지.”

“심지어 귀환석도 하나 준다는데 안 갈 이유가 없지.”

순식간에 모든 플레이어들이 크세이트 공작령으로 향했다.

퀘스트에 표기된 D- Day3이라는 것을 통해 앞으로 삼일 뒤, 대규모 이벤트가 일어나리라는 것을 알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