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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38화 (38/275)

제38화

#38

니베라 남작의 성으로 향하는 내 얼굴은 그리 좋지 못했다.

“아니…… 아무리 개꿀 빨았다지만…… 이건 너무하지.”

지금 내가 짜증이 나 있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인던을 클리어 하고 얻은 전리품이 분노의 반지 하나라는 점이다.

명색이 인던의 보스 몬스터다.

그럼 아이템 두세 개는 기본으로 뱉어야 정상 아닌가?

근데 놈은 딱 하나.

그것도 레전더리 아이템인 분노의 반지만을 내뱉었다.

<분노의 반지>

등급: 레전더리

내구력: 100/100

-스킬 ‘분노의 일격’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반지다.

-분노의 일격 스킬은 단 한 번의 일격을 10배 상승시켜 준다.

-분노의 일격 스킬 사용 후 10분간 모든 능력치가 1로 고정된다.

특이 사항: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이 봉인되어 있음.

억울하잖아.

그 시간을 투자해서 나름 힘겹게 잡았다.

버스가 얼마나 편한지 꿀잠 잘 뻔한 걸 꾹 참는데 얼마나 힘들었는데 말이야.

어!

어쩔 수 있겠는가?

이미 사냥하고 나온걸.

물론 내가 진짜 뭐라도 하나 더 먹겠다며 인던을 더 도는 방법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내 입장에서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첫 번째는 시간이다.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 미래 지식만 이용해도 더 좋은 아이템이나 스킬 북을 획득할 수 있는 장소를 수도 없이 알고 있다.

이미 첫 발견 보너스가 종료된 시점에서 계속 돌아봐야 시간만 아까울 뿐이다.

굳이 나는 물론이고, 팅고와 범이가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뛸 필요가 없지.

차라리 다음 사냥터를 노리는 게 훨씬 현명하다.

두 번째는 퀘스트 때문이다.

미리엘 장로가 주었던 그 강제 퀘스트가 자동으로 클리어 되었고, 연계 퀘스트로 얼른 돌아오라고 하고 있다.

그것도 강제로 말이다.

강. 제.

아오. 개 같은 퀘스트 같으니라고.

진짜 보상 더러우면 뒤집어엎을 거야.

진심이다.

아무튼 그 때문에 나는 니베라 남작의 성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냥집사들 길드의 길드 마스터에게 연락했다.

[지금 가려고 합니다. 시간 괜찮으십니까?]

미리 말해 둔 이야기다.

분명 지금 내가 니베라 성으로 들어가면 벌떼같이 달려들 각 길드 스카우터들이다.

이번 메인 퀘스트이자 이벤트 퀘스트로 무려 레전더리 스킬 뽑기권을 두 개나 먹은 게 나다.

그들의 입장에선 나는 너무나도 매혹적인 영입 대상 0순위다.

당장 레전더리 스킬 하나만 있어도 상위권을 노릴 수 있는데 두 개나 있다? 이미 내 몸값은 상상도 못 할 금액일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길드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미래 지식을 활용한 나 혼자서 잘 먹고 잘살 생각이니 말이다.

그런 그들을 피해서 움직이려면 냥집사들 길드의 도움이 필요하다.

연락을 보내고 얼마 가지 않아 답장이 왔다.

[시저 님. 저희 도움이 필요 없으실 것 같습니다. 설명해 드리고 싶으나 저희도 이 상황을 잘 몰라서 설명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편하게 성문으로 들어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뭐라는 거야.

오히려 내가 더 잘 모르겠는데?

지금 니베라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건가?

급작스러운 호기심으로 터덜터덜 내려가던 내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지려는지 다리에 힘이 들어가려는 찰나였다.

[시저 님.]

또 한 번 냥집사들 길드의 길마가 연락이 왔고, 나는 그 자리에 멈춰 그다음 말을 기다렸다.

[괜찮으시다면…… 범이의 팬 카페를 만들어도 될까요?]

어라라.

이건 쫌 예상왼데.

아직 소환수의 팬 카페가 생기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로 하다.

대략 1~3년 정도 뒤에나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지 지금에는 딱히 유명한 소환사가 없다 보니 생길 일이 없다.

근데 저들이 만들겠다는 것은 다름 아닌 길드이름에 맞게 고양이인 범이의 팬 카페를 만들겠다는 소리다.

빠르게 나는 머리를 굴렸고, 팬 카페가 생김에 따라 나오는 이득을 떠올렸다.

그리곤 바로 답장해 줬다.

[자세한 협의는 한번 만나서 이야기해야겠지만 일단 알겠습니다.]

범이의 팬카페가 생긴다면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다름 아닌 나다.

혹시 내가 라이브 영상이라도 찍게 될 경우 범이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시청자 숫자도 장난 아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영상에 범이가 활약하는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조회 수를 뽑아낼 수 있고 말이다.

여러 가지 이득이니 허락한 것이다.

“팬 카페 일은 처리했으니 이제 내 일을 처리해야지.”

다시 니베라 남작의 성문으로 향해 움직인 나였는데, 어느새 사냥터에서 뛰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서둘러 니베라 남작의 성문에 도착했을 때 나는 그대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어리둥절하게 정면을 바라보았다.

“고생했네. 플레이어 시저.”

그곳엔 스크린 샷으로만 보았던 니베라 남작이 양팔을 벌리고 나를 환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장면은 주변에 수많은 유저들이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다.

* * *

지금 나는 매우 불편하다.

얼마나 불편하냐고 묻는다면 일단 지금 거칠게 내 엉덩이를 때리고 있는 마차의 승차감이다.

현대 사회의 승용차가 주는 편안함과 거칠게 운전하는 버스라든가, 딱딱하지만 그대로 목적지까지 빠르게 이동 시켜 주는 지하철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실시간으로 전해 오는 마차의 덜컹거림은 상당히 거슬렸다.

나도 모르게 인상을 살짝 찌푸렸지만, 그런 나와 다르게 허허허 웃고 있는 미리엘 장로의 말이다.

“확실히 니베라 남작님이 쓰시는 마차라 그런지 승차감이 좋습니다.”

“그렇습니까? 제가 아는 대장장이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상당히 실력이 좋습니다.”

“니베라 남작님이 이런 세세한 신경이 있기에 이곳 남작령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다 가신들이 노력해 준 결과지요.”

옆에서 하하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저 둘의 존재가 두 번째 불편함이다.

한 명은 신성 교단의 장로인 미리엘 장로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이곳 니베라 남작령의 주인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내가 사원인데, 지금 이곳에 이사님 한 분과 사장님과 함께 있다는 것이다.

내 옆에 있는 두 사람에게는 그저 평범한 공간에서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 것이겠지만, 같이 있는 나로서는 숨이 턱턱 막히게 하는 그런 곳이다.

불편해 죽겠는 이런 자리에 내가 왜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분명 퀘스트 때문이겠지.’

짐작 가는 것은 퀘스트.

아무래도 미리엘 장로가 준 퀘스트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첫 번째 퀘스트가 조사이고, 두 번째 퀘스트가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아직 퀘스트는 진행 중이라는 소리다.

그러니 최대한 표정을 숨기며 조심스럽게 있는 나였다.

그런 나에게 니베라 남작이 말을 걸어왔다.

“왜 같이 가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군.”

뜨끔했다.

최대한 표정을 숨기려 해도 겉으로 티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네, 그렇습니다.”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마 이 자리에 내가 있지 않고 다른 누군가가 있더라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허허. 솔직하게 대답해서 만족스럽군.”

그런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니베라 남작이었다.

잠시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그대로 나를 향해 말했다.

“성에 자네를 보고 싶어 하는 분이 계시네.”

“누구 십니까?”

“만나면 알게 될 것이네.”

그 말을 끝으로 나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보이는 니베라 남작이다.

힌트는 저기까진가 보다.

다 알려 줄 것도 아니면서 왜 물어본 거야.

괜히 더 궁금해지게 말이야.

그리고 저 할아버지는 왜 저리 인자한 미소를 보이고 있는 거야.

어색하게 말이야.

두 사람의 시선에 어색한 내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내 시선에는 이제 영주의 성을 지키는 성벽과 성문을 통과한 상태였다.

‘와…… 장난 아니네.’

내 시선이 닿은 곳은 성 안에 있는 자그마한 정원이었다.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다.

작은 규모의 정원이지만, 커다란 나무 아래 놓여 있는 테이블과 의자. 주변으로 심어진 꽃들이 저마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뭐라 할까.

바쁜 일상 속에서도 저곳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지면 업무로 시달린 내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그런 기분을 느낄 것 같았다.

“꽤 잘 꾸며 두지 않았는가?”

“그런 것 같습니다. 정말로 저곳에서만큼은 잡다한 생각을 잊어버리고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로 진짜 내 가슴속에서 우려져 나오는 말 그대로 대답했다.

“하하하. 맞아. 저 정원을 꾸며 준 것이 내 아내지. 일에 치여 사는 나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와 동시에 아내 자랑을 하는 니베라 남작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누가 생각해도 공처가의 모습. 그러면서 자신의 말에는 애처가라며 아내를 사랑한다는 말을 끊임없이 내뱉고 있었다.

‘아…… 서럽네. NPC한태 염장 당하고 말이야.’

살다 보니 AI이자 NPC에게 아내 자랑을 들을 줄이야.

아니, 난 한 명으로도 충분히 벅차다고!

태선이 형도 그렇고 옆에 있는 니베라 남작도 그렇고, 결혼하면 다 저렇게 되나?

참으로 신비하다.

그렇게 아내 자랑을 듣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도착했는지 마차가 멈춰 섰다.

“들어가지.”

나는 니베라 남작의 안내에 따라 성으로 들어갔다.

[플레이어 최초로 니베라 남작의 성을 방문했습니다.]

-업적 ‘NPC 니베라 남작에게 초대받은 자’를 획득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추가됩니다.

캬.

이런 업적도 있었어?

이거 잘하면 들리는 지역의 영주만 만나도 업적 수십 개는 물론이고 보너스 스텟을 엄청나게 챙기겠는데?

또 하나의 꿀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들릴 영지와 얻을 업적을 생각하니 방금까지의 답답함은 사라지고 오히려 상큼해지는 기분과 함께 성안의 응접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 놀랍게도 전혀 예상치도 못한, 그리고 월오룰을 플레이하면서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던 인물이 나를 반겼다.

“반갑네. 플레이어 시저. 나는 대현자라 불리는 볼드모드네.”

놀랍게도 그곳엔 월오룰의 가장 중요한 핵심 NPC이자 신화급 무기인 <현자의 지팡이>를 들고 있는 볼드모드가 있었다.

* * *

효성이 니베라 남작의 성에 들어간 시간.

월오룰의 커뮤니티는 메인 퀘스트에 이어 두 번째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님들님들. 속보요. 유저 한 명이 니베라 남작의 성에 들어감.

˪개소리 하네.

˪그러게 말이야. 아직 귀족 NPC랑 대화해 본 유저도 없는 이 시국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개소리는 님들이 하고 있고요. 다음 글에 스샷 있습니다.

스샷 있다는 말에 그들은 새로운 글로 넘어갔고, 진짜 니베라 남작과 함께 마차를 타고 있는 유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미친? 이거 뭐임.

˪머선129.

˪진짜네.

˪와. X발 진짜 대박이다.

[너무 심한 욕은 제제 대상입니다.]

순식간에 불타오르는 커뮤니티였다.

니베라 남작의 마차에 탄 유저는 그대로 니베라 남작의 성으로 향해 들어갔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커뮤니티에 흘러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커뮤니티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부러워했다.

-개 부럽다. 분명 뭐 좋은 거 하나 얻겠지?

˪그보다 업적! 업적을 얻지 않을까요?

˪와 얼마나 운이 좋아야 하는 거야.

˪레전더리 확정 뽑기 권이라니. 저 정도면 전생에 나라라도 구한 건가?

˪하나만 나 줬으면 좋겠다.

˪˪ㅇㄱㄹㅇ

-근데 시저란 유저 어떤 사람임?

˪아직 알려진 게 없음.

˪지금 떠도는 정보로는 소환사라던데?

˪레알임? 소환사가 그리 강함?

˪고양이 안고 다니는 거 봤음.

˪집사야?

˪소환수가 고양이라니. 이건 진짜 부럽다.

지금 커뮤니티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다름 아닌 시저.

이번 메인 퀘스트 보상 중 가장 좋은 보상을 받은 인물이자, 귀족의 성에 들어갔기에 시저에 대한 궁금증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하나의 영상이 뜸과 동시에 커뮤니티에 접속해 있던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영상은 먼 거리에서 촬영한 듯 조금 멀어 보였다.

하나 초점이 조금씩 당겨지고, 이네 고블린 족장과 한 유저가 마주 보고 있었다.

영상을 시청하고 있는 사람들은 알았다.

이 자가 고블린 족장을 쓰러뜨린 유저인 시저라는 것을 말이다.

그 시저가 외쳤다.

“냥냥펀치!”

분명 그 뒤로 뭐라 외침이 있었지만, 들리지 않았다.

대신 한쪽으로 카메라가 집중되었고, 그 곳에 있는 한 고양이가 자그마한 주먹을 쥐더니 그대로 고블린 족장의 복부를 때렸다.

고블린 족장의 복부에 구멍이 생기며 서서히 쓰러지는 것과 방금 일격을 날린 고양이가 우아하게 바닥에 착지하더니 그대로 그루밍하는 모습으로 영상은 끝이 났다.

범이가 인터넷 방송으로 데뷔하게 되는 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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