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105화 (105/206)

제105화

용광검.

가장 처음으로 얻은 무기이자, 고블린의 게이트에서 얻은 ‘히든 피스’였다.

처음에는 ‘명’으로 보아, 그 당시에 얻을 수 있는 세 가지의 히든 피스 중 가장 효율적이라 생각해 얻은 무기였다.

누구의 무기인지도 몰랐을뿐더러 단순하게 최종적으로 성장한다면 성좌들 정도는 되어야 온전한 힘을 낼 수 있는 성좌들의 무기인 신기였다.

그 성능은 말 그대로 선기, 마기 등 모든 세계에 존재하는 무기들의 성능을 가볍게 뛰어넘는 무기였다.

그 무기가 바로 내가 얻은 용광검이었다.

이상한 점은…

능력치의 한계를 돌파해 용광검이 아주 잠시 최종적으로 성장했을 때이다.

성좌, ‘해동의 천왕랑’의 힘이 깃든다는 메시지와 함께 뜨는 신마저 죽일 수 힘이 주어진다는 것.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 조각들을 하나하나 이어 맞추기 시작했다.

도대체 누구의 무기길래 봉인되어 고작 최하급인 고블린의 게이트에 숨겨져 있었던 것이었을까?

나를 향한 단순한 물음이었지만, 내 생각만으로는 그 답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네가 사용하는 그 무기. 처음에는 몰랐네만, 우리가 찾길 바라는 그 성좌의 힘이 담겨 있네. 인티와 부딪혔을 때 아주 잠시 천왕랑이 사용하던 무기와 비슷했지만…. 그건 아주 잠시였지.”

삼족오의 말에 나는 용광검을 꺼내어 그에게 보여주었다.

내가 사용하는 무기가 어떤 무기인지, 누구와 연관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아주 좋은 상황이었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무엇보다 용광검은 시스템으로 인해 나에게 묶여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쉽사리 강탈할 수도 없었다.

“이상하군…. 천왕랑의 무기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약해. 자네가 정령의 힘을 사용했을 때와는 또 다르군.”

“그렇습니까? 도대체 천왕랑이 누구길래….”

인간 형태의 삼족오는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용광검을 이리저리 휘두르고 세세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삼족오 님. 그 무기 제가 봤을 때는 봉인이 되어있는 것 같은데요?”

“음?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냐?”

“인티 님과의 접전에서 그 무기는 천왕랑이 사용하던 신기의 힘이 그대로 드러났어요. 맞죠?”

“그렇지.”

“지금은 아주 조금 천왕랑의 힘이 깃들기는 했지만, 그분이 사용하던 신기의 힘은 전혀 없어 보이고요.”

“그렇지.”

달은 나름대로 추리를 하며 삼족오를 이해시키기 시작했다.

“잘 보세요. 이 인간 놈은 그때와 같은 힘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맞죠?”

“한 번에 말해주면 좋겠구나, 달아.”

“이 인간이 강해지면, 그분의 신기로 봉인이 해제되는 것이고 이놈이 약하면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해 지금 같은 상태인 거죠!”

“오호….”

나름대로 맞는 소리만 하는 달을 바라보며, 나를 비롯해 해와 삼족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달을 귀엽게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결론은 저놈이 지금 약해서 그 검이 그 모양인 거죠. 누이! 제 말이 맞지요?”

“그래. 달아 아주 말 잘했구나.”

나는 달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한 후, 그대로 달의 말을 이어갔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제가 정령화를 사용했을 때는 힘의 한계를 넘어서지요. 그에 따라 이 용광검도 성장했고요.”

“그렇다면, 지금 그 정령화를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인가? 지금 자세히 보인다면 우리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을 테지.”

“안타깝지만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 힘은 제가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커다랗고 성질이 맞지 않는 힘이죠. 언제 어느 시점에 부작용이 올지 모릅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사용할 수 없구요.”

“그렇군….”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내가 정령화를 시전 해야만 볼 수 있는 용광검의 최종상태를 보지 못하자, 삼족오는 내심 아쉽다는 표정이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잠깐… 조금 전에 이 검의 이름이 무엇이라 했는가?”

갑작스레 표정이 한껏 진지해진 삼족오가 나를 향해 물었다.

“용광검이라 합니다만…?”

정확하게 검의 이름을 들은 삼족오가 기쁜 듯 웃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해와 달이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확실한 것은 이들은 지금 기뻐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좋다. 인티와의 접전 중에는 혹시 몰라 자네를 살렸네만, 이제는 믿을 수 있겠어.”

“……?”

“혹, ‘태양신의 화로’ 말고 원하는 것은 없는가!? 내 자네를 전적으로 지원해주도록 하겠네.”

“그분이 그렇게 중요한 분입니까?”

당장 무언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나는 궁금했다.

내가 사용하는 무기의 주인이 누구인지, 이들이 왜 이렇게까지 찾으려 하는지를.

‘용광검’이라는 말을 듣고 태세가 갑작스레 변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찾는 이유는 말해줄 수 없네. 하지만, 자네에게 해를 끼치진 않을 것이야.”

“설명을 좀….”

“성운, <안락국>과 관련이 있네. 그리고 그분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네. 자네가 사용하는 무기가 그분과 관련이 있다면 더더욱 찾아야 하겠지. 내가 말해줄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네.”

애매하게 넘어가는 삼족오였지만, 고집을 부려 들을 필요는 없었다.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는 걸, 나는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고집을 부리지 않고 김영광과 김도은을 내 곁으로 불러들였고 이들이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럼, 지원은 어떤 식으로.”

“음… 어떤 게 좋겠느냐 해야, 달아.”

“글쎄요. 이 약해빠진 인간들의 배후성이 되어 주는 것은 어떨까요?”

“저희는 이미 후원자가 있습니다. 그 방법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만.”

한참을 고민하던 삼족오와 해와 달이었지만, 마땅히 마음에 드는 대답은 오가지 않았다.

그러기를 10여 분.

나는 문뜩 이들이 우리 세 사람에게 지원해 줄 방법에 대해 떠올릴 수 있었다.

“꼭 지원해주실 생각인 거죠?”

“그렇네. 자네가 천왕랑을 찾아주기만 한다면 무엇을 못 하겠는가?”

“좋습니다. 그럼, 저희 세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신기’를 빌려주심이 어떻습니까? 반납은 그분을 찾는 대로 돌려드리는 것으로.”

무척이나 당돌한 대답에 세 태양신이 놀란 표정을 가까스로 참는 것이 눈에 보였다.

아무리 도움이 되는 자들이라도 태양신에게 신기를 빌려달라니.

두들겨 맞지 않으면 다행인 소리였다.

하지만

이들의 입장에서 ‘해동의 천왕랑’은 신기를 내어 주더라도 찾고 싶은 자라는 것이 나의 머릿속에서 나온 최종적인 결론이었다.

“좋네. 그럼 자네들의 강함을 가늠해보도록 하지.”

인간의 형태로 변해 있던 삼족오가 발이 세 개 달린 까마귀로 변해 우리들의 주변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약하군.”

“그건 저도 압니다.”

삼족오는 우리들의 힘을 아주 짧은 시간에 파악하더니, 해와 달에게로 이동했다.

“수적으로 딱 맞으니, 나는 이놈 해와 달은 저 두 명의 인간을 돕도록 하지.”

“그 말씀은?”

“단순히 빌려주는 것이라면, 어려운 일은 아니지. 우리는 이곳에서 힘을 기르면 그만. 신기를 사용할 일은 없다네.”

“다행이네요.”

삼족오의 말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듯 해가 반발했지만, 달이 저지해준 덕분에 상황은 금방 수그러들 수 있었다.

“자네는 이미 신기가 필요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나의 신기가 필요한가?”

삼족오는 나의 강함을 이미 파악하고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른 무언가가 있겠습니까?”

“물론이네. 내가 자네의 후원자가 아닐지라도 ‘성흔’을 부여할 수는 있지. 자네도 모르지는 않겠지?”

“그럼….”

“성흔을 하사하겠네. 그렇다면, 자네의 강함은 지금보다 더욱 강해질 수 있겠지.”

“좋습니다.”

삼족오의 말이 옳았다.

나에겐 왼팔이 없었고 무기보다는 사용할 수 있는 성흔이나 공격 스킬이 더욱 필요한 참이었다. 무기는 용광검이면 충분했고 파천신군, 윤민의 무공으로는 인간들보다 상위의 존재들을 상대하기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삼족오는 다시 한 번 인간의 형태로 변해 자신의 성흔을 하사했다.

[성좌, <세 발을 가진 까마귀>가 당신에게 성흔, [홍염(紅焰) LV MAX]을 하사합니다.]

화악!

삼족오가 성좌로 구분이 되는 것이 조금 의아했지만, 그다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어서 무언가가 나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기분이 들었지만, 외형의 변화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 된 겁니까?”

“뭐, 그렇지.”

상태창

-

LV86 – 이안 / 26살

힘 - 24623 / 99999

민첩 – 24765 / 99999

마력 – 22341 / 99999

체력 - 27275 / 99999

LV 포인트 - 0

각성 등급 - 미확정

전용 특성 – 자신의 운명을 바라본 자

배후성 – 재미로 삶을 반복 하는 자

성흔 - [시간 괴리 LV MAX], [홍염(紅焰) LV MAX]

시드 - 12012000 seed

-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기에, 조금 김이 빠지기는 했지만, 나는 상태창을 확인하며 아주 조금이지만, 강해진 것에 기분이 좋아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자네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는 성흔이네. 홍염은 다루기 힘든 힘이지.”

삼족오는 어깨를 으쓱였고 자신의 힘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그런 삼족오와의 볼 일은 마친 나는 김영광과 김도은에게 이동했다.

“두 분도 받았습니까?”

“네. 쓸 일이 있을까 싶지만… 전 이걸 받았습니다.”

“저는 이거요…. 아무래도 자꾸 ‘달’과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왜….”

김영광과 김도은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났지만, 둘이 하는 말이 웃겨서가 아니었다.

이들이 받은 신기.

김영광은 남동생인 ‘해’에게 ‘황금빛의 동아줄’이라는 신기를 하사받았고 김도은이 받은 건 ‘썩은 동아줄’이라는 신기였다.

어떤 효과를 주는지는 몰랐지만, 신기가 괜히 신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김도은이 말끝을 흐린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썩은 동아줄이라니.

두 가지 신기를 바라본 나는 몇 천 년은 족히 살아온 해와 달이 그저 귀엽기만 했다.

아린이 친구 삼으면 딱 좋을 텐데. 아… 혹시, 눈이 맞으면 몇 천 년의 연상연하 커플이 탄생하는 것인데…. 아닌가?

잠시, 이상한 생각을 하던 나는 두 사람이 하사받은 신기를 확인한 후 자리를 벗어나려 움직일 때였다.

“아, 인간이여. 한 가지 말해주자면, 인간 세상에서 오우관(烏羽冠), 오룡거(五龍車)라는 물건을 찾게나. 그분을 찾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분의 흔적이 담겨 있을 테지.”

“알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보도록 하죠.”

“음. 무운을 빌겠네.”

고개를 끄덕인 나는 세 태양신과 이별을 하며, 우리가 거주하던 지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 아니, 미션의 강제 종료로 각 세계의 대표들이 죽기까지의 남은 시간은 고작 3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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