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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성좌였다-25화 (25/206)

제25화

episode(5) 성장, 무림계 이세계 게이트

아무리 곤륜산과 현계의 시간 괴리가 생겼다지만, 나는 이 부분을 간과하지 않았다.

페널티를 생각해 최대한 적게 곤륜산에 머물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 강원도 지역의 왕이 되고 곧이어 경기도 지역까지 차지했다?

거기다…. ‘고원’이라는 자는 나의 ‘명’에서 본 적이 없는 이름이었다.

벌써 바뀌었다고…?

어디에서 바뀐 거지?

권민재? 안재훈? 일행들을 보내서? 이 시점에 곤륜산에 들어가 약간의 시차가 발생해서?

이 모두가 아니라면, 내가 스킬 [각성]을 얻어서…?

알 방법은 없었다.

‘명’은 이미 변해 버렸고,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었기에 나는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일단….

- 민재 씨 상황은 어떤가요?

- 어? 안이 형님입니까? 마치 옆에 있는 듯 말이 들려오네요. 하하

- 전 서울 지역의 왕이 되었습니다. 민재 씨는?

- 시스템의 알림을 못 보셨나 보네요. 아이들의 도움으로 경상남도는 저희가 왕이 되었어요.

- 잘했어요. 전 이대로 강원도와 경기도를 맡을 겁니다. 민재 씨 판단하에 아래는 맡아 주세요. 경기도와 강원도를 차지한 후 돕도록 하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이 짧은 시간에 두 지역을 통합한 사람입니다. 조심하세요.

- 네. 아이들을 잘 부탁합니다.

나는 시드 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아이템 ‘장거리 전음’을 사용해 권민재와 잠깐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아이들도 권민재도 잘해 주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혼자서 움직이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구합니다.]

“걱정하지 마셔요. 아직 죽을 생각 없으니까.”

[성좌, <검은 날개를 가진 밤의 여왕>이 자신의 후원자가 안 보여 우울해합니다.]

“당분간 좀 참으세요. 이게 최선의 방법입니다.”

정말이지, 걱정도 많은 성좌들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성좌들이란, 못 믿을 자들이었기에 자신들의 후원자를 아껴 주는 모습에 조금… 마음이 풀어지고 있었다.

[성좌, <당나라의 고승> 다섯째 제자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성좌, <사계절을 사랑하는 선녀>가 당신을 응원합니다.]

.

.

여태껏 나를 지켜봐 온 성좌들과 배후성의 걱정과 관심을 받으며 서울 지역의 남은 사람들에게 <왕의 권능>을 사용해 한자리로 모았다.

[서울 지역의 왕 ‘이안’님이 <왕의 권능>을 발동합니다.]

[서울에 남은 모든 인원은 120분 이내에 경복궁으로 모이지 않을 시, 막대한 페널티를 얻게 됩니다.]

[페널티 – 모든 능력치 90% 하락, 가지고 있는 모든 시드 몰수.]

[김영광, 김도은 두 사람은 <왕의 권능>에서 제외됩니다.]

“하하…. 이건 페널티가 아니고 그냥 죽으라는 거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영광과 김도은의 시작점이 서울 지역이었기에 페널티를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자칫, 그리스나 폴리네시아 쪽 왕의 <왕의 권능>에 따라야 할 수도 있었으나, ‘명’을 본 나였기에 시스템의 이점을 이용해 편법을 부린 것이었다. 그 결과가 두 사람을 <왕의 권능>에서 제외시켜 게이트를 돌게 한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권민재, 안재훈과 아이들 역시 시작점이 서울 지역이기 때문에 나의 <왕의 권능>으로 당장 경복궁에 모이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권민재가 경상남도의 왕이지만, 나를 만나면 자동으로 왕의 권한이 승계될 것이었다.

시스템의 절대력.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 우리 인간들의 힘으로는 꺾지 못할 절대적인 법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지금 당장의 이야기지만.

나는 곧 몰려올 서울 지역의 사람들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인원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멸망 이후 이 세상에 꽤 많은 사람이 남아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 * *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기 시작했고, 한 시간쯤 지나자 꽤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런데도 멸망 때문인지 많은 숫자가 줄어 있었다.

다 모인 건 아니겠지? 너무 적은데….

모인 사람 중 가까스로 살아난 어린아이들과 나이가 든 노인도 상당수였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배후성을 얻은 거야?

성좌들이 후원자를 선택하는 이유는 제각각 달랐기에 그러려니 넘어갔다.

남은 시간은 한 시간.

한 시간이 지나면 모일 사람은 전부 모였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았다. 이 시점에서 모든 시드를 몰수당하고 능력치의 90% 하락의 페널티를 당한다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아무리 강한 사람인들 그 정도의 페널티를 받고, 이 시점에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는 없을 테니까.

나는 조금 더 기다려 보자는 생각으로 사람들을 한 명씩 훑어보았다.

너무 많은 숫자였기 때문에 마음껏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우선적으로 선인의 기운을 사용해 사람들의 기운을 감지하며 나름 강해 보이는 기운을 가진 사람들을 골라 화안금정을 사용해 보았다.

오, 저 사람 강한데?

개중에는 안재훈이나 권민재보다 강한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어째서 이 사람들이 왕의 자리를 얻으러 오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당한 강함을 지닌 것을 알 수 있었다.

계속해서 모여드는 사람들을 체크하는 사이, 어느덧 시스템이 말한 120분이 지나고 있었다.

딱 이 정도군….

서울 지역의 인구수는 1천만이 안 되는 정도였다.

그에 비하면 지금 모인 사람들의 수는 반의반도 안 되어 보였다.

나는 왕의 권한과 시스템을 통해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숫자를 체크했다.

[현재 이 장소에 모인 서울 지역 생존자는 513427명입니다.]

하…?

많이 줄었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역시…. ‘명’이 바뀌어서…?

51만여 명이 남았다고는 하나, 이 중에는 어린아이와 노인 그리고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저, 운이 좋게 살아남은…….

나는 이곳에 모인 인원 중 최소한의 전투가 가능할 것 같은 사람들을 추려내기 시작했다.

성좌들의 후원을 받고 미션을 클리어하며 살아남았다고는 해도 전투를 하는 데에 있어 의미가 없다면, 그저 인간 방패로밖에 활용을 못 하는 법.

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내 나름대로 정예를 뽑은 뒤 나머지 사람들은 각자 알아서들 상생하라며 보내 주었다.

이곳에 거점을 차리든, 다 같이 모여 생활을 하든 그건 이 사람들의 자유였다.

사람들은 이럴 거면 왜 불렀냐는 둥 왕이 되었으면 책임을 지라는 둥 말들이 많았지만, 시스템의 미션으로 인해 왕이 되었을 뿐, 나는 정말로 이 사람들의 왕이 아니었다.

그리고… 남은 사람은 어느새 절반 이하로 수가 줄어들어 있었다.

나는 ‘시드 스토어’에서 <확성기> 아이템을 구매해 남은 사람들에게 말했다.

[아아, 들리죠?]

[전 여러분들의 왕…. 아니, 그냥 서울 지역을 차지한 이안입니다. 이렇게만 알고 계세요.]

[성좌, <재미로 삶을 반복하는 자>가 카리스마가 1도 없는 게 눈물이 난다 말합니다.]

……하하…. 이런 걸 해 본 적이 있어야지.

“우리를 부른 이유는 다른 지역을 차지하기 위함인가!?”

맨 앞에 서 있던 남성이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다만, 여러분들은 이곳 서울에서 거점을 만들어 가짜 왕을 지킬 겁니다.]

“가짜 왕? 왕은 당신이지 않나??”

[그것도 맞습니다. 당신들이 도와준다면, 전투가 쉬워지겠죠. 그건 제가 바라는 게 아닙니다. 당신들은 각자 성향에 맞게 알아서들 성장해 주세요. 지역을 차지하는 건 저 하나로 족합니다.]

“하!! 어이가 없군. 당신이 그 정도로 강하단 말인가!!”

[전투에 참여하지 말라고 배려를 해 주는데 왜 화를 내시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전 강합니다.]

말을 마치며 선인의 기운을 최대치로 발동했다.

전신에서 푸른색의 아우라가 일렁이더니, 대부분의 사람이 뒷걸음질 쳤고, 관심 없이 서 있던, 단순히 페널티를 받지 않기 위해 온 사람들도 눈이 휘둥그레져 나를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기척을 못 느끼는 당신들도 혹할 만한 강함이 아닌가요?]

“크흠……. 아…. 알겠다…!!”

“일단 들어 보자고!!”

[말 그대로 이곳에서 가장 강한 한 분에게 가짜 왕의 역할을 맡길 겁니다. 그리고 나머지 분들은 다른 지역으로부터 가짜 왕을 지켜 주시면 되고요. 쉽죠?]

“가짜 왕은 당신이 뽑는 것인가?”

[네. 거기 있는 분 나오세요.]

나는 손가락을 가리켜 중앙에 한 남성을 불러냈다.

화안금정.

LV43 – 임해든 / 28살

힘 - 779 / 99999

민첩 – 676 / 99999

마력 – 285 / 99999

체력 - 532 / 99999

LV 포인트 - 100

각성 등급 - 미확정

전용 특성 – 자애 (慈愛)

배후성 – 누런 오방의 왕

성흔 - 없음

시드 - 1234001 seed

사람들이 모이는 시점부터 계속해서 지켜봐 온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안재훈보다 준수한 능력치에 특성과 배후성도 남들보다 월등히 좋은 사람.

전용 특성은 아랫사람을 아끼면 아낄수록 이 사람의 전투력은 상승하는 것.

이런 특성을 얻은 것 자체가 사람을 아낄 줄 안다는 것이었고, 무엇보다 오방의 왕이라는 성좌를 배후성으로 두고 있다면, 어지간한 사람들이 덤벼도 쉽게 처치가 가능할 것이었다.

“왜 저를….”

“당신이 제격입니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는 것은 임해든이라는 이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저런 어린놈이 무슨…!!”

“무슨 기준으로 뽑은 거지!?”

“이봐, 아무리 네놈이 왕이었다고 한들, 이 중에는 일부러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고!!”

결국,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구나.

[저는 여러분들이 다치지 않게끔 만들어 최대한의 성장을 하기 위해 이런 선택을 한 겁니다. 지금 당신들의 강함은 훗날 개미보다 못한 강함일 테니까요.]

“뭐…. 뭐라고!!!”

[기회를 드리죠. 지금부터 제 말을 따를 수 없다면 덤비세요. 대신 팔 하나는 버릴 각오로 덤벼들기를 바랍니다.]

나는 <왕의 권능>을 사용하지 않은 채 사람들에게 말했다.

어째서인지 사람들은 눈치만 볼 뿐 단 한 명도 앞으로 나서지 않고 있었다.

자신이 손해를 보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겠지.

가끔은 강압적이고 힘으로 찍어누르는 공포적인 정치가 필요한 법이었다.

“당신부터 덤벼도 됩니다. 팔은 안 가져갈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가짜 왕이지만, 이들 모두를 통솔해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내가 가짜 왕을 뽑는 이유는 왕이 서울 지역을 사수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게릴라전을 펼쳐 다른 지역을 차지하거나 게이트를 클리어하기 위함이었다.

그 누가 생각이나 할까?

단신으로 거점을 쟁탈하려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걸.

물론…. 더 좋은 방법이야 얼마든지 많겠지만, 이 사람들을 최대한 살리며 나의 강함을 이용하고 더욱 강해지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하하…. 전 됐습니다. 이미 당신이 왕이 된 시점에서 그 사람이 ‘폭군’왕만 아니라면, 저는 왕에게 복종하겠다고 마음먹었거든요. 당신 같은 사람을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제 이름은 임해든입니다.”

“다행이네요. 이 사람들 전체와 싸워야 하나 생각했는데 하하…. 전 이안입니다.”

나와 임해든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자, 사람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결국 당신의 지인을 왕으로 세운 것이 아닌가!!”

“맞아!! 가짜 왕이지만, 결국 여기 있는 사람 모두의 리더가 될 사람인데…. 그걸 왜 이안, 당신이 정하는가!!”

하….

상황이 좋게 풀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 사람들의 목표는 왕을 제외한 2인자의 자리. 즉, 가짜 왕의 자리를 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긴…. 맞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당신들의 강함을 증명하세요. 이분을 이긴다면 이곳의 리더인 가짜 왕의 자리를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좋다!! 그렇다면 내가 나가도록 하지.”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3, 40대로 보이는 모든 것이 적절한 그저 보통의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됩니다. 다른 분을 뽑으면 되니까.”

“아닙니다. 당신이 저를 콕 집어서 뽑아낸 것은, 제가 그만한 강함을 지녔거나 뭔가 특별한 게 있어서겠죠.”

“네. 맞습니다.”

“그럼, 해 보겠습니다. 저도 어디까지 강해질지 궁금하거든요. 하하.”

임해든은 자신의 무기인 검을 꺼내 들어,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중앙을 중앙에서 물러나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그 전에 짜놓기라도 한 듯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저한테 덤비든 이분에 덤비든 그건 여러분들 자유입니다. 하지만 이 이후에도 명령에 불복종하거나 시간만 날려 먹는 행위를 한다면, 평생 후회하도록 만들어 드릴 겁니다.]

[그럼, 시작하세요.]

“흐아아아아압!!!!”

그저 평범한 3, 40대의 남성이 기합을 질러대며 앞으로 달려 나갔고, 임해든은 자신의 검을 역날검으로 쥐어 남성을 향해 겨눴다.

그의 모습에서 다치지 않게 한 방에 끝내 주겠다는 듯, 자비로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임해든의 전신에서 강렬한 기운과 함께 노란색의 아우라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스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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