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9화 〉 밝혀지는 두 집안(3)
* * *
“좀 더 자요.”
“옷을 그냥 입어서 그런지 좀 불편해요.”
미준은 선실에 불을 켜서 자신의 잠옷을 내 주었다. 전에 한번 다른 여자에게 빌려준 잠옷이라 내어주지 않았는데 공주가 불편해 하는 걸 보고 그냥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좀 헐렁하네.”
“그거 내꺼 거든.”
옷을 갈아입은 공주는 다시 미준의 품으로 파고들어 온다.
‘아이시. 이놈은 때도 없이 일어서고 있어.’
미준은 환장할 것 같았다.
너무 자주 그러면 공주가 자신을 색광이라 할 것 같아 그러지도 못한다.
‘지발, 좀 그냥 자라. 너무 아는 채 고개를 들지 말고. 그냥 좀 조용하게 넘어가자.’
미준은 자신의 손으로 일어나고 있는 자신의 양물을 꾹 누리고 공주가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염불을 외웠다.
“선생님.”
공주가 이번은 자신의 하복부를 미준에게 밀어 붙이며 허리를 껴안는다.
하는 수 없이 미준은 자신의 엉덩이를 뒤로 빼었다.
‘가스나. 또 왜 이러나. 그렇지 않아도 환장 할 노릇인데 자기 까지 왜 이래.’
“선생님 주무세요?”
“왜, 잠이 안와?”
“무서워요.”
“무섭긴. 내가 있는데.”
“선생님. 저를 좀 안아줘요.”
그녀는 악몽을 꾸었는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에이 씨. 모르겠다.’
미준은 뒤로 쭉 빼낸 엉덩이를 그녀에게 붙이고 그녀를 꼭 안았다.
“엄마야.”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
미준은 이제 할 수 없이 장난을 치는 것처럼 행동을 하였다.
다시 엉덩이를 뺀 후 그녀의 배꼽을 향해 쿡 찔렀다.
“어머나.”
“그래 내가 그냥 자자고 했잖아. 그냥 자려고 하는데 왜 자꾸 잠을 깨워. 사람 민망하게.”
“참, 선생님도.”
“이런 건 남자들의 본능이야.”
“....?”
공주는 얼굴을 붉혔다.
“잘 자요.”
일찍 잠에서 깬 미준은 갑판으로 나갔다. 그녀는 아직 잠이 들어 있었다.
오늘은 날씨가 더울 것 같다.
새벽안개가 자욱하여 가시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다.
아직 해가 뜨려면 30분 정도는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채비를 하여 낚싯대를 드리우고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전에도 한번 오늘과 같이 안개가 자욱한 날 크라캔이 자신을 찾아 온 일이 있었다.
그 때 크라캔은 대형 멍게와 운석 하나를 주고 갔었다.
‘혹시 올까?’
미준은 크라캔을 불러 보았다.
“크라캔.”
그런데 이번에도 신기한 일이 일어났었다.
얼마가지 않아 요트 부근에서 크라캔의 모습이 거짓말처럼 떠오르고 있었다.
그 때는 크라캔이 미준을 찾아 왔고 오늘은 미준이 크라캔을 불러내었다.
미준이 부르는 소리를 알아들었다는 말이 된다.
“잘 있었어?”
크라캔은 큰 눈을 껌벅이며 마치 인사라도 하는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미준은 얼른 선실로 들어가 가지고 온 참외와 딸기를 던져 주었다.
‘신기한 놈이네. 어머니가 크라캔을 알고 계시더니 그럼 이 놈이 내가 누군지를 알고 있단 말인가?’
미준이 생각해도 신기할 뿐이었다.
“크라캔, 내가 오늘 손님을 모셔 왔거든.”
그 말을 듣자 크라캔은 스르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벌써 내 말뜻을 알아들었나?’
미준은 잠시 기다려 보기로 하였다. 한참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자 미준은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 때 공주가 부스스 눈을 떴다.
“일어나셨네요.”
“잘 잤어?”
“응.”
그녀는 가볍게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나 앉는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
“새벽낚시 해보려고.”
“뭘 좀 잡았어요?”
“퉁퉁.”
그때 밖에서 갑판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누고죠?”
“한번 나가봐.”
공주는 선실 문을 빼꼼히 열고 밖을 내다 봤다.
“엄마야. 선생님 저거 봐요”
미준은 이미 크라캔이 돌아 왔다는 걸 알고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가려 했다.
“위험해요. 괴물이에요.”
“아냐. 비켜봐. 내 친구야.”
미준은 갑판으로 나가자 예상 했던 대로 크라캔은 갑판 위로 긴 다리를 뻗어 올려 무엇인가를 올려놓았다. 주먹 크기의 돌덩이 둘과 축구공 크기의 멍게 둘이었다.
“고마워. 크라캔.”
그리고 크라캔은 자취를 감추었다.
미준은 이제 크라캔에 대한 확신도 얻었다.
언제든지 부르면 달려온다는 것.
그 것 만으로도 큰 수확이었고 미준의 마음을 흥분시켰다.
더군다나 크라캔은 바다 속에 산재해 있는 운석을 찾아준다.
그 뿐 아니다. 미준이 좋아하는 멍게를 비롯한 해산물까지 따다주지 않는가?
이보다 더 좋은 친구가 어디에 또 있을까?
미준은 멍게 하나를 잘라 아침 반찬으로 먹게 되었다.
“공주 이것 먹어봐.”
공주는 처음 멍게 맛을 보더니 식감이 이상하고 향이 너무 진하다며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 눈치였다.
“그래도 먹어봐. 몇 번 먹어보면 마음이 달라져.”
공주는 몇 점을 더 먹더니 자신도 모르게 젓가락이 자주 온다.
“멍게라 그랬죠?”
“응.”
“먹을수록 입맛이 당겨요.”
“그렇지?”
“고 것 참 묘하게도 뒷맛이 당기네.”
“그렇다니까. 음식은 먹어 본 사람이 안다고 입맛을 들이면 멍게만한 해산물도 드물지.”
“음, 향기 좋다.”
미준도 싱싱한 멍게를 입안 가득히 넣고 진한 바다 향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구운 물고기와 멍게를 반찬으로 맛있는 아침밥을 즐기게 되었다.
아침 식사를 한 후 미준과 공주는 지칠 줄 모르고 낚시를 계속했다.
감성돔과 참돔이 올라 올 때는 공주는 아예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
‘그것 참.’
“또 왔어요.”
날씨가 더운지 땀을 뻘뻘 흘리며 웃옷조차 벗어버리고 얇은 런닝으로 덤벼들고 있다.
보다 못한 미준은 선실로 들어가 캡 모자 하나를 공주의 머리에 씌워주었다.
그냥 두면 햇볕에 얼굴이 빨갛게 익을 것 같다.
그리고 또 광어와 우럭도 잡아 올렸다.
공주도 이제 바다낚시에 빠진 것 같다.
“이제 고만 하지.”
“안돼요. 이제 시작인데.”
미준은 하는 수 없이 선실로 들어가 점심 준비를 하였다.
광어와 우럭으로 회를 치고 초장과 된장을 꺼내 놓았다.
“광어회와 우럭회가 이렇게 맛있는 걸 이제 알았어요.”
공주는 생각했던 것보다 물고기 회도 잘 먹었다.
그리고 식사를 하면서 다시 공주를 달랬다.
“이제 점심 먹고 돌아가야겠어.”
“여기서 중산항까지 금방 가잖아요. 조금만 더해요.”
미준은 낚시를 더 하고 싶어 하는 공주를 달래어 중산항으로 돌아왔다.
항구에 정박한 후 수족관에 넣어뒀던 고기를 모두 꺼낸 뒤 순간이동으로 공주의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에 가실 때 저를 꼭 데려가야 해요.”
“알았어. 알았다니까. 내가 몇 번을 말했어.”
“고마워요. 선생님.”
저녁을 먹고 난 공주는 몇 번이나 다짐을 받고서야 비로소 미준의 품에 파고들었다.
“그만큼이나 재미있었어?”
“선생님.”
“또, 뭐?”
“제가 선생님 사랑하는 거 알죠?”
“알아.”
그녀는 눈을 감고 미준을 향해 입술을 내 밀었다.
“공부 안 해?”
“해야죠.”
“낚시에 너무 빠지면 공부를 못해.”
“알았어요.”
그녀는 대 놓고 미준을 유혹했다.
이제 공주는 매우 정열적인 여자로 바꿔가고 있었다.
매사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해 나갔다.
미준이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있자 미준의 잠옷을 끌어 내리며 그의 위로 올라왔다. 자신도 모르게 일어선 미준의 양기를 쥐고는 그냥 내려앉았다.
“아흑.”
“흠.”
“선생님∼”
그녀의 기가 보통이 아니다. 이제 그녀는 성의 쾌감을 제대로 안 것 같다.
“아흑.”
미준은 그녀를 옆으로 끌어 내린 뒤 서서히 허리에 힘을 주었다.
“아흥, 아흥.”
미준의 율동이 반복될 때 마다 그녀는 야릇한 소리를 내었고 눈을 뒤집으며 경련을 하였다.
“자. 난 지금부터 글을 쓸 거야.”
“그럼 나도 공부해야지.”
미준이 컴퓨터 앞에 앉자 그녀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한 후 미준의 옆에 앉았다.
아직 시간은 저녁 아홉시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곧 집필로 들어갔다.
[책의 이름을 숲속나라 신고국]
미준은 먼저 숲속나라의 지형과 식물, 대략적인 면적 등을 소개하면서 곳곳에서 찍은 사진을 삽화로 하여 첨부하였다.
아울러 신고국의 건국과 도성을 포함한 정치, 문화, 교육, 법률, 과거제, 조세제도 등 다양한 관료제까지를 모두 기술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만들 자연 그대로의 신곡국 박물관과 신고국 방문 및 여행자 수용 계획까지 소상하게 기록하고 아울러 여러 자료를 근거로 하여 개인 재산의 등록도 신청하였다.
미준의 책을 쓰고 있을 때 마다 그의 옆에는 공주가 있었다.
이 책이 몰고 올 엄청남 파장과 논란에 대한 것을 미리 예상하였으나 단 한 가지 해결할 수 없는 과제가 있었다.
신고국의 위치에 관한 논란이었고 이를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아무리 연구하고 파고 들어갔으나 자신의 힘으로는 소행성이란 추측만 할 뿐 태양계에서 위치를 증명할 수 없었다.
이 분야에서 미준은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느꼈다.
“선생님.”
“응.”
“좀 쉬었다 쓰요.”
“그럴까?”
한동안 그들은 방에만 박혀 있었다.
그녀의 집념은 대단했다.
간혹 미준에게 공부를 하다 막히는 게 있으면 묻곤 하면서도 끈질기게 공부에 몰두하고 있었다.
‘역시 대단하네.’
최근에 와서는 학원에도 잘 가지 않는다.
이름 그대로 독학을 하고 있다.
“선생님, 내일 휴가가요.”
“휴가?”
“네. 하루 쯤 쉬다 하는 게 능률이 오르지 않을까요?”
“그렇지.”
미준은 글을 쓰면서도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땐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숲속나라에 다녀와요.”
“그래, 가서 공주의 집을 성으로 옮기자.”
“네. 그렇게 해요.”
정말 그들은 공주의 거처를 신고국 천개성 월궁안 애궁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실 옮길 것은 거의 없었다. 몇몇 옷가지만 가지고 왔을 뿐 모든 것들은 애궁당에 다 있었다.
애궁당으로 옮긴 이유는 단 하나였다.
별채 애궁당이 가장 넓고 지대가 좀 높아 전망이 좋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실 공주가 그 곳을 원했다.
애궁당에는 과거 황후들이 살던 우백궁. 설백궁, 장백궁, 하백궁 등이 있고 연당과 뜰이 매우 아름다웠다.
“이제 진짜 공주네.”
“네?”
“궁궐에서 사니 진짜 공주가 아니겠어.”
“그런가?”
미준은 공주가 거쳐할 곳을 사람들을 불러 청소를 하게하고 다시 광택을 내게 하였다.
“신고국 사람들도 미준의 부탁에 적극 협조 하였다.
“마마. 마마의 처소도 이 곳 애민당으로 정하시죠.”
“마마라뇨?”
“저희들의 영원한 황제시옵니다.”
“....?”
그들은 적극 협조 하면서 충성을 서약했다.
“요즘 시대에 충성은 무슨 충성을.”
“아니옵니다.”
미준은 어정쩡한 자신의 위치가 애매 했지만 그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할 각오를 하였다.
‘베일에 가려진 숲속나라 신고국.’
그는 마지막으로 이런 글귀를 남겼다. 신비의 소행성 과연 어디에 존재하고 있을까?
세계적인 천문학자, 지리학자, 우주 개발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천명하였다.
불과 A4용지 50장 분량 밖에 되지 않은 작은 책이었다.
그리고 숲속나라 계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회사 차원에서 신세계를 개발을 추진할 수 있도록 소행성 개발 추진단을 발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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