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5화 〉 뉴 중산 리조트(3)
* * *
‘가스나. 저러다 여러 사람 잡겠다.’
드디어 예솔이도 고기를 낚기 시작했다. 광어였다. 씨알도 제법 큰 놈이라 보기가 종다.
뉴 중산 괴물루어 성능은 알아 줄만 하다.
역시 대단하다.
물고기를 걸어 올리면서 기회가 오면 괴물도 잡는다. 이 것 덕분에 낚시 인구가 천만을 돌파한지 한참 되었다. 그러다 운이 좋게도 괴물고기를 잡는 날에는 보석이나 원석도 얻을 수 있고 그 값이 엄청나다.
바다의 로또.
낚시 애호가들은 그렇게 부른다.
신문에 난 기사지만 결혼을 앞둔 신랑이 낚시를 하여 우주 보석을 건져서 결혼 예물로 했다는 뉴스가 떴다. 이런 뉴스는 젊은 생활 낚시인의 수를 많이 늘인다.
그만큼 괴물 루어의 수요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단점이 있다면 아직 값이 너무 비싸다. 원가를 낮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면 좋겠다.
“50cm는 되겠네.”
미준은 예솔이 올린 광어를 보며 격려를 해 주었다.
그녀의 얼굴이 흥분하기 시작한다.
얼굴이 홍조가 되고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었다.
“오빠 이건 어떻게 할까요?”
“수족관에 넣어야지.”
예솔은 다시 바다를 향해 낚싯대를 던진다. 꿈을 낚는 낚시꾼과 다름이 없다.
던지는 포스도 많이 좋아졌다.
저런 맛을 보고 나면 잠자리에 누워서도 낚시 생각을 하게 된다. 회집 수족관 관 봐도 낚싯대를 던져 넣고 싶어진다.
물론 이런 현상은 처음 낚시에 빠질 때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프로가 되면 초연해 진다.
프로의 꿈은 대물 낚시다.
점점 더 대물고기에 집착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해외 낚시 원정도 망설이지 않게 된다.
‘도전, 도전,’
도전 정신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예솔은 가끔씩 작은 잡어들이 걸려 올렸고 우럭도 한 마리씩 잡아 올렸다.
“흐응.”
“또 물었어?”
이번엔 물어 볼 것도 없다. 그녀의 몸이 요트 밖으로 끌려 나갈 것 같다. 미준은 재빨리 그녀의 뒤에 서서 같이 낚싯대를 끌어 당겼다.
“뭐죠?”
온 힘을 다해 버티고 있으면서도 고개를 돌려 미준을 처다 보며 물어보고 있다.
“괴물고기인가?”
“우와!”
예솔도 어디선가 괴물고기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다.
“힘을 줘. 잘 잡고 오른 발을 앞으로 내어 뱃전을 밟아.”
이제야 고기와 팽팽히 맞선다.
미준은 같이 잡았던 낚싯대에 손을 떼고 그녀의 허리에 두 손을 감았다. 누가 봐도 미준의 엉큼한 수작 같았다.
“어머.”
“걱정하지 마. 내가 허리를 잡고 있으니 끌려가진 않을 거야.”
‘누가 끌려 들어가는 걸 걱정했나?’
‘남의 뱃살을 왜 잡냐고?’
“이제 감아.”
예솔은 조금씩 낚싯대를 늦춰가며 그때마다 릴을 감아 돌린다.
조금씩 조끔씩 놈이 점점 가까이 올라온다.
미준은 허리에 감았던 손을 풀고 뜰채를 잡고 놈을 건져 올렸다.
고등 쏨뱅이였다. 얼마 전에 미준이 역시 이곳에서 건진 경험이 있는 그 고기였다.
“이거 뭐죠?”
“고등 쏨뱅이.”
“이거 괴물이에요?”
“맞아. 괴물”
“여기에도 보석이 나와요?”
“그럴 걸.”
“우와!”
예솔의 성화에 못 이겨 바로 쏨뱅이를 해체하였다.
역시 고등 쏨뱅이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천상의 보석 아스라이트 1개를 추출하였다.
아스라이트를 물에 씻어 예솔의 손에 넣어주었다.
“아휴, 예뻐라.”
예솔은 폴짝폴짝 뛰었다.
“내가 이런 고기를 잡다니.”
“바다의 로또라 하잖아.”
“음.”
예솔은 다시 흥분했다.
“이 고기는 찌개해서 먹자.”
“네.”
예솔은 고기를 챙겨 냄비에 넣었다.
“오빠 우리 쏨뱅이로 매운탕 끓여 한잔해요.”
“좋아.”
예솔은 신이 나는지 낚싯대를 던져두고 고등쏨뱅이 매운탕 끓이기에 돌입하였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아주 신이 난 포음이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오빠 저것 얼마쯤 할까요?”
“3천정도.”
“3천만 원?”
“아마, 그쯤 하겠지?”
“우와!”
“너 오늘 한건 했어.”
“흐응. 기분 째져. 너무 좋아요. 오빠 사랑해요.”
‘가스나.’
예솔은 찌개가 완성되자 들고 온 가방에서 소주 두병과 와인 한 병을 꺼내어 놓았다.
“웬 와인?”
“오빠하고 밤에 한잔하려고요.”
‘가스나. 뭘 좀 알긴 알아.’
잠시 후 미준은 갈돔 한 마리를 건져 올린 후 역시 낚싯대를 바다에 넣어 둔 채 자리에 앉았다.
“먼저 와인부터.”
마땅한 잔이 없어 종이컵에다 와인을 부어 미준에게 내밀었다.
“오밤행.”
미준이 잔을 들고 건배 제안을 하였다. 그러자 예솔도 큰 소리로 반복하였다.
“오늘밤 행복을 위하여.”
그들은 잔을 부딪치며 단숨에 원샷으로 와인을 마셨다.
“참 좋∼은 밤이야.”
“행복해요.”
그리고 다시 소주잔을 돌렸다.
“오빠. 사랑해요.”
“나도.”
모처럼 요트에서 그들의 웃음소리가 끊어지지 않았다.
그때였다.
낚시를 하다 보면 꼭 이럴 때 뭔가 걸려든다. 다시 미준의 낚싯대에 소식이 왔다.
미준의 초릿대가 수면으로 내리 꽂히며 바르르 요동을 친다.
술잔을 놓고 얼른 뛰어가 챔질을 하였다.
“왔어.”
“하?”
미준은 낚싯대를 왼 손으로 움켜쥐었다.
‘대물이야.’
전해오는 느낌이 보통 놈이 아니다.
억센 미준의 팔뚝에 힘이 더해진다. 그런데도 부들거린다.
“어떻게?”
엄청난 힘을 자랑하는 괴물을 본 예솔은 자기가 괜히 정신을 못 차리고 허둥대는 것 같다.
“뜰채 가져와.”
“참 그렇지.”
“이야, 이 놈 힘 좀 쓰네.”
몇 번을 발버둥치다 미준의 앞에 항복한 놈은 리본이 악어였다.
길이가 무려 2m, 폭은 10cm 정도로 대형 갈치 같은 느낌이었다.
“오빠. 이거 갈치 아니에요?”
“일본에서는 『용궁의 사자』라고 하지.”
예솔은 얼른 휴대폰을 꺼내 검색을 하였다.
“오빠. 이거 맞네. 악어가 전혀 악어 같지 않고 대형 갈치와 비슷한 느낌이에요.”
“맞아. 이게 바로 괴물이야.”
“응. 몸통이 거의 투명하잖아. 원래는 갈치처럼 은색 같은데.”
“맞아,
몸통의 색은 거의 투명하고 꼬리와 머리 색깔이 분홍빛을 띠면서 지느러미가 불빛을 받아 매우 화려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오빠. 색깔이 엄청 예뻐요.”
“그렇지 정말 예쁘네.”
“색갈은 예쁜데 모양은 좀 징그러워요.”
“그렇지?”
“보석이 들어 있는지 찾아봐요.”
미준의 예솔의 말처럼 고기의 손상을 피해 가며 조심스럽게 해체하기 시작했다.
“이거 봐.”
“와 예뻐요.”
투명한 고기를 전부 잘라내고 내장 부위에서 주홍색 우주 보석 캐미션 3개가 추출되었다. 우주 보석 중에서도 매우 희귀한 보석에 속한다.
“오빠. 이것도 비싸겠죠?”
“아마 그렇겠지. 희귀 보석이니.”
“제가 이러다 프로 낚시꾼 되는 것 아니에요?”
“재밌어?”
“기분이 째진다고 하잖아요. 제가 지금 그래요.”
그들은 다시 낚싯대를 던져두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오빠 방금 잡은 고기 맛 좀 봐요.”
미준은 리본이 악어 살을 잘 씻어 조그만 쟁반에 담아 식탁에 올려놓았다. 아무래도 소스는 겨자 아니면 참기름 소금쟁이 제격일 것 같았다.
“이건 와인이 제격 같아요.”
미준도 투명한 이본이를 보니 와인 생각이 솟아났는데 예솔도 역시 비슷한 느낌을 가지는 것 같았다.
“오밤행.”
이번엔 예솔이 먼저 건배를 하였다.
“오늘 밤의 낚시를 위하여.”
“그럼 오낚위 인가?”
그들은 서로 처다 보며 한바탕 웃고나서 천천히 와인을 음미한다.
그리고 안주로 이본이의 투명한 살점을 한입씩 맛을 보았다.
비린 냄새라곤 전혀 없었고 쫄깃한 식감에 맛이 고소하다.
“음. 죽여줘요.”
“대단한 맛이야.”
음식을 먹고 느껴지는 행복 바로 그 맛 이었다.
“한잔 더.”
“나도 한잔 더할래요.”
예솔은 고기 맛이 좋아서인지 술잔을 자주 비우고 잔을 내밀었다.
“넌 이제 그만해.”
“싫어 ∼ 엉.”
“너 주정하면 안 된다.”
미준은 자신도 모르게 젓가락이 자꾸 이본이 회에게 가곤 했지만 예솔도 마찬가지였다.
“오빠. 케이블카가 멈췄네.”
“벌써. 밤 11시가 지났다는 얘기야.”
“벌써?”
미준은 낚싯대를 건져 보고 다시 바다로 던져 넣고 있을 때 예솔은 남은 회를 전부 먹은 후 정리를 하고 있었다.
“오빠. 참 신기하게도 오늘 밤은 전혀 취기가 오르지 않네요.”
사실 미준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공기가 좋아서 그런가?”
“아마, 그런가 봐요. 산에 가서 먹는 술이나 해변에서는 잘 취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그럴지도 모르지.”
“오빠 제가 간식 준비 해왔는데 드실 거예요?”
“지금 못 먹어. 너무 많이 먹었어. 내일 아침에 먹자.”
“그렇죠? 저도 그래요.”
“산호도에는 아직 조명이 그대로 있네.”
“원래 저긴 아침까지 계속이야.”
자정이 넘어 가면서 물고기도 잠을 자러 갔는지 신호가 거의 오지 않았다.
미준은 의자에 앉아 하늘의 별을 찾고 있었다.
“저건 큰곰자리. 저건 사자자리.”
그러자 예솔이도 별자리를 아는지 손가락을 가리키며 작은곰자리와 북극성을 들먹였다.
“너도 별자리 좀 아나보네.”
“고등학교 때 과학 선생님이 별자리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랬구나. 난 친구가 없어 밤마다 저 별을 보며 소원을 빌었거든.”
미준은 별을 처다 보고 있으니 혼자 책을 가지고 별자리를 찾던 예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친구가 왜 없었어요?”
“글쎄. 왜 없었을까?”
“또 다른 별자리 아는 것 있어요?”
“저기 거저? 사자자리.”
“어디요?”
미준이 손가락으로 가리켜 줬지만 쉽게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저건 처녀자리.”
“오빠는 처음 볼 때부터 원래 부잣집 귀공자 같았는데?”
“귀공자 좋지. 귀공자.”
“아닌가?”
“아비 없는 귀공자도 있나?”
“참, 미안해요. 제가 깜박 했어요.”
미준은 요즘 같이 하는 일도 잘되고 사업이 번창할 때 아버지가 계시면 얼마나 대견하게 생각 하실지 은근 아버지가 보고 싶었다.
“난 성이 어머니와 같아.”
“.....?”
“난 자라날 때 좀 불쌍하게 컸지.”
“죄송해요.”
“아냐. 그렇다고 날 불쌍하게 보지 마.”
“오빠, 손 좀 줘 봐요.”
미준은 은혜에게 왼손을 내 밀었다.
“오빠 손금 보니 재벌 되겠어요.”
“자슥아. 난 이미 재벌이야.”
“그렇다고 숙녀보고 자슥이 뭐예요?”
“그러니깐 난 뿌리도 없고 뼈대도 없는 보잘 것 가정에서 자란 아비 없이 자식이지.”
“그래도 그건 오빠 잘못이 아니잖아요.”
“그런가.”
“전 그래도 오빠가 좋아요.”
“뭐가 좋아?”
“그런 것도 없으면 오빠는 너무 완벽하잖아요.”
“흠이 있어 좋단 말인가?”
미준은 입가에는 쓴 웃음이 번져 나왔다.
“오빠 그런 뜻은 아니에요.”
“무슨 뜻인지 알 것 도 같애.”
“사실 전 오빠가 너무 좋아요. 숨이 막히고 입술이 타고 오빠 생각하면 죽을 것 같아요.”
“그래도 너무 좋아하진 마.”
“왜요.”
“사람이란 모두 다 거기가 거기야. 나중에 알고 보면 실망만 커져.”
“오빠. 우리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마음 가는 데로 살면 안돼요?”
“그냥 좋은 면 좋다. 싫으면 싫다. 결혼이니 혼인이니 이딴 것 생각하지 말고.”
“사실 나도 한 때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데요?”
“나이가 들면서 책임도 생기고 의무도 생겨나더라고.”
미준은 한때 예솔의 말처럼 그렇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난 오빠보고 책임이랑 의무랑 이런 것 바라지도 않는데?”
“그건 또 무슨 뜻이야?”
“그냥 말 그대로예요.”
“너 술 좀 많이 마시더라.”
“아니에요. 술 마셔서 하는 말이 아니고 진심이에요.”
“그럼 넌 아직도 그렇게 살겠단 뜻이야?”
“사랑하면 그것으로 되는 거지 복잡한 건 싫어요.”
“그래도 그건 아니야.”
“모르겠어요. 난 무조건 오빠가 좋은데 죽을 만큼.”
예솔의 얼굴은 주정이 아닌 진심 같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