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화 〉 보석 가공 공장(1)
* * *
연회장과 전화를 끊고 돌아오는 내내 미준의 궁금증은 끝이 없었다.
왜 연회장이 모친의 옆 병실에 입원했던 환자를 왜 알고 싶어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분이 바로 자신의 어머니였기 때문이었다.
연회장의 전화 내용을 종합해 보면 그 환자의 신원을 궁금해 했고 연회장 어머니도 같은 생각이라 한 것 같았다.
그리고 나이를 물었고 50대 중반이란 자신의 대답에 연회장은 갑자기 전화를 끊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답이 나오질 않았다.
월요일이 되자 미준은 즉시 본사 중산관리부 과장에게 전화하여 태국 소재 뉴 해양 낚시 백화점 인수를 서두르라 지시하였다.
그러고 나니 얼마 있지 않아 은혜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빠.”
“응.”
“태국 낚시 백화점 인수한다면서요?”
“그 새 들었어?”
“그럼 우리 회사가 낚시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가 되는 것 아니에요.”
“그야 물론 앞으로 잘 키워야 그렇게 되겠지.”
“축하 드려요.”
은혜는 중산 관리부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과장에게 지시 했으니 당연하게 팀장이 먼저 알게 될 것이다.
태국에 있는 낚시 백화점 인수는 신속하게 인수하였다. 새로운 상호는 마찬 가지였다.
[뉴 중산 낚시 백화점]
태국 지점장은 본사에서 근무하는 서석용 지점장을 임명하여 파견하였다.
아울러 보석 가공 공장을 준공하였다.
공장의 위치는 낚시 공장이 있는 대호동 일대 야산을 개발하여 건설하였다. 무엇보자 자신이 획득한 원석들조차 헐값에 매각하기엔 너무나 아까웠다.
완제품으로 가공하는 것이 정당한 가격을 받을 수 있고 낚시 공장 낚시팀에서 건져 올린 원석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원석 매각보다 가공된 보석을 매각하게 되니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었다.
보석 가공업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뉴 중산 루어 낚시가 고가로 팔려 나가면서 일반인들의 괴물 낚시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공급 물량이 많아 졌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미준은 새로운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대호동 일대에 세계적인 놀이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었다. 해안을 끼고 리조트도 조성하고 놀이공원 시설을 유치하는 계획이었다. 30만 평의 해안 야산과 대호동 앞바다 작은 섬 산호도를 연결시킨 대대적인 사업이었다.
미준은 자신이 잡은 괴물 고기의 뼈와 눈과 지느러미를 모두 종합하여 분말 처리하였다.
성분 분석을 막기 위해 일주일 동안 알콜에 처리하여 증발시켰다. 그리고 난 다음 성분 분석을 의뢰하였다.
미준의 예상대로 미상으로 나타났다.
일단 이것은 다시 낚시 공장 연구팀에 제공하였다. 종전의 괴물 루어에 합성 처리하여 새로운 제품을 만들도록 하였다.
일단 새 재품이 등장하였다. 문제는 시험이다.
효과를 얻으려면 현장 실험이 따라야 한다.
얼마 후 미준에게 소식이 날아 왔다. 낚시 공장 낚시팀에서 성공이란 결과가 도출되었다.
즉시 회사에서는 신소재 제품에 대한 특허를 내고 세계 80개국에도 동시 출원하였다. 대대적인 홍보도 병행되었다.
[누구나 낚을 수 있는 신소재 괴물 루어]
대박이 터졌다.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낚시꾼이고 괴물을 잡을 수 있다는 새로운 홍보에 새로운 낚시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바다 괴물이 과연 남아 있을지 장차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미준은 영령 잡기에 몰두하게 된다. 낚시는 어디 까지나 취미일 뿐이다.
자신의 전공은 영령 헌터.
미준의 회사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한 발자국 발 돋음 하게 되면서 낚시 백화점이 세계 각 지역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에서도 새 중산 낚시 백화점이 열리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LA에 들어서게 되었고, 중국은 상해에, 일본은 나고야에 캐나다엔 밴쿠버에 각각 들어섰다.
현지 백화점이 들어서지 않아도 엄청난 수입 의뢰가 들어오고 있었다. 물건이 없어 팔수가 없었다.
공장의 규모는 점점 커져갔고 근로자의 수도 늘어나게 되었다.
미준은 시간도 틈이 나질 않았다.
어느 날 모처럼 시간을 내어 공주가 있는 숲속을 찾기 위해 회전시계를 눌렀으나 실패하였다. 분명히 공주가 큐걸을 부르라 일러 줬는데도 몇 번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마음을 먹고 시도를 했는데도 계속 실패만 하게 되니 더 미칠 것 같았다. 분명히 공주에게 돌아가겠다고 약속을 했기에 공주가 기다리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아팠다.
‘다시는 공주를 만나지 못하는가?’
*
한편 뉴 해양 컴처니 회장 연상준은 모친의 병환 때문에 우연히 중산 종합병원에 들렀다. 우연히도 복도에서 젊은 여자를 만난 후 30여년 사랑했던 한 여인과 너무나도 닮은 모습의 여인을 만났으나 자신이 아는 여자와는 너무나 나이차가 많은 것 같아 지나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모친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모친의 입에서도 꼭 같은 말을 듣게 되었다.
“이사람 봐. 내가 중산병원에 입원을 해 있을 때 뷰미와 너무나 꼭 같은 사람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났어. 스쳐 지나가는 길이었고 아주 젊은 여자라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너무나 꼭 같았어.”
“....?”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을 하면서 넘어가긴 했지만 좀처럼 그 사람이 잊어지지 않아.”
“어머니도 보셨어요?”
“자네도 봤어?”
“네.”
“아니지? 뷰미는 아니지?”
“저도 순간 스쳐지나가서 자세히 보진 못했어요. 그런데 아닐 거예요. 내가 본 사람은 아직 처녀 같았어요.”
“그래, 그렇겠지?”
“세상엔 닮은 사람도 많이 있으니. 그보다 나이가 아니잖아. 뷰미는 50 중반은 되었을 걸.”
두 모자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났다.
그러나 연회장도 좀처럼 그 여자가 잊지 못하고 있었다.
병원을 통해 그 여자의 신상을 알고 싶었으나 가족이 아니면 입원한 환자의 신상을 밝히지 못한다는 병원측의 이야기로 실패를 하고는 결국 연회장이 병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하였다.
원장 역시 그 사람의 신상은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충격을 받았다.
많이 잡아도 30대 후반, 아니면 40대 초반으로 생각했던 그 여자의 나이가 50대 중반이라는 원장의 말을 들었었다. 그 말을 들은 연회장은 충격을 받았다.
어쩌면 그 여자가 자신이 사랑했던 그 여자가 아닐까?
아니 자신과 결혼 했던 그 여자가 아닐까?
연회장의 마음은 확신에 가까웠다.
즉시 유명 흥신소에 그 여자의 신상을 알아보라 의뢰하였다. 그 당시 자신의 모친이 입원했던 바로 부근에 입원했던 여자.
그러나 좀처럼 찾지를 못했다.
30여년 전에 낚시를 하며 찍었던 사진과 결혼사진 등을 모두 제공하여 여 여자를 찾는데 총력을 기우렸다.
“뷰미야. 대체 어디에 있어?”
결혼을 한 후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그녀가 사라져 버렸다.
짐작이 되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임신을 하여 아기를 낳는 다는 것이 큰 알을 하나 낳게 되었다. 그 사실은 안 어머니가 너무나 충격을 받아 아들을 보고 그 알을 버리라고 했었다.
그때야 연회장도 부인의 태생이 난태생이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어머니는 사람을 시켜 뷰미가 낳은 알을 버리려고 했었다. 그 사실을 누치체고 자취를 감춘 것이 틀림없었다.
그 후로도 부인을 찾겠다고 10년을 넘게 그녀를 찾아 전국 곳곳으로 안 가본 곳이 거의 없었다.
‘죽었는가 보다. 살아 있으면 그렇게 찾았는데 찾지 못하려고.’
연회장은 그렇게 생각하며 잊으려고 노력했었다.
뷰미 본인도 알을 낳은 후 충격을 받아 목숨을 끊겠다고 몇 번이나 극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던가?
결국 찾는 것을 실패하고는 포기해 버렸다. 이제는 조금씩 옛날의 아픈 추억처럼 잊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 살아 있으면 56세나 되는 자신의 부인을 30대로 보이는 젊은 여자를 보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런데도 좀처럼 잊어지지 않았다.
흥신소에서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병원에 접근하여 그녀의 신상을 찾으려고 힘써왔던 것이었다.
어느 날 새벽 일찍 잠이 깨어 마당으로 나왔다.
낙엽이 쌓인 마당 한편에 물레방아는 아직도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미준의 눈에 띄는 것은 마당 연못가에 토끼 요정이 물을 먹고 있었다.
순간 미준은 공주의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재빨리 어머니께 메모를 남기고 스틱을 꽂아 챙겨둔 배낭과 공주에게 줄 선물이 가득한 가방을 들고 마당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쌀자루를 챙기고 냉장고에 들어있던 모든 것을 여행용 캐리어에 쓸어 담았다. 미준의 생각은 오직 공주뿐이었다.
오늘 아침은 성공할 것 같았다.
갑자기 보고 싶을 땐 자신의 마음을 어찌할 수도 없었다.
그동안 몇 번을 실패를 하면서 절망을 했었다. 그녀와 한 약속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모든 짐들을 어깨에 메고 양쪽 어깨와 팔에 걸고 건장한 자신의 파워를 총 동원하였다. 한 손에는 캐리어를 나머지 한 손에는 회전시계를 잡았다. 그리고 다시 주문을 외우며 버튼을 눌렀다.
‘숲속 큐걸.’
역시 실패였다.
‘큐걸.’
‘공주 큐걸.’
‘숲속 큐걸의 집.’
‘숲속 큐걸의 집 마당.’
‘아!’
그제야 미준은 회전 시계의 반응이 몸으로 느꼈다.
정신을 차려보니 절벽 낭떠러지에 붙어있는 공주의 집 마당이었다.
‘아. 드디어 돌아 왔구나.’
“공주, 공주.”
아무런 대답이 없다.
들고 온 짐을 마당에 팽개치고 방문을 열어 젖혔다.
“공주?”
싸늘한 방 한쪽 구석에 이불을 뒤집어쓴 공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공주.”
미준은 신발을 신은 채 이불을 벗기고 공주를 얼싸 안았다.
“공주.”
“아저씨.”
공주의 얼굴은 너무나 파리했다. 몸에는 거의 체온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고 겨우 눈을 뜨고 미준은 불렀다.
“오셨어요?”
“공주.”
미준은 공주를 꼭 끌어안았다.
“약속을 지켜줘서 고마워요.”
“미안해요. 공주.”
“아저씨. 공주는 고개를 흔들었다.”
“조금만 기다려 줘요.”
미준은 얼른 부엌으로 나가 불을 집혔다. 그리고 물을 떠와 가져온 쌀을 갈아 죽을 끓였다.
“자. 이것 좀 먹어봐요.”
미준은 공주를 안고 자신이 끓인 죽을 조금씩 그녀 입에 넣어 주었다.
그녀는 미준이 넣어주는 죽을 조금씩 받아먹으며 한 손으로 미준의 볼을 만졌다.
“아저씨가 맞구나. 꿈인 줄 알았는데.”
방안에는 다시 온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몇 숟가락 죽을 먹인 후 가지고 온 짐을 챙겨 정리하였다.
“이것 봐요. 공주의 얼굴이 어떤지?”
미준은 자신이 가져온 손거울을 그녀에게 쥐어주고 그녀의 긴 머리카락에 나비 핀을 꽂아 주었다.
“고마워요. 아저씨.”
그녀는 손거울을 들여다보며 미준이 꽂아준 나비 핀을 만지작거렸다.
“자, 좀 더 먹어봐요.”
미준은 다시 죽을 데워 그녀의 입에 넣어 주었다.
추운 냉방에 음식도 먹지 않고 왜 이렇게 누웠는지 묻고 싶었다. 그러나 미준은 차마 그 말은 물을 수가 없었다.
계절은 변해 초겨울로 접어들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주의 체온이 조금씩 올라오고 잃었던 기운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주방의 상황이 요리를 한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방에는 불을 지피지도 않았다.
삶의 의욕을 잃은 것이 분명한 것 같았다.
혼자서도 지금까지 잘 살아 왔으면서 왜 저런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미준은 종일 그녀의 옆에 앉아 그녀를 돌봤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