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3화 〉 총각 딱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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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엄청남 부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미준의 뛰어난 머리는 여기에 꽂히게 되었다.
군산 낚시에서 얻은 새로운 아이템이라 생각 할 수 있다.
미준은 새로운 괴물 낚시 루어에 관심을 가졌다.
낚시를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느 듯 약속 시간은 다 되었고 모두가 아쉬워하며 배는 비응항으로 귀항하였다.
“오늘 배를 타신 분은 운이 좋으신 것 같습니다.”
그건 사실이었다.
생활 낚시꾼들이 오늘 만큼 많이 잡는 일도 드문 일이다.
미준과 은혜는 캠핑카에 올라 잠시 휴식을 가진 다음에 섬영쪽으로 차를 몰았다. 한참을 달리다 야산을 깎아 내리는 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공장 부지 조성인지 전원주택 택지 조성인지 정확하게 알 길은 없었으나 좌우 산을 깎아 저수지를 메워 부지를 조성하려는 의도는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미준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 주변 상황이었다.
공사장 주변에는 수많은 곤충들의 영혼과 파충류의 요정들이 새들의 정령과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잠깐만 여기 쉬었다 가자.”
미준은 택지가 조성되고 있는 공사장 입구에 차를 세웠다. 새의 정영은 무자비할 정도로 곤충들과 개구리, 도롱뇽 들을 죽이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르는 자연의 파괴에서 일어나고 있는 죽음의 현장 같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공장 부지는 아닌 것 같다. 분명 여긴 야산을 깎아 전원주택 택지를 조성하는 곳이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말도 못하게 죽어가고 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은 곤충들과 물고기와 파충류 들이었다. 야산 골짜기와 저수지에서 사는 그런 부류의 생물일 것이다.
그렇다고 누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을 탓할 수도 없다.
사람이 우선이다.
보통 우리는 그렇게 말을 한다.
탓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소중하다.
일단 미준은 새들의 공격에서 한 마리라도 구하고 싶었다.
스틱을 꺼내어 정령들을 향해 겨냥하고 한 손으로 그들을 낚아채었다.
‘고마워요.’
도롱뇽 요정이었다.
‘사라져.’
사방팔방으로 새들의 공격은 끊임이 없었다.
인간이나 자연이나 약한 그룹은 살아가기 어렵다.
무시당한다.
사람들에 의해 살 곳을 잃어가고 삶의 터전을 뺏기고 있다.
터전을 잃는 것.
그것도 서러운데 죽어가고 있다.
곤충들과 물고기. 도롱뇽과 개구리가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물고기의 혼령을 낚아채고 있는 새들의 정령을 향해 팔을 뻗었다.
‘제발.’
그렇지 않아도 죽을 지경이다.
어디서 날아오는지 까마귀 수십 마리가 공사장 위로 날아들었다.
먹을 것이 있다는 걸 용케도 아는 것 같았다.
‘어차피 죽을 놈. 미리 좀 먹겠다는데 나쁠 건 없겠지.’
마지막 남은 저수지에 흙이 차오르며 수많은 영혼들이 하늘을 향에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그걸 잡겠다는 악령들의 움직임도 매우 빨랐다.
미준은 악령들을 향해 손바닥을 펴 진기를 펼쳤다.
그러나 그 수가 너무 많았다.
까마귀 떼는 공사장에 내려 앉아 흙속에 묻혀있던 작은 벌레들을 잡아먹고 있다.
미준의 손엔 밀알 같은 원석들이 들어 올 뿐이었다.
다행히 계곡물은 콘크리트 관을 타고 하천 지류로 흘러내리는 것 같다.
그것만 해도 수의 영혼은 구제 되었을 것이다.
미준은 이제 다시 차에 올랐다.
강경을 거쳐 황산 대교를 지나 산주에 들어서서 공원 입구에 차를 세웠다. 금강 상류 지류 같았다.
“오늘은 여기서 하루 밤 묵자.”
그들은 군산 앞바다에서 잡은 고기를 꺼내 광어국을 끓이고 날개 돔 감성돔을 구워 반찬을 만들었다.
만찬과 다름없이 즐거운 저녁 식사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저녁을 먹고 강변을 걸으면서 모처럼 손을 잡았다.
“오빠도 한번 씩 나 생각나?”
“가끔 나지. 왜 안 나겠어?”
“주로 어떤 때 생각나?”
“글쎄.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거나 볼거리가 아름다워 혼자 보기 아까울 때?”
“잘 때는 안나?”
“나지. 뽀뽀하고 싶을 때도 나고.”
미준은 걸음을 멈추고 은혜를 돌려세우며 두 팔을 허리에 감아 당기며 갑작스럽게 은혜에게 키스를 시도 했다. 그러자 은혜는 자기 손으로 얼른 자신의 입을 가려 버렸다.
“야! 시.”
은혜는 웃으며 미준의 팔에서 벗어나면서 앞서 걸어 나갔다.
어둑한 강 위에 무엇인가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박쥐들이었다.
초저녁 어둠을 이용해 강 위로 날아다니는 작은 벌레들을 잡아 먹으려고 지그재그를 그리며 혼란스럽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위로 솟았다 아래로 내렸다하며 초벽 강위를 누비고 있었다.하늘을 배경으로 위로 날아오를 때만 미준의 시야에 잠깐 들어왔다 어두운 땅이나 강 위로 날 땐 보이지 않았다.
“저거 박쥐 맞지?”
“어디요?”
무엇인가 팔랑거리며 혼돈의 춤을 추는 것이 바로 박쥐들의 날개 짓이었다.
“저 위로 날아다니며 무용을 하는 것들.”
“무서워.”
그때 강바닥에서 이상한 소리가 크게 울려왔다.
“뿌악, 뿌악.”
“엄마야.”
두어 걸음 앞서 걷던 은혜가 갑자기 미준의 뒤에 와서 팔을 잡았다.
그때 다시 소리가 들렸다.
“끼약. 끼약.”
“무서워. 뭐지?”
아마 뉴트리아가 황소개구리를 잡은 것 같다.
그때 미준은 뉴트리아 악령을 발견하였다. 들 고양이 한 마리와 대치를 하고 있다. 갑자기 미준은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서로 노려보며 물러서지 않고 서로를 경계하며 응시하고 있었다.
“첨벙.”
금강에서 뛰어오른 물고기 소리였다.
그제야 고양이는 고개를 돌리며 천천히 지나갔고 뉴트리아 악령은 고양이를 노려보며 꼼짝을 하지 않았다.
‘이거 너무 싱겁잖아.’
미준은 가볍게 뉴트리아 악령을 제거한 후 붉은 원석하나를 획득하였다. 갑자기 밤낚시 충동이 일어났으나 마음을 접고 은혜와 함께 차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차에 있던 통발 두 개를 꺼내 새로운 채비를 하고 있었다.
통발은 캠핑카의 필수품으로 없어서는 안 될 생계 수단이다.
통발 속에 강아지 사료를 한 움큼씩 넣은 뒤 끈을 풀어 풀밭에 메어두고 강에 던져 넣었다.
“뭘 잡으려고요?”
“내일 먹을 반찬.”
그리고 차에 돌아와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저 멀리 가로등을 따라 이따금씩 자동차들이 달려가는 모습이 보이곤 하였다.
“너 내가 입만 맞추려면 자꾸 피하더라?”
“내가 언제요?”
“조금 전에도 그랬잖아.”
“쑥스러워 그렇죠.”
“그럼 한번 할까?”
은혜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각선미 한번 만져보자.”
은혜는 미준을 향해 배시시 웃으면서도 눈을 흘겼다.
“오빠, 그 사람. 깡패 있잖아. 왜 병원에 취직시켜 준거야?”
“깡패? 아, 김영석.”
“영석인가?”
“그런 사람이 자기를 인정해 주면 충성을 다할 사람이야. 우리 병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지.”
“그런가? 오빠는 우리가 모를 뭔가가 있는 것 같아. 생각도 깊고.”
은혜는 늘 남과 다른 미준을 느끼면서 다른 곳에서 온 사람 같은 걸 느끼곤 하였다.
“그렇지? 그렇다니까. 난 행동하나도 생각 없이 하지 않는다고.”
“누가 뭐래.”
이런 경우 미준은 혼자 있을 땐 너무 지루했었다. 휴대폰 검색을 하거나 TV를 본다. 그러나 오늘은 말없이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너와 함께 있으니 너무 좋다.”
“왜?”
“일단 지루하지 않잖아.”
“이럴 때 오빠 혼자 있음 뭐해?”
“글쎄, 너하고 뽀뽀도 하고, 네 각선미도 만져보고 그렇지 뭐.”
“또 뭐래?”
은혜는 얼굴이 빨갛게 홍조를 띄었다.
미준은 의자에서 일어나 캠핑카 바닥에 담요와 이불을 깔았다.
“이제 자자.”
“난 아직 안 졸려요.”
미준은 잠옷 대신 추리닝을 갈아입고 벌렁 자리에 누웠다. 좁은 의자에 앉아 있는 것 보담 백배 편한 것 같았다.
“여기 누워봐. 진짜 편해.”
그러나 은혜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럼 나 먼저 잔다.”
미준은 자리에 누웠으나 제대로 잠이 올 리가 없다. 그때 미준의 귀에 환청과 같은 미세한 소리가 울려 나왔다.
“아저씨, 좀 도와 줘요.”
미준은 눈을 떴으나 의자에 앉아 있는 은혜밖에 보이지 않았다.
“무슨 소리 못 들었어?”
은혜의 표정은 무슨 소릴 하느냐는 듯이 미준을 바라보았다.
미준은 어른 커텐을 들쳐 밖을 내다보니 바로 아기 도깨비였다.
‘음, 또 올게 왔구나.’
미준은 얼른 스틱을 쥐고 밖으로 나갔다. 강물 위로 떠돌던 박쥐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도깨비 몇 마리가 악령 깨비들과 싸우고 있었다. 악령 깨비들은 하나 같이 다 사대천왕을 닮았다.
‘받아.’
미준은 손바닥에 힘을 주며 악령 깨비를 겨냥하며 자신의 기를 실어 장풍을 펼치듯이 일격을 가했다.
‘너 오늘 죽었어.’
미준의 일격에 휘청하던 악령 깨비는 미준을 발견하고 방망이를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이번엔 스틱을 잡고 휘두르는 도깨비 방망이를 후려치면서 다시 장력을 펼쳐 내었다. 가까이 온 놈은 장력에 못 이겨 비틀 거렸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등산 스틱을 놈의 사타구니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카카카칵.’
결국 한 놈은 녹아내렸고 그 기회를 이용하여 방망이를 회수하며 놈이 남긴 장신구를 습득하였다.
“오빠 뭐해.”
“운동하고 있어. 차에 들어가.”
“미준은 스틱을 내려놓고 방망이를 잡았다. 야구 방망이와 비슷한 모양이었으나 많은 돌기가 돋아나 있었다.
아기 깨비들은 악령 깨비의 등과 머리에 달라붙어 놈들을 찌르고 할퀴고 있었지만 기본적 파워가 턱도 없이 모자랐다.
방망이를 쥔 악령들은 미준의 장력을 받아 하나씩 무너졌다. 갈수록 미준의 힘은 강해지는 것 같았고 방망이의 위력도 서서히 나타났다.
세 놈을 해치우자 남아있던 한 놈은 결국 도망치며 멀어져 갔다.
‘감사해요. 아저씨.’
‘전쟁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이미 저희가 승기를 잡았어요.’
‘잘됐구나. 빨리 평화가 오면 좋겠다.’
‘그런데 아저씨. 저기 저 산 남쪽이 옛날엔 공동 묘지였어요. 지금은 대부분 버려져 있지만 그곳에 한번 가보세요.’
미준은 악령 깨비가 차고 있던 각종 장신구를 모두 수습 한 후 차에 오르려다 갑자기 은혜에게 도깨비장난을 하고 싶었다.
주머니에 있던 도깨비감투를 머리에 써 보았다.
차창에 얼굴을 비춰 봤으나 보이지 않았다.
조용하게 운전석 앞문을 열고 은혜가 있는 뒷방으로 건너갔다.
은혜는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캄캄한 속에서 미준이가 보이지 않자 당황하고 있었다.
조심조심 은혜에게 접근하여 은혜의 머리카락을 잡고 당겨 보았다.
움찔하며 은혜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뭐야?”
은혜는 뒤를 돌아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다시 미준은 은혜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엄마야!”
순식간에 은혜는 공포를 느꼈다.
‘안되겠다. 너무 놀라 안 되겠어.’
미준은 얼른 운전석이 있는 앞문으로 빠져나와 감투를 벗어 넣고 캠핑카 문을 열어 제겼다.
“오빠.”
“응?”
“뭔가 이상해.”
“뭐가?”
웃음이 목구멍으로 터져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무서워.”
“뭣이 무서워.”
“몰라. 뭔가 이상해.”
은혜는 미준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너 꿈 꿨구나.”
“아니야. 자지도 안았어.”
“....?”
미준은 기회라 생각하고 은혜를 끌어 당겼다.
은혜는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가끔 한번씩 두리번거리며 움찔 움찔 몸을 떨었다.
잠시 후 미준은 은혜를 껴안고 자리에 눕혀 주려하자 그녀의 얼굴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미준은 은혜를 안심시키려 본의 아니게 엉뚱한 말을 하고 말았다.
“걱정 마. 은혜야. 언제든지 네가 원할 때 그때까지 기다릴게."
쓸데없이 장난을 한 것이 화근이 되어 엉뚱한 약속을 해버린 셈이다.
자신이 바보 같고 등신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말은 밖으로 쏟아진 뒤라 주워 담을 수가 없게 되었다.
‘등신 같이. 이번에도 총각 딱지는 떼지 못하겠다.’
다음날 아침 강에 넣어둔 통발을 건져 피라미를 비롯한 붕어 새끼 등으로 매운탕을 끓여먹고 차를 타고 공동묘지가 있었다는 건너 편 산기슭으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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