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2화 〉 도깨비 감투(3)
* * *
“감사합니다. 원장님.”
원장이 자신을 칭찬하자 이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준은 앉아있는 환자의 머리에 손을 누르고 악령의 숨통을 끊어 놓았다. 그리고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말했다.
“이제 풀어줘도 될 것 같습니다. 한 이틀 지켜보고 퇴원조치 하세요.”
중환자실에 있던 모든 환자들과 회진 때 들어온 보호자들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미준은 그날 회진에 더 이상 동행하지 않았다.
엉터리 같은 진단을 하였다는 소문이 온 병원 환자들과 보호자들, 의료진과 간호사들에게 까지 퍼져 나갔다.
모두 원장이 이상하다는 소문이 나돌고 심지어 그 환자를 두고 보자는 사람까지 등장하였다.
그러나 그들 중에도 원장의 진료 능력을 철석 같이 믿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관리과 직원들이었다.
얼마 후 원장실에는 이현영 선생이 노크를 하였다.
얼굴엔 약간의 염려하는 기색이 엿보이고 있었다.
“조금 전 환자 말입니다. 그렇게 해도 될 것 같습니까?”
“그야 이 선생이 저보다 더 알겠지요. 제 판단으로는.”
사실 이 병은 유전적인 요인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본다. 그 중에서도 이런 환자는 긴장형과 파과형(???)으로 분류되는 환자였다.
신기하게도 그 환자는 머리가 맑다하고 환청도 사라졌으며 신기할 만큼 표정이 밝아졌다 그날 내내 이상이 없었고 가족들과 대화를 하면서 얼굴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현영 선생을 찾아가서 농담도 하고 자기 자랑도 하면서 은근슬쩍 애인이 면회를 온다는 자랑까지 하였다.
그리고 삼일 뒤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을 했다. 이것을 지켜보던 많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조금씩 병원을 신뢰하는 분위기로 전환되는 것 같았다.
매주 화요일에만 등원하고 나머지는 주로 취미 생활과 사냥에 주력했다. 골프를 배우라는 다른 병원 원장들과 의사들이 있었지만 그보다 미준은 정령 사냥과 낚시에 몰입했다.
아니면 운동과 자신의 몸을 가꾸어 가는 것이었다.
어느 날 주말이 되자 은혜의 전화가 왔다.
그렇지 않아도 주말이 다가오니 은근히 기다려지기도 했다.
“오빠, 이번 주말에 무슨 계획 있어요?”
“아니, 없는데?”
“우리 낚시가요.”
“너 이제, 낚시 좀 늘었어?”
“아마, 오빠 보담 나을 걸.”
“그럼 우리 내기 하자.”
“무슨 내기?”
“음, 아냐.”
미준은 망설이다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가실 거예요?”
“그보다 지금 좀 만나자.”
결국은 커피 생각만 나면 찾는 공원 카페에서 은혜를 만나기로 했다.
“어서 오세요.”
이제 공원 카페 주인과도 안면이 있고 종업원 아가씨와 알바생까지 미준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미준은 파티션이 얕게 설치된 구석진 곳에 앉아 은혜를 기다렸다.
“오빠.”
“왔어?”
은혜는 코트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파티션에 기대어 자리에 앉지 않고 서 있었다.
“자리에 앉아.”
갑자기 은혜는 목소리를 낮춰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오늘 다리 만지면 안돼요.”
“무슨 소리야?”
“옆에 앉으면 또 내 다리 만지려고 그러는 것 아니에요.”
“야, 친구 다리도 못 만지나?”
“남들이 들어요.”
“들으려면 들으랬지. 친구 사이에 뭐 어떻다고?”
하는 수없이 은혜는 미준의 앞에 자리를 하였다.
“오빠. 목소리 좀 낮춰.”
“알았어 그래. 내가 변태야 변태.”
“오빠. 여기 종업원들 원장님인거 알아요?”
“알긴 뭘 알아. 내가 말을 안했는데.”
“원장이 변태인거 알면 고객이 다 떨어지지.”
“그래? 알았어. 조심할게.”
결국 그들은 1박 2일 예정으로 군산지역 갯바위 낚시를 가기로 했다.
다음날 일찍 만반의 준비를 해서 은혜의 집 앞에 도착했다. 은혜의 캐리어를 끌고 나온 사람은 그녀의 동생으로 보이는 학생이었다.
“누나, 이쪽으로 좀 와봐.”
“왜?”
“여자 친구와 간다면서?”
“여자 친구도 있어. 너 엄마에게 무슨 말 하지 마.”
“안되겠는데.”
“그럼?”
“나 용돈 떨어졌어.”
“짜슥이. 알았다.”
미준이 캐리어를 받아 차에 싣자 재빨리 차에 올랐다. 그들의 목소리가 미준의 귀에도 들려 왔다.
순천에서 전주를 거처 군산에 도착 했을 때는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이미 섬으로 나가는 낚싯배들은 낚시꾼들을 갯바위에 배치하고 돌아 온 뒤였고, 생활 낚시를 하는 일부 사람들이 가까운 지역에서 손맛을 보려 낚싯배에 오르고 있었다. 미준과 은혜도 그들의 틈에
끼어 선상 낚시를 경험하게 되었다.
생애 첫 선상 낚시다운 선상 낚시에 마음이 들떴고 출조를 위해 준비된 낚싯배는 출항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배에 오른 뒤 낚시 밑밥과 미끼를 잊었다며 인근 낚시점으로 뛰어가고 있었고 뒤늦게 먹거리를 챙기느라 부산을 떨었다.
‘이래서 생활 낚시가 좋다는 건가?’
그래도 선장은 미소를 잃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려 주었다. 잠시 새 만금 방조제 앞 비응항에는 대물의 꿈꾸는 초보 조사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해양경찰의 간단한 승선확인 후 얼마가지 않아 십이동파도에 도착하였다. 항구를 출발한 후 30분이 채 안 걸린 시간이었다.
“자 여기서 세 시간 동안 하고 귀항합니다.”
시계를 보니 정오였다. 그러면 오후 세시가 되면 낚시 종료 시간이 되는 셈이다.
“화이팅!”
채비를 마친 미준은 은혜와 손을 부딪치며 초보 낚시꾼의 객기를 부렸다. 물론 그는 루어를 달았고 은혜에게는 세우를 끼워 주었다.
“선장은 미준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값비싼 괴물 낚시 루어는 괴물을 잡은 프로들이 사용하는 것이라고 일러주면서 보통 사람들은 일반 루어를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하였다.
“네, 혹시 괴물고기가 잡힐까봐 그래요.”
그는 역시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저기 저 갯바위 부근 여가 있는 곳이 감성돔 포인트입니다. 너무 멀리 던지면 갯바위 낚시꾼들과 줄이 걸리니 조심하세요.”
여는 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 바위를 뜻한다. 그러나 만조 때도 바다 속에 잠기지는 않았다.
얼마가지 않아 일행 중에 참돔을 올리는 낚시꾼이 나타났고 은혜도 이제 제법 포스를 취하며 참돔을 걸었다.
“오빠, 나 봐요.”
하얗게 이를 드러내어 낚은 고기를 들고 포스를 취하는 은혜를 보니 미준은 미칠 것 같이 은혜가 귀여웠다.
‘가스나. 어떻게 조리 예쁠까?’
미준은 혼자 생각하며 휴대폰을 꺼내 인증 샷을 눌러 주었다.
수심은 약 14m정도였다.
잠시 후 미준도 감성돔과 광어를 잡아 올렸다.
선장님 말씀이 조금도 거짓이 아니었다.
멀리 갯바위에서도 잡은 고기를 들고 낚싯배를 향해 흔들어 가며 보여주고 있었다.
갯바위에 올라 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프로 같아 보였다.
“나도 잡았어요.”
아주머니 한 사람이 남편을 보며 큰 소리로 외친다.
“우와.”
모두들 같이 아주머니를 돌아보며 격려를 한다.
“오빠, 또 물었어.”
미준은 은혜를 향해 엄지를 내어 추켜세웠다.
“아항, 아항,”
걸린 고기와 씨름을 하는 은혜 옆에 서서 뜰채를 들고 옆에서 기다렸다. 제압에 성공했다. 미준은 팔을 길게 뻗어 은혜가 잡은 감성돔을 가볍게 건져 주었다.
“야호.”
함박 웃음을 짓는 은혜는 이제 낚싯대를 뱃전에 꽂아두고 점심 준비를 하였다. 선장은 이리저리 다니면서 고기 한 마리씩을 거두어 회를 쳐 주었고 일부 낚시인들은 싸온 밥이나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이번에도 은혜는 몇 겁이나 된 찬합도시락을 꺼내 놓았다.
은혜의 찬합도시락을 보는 사람들은 모두 놀라워했다.
“두 분 신혼부부에요?”
조금 전 감성돔을 잡은 아주머니였다.
“이 사람들이 부부 같으면 이리 신경 쓰겠어?”
“왜 부부는 신경 안 써?”
“부부라도 신혼 때는 다 신경 쓰지.”
미준은 이 분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같이 먹자고 하였다. 실은 그보다 선장이 썰어준 회 맛이 더 일품이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
그때 미준의 낚시 초릿대가 파바박하며 휘더니 뭔가가 확 당기는 것이 아닌가?
순간 이어진 미준의 챔질. 낚싯대가 확 휘면서 묵직하게 당겨지는 느낌이 보통이 아니다.
전해지는 손끝의 감각. 무언가 걸린 것이 확실하였다.
미준은 이제 나름 포스를 취하며 멋진 자세를 연출하였다.
“큰 게 물었나봐.”
은혜가 보고 짐작하여 말했다.
식사를 하던 모든 사람들이 미준의 낚시에 집중되었다.
남들이 다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짜릿한 기분이 더한 것 같다.
묘한 감정이 전신을 번져 지나갔다.
은혜를 돌아보니 눈이 마주 친다.
은혜는 얼른 손을 치켜세운다.
“오빠, 짱!.”
“이 맛에 낚시를 하는구나.”
미준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 낚싯대를 늦출 때마다 잽싸게 릴을 감아 올렸다.
한참동안 설익은 줄다리기를 한 끝에 드디어 놈의 몸체가 물 밖으로 솟아올랐다.
“감생이다.”
그것도 그냥 감생이가 아닌 전장 90에 가까운 날개 돔 감생이.
몸체 양편에 활짝 날개를 편 괴물 중에 괴물이었다.
“아니, 이건 괴물 감생이입니다.”
선장은 미준의 얼굴을 보며 뜻밖의 수확을 보고 깜짝 놀라는 것 같았다.
“그러면 젊은이가 프로 괴물 낚시꾼?”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가끔 이런 것이.”
“우와 대단하십니다. 빨리 해체를 해 보세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준은 감생이 해체에 들어갔다.
고기를 버리지 않도록 비늘부터 제거하고 양 날개를 베어 내었다. 목 부위에 반쯤 절단하여 꼬리 부분으로 살살 베어 나갔다. 언젠가 활어센터에서 주인이 하는 모습을 유심히 봐 두었었다.
한쪽 살이 분리된 후 껍질을 쥐고 다시 반대쪽으로 베어 나갔다.
반대편 살도 마찬가지 였다.
“어, 잘한다.”
생각보다 젊은 사람이 회를 뜨는 모습에 약간은 신기한 한 모양이었다.
‘그 어려운 공부도 했는데 감성돔 회 뜨는 거야 뭐가 어렵다고.’
미준은 마음 쏙으로 생각하며 양쪽 고기를 무두 들어냈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이제부터 내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찾았어.’
감생이 내장에는 매실 크기의 스피넬 원석과 앵두 크기의 사파이어 두 개가 미준의 손에 실체를 들어 났다.
“야,”
미준은 바닷물을 떠서 원석과 보석을 깨끗이 씻은 다음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와!, 예쁘다.”
미준은 덥석 은혜를 껴안았다.
거제에서 한번 괴 물고기를 잡은 일이 있었지만 이것으로 자신의 능력이 검증된 셈이다.
무엇보다 미준에게는 이것이 수확이었다.
미준은 주먹을 쥐고 작은 소리로 외졌다.
“됐어.”
흥분이 진정되자 미준은 감성돔의 고기를 잘 포장하여 따로 보관하였다. 봄은 점점 가고 조금 있으면 여름이 올 것이다.
미준은 낚싯대를 걸어두고 생각에 잠겼다.
이미 뉴 해양 낚시 공장과 뉴 해양 낚시 백화점은 인기가 시들었다. 세계 각국에서 괴물을 잡는 프로들이 사용하는 루어를 개발하여 우후죽순처럼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도 자체 개발하여 이제 괴물 루어는 별 인기가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괴물 낚시 루어는 프로들에게만 먹혀들고 괴물낚시 프로들은 그 수가 많지 않다.
그런데 비해 루어 생산 업체는 부지기수다. 공급은 많은데 수요자가 적다.
소문에 의하면 뉴 해양 낚시공장과 뉴 해양 낚시 백화점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한때 뉴 해양은 루어 개발로 큰돈을 벌었으나 이제는 이미 사양 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모든 업체에서 과잉 생산을 하다 보니 가격도 떨어지고 경영에도 어려움이 따른다고 한다.
‘누구라도 괴물고기를 낚을 수 있는 신종루어를 개발할 수 있다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