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156화 (156/225)

〈 156화 〉 여행중 만난 여자(1)

* * *

신창을 거쳐 모슬포로 향했다. 모슬포에서 저녁을 먹고 나자 연주는 드디어 치맥점으로 가자는 제안을 하였다.

“그럼 운전은?”

“대리운전 하죠 뭐.”

결국 경선의 말대로 모두 치맥점으로 향했다.

상준도 이제 될대로 되라는 기분이었다. 어차피 여행을 왔고 혼자 있는 것보단 좀 더 재미가 있을 것도 같다. 일부러 기회를 만들기도 하는데 주어진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않는가?

치맥이 나오자 연주가 잔을 들고 건배 제의를 하였다.

“오행위.”

“오행위”

일단 잔을 부딪쳤으나 모두가 궁금해 했다.

“오늘 밤의 행복을 위하여”

다시 재창을 하며 잔을 부딪쳐 왔다. 그녀다운 건배였다.

술도 참 잘 마신다.

아무리 맥주가 음료라지만 금방 금방 마셔댄다.

“아저씨들 회비내세요.”

“회비?”

“공동경비는 회비로 모아쓰면 훨씬 편해요.”

“얼마?”

“오늘 저녁 식사비부터 계산하면 2박 3일간 30만원씩.”

결국 그녀의 제안대로 30만원씩 모두 내어 그녀에게 주었다.

“계산에 자동차 렌트비와 펜션 비용은 뺐어요.”

“.....?”

“아저씨, 그래도 되죠?”

상준을 처다 보며 동의를 구했다.

“그러죠 뭐, 이왕 숙소는 잡아둔 곳이니.”

“저희도 렌트비는 안 받을 게요.”

“위하여.”

다시 그들은 술을 마시며 떠들었다.

“근데 우리보고 계속 아저씨라 그러는데 그건 아니죠.”

결국 대정서 온 영도가 듣기가 거북한지 한마디 하였다.

“그럼 뭐라고 하죠?”

결국 그들은 나이를 공개했다.

여자들은 24세.

영도는 29세로 상준보다는 한살 위였다.

“아저씨 맞네요.”

“그래도.”

“그럼 형이라 부를 게요.”

“그러지 말고 아저씨로 계속 가세요.”

“그럼 우린 이제 말 놓는다.”

“좋아요. 여기서 나가면 겜방 갈래요. 노래방 갈래요?”

“노래방.”

배가 불러 더 이상 술이 들어갈 곳이 없을 때쯤 그들은 비틀거리며 노래방으로 향했다.

노래 주점에서 젊음을 불태웠다.

“어이, 연주 나하고 춤 한번 춰.”

상준이 노래를 부르자 다소 취기가 오른 영도는 연주를 안고 춤을 추면서 경선을 상준의 쪽으로 밀어붙였다.

경선도 못이긴 채 상준의 가까이 다가와 가벼운 춤동작을 취해 주었다.

그는 한 손으로 마이크를 잡은 채 다른 한 손은 경선을 당겨 자산의 옆에 끼고 노래를 불렀다.

“이제 그만하고 펜션으로 갑시다.”

“좀만 더 있다 가자.”

연주가 노래를 부르자 연도는 아예 연주의 뒤에서 백 허그를 해서 춤을 추었고 상준과 경선은 자리에 앉아 그들의 춤사위를 구경하고 있었다.

“우리도 춤춰요.”

좀처럼 말이라고 안하던 경선은 술기운 탓인지 분위기 탓인지 상준의 팔을 끌면서 앞으로 나가자고 한다.

하는 수없이 경선에게 이끌려 앞쪽으로 나가 몸을 흔들다가는 그녀를 안고 천천히 돌았다.

이제 둘도 서먹한 분위기가 점점 줄어들 무렵 영도와 연주는 더 적극적으로 노골적인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춤을 추다가 키스도 하고 아예 부둥켜안고 히프를 히프를 문지른다.

“아줌마, 대리 기사 하나 불러주세요.”

상준은 밖으로 나와 대리 기사를 신청했다.

"왜그래? 형?"

투덜대는 그들을 태워 펜션으로 돌아왔다.

“나 먼저 새워해야지.”

땀에 젖은 그들은 옷들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고 난 후 TV를 보고 있는데 영도와 연주는 서로 눈길을 주고받는가 싶더니 아무 말도 없이 침대가 놓인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거실에 남은 상준과 경선은 TV만 처다 보고 있다가 방안에서 나는 그들의 신음 소리가 거실로 새어 나오자 그냥 있기 민망했는지 상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너는 저 방에 들어가 자. 난 여기 거실에서 잘 테니.”

경선은 침대가 없는 빈방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다시 거실로 나와 상준의 팔을 잡아당겼다.

“이러고 있으면 우리만 바보 되요. 들어가서 이야기나 해요.”

소심해 보이던 경선이 상준의 팔을 당기자 상준은 경선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이 방은 침대도 없고 맨 바닥이었다.

이미 방에는 두 개의 요와 두 개의 이불이 나란히 깔려 있었다.

상준은 깔아놓은 이불위에 벌렁 누웠더니 경선은 그의 머리맡에 벽에 기댄 채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다.

친구 연주는 원래 성격이 활발하고 외향적 성격이라 사교성이 좋지만 최근에 남친에게 이별 통고를 받아 저러는 것 같으니 너무 욕하지 말 것과 같이 다니는 친구라서 자기도 친구와 똑 같은 사람으로 보지 말아 달라는 부탁 비슷한 이야기를 하였다.

자신도 원래 사귀는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결혼 약속까지 한 사이였는데 얼마 전 그 남자가 통고조차 없이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실의에 빠져있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친구의 제안으로 연휴를 맞아 제주 여행을 오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공감을 표시해 주었다.

“아저씨는 어떻게 혼자 오셨어요? 혼자 오는 분들은 펜션을 이용하지 않고 모텔이나 호텔을 주로 이용할 텐데?”

“나도 원래는 같이 오려 했는데 일이 생겨 부득이 혼자 왔지.”

“그럼 바람 맞은 거 맞네요.”

“그런가?”

상준은 대답을 하면서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그때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고개를 들어보이 영도와 연주였다.

“재미있었어요?”

방에 들어서면서 하는 연주의 말이었다.

“....?”

“뭐야, 이 표정은?”

이번엔 영도의 말이다.

상준과 선경은 마주 처다 본 뒤 웃기만 하였다.

“우리 내일은 어디로 갈까요?”

연주의 말을 듣고 휴대폰을 꺼내 이곳저곳을 검색해 보았다. 대부분은 제주가 두 번째라 했다.

“그러지 말고 제주 까지 왔는데 선상 낚시 체험이나 가요.”

상준은 듣고만 있다가 대부분 가본 곳들이라 자신의 취미를 제안해 보았다.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은 것 같다.

“낚시체험 좋지.”

특히 영도와 선경은 적극 동의했고 연주는 다소 달갑지 않는 것 같았으나 떨떠름한 표정으로 수용하였다.

“그럼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겁니다.”

결국 그들은 다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얼마 후 다시 옆방에서는 격정의 소리가 들리는가 하더니 이내 잠잠해 졌다.

“우리도 자.”

상준이 경선을 향해 말을 던지자 그녀도 불을 끈 후 자기 자리에 들어 왔다. 그리고 손을 뻗어 상준의 손가락을 쥐고 잠을 청했다.

상준은 일찍 일어나 항구로 나갔다.

아침 운동 삼아 낚싯배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다행히 생활 낚싯배가 있었고 낚싯대를 포함해서 모든 채비를 다 해준다고 하였다. 단지 다른 사람과 합석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상준은 낚시 비용을 선불 지급하고 자신을 뺀 세 사람이 배 멀미가 염려되어 약도 부탁하였다.

“그럼 세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멀미약도 좀 준비해 주세요.”

그들은 아침은 먹고 간단한 복장으로 항구로 나갔다. 모두가 바다낚시는 처음이라 했고 도시 어부를 보면서 한번쯤은 체험을 해 보고 싶었다고 하였다.

동승한 사람은 상준의 일행 셋과 다른 낚시팀 세 명이 더 있었다. 선장을 포함하여 8명인 셈이다.

선장님은 모두에게 구명조끼를 지급해 주고 미끼는 새우와 갯지렁이를 마음대로 사용하라 일러 주었다.

영도가 자신의 파트너 연주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주고 낚시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서 친절하게 대하자 상준도 경선에게 꼭 같이 대해 주었다.

모두가 생활낚시를 하는 사람들 같았다. 간혹 민물낚시에 경험은 있었으나 바다낚시는 처음 도전하는 것 같다.

방송의 효과가 역시 크나보다.

배의 양쪽 옆에는 거치대가 일렬로 설치되어 있고 선장은 아예 낚싯대를 채비하여 거치대에 꽂아 두었다.

양편 네 개씩 총 여덟 개의 낚싯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미끼를 달아 던지기만 하면 된다.

낚싯배는 그리 멀리 나가진 않았다.

현장에 도착한 후 낚시 시간은 총 4시간 반. 출발하면서부터 5시간을 할애 받았다. 원래는 네 시간이 전부였지만 상준의 부탁으로 특별히 배려하여 오후 2시 30분 까지 약속하였다.

영도와 연주는 아예 연인 같이 행동을 하였다.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들 뜸이 없자 경선은 자연히 상준의 옆에서 낚시를 하였다.

운이 좀 있는 날인가 보다. 사실 생활 낚시는 별도 실력이 필요가 없다. 전해오는 감촉으로 당기기만 하면 되고 낚싯대 끝이 떨거나 움직이면 감기만 하면 그만인 것이다.

처음에는 이곳저곳에서 실한 고등어가 올라오더니 아지도 올라오고 광어도 올라온다. 다른 팀에서도 환호성이 종종 나오는 걸 봐서 낚시가 제법 된다는 이야기다. 비록 잡어이긴 했으나 생활 낚시꾼에게는 잡어면 어떻게 작은 고기면 어떻겠는가?

연주와 경선이도 어느 듯 낚시에 빠져 들었다. 광어 몇 마리를 건져 올리던 상준은 오늘도 예외가 없었다.

영도씨는 제법 포스도 좋았다. 한두번 하는 솜씨가 아닌 것 같다. 아마 민물 낚시에는 일가견이 있나보다.

하기야. 요즘 활동적인 사람치고 산에 가거나 바다로 가거나 낚시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상준은 포음을 잡으면서 대상어를 걸었다. 바로 변종 광어였다. 열쇠고리에서 달고 다니는 비상용 나이프를 꺼내 변종을 해체하여 우주보석 아쿠아마린과 에메랄드 원석을 추출하였다. 그것을 씻어 호주머니에 넣자 모두들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기는 선장에게 넘겨 회를 먹게 해달라며 부탁하였다.

“식사 합시다.”

선상은 잡은 고기들로 회를 치고 남은 머리통과 작은 고기들을 넣어 매운탕을 끓여 주었다.

“그쪽 팀은 어디서 왔어요?”

“광주서 왔어요.”

3인조 낚시팀. 그 팀 역시 1남 2녀로 구성된 팀이다.

말하는 것으로 봐서 둘은 연인이고 하나는 여자의 동생인 것 같다.

모두의 얼굴엔 미소를 잃지 않았고 선장도 친절하게 이들을 대해 주었다.

“조금 전에 고기에서 찾아낸 것이 뭐였어요?”

다른 팀의 리더 격으로 보이는 청년이 상준을 보며 물었다.

“보셨어요?”

“예, 광어 해체할 때.”

“보석 원석입니다.”

“구경 좀 해 봅시다.”

상준은 호주머니에 넣어둔 원석을 꺼내 보여주자 궁금해 하던 모든 사람들이 돌아가며 구경하였다.

“그럼?”

영도는 상준을 처다 보며 한마디 하려다 그만 입을 다물었다. 연주와 경선이도 오랫동안 만지작거리더니

“이게 무슨 보석이에요?”

“이건 우주 보석 아쿠아마린. 이건 에메랄드 원석입니다.”

그러자 연주는 다시 물었다.

“값은 얼마정도?”

“이건 약 4천, 이건 약 600백.”

“와!”

모두가 탄성을 자아내고 있었다.

듣고만 있던 선장이 결국 입을 열었다.

“이분이 바로 괴물 낚시로 유명한 연상준 로입니다. 뉴 해양 주식회사 대표님이시고요.”

“아!”

모두가 다시 상준을 처다 보며 탄성을 자아내었다.

영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눈치였고 연주와 경선이도 어디서 들었는지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다시 낚시가 시작되자 경선은 상준의 옆에서 작은 소리로 한 마디 하였다.

“전 어딘지 모르게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분인 건 몰랐어요.”

“네, 미리 말 못해서 미안해.”

“아니에요, 제가 영광이에요. 아저씨 같은 사람과 함께 동행하게 돼서.”

“나도 영광이야.”

경선은 침착하게 고기를 잡으며 수시로 상준의 낚시하는 포음을 눈여겨 지켜보았다.

“낚시가 이렇게 재미있는 건 진짜 몰랐어요.”

“낚시란 건 하다 보면 빠져들기 되지. 참 좋은 스포츠지.”

결국 그들은 종료 시간이 되어 회항하였다.

숙소로 돌아와 푹 쉬었다. 저녁이 되자 다시 식사를 하기 위해 한림읍 소재지로 나갔다. 식사를 하면서 연주가 낚싯배 빌린 경비 이야기를 꺼냈다.

“배 삯이 1인당 6만원이라면서요?”

“그건 그냥 두세요.”

“그럼?”

“그건 내가 낼 테니.”

“그래도 되겠어요?”

그래도 연주는 계산은 분명한 것 같다. 거절하는 상준에게 끝까지 계산을 해 주었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