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화 〉 거북섬 탐사(2)
* * *
점심 식사는 메뉴가 대박이었다.
무엇보다 건져 올린 해산물이 풍족하였다.
혜영과 명호는 소라 고등을 삶아 숙회를 만들고 전복과 해삼은 썰어 물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것저것 함께 넣은 매운탕을 갑판 가운데에 올려 놓은 다음 밥 한 그릇씩 손에 들고 빙 둘러서서 식사를 한다.
"맛있지?"
"예, 너무 맛있어요."
"이런 곳에서는 이렇게 먹는거야."
진짜 이렇게 서서 먹는 밥이 또 다른 별미를 제공해 주는 것 같았다.
혼밥 보다는 둘이 먹는 밥이 더 맛있고 둘 보다는 여럿이 둘러서서 먹는 밥이 어 맛이 있다.
식사 후에는 다시 도전하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오빠, 보물선은 어떻게 하실거여요?”
상미가 식사를 하면서 상준을 보며 묻는다.
모든 시선이 상미를 향했지만 상준의 머릿속에는 정리하느라 빠쁜 중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부장과 상미는 아닌 것 같았다.
그들의 스킨 스쿠버다이빙 실력으로는 심해 탐사는 어려울 것 같다.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가 우려됐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심해 다이빙은 2인조가 되어야만 안전한 편이다. 돌발 사고가 생긴다 하더라도 혼자 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하다.
이들 둘은 심해다이빙 경험이 없다.
심해는 그만큼 몸의 저항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오랫동안 적응 훈련를 받지 않으면 높은 수압에 견딜 수 없기 때문이었다.
“너와 신부장은 심해 탐색은 어려울 것 같다. 좀 더 적응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
“그냥 하면 안되겠어요?”
“그렇지가 않아. 생각보다 매우 위험하거든.”
“위험하면 안해야죠.”
혜영의 말이었다.“
“다음에 하자.”
“그런데 정말 보물선은 있는 거예요?”
“그건 모르지. 확인을 해 봐야지.”
상준의 머릿속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언젠가 기회를 잡아 크라캔과 뷰리의 힘을 빌려 볼 계산이었다.
만약 크라캔과 뷰리가 함께 작업에 참여를 한다면 얼마든지 이 일은 해 낼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와. 잘 먹었다. 명호씨, 혜정씨 잘 먹었어요.”
상미는 젓가락을 놓으면서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한다.
“나도.”
“나도 잘 먹었어.”
“그럼 오후에는 뭐하실 거예요?”
“낚시 해야지.”
“재밌겠다."
낚시라면 모두 다 좋아하고 나름 자신이 있는 편이다.
카메라를 쥔 명호만 아쉬울 것 같다.
점심 먹은 뒤 뒷처리가 끝나자 네 사람의 낚시가 시작되었다.
거북섬 앞바다 낚시.
언젠가 여기에서 대왕 문어를 건진 일이 있었다.
이번애는 문어 낚시에 도전하지 않고 유동찌를 이용하여 감성돔이나 참돔낚시에 도전을 했다.
상미와 혜영은 큰 추를 달아 바닥에 있을 문어나 광어 낚시에 도전하였고 신부장은 상준을 따라 유동찌를 사용했다.
기다림의 미학.
설렘과 기대로 무엇인가를 기다린다.
시간은 가고 소식은 없다.
들고 있던 낚싯대를 거치대에 꽂아두고 모두 잡담을 하고 있었다.
지루한가 보다.
신부장이 휴대폰을 검색하다 말고 농담을 한다.
“10대와 20대의 차이가 뭔지 알아?”
명호가 한참이나 신중하게 생각한다.
“10대는 공부로 밤샘하고 20대는 술로 밤샘한다.”
“맞네.”
옆에 있던 혜영이가 한마디 더 한다.
“10대는 급한 일이 있으면 뛴다. 20대는 급한 일이 있으면 택시 탄다.”
"호호호."
그러자 다시 명호가 나선다.
“10대는 고3병에 걸리고, 20대는 술병에 걸린다.”
"맞네."
듣고 있던 상준이도 끼어든다.
“10대는 남의 돈으로 밥 먹고 20대는 내 돈으로 밥 먹는다."
"맞아요."
그때였다.
혜영의 낚싯대 초리대가 까딱까딱 한다.
“잠깐만.”
혜영이 막 챔질을 하려하자 상미가 얼른 혜영을 말린다.
“쫌만 더 있어 봐요.”
갑자기 낚싯대 끝이 확 꺾이면서 바다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그때 혜영이 챔질을 한다.
“걸렸어요.”
혜영의 얼굴에 함박 웃음이 피어났다.
“10대는 분홍색 립크린 바르고 20대는 분홍색 립스틱을 바른다.
뒤늦은 상미의 대답에 갑자기 폭소가 터저 나왔다.
영호가 혜영과 상미의 입술을 처다 보자 상준도 본능적으로 그들의 입술을 살펴본다.
“그러네.”
혜영이 건져 올린 고기는 광어였다.
크기가 제법 예쁘다고 해야 할까?
혜영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상준의 표정을 살펴보고 있다.
"잘했어."
상준은 엄지를 추켜 세웠다.
"흐응."
좋은가 보다.
“혜영씨 고기 잡는 폼 재대로 잡았어?”
“네, 잡았어요.”
“우리 내기해요.”
갑자기 혜영이가 내기를 하자한다.
자신감이 좀 생겼나 보다.
"좋아요."
“그럼 이제부터입니다. 혜영씨가 미리 잡은 건 무효입니다.”
“흐응”
이제 셋만 모이면 대어낚시 내기다.
“제일 작은 고기 잡은 두 사람은 저녁 식사당번.”
이건 상준이 수법이었다.
흥을 돋구려는 상준의 수법이 이제 이들에게 일반화 된 것 같다.
“그럼 총 무게로 합시다.”
“좋아요.”
신부장의 수정 제의에 모두가 찬성이었다.
그러자 신부장은 한마디를 더한다.
"대표님, 괴물고기는 계산에서 뺍니다.”
그러자 혜영이 상준의 표정을 다시 살핀다.
“좋아. 괴물은 빼고 일반 고기만으로 하지.”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우리나라 사람은 내기에는 무조건 지기 싫어한다.
일단 이기고 싶다.
족구도 그렇고 축구도 그렇다.
골프라면 더하다.
상미의 낚시에 작은 돌문어가 물고 올라왔다.
“요거 숙회해서 안주하면 좋은데?”
신부장이 한마디 하자 상미는 얼른 무게를 달아두고 렌지에 가서 살짝 데쳐왔다.
그리고는 소주를 가져와서 일일이 술을 부어주고 나무젓가락을 그릇에 얹어 한 바퀴 돌았다.
술을 한잔 마시고 차례대로 안주를 한입씩 찍어먹는다.
“음, 역시 돌문어 숙회다.”
신부장은 한 젓가락 더 집어 숙회맛을 즐긴다.
상준은 소주대신 캔맥을 마시며 숙회 맛을 즐겼다.
상준도 도톰한 참돔 한 마리를 건져 올렸다.
그리고는 금방 무엇인가 또 그의 눈에 들어온다.
분명한 것은 핑크빛을 띤 미미한 섬광이었다.
저항이 거의 없이 올라오면서도 느낌조처 오자 않는다.
“저러다 대표님 일등 하겠어요.”
혜영은 상준을 보며 미소를 짓더니 상미를 보고 한마디 하였다.
“부장님, 대표님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갑작스런 혜영의 질문을 받자 상미는 얼른 생각이 나지않아 당황하는 것 같았다.
“난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글쎄, 뭘 좋아하시더라.”
“대표님,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상준이 괴물을 올리고 있는 중이라 아무 생각없이 대답하였다.
“나? 난 잔치국수.”
“네?”
혜영의 상준의 대답이 이외라는 반응을 보인다.
“오빠가 잔치국수는 좋아하지.”
건전 올린 고기는 우리나라 해안에서는 거의 잡히지않는 독특한 고기였다.
“이거 무슨 고기죠?”
“글쎄. 희귀하게 생겼네.”
상준은 길이 약 30cm정도의 징그럽게 생긴 물고기를 건져두고 휴대폰을 꺼내 검색을 하였다.
아무리 봐도 블로브 피쉬가 분명한 것 같다.
인터넷에 뒤져보니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고기로 뉴질랜드나 호주연안의 심해어라 되어있다.
“이런 고기가 우리나라 해안에서도 나온단 말인가?"
코주부 같기도 하고 대머리 같기도 하다.
몸길이 30cm로 지느러미도 발달되지 않아 해저 바닷물의 흐름에 따라 몸을 맡긴 채 지나가는 먹이를 잡아먹는다.
최근에는 랍스타와 게를 잡기위한 그물에 블로브 피쉬까지 함께 잡히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
결국 저인망을 사용하여 깊은 바다의 수심까지 심해어류들의 잡아 올리면서 이 고기도 멸종위기의 처해 있다고 하였다.
상준은 얼른 구급상자의 핀셋을 이용하여 블로브 피쉬에 들어있는 작은 구슬을 한 개 추출한 후 물에 놓아주었다.
핑크빛 영롱한 구슬이었다.
추출해낸 구슬을 돌아가며 살펴보다 신 부장이 물었다.
“대표님 이 정도 구슬이라면 시가 얼마정도 가치가 되겠습니까?‘
“확실하진 않지만 일이천은 안 될까? 정해진 값이 있는 건 아니니까.”
“이런 건 주로 용도가?”
“아마, 진주 반지처럼 물방울 반지로 거래되거나 목걸이에 넣어 다이야 목걸이처럼 이용되나 봐.”
“네.”
그 말을 들은 상미가 지난번 붉은 홍옥 반지가 기억이 나나보다.
“저건 주인을 잘 만나면 삼사천은 될 거예요. 유럽으로 판매하면 엄청 고가로 팔린다고 들었어요.”
상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광어와 참돔이 걸려들었고 신팀장은 감성돔을 올렸다.
이대로 가면 상미와 혜영이 가장 저조한 조과를 기록할 것 같았다.
“오빠, 우리 식구 별장에 언제 갈 거야?”
“추석 연휴 때 가면 안 되겠어?”
“그때 가면 좋겠다.”
"응."
“민수 오빠와 다슬이 언니도 함께 가면 좋겠는데?”
“민수는 고향에 가지 않겠어?”
“금방 다녀오라 하면 되지.”
“그래도 연휴인데?”
듣고 있던 혜영이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든다.
“대표님 저희도 같이 가면 안되겠어요?”
“혜영씨는 낄 곳이 아니에요.”
상미의 말에 혜영은 몹시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상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결국 저녁은 제일 못 잡은 혜영과 상미가 식사준비를 하였다.
스쿠버다이빙으로 잡은 해산물과 잡아 올린 물고기로 회와 찌개를 만들고 광어로 국을 끓여내었다.
상미와 혜영은 같은 부서의 부장과 팀장으로 가까운 사이다.
그러나 혜영이 오빠 상준에게 꼬리를 친다고 생각하고는 매사에 혜영을 경계하는 것 같다.
식사를 한 후 차를 마시면서 신부장이 다시 물었다.
“대표님. 그 보물선 말입니다.”
“응.”
“정확한 위치는 알고 계십니까?”
“아냐. 대충 말로 만 들었으니 알 수가 없지.”
“신빙성 있는 제보는 맞아요?”
“사실 그것도 정확하진 않아. 일본 배가 침몰했다는 것 외엔. 그 왜선이 보물선인지는 아무도 몰라.”
“그럼. 언제 탐색하실 거예요?”
“글쎄. 그 것도 심해라서.”
“우리도 스쿠버다이빙 훈련을 좀 더 한 후에 같이 하면 안 될까요?”
“그거 생각보다 위험해.”
“그렇기는 하겠지만.”
“얕은 바다는 몰라도 심해로 들어가면 물의 압력에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있거든.”
“그건 그렇겠지요.”
“신부장, 요즘도 소현이와 자주 만나나?”
“네, 가끔요.”
“다시 화해 했나 보지?”
“사실 화해랄 것도 없어요. 자기 혼자 변덕이니까.”
“본래 좀 그런 같애. 그런게 매력이라면 매력이고.”
“제가 부장으로 승진한 뒤부터 좀 신중해 졌어요. 말도 좀 조심하고.”
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신 뒤 상미와 혜영은 선실에 들어가서 뻗어버렸고, 상준과 신부장은 여전히 낚시에 집중하고 있었다.
낮보단 밤이 좋은 것 같다.
갈치와 고등어가 번갈아 올라오고 가끔가다 광어와 우럭도 걸려들었다.
잡어든 뭐든 좀 잡아야만 내일 돌아갈 땐 잡은 고기를 나누어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신부장과 함께 밤 낚시에 전념하고 있었다.
40 m 전방에서 물위로 솟구치다 다시 사라지는 어떤 생명체를 본 것 같았다.
옆에 있던 명호에게 물위로 솟구친 생명체의 촬영 여부를 물어보았으나 명호도 직접 목격을 못했는지 카메라를 다시 돌려보고 있었다.
'뭐지?'
그 순간을 클로즈업 한 것도 아니어서 무엇인가 잠깐 물결만 일어났지 확인할 방법은 전혀 없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상준은 낚시를 하면서도 계속 눈길을 전방으로 주시했으나 더는 어떤 징후도 발견하지 못했다.
다음 날 일찍 낚시를 거둬 돌아올 때까지 궁금하기만 했던 상준은 요트에 시동을 걸어 돌아오면서 몇 번인가 후방을 살펴보았지만 끝내 상상했던 생명체는 보지 못했고 다음 기회로 미루고 모두 헤어졌다.
모두들 고기를 나눠 집으로 돌아가면서 당일은 출근하지 않고 하루를 쉬기로 하였다. 이렇게 하여 늘 마음에 두었던 거북섬 동굴 재탐사의 막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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