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 거북섬 탐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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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상준은 거북섬 원정팀을 조직하였다.
거북섬은 우연한 기회에 당시 팀장이었던 총무부장 신용만과 주무였던 방송제작부장 연상미(당시 최희진)와 함께 우연히 발견하여 황금 거북알을 얻었던 곳이다. 거북이 낳은 알 가운데 황금알이 섞여있어 상준에게 대박을 안겨준 거북동굴이 있는 곳이다.
그 이후 상준은 상미와 용만을 독려하여 스쿠버다이빙을 배우게 되었고 현장체험을 거처 교육단체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을 획득하였다.
그러나, 회사가 팽창하고 직책이 달라지면서 업무가 바꿔 신부장(용만)과 연부장(상미)은 자연히 스쿠버다이빙과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지만 상준은 뷰리와 함께 죽순섬을 비롯하여 몇 차례나 현장체험을 거쳐 몸에 익숙하게 되었다.
월요회의를 마치고 난 직후 상준은 신부장과 연부장을 잡아두었다.
“신부장. 거북섬 기억나?”
“네, 기억나지요. 대왕문어를 잡았던 동굴섬 아닙니까?”
“제대로 기억하네.”
“네, 그런데 무슨 일로?”
“그때 야간에 경황이 없어 제대로 탐색을 못하고 돌아왔는데 이번에 다시 탐색해 보려고.”
“맞습니다. 그때 나중에 다시 가겠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같이 가겠나?”
“가야죠. 그렇지 않아도 몸이 근질근질해 죽겠는데.”
“연부장은?”
“저도 가보고 싶습니다.”
“그럼 둘 다 다이빙 준비해서 다시 뭉치자고.”
결국 그때 삼인방이 다시 뭉치게 되었다. 상미도 그때 동굴안 모래밭을 뒤져 거북들이 묻어둔 산란처를 찾아낸 뒤 모래와 자갈을 파헤쳐 황금알 수십 개를 발견한 기억을 하고 있었다.
한 가지 더 덧붙이면 죽순섬과 거북섬 사이에 일본인의 보물선이 가라 않은 곳도 탐색하겠다고 마음에 새겼던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스쿠버다이빙을 배우게 된 것이었다.
“오빠. 두 곳 다 탐색하시려구요?”
“일단 도착해서 거북섬부터 탐색해 보고 시간이 남으면 보물선 탐색도 시도해 보지.”
“그 곳에 보물선도 있었어요?”
노인이 제보해준 보물선 이야기를 신부장은 듣지 못한 것 같다.
결국 그들은 거북섬 원정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게 되었다.
일정은 역시 1박 2일.
방송제작부 부장 연상미가 동굴 탐사를 간다고 하니 같은 부서 방송홍보팀장 선혜영과 영상제작팀장 이명호도 함께 달라붙어 결국 5명으로 구성되었다.
준비물은 세 사람이 사용할 다이빙 장비 일체를 포함하여 갈고리. 그물 바구니. 수중 랜턴, 허리에 찰 대도. 호미, 손괭이. 고기통과 아이스박스 등 낚시 일체도 모두 챙겨 넣고 5명이 먹을 1박 2일간의 먹거리와 식사준비를 갖춰 출장조치 한 후에 충분한 연료와 물을 채워 출발 준비를 완료하였다.
출장에 필요한 모든 경비는 총무부로 신청하였다.
5명이 탄 요트는 푸른 바다위로 질주하였다.
적당한 시기에 요트도 다시 바꿀 계획이었다. 5명이 함께 활동하는 데는 큰 불편은 없지만 선실내 공간이 좀 부족한 것 같다.
모두가 유람선을 탄 기분을 내며 상쾌한 기분으로 가을바다와 가을바람을 즐기고 있었다. 보다 더 티나게 좋아하는 사람은 명호와 혜영이었다.
부서가 새로 조직된 후 회사 대표와 거리가 멀어지고 대화의 기회가 없던 터라 더 신이 나는 것 같다.
전에는 회사 대표의 직속부서로 비서실 소속이었지만 이젠 엄연하게 방송제작부가 따로 있고 담당 부장이 연상미였기 때문이었다.
“대표님. 거북섬으로 간다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총무부장 신용만의 말이다.
연상미 부장도 마찬가지 같았다.
“우리 짧은 시간에 많이 변했지?”
“네. 대표님. 제가 대표님을 만나게 된 것이 생애 최대의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신 부장의 표정은 결코 아첨이 아닌 것 같았다.
“오빠. 그때 기억나?”
“기억나지. 틈만 있으면 너 생각나서 나 혼자 많이 울었었지.”
“나도 그랬는데.”
“신부장. 난도 그래. 나도 두 사람 만난 것이 행운 같아.”
“우리가 바로 [뉴 해양 컴퍼니] 창설 멤버잖아.”
“네, 창설 멤버.”
“창설 멤버들에겐 멤버십이 있어야 해.”
“네. 그것이 저의 자부심입니다.”
그들이 지나가는 주변에는 인어도가 보였다.
“오빠, 저곳이지?”
상미가 인어도 별장을 가리키며 상준을 처다 보았다.
“응. 어때?”
“멋져. 저게 가리비 별장이라고?”
“응, 가리비.”
모두가 인어도를 처다 보니 한 폭의 그림이 연상되었다.
임을 벌린 가리비.
“저긴 관리자가 필요 없어?”
“관리자를 두려면 거주할 집을 따로 마련해야 돼.”
“그런가?”
“근데 그건 왜?”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청소직이라도 좋으니 취업자리 하나만 부탁을 하더라고. 거절할 수도 없고.”
“누군데?”
“왜, 그 회관 앞집 있잖아. 키가 좀 큰 아주머니.”
“응.”
“그 집 아저씨가 실직하셨는데, 경비직도 좋고 관리직이나 청소직도 좋다고 하드라고.”
“그럼 한번 물어봐. 저긴 한번 들어오면 출퇴근이 안 되고, 일주일에 한번 밖에 나오지 못한다고. 그리고 그때마다 배가 들어와 실어 날라야 하고.”
“그러네.”
“그래서 내가 관리인을 두지 않고 있거든.”
상미는 그 자리에서 전화를 하였다.
“상관없어. 집에 있으면 갑갑할 텐데. 그런 곳에 있으면 좋지 뭐.”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예순 다섯.”
“그럼 아저씨께 한번 물어보세요.”
“물어볼 것도 없어.”
전화를 끊고 상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 정도 연세라면 이제 쉬어야 할 나인데.’
어느 듯 요트는 거북섬 앞에 도착하였다. 섬은 크진 않았으나 동굴 입구에 겨우 요트가 들어갈 정도였다.
“자 이 팀장님, 카메라 준비해 주시고. 선혜영 팀장도 메모 준비하고.”
상미는 거의 습관적인 말투로 업무지시를 하는 것처럼 했다.
“네. 부장님.”
상준은 동생의 모습을 보며 평소 어떻게 부서를 운영하는지 짐작이 되어 입가에 작은 미소를 흘렸다. 동굴 안은 역시 어두웠다. 요트 사방에 불을 켜고 보니 그때 하고는 상황이 많이 달라 보였다.
“상미야. 저기 손괭이 가지고 내러가서 지난번에 파헤쳤던 저 자갈밭 다시 뒤져봐.”
“오빠, 나 이제 부장이야.”
상미는 얼굴에 장난기를 담아 농담을 하였다.
“맞아. 너 부장. 그래도 오빠가 하라면 해야 되는 거야.”
“그런가?”
상미는 지난번엔 호미로 뒤적이다 지쳤었는데 손괭이로 파보니 훨씬 더 쉬운 것 같았다.
상준은 실장갑을 꺼내 상미에게 던져주었다.
“자. 이것 끼고 해.”
역시 동굴의 울림은 음산하였다. 한참을 뒤적였지만 황금알은 보이지 않았고 그 사이 새끼 거북도 다 부화를 했는지 다른 알들도 보이지 않았다. 보다 못한 신 부장이 호미를 들고 합세하였다.
동굴 안에 펼쳐진 작은 백사장과 몽돌 자갈밭.
카마라를 들고 있던 명호와 혜영은 이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혜영은 수시로 대표님을 처다 보며 자신의 포스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대표님. 저기에서 뭘 찾고 있어요?”
“피조개.”
상준은 혜영의 물음에 농담으로 받았다.
“저기 피조개가 있어요?”
“혜영도 결국 호미를 쥐고 합세하였다. 명호는 변함없이 카메라를 돌리며 이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
“여기 한 개 찾았습니다.”
결국 신 부장이 황금알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크게 외쳤다.
상준이 손을 들어 대답해 주자
“좀 보여주세요.”
혜영이 신 부장의 손을 들여다보며 황금알을 만져보랴 했다.
“선 팀장님. 알 깨져요.”
신 부장이 농담을 하자 혜영은 얼른 알에서 손을 땠다.
“이것 무슨 알이에요?”
“거북알.”
“아, 이제 알았다. 이것 부화시켜 아쿠아리움에 넣으려는 거죠?“
“그렇다고 봐야겠죠.”
그들은 다시 알을 찾아 헤맸으나 더는 발견하지 못했고 혜영은 자기도 하나라도 찾아보겠다고 이마에 땀이 흐르도록 뒤졌으나 찾지 못했다.
“자, 그만하고 모두 요트에 타요.”
상준은 요트를 후진하여 동굴 밖에 정박한 뒤 닻을 내려 고정시켰다.
“이제 우리 옷을 챙겨입고 물속으로 들어가자고.”
상준은 요트위에서 가벼운 준비운동을 하였다. 상미와 신부장은 황금알을 찾는다고 충분한 운동은 되었을 것이다. 먼저 장비가 이상이 없는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옷을 입었다. 다이빙 안전에 필요한 장비의 상태를 점검한 후 버디와의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는지도 체크하였다.
“자, 절대 무리하지 말고 이상 있으면 신호하고 멀리는 가지마.”
상준의 지시에 따라 랜턴을 확인하고, 갈고리와 대도를 챙겨 각자 그물망 하나씩 손에 쥐고는 다시 동굴로 들어갔다.
“유의해서 볼 곳은 동굴 바닥이야.”
“나도 스킨스쿠버하고 싶어.”
혜영이 세 사람이 장비를 갖춰 입고 물속으로 잠수하자 무척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상준은 그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그들의 뒤를 따라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간혹 보이는 굴도 따고 진주조개도 종종 보였다. 각자 전복이랑 소라랑 해삼도 잡으면서 동굴 바닥을 샅샅이 뒤졌다.
초보자라고 걱정했던 상미와 신부장도 그런대로 잘 다니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동굴 안이라 유속이 그리 빠르지 않고 비교적 조용하며 바닥지형이 완만하였다.
상준은 전복을 따느라 돌을 움직였더니 황금알로 축측되는 작은 덩어리를 찾아냈다. 두 손으로 조물조물 문질렀더니 바로 황금알이었다. 역시 추측은 맞는 것 같았다. 수많은 세월동안 거북이가 산란한 황금알의 일부가 파도에 흘러들어 백사장에서 바다 속으로 들어 왔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음. 역시.’
상준은 불을 비춰 황금알을 보여주었다. 신팀장과 상미도 다시 의욕을 가지고 찾기 시작했다. 상준이 찾은 알은 총 4개였으며 신팀장과 상미도 하나씩 추가했다.
결국 그들은 밖으로 나와 요트에 올랐다. 그들이 들고 들어갔던 그물망에는 다양한 해산물이 쏟아져 나왔다.
“야. 멋져.”
“우리 부장님이 제일 많이 따셨네.”
혜영과 명호가 한마디씩 하고는
“대표님이 제일 못 땄어요.”
역시 혜영이었다.
“선혜영.”
“제 말 맞잖아요.”
“그럼 넌 성과금 없어.”
“오빠. 성과금 줄거야?”
“드려야지 오늘 성과가 이렇게 좋은데. 특별 성과금.”
상준이 모은 황금알은 모두 일곱 개였다.
“얼마씩 주실겁니까?”
“1인당 100만원.”
“우와.”
명호는 입이 싱글벙글하였다.
“여기 온 사람들에게만 지급하시는 거예요.”
“우리 회사 사칙이야. 사규와 같은 거니 규정대로 해야지.”
“그래서 내가 그랬지요. 우리 부서는 요직 중에 요직이라고.”
상미는 부하 직원들을 보며 으스대듯 하였다.
“일단 이것 장만해서 점심부터 먹고 다시하자고.”
상준의 말에 신부장은 명호와 혜영에게 식사 준비를 지시하였다.
결국 점심 당번은 혜영과 명호가 맡았다.
여기에서 맡은 일이나 직위로 봐서 당연히 그들이 식사 준비를 해야 하겠지만 황금알을 찾기 위해 체력이 빠진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들이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럼 좀 기다려 주세요.”
상준과 일행은 의자를 내어 놓고 식사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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