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94화 (94/225)

〈 94화 〉 인어도 악어 양태(2)

* * *

“상준아 어떻게 할까?”

“한번 잡아봐.”

상준은 고기통 위에 앉아 술을 마시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바닷가에서 홀짝거리는 술은 언제나 꿀맛. 민수는 있는 힘을 다해서 줄을 감기 시작했다. 용을 쓰는 민수의 모습에서 대물이 걸렸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이제 민수도 낚시꾼이 다 된 모양이다.

민수는 원래 낚시를 거의 하지않는 친구였다. 하긴 뭐. 그렇게 보면 자신인들 옛날에 낚시를 했었던가. 어릴 때 아버지가 낚시를 하실때 몇번 따라 다닌 것이 경험이라면 경험이었다. 그 때의 강렬했던 경험이 취업난에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바닷가로 이끌었고. 그렇게 괴물 고기를 잡게 되었고. 그렇게 치면 세상일이라는 건, 십리 밖을 내다볼 수 없는 신기루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오빠, 조심해. 그러다 놓칠라.”

“상미야. 저기 뜰채로 좀 건져줘.”

민수의 낚시에 걸려든 놈은 중형급 감성돔이었다. 70Cm는 족히 되는 놈이지만 몸통이 굵은 것이 꽤나 폼이 났다. 민수는 묘한 멍게 향에 빠져 구경만 하고 있었고 상미는 민수가 혹시 고기를 놓칠까봐 도리 방정을 떨었다. 뜰채를 들고 용을쓴다 싶더니 이내 뭍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와! 좋은데?”

상준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워 보였다.

민수 역시 멋쩍은지 가볍게 웃으며 엄지척을 하였다. 이렇게 손맛을 느끼다 보면 순식간에 낚시에 빠져들어 가는 게 아니겠는가.

상미도 옆에서 제가 잡은 것처럼 박수를 쳤다.

“자, 친구야. 다시 던져두고 술이나 마저마셔.”

“좋지.”

“그리고 이걸 미끼로 사용해 봐.”

상준이 향긋한 멍게 살의 쫄깃한 부분을 골라 민수에게 넘겨주자 민수가 그것을 바늘에 꿰어 바다 속으로 던졌다.

확실히 상준이가 프로는 프로다. 만약 자신 혼자 낚시를 하고 있었다면 멍게 살을 끼워 사용 할 생각은 하지않을 것이다.

친구 민수를 낚시의 벗으로 만들려는 것 같았다.

“휴. 이 맛에 낚시하나봐.”

민수는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으로 넘기며 상준의 앞으로 다가 앉는다.

녀석을 보니 기분이 좋아 보였다.

상준은 마음속으로 실실 웃으며 친구 민수가 낚시에 빠질 것을 예견하고 있었다.

술잔을 건네 준후 건배를 외치며 또다시 한잔씩 나누어 마셨다. 알싸한 알코올향이 목구멍을 탁 쇼며 달작 지끈한 맛으로 혀에 감겨온다. 달콤한 맛이 뱃속에서 화끈하고 짜릿하게 해 준다.

소주 맛이 달게 느껴지는 날은 술이 좀 당기는 날이라고 해야 하나. 자칫하면 엄청 많이 먹게 되는 날이다.

“자, 한잔 더받아.”

술잔을 부딪치며 술맛에 젖어드는데 상준의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 민수를 끌어들일 결정적인 어신의 유혹이 있었다.

“민수 오빠.”

상미가 민수의 이름을 부르자 민수는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챔질을 하였다. 초심자의 운수인지 꾼의 소질인지. 아무튼 민수도 수준 이상의 어복은 있는 모양이었다.

“너, 이제 잘낚네. 아주 프로 다됐어.”

“와, 민수 오빠 최고야.” 상미는 옆에서 박수를 친다.

상준이 묘한 웃음을 지었다.

‘어휴, 가스나. 내가 잡을 땐 저런적이 있었나?’

민수는 있는 힘을 다해 고기를 잡겠다고 발버둥을 쳤다. 낚싯대가 휘어지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번에도 대물이다. 상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민수의 자세를 잡아주는 동시에 격려의 말을 던져두었다.

"이야, 민수 이제 무시 못하겠네. 이놈 까지 잡으면."

"민수 오빠, 힘내요."

상미는 민수가 힘을 쓸때 마다 같이 팔에 힘을주며 용을 쓰고 있었다. 저 기분 안다. 마치 FPS게임을 할 때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현실에서 같이 고개가 돌리는 것과 흡사하다 할까.

"천천히 감아 봐."

민수는 조금씩 릴을 감아 올렸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결국 민수는 놈을 굴복시켜 건져 올렸다.

엄청난 크기의 감성돔이었다.

"우."

상준은 탄성반, 감탄반. 친구를 격려하는 소리를 질렀다.

"민수 오빠 파이팅!"

‘마, 가스나 고마해라.’

상미도 노골적으로 민수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를 하였다.

"대단하다. 정말 잘한다."

상준은 연거푸 친구를 올려주자 민수는 자신이 대견스러워 어깨를 으쓱하였다.

"너 이거 처음이라고?"

“응, 그런것 같애.”

"오늘 보니 처음잡는 솜씨가 아닌데."

"오빠, 다음에 낚시 갈 때 우리 좀 끼워줘."

"그럴까?"

결국 민수와 상미는 기회되면 함께 낚시에 동행하기로 하였다.

"자, 이제 올라가자."

민수는 회사 숙소로 올라가고 상미와 상준은 집으로 들어갔다. 샤워를 한 후 막 잠을 자려는데, 크라켄의 벨에서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음악소리가 또 바뀌었다.

[학교종이 땡땡땡 울려 퍼진다. 선생님이 뛰라고 손짓을 한다.]

이건 뭐 80년대 노래도 아니고, 지난번에는 경음악이 나오더니... 언젠가 한번은

[나방아, 나방아, 오서 깨어나거라. 노랑나비 힌나비, 친구 찾아오너라.]

'젠장, 꼭 이럴때 벨이 울려."

하는 수 없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추리닝을 걸치고 갯바위로 나갔다.

크라켄은 두다리를 들고 괴상하게 생긴 전장 80cm 정도의 물고기를 건네주었다.

아. 그냥 물고기가 아닌 것 같다. 그물망에 담아 집으로 오면서 문자를 받았다. 민수였다.

[친구야. 고맙다.]

[나도 고맙다.]

집에 돌아와 수족관에 물고기를 담아 두고 인터넷을 뒤졌다. 악어 양태와 비슷한 분위기였으나 변형된 것이 분명하였다. 악어 양태의 양면에 손바닥 크기의 부채꼴 모양의 지느러미가 있었고 얼른 보면 바늘 양태같긴 하였으나 등에 세개의 가시가 돋아있었다.

'저놈을 잡아 원석을 추출할까?'

잠시 망설이다 사택 수족관에서 기르기로 하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기위해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고 있는데 도우미 아주머니의 카톡이 날아왔다.

[아이들 아빠가 새벽에 돌아가셔서 내일 일찍 출근 못하게 되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상준은 즉시 전화를 걸어 조의를 표하고 장례식장을 알아두었다.

회사에 출근한 상준은 그 소식을 비서실에 알렸다.

“대표님은 어떻게 하실겁니까?”

실장이 상준에게 조문 의사를 물어 왔다. 그리고 회사 차원의 조의금을 뽑겠다고 총무부로 전화를 하였다.

순간 상준의 머리를 때리는 뭔가가 있었다.

상준은 총무부장의 전화를 넘겨받아 조의금 지출을 금지시키고 사택 도우미와 관리인을 회사 소속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하였다. 주식회사로 전환하기 전에 개인기업을 창업하여 있을 때의 관행이 누구의 의심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오늘까지 이어진 것이 분명하였다.

이제 보니 이분들의 임금이 모두 회사경비에서 지급되어 온 것이었다. 이것은 엄연히 불법이었다.

불법적인 관행은 척결해야 하며 모두 추징하도록 지시하였다.

조의금도 개인적인 것만 모아서 가고 본인 조의금도 자신의 통장에서 준비하였다.

가정에 소속된 사람을 회사 경미로 임금을 지불하면 분명 안 되고, 조의금도 회사돈에서 뺄 수 없을 것이다.

사택이라 하지만 상준의 집은 회사 건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실장과 함께 순천에 다녀왔다.

일찍 남편을 잃은 아주머니는 충격을 받아 몇 번이나 졸도하였다고 가까운 지인들이 귀뜸해 주었다.

상주는 남매가 있었으나 아직 어려서 일가친척 들이 도와주고 있었다.

상가에서 돌아온 상준은 머리에 열이나고 팔다리가 아프고 으슬으슬 한기를 느껴 잠을 좀 자고나면 좋아질까 해서 침대에 누웠다.

몸살이 난것 같다.

퇴근을 한 상미가 집에 돌아와 보니 상준은 온몸에 열이나고 진땀을 흘리며 절반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누워있었다.

“오빠.”

상미는 상준을 흔들어 깨웠으나 비몽사몽이었다.

즉시 병원으로 연락하여 구급차가 도착하였다. 중산병원에 입원한 상준은 병원측의 조치로 열은 내렸으나 며칠간은 입원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오랫동안의 피로가 누적되어 심한 독감이 걸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준은 다음 날 바로 퇴근하여 출근하였다. 자신의 입장이 독감으로 인해 며칠씩 병원에 입원을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점심 식사 시간에 아쿠아리움 김 부장이 점심을 먹으며 약간의 염려를 하였다.

“대표님, 아쿠아리움 주차장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 처음엔 그런대로 주차 요원들의 노력으로 유지할 수 있었지만 관광버스 차량이 늘어나서 애로가 많습니다.”

김민수 아쿠아리움 부장은 친구 상준에게 회사 내에서는 꼭 대표님으로 호칭한다. 물론 둘만 있을 때는 예외긴 하지만.

“그럼 박물관 주차장을 이용하면 어떨까요?” 상준도 회사에선 존칭을 했다.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박물관 조 관장이 박물관 역시 원활하지 않다고 하였다.

“그럼 다른 대안은 없을까요?”

“주차장이 협소하다보니 상가 중앙로에 불법주차가 성행하고 있고 상인들의 반발도 우려됩니다.”

“흠.”

“승용차로 방문하는 관람객의 불편도 고려해야 하고.”

“그럼 일단 현 주차장 주변 부지를 수용하도록 힘써 보세요. 주차장 남쪽은 약간 소외된 지역이라 지난번 우리가 수용할 때 함께 팔지 못해 아쉬워하는 지주들이 있다는 소문입니다.”

“그럼 수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습니다.”

“그리고 해수욕장과 상가 공영주차장을 일단은 임대 사용 가능한지 협의해 보세요. 지금은 해수욕장이 비수기라 내년 여름이 되기 전까진 임대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상준은 점심을 먹고 일찍 퇴근했다. 처방해준 약을 먹긴 했으나 아직은 몸이 완전하지 못했다.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원래 독감이란 것이

“약을 먹으면 일주일이 걸리고, 약을 먹지 않으면 7일이 걸린다.”고 한다.

어린이가 아니면 일단 일정량이 시간이 지나야만 낫는 병이 아닌가?

집에 돌아와 푹 자고 나면 몸이 거뜬해 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는데 다슬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빠.”

“응, 잘지내. 지금 해외야?”

“아니,”

“그럼?”

“숙소.”

“.....?”

“오빠는 어때?”

“난 잘있지. 넌?”

“거짓말.”

“무슨 소리야?”

“다 들었거든. 상미에게.”

“가스나. 개는 왜 헛소리를 하고. 그럼 넌 왜 숙소에 있어. 지금 이 시간에.”

다슬이도 병가중이라고 했다. 상준이 처럼 독감이 들어 약을 먹고 쉬고 있다고 하였다. 독감은 한번 걸리면 며칠간의 잠복기간이 필요하다고 하니 함께 있을 때 걸린 것이 분명한 것 같았다.

상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방을 메고 화암대 갯바위로 나갔다. 정신력으로 버티어 볼 작정이었다.

잠시 갯바위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낚시를 해 볼까 망설이고 있다가 결국 요트에 올랐다. 차라리 시원한 바람이나 쐬면서 바다로 질주를 해 보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다. 요트를 몰아 해자도를 한 바퀴 돌아 먼 바다로 달렸다. 다시 일전에 뷰리와 갔던 무인도에 도착하자 무인도의 이름을 찾아보았다. 너무 작은 섬인 것 같다. 작은 점으로 표시는 되었지만 이름은 없다. 지도상에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상준은 이 무인도의 이름을 지어주기로 하였다. 섬의 모양과 크기를 돌아보며 고민을 하던 끝에 [인어도]라 지었다. 누가 이의를 제기하면 인어가 출현했다고 우길 작정이었다. 그리고 총무 부장께 전화하여 무인도를 지도에 등록하도록 하고 지번을 [중산시 진호동 인어도 1번지]로 부여하여 신고자를 소유주를 하여 등기 신청하라 일러두었다.

결과는 한번 지켜볼 일이다.

지난 번 정박했던 갯바위에 요트를 매어두고 갯바위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니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물색이 요트에서 섬을 보는 것 하고는 사뭇 다르다. 9월의 바다는 정말 더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온 몸이 뻐근하던 근육이 좀 풀리는 것 같다.

상준은 이제야 낚시를 할 기분이 났다.

'그래, 오늘은 여기서 한건하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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