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화 〉 인어도 악어 양태(1)
* * *
아침 일찍 부산에서 상미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상준은 재빨리 옷만 갈아입고 출근을 하였다.
출근을 한 상준에게 선혜영이 차를 들고 대표실로 들어왔다.
전송이는 보이지 않는다.
“전 비서는?”
“아직 출근하지 않아 제가 대신 들어왔어요.”
월요일 간부회의에 참석한 아쿠아리움 부장 김민수는 지난 달 영업실적을 소상하게 보고하고 난 후 최근 관람객 성향을 분석 보고했다.
"아직 9월 초에 불과 한데 벌써 초중고 수학여행단 버스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했던 홍보효과가 나타나려나 봅니다."
상준이 만수의 말을 받아 긍정적으로 대답한다.
"예, 그 외에도 여행 관련 문의가 쇄도하여 전망이 밝습니다."
"외국 관광객들의 동향은 어떤 것 같습니까?"
"외국 단체 관광객으로는 일본인들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최근 한중관계가 호전되는 분위기라 중국 관광객 수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음, 조 부장님, 해양박물관 쪽은 어떻습니까?"
"박물관도 괴물전시관에 대한 문의가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마, 괴물에 대한 관심도가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입장객도 많이 늘었다면서요?"
"예, 아쿠아리움 개관 이후 몇 배는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쿠아리움 방문객과 박물관 관람객이 양쪽을 다 함께 들릴 수 있도록 두 부서가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쳐야겠습니다."
"그럼 다른 보고사항은 없어요?" 그러자 비서실장 엄경욱이 입을 열었다.
"예, 비서실에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비서실에서 주관하고 있는 방송사업 수익은 유명 연예인을 섭외해서 홍보 마케팅을 구축한 결과 시청자가 늘어나고 있고 유투브에 올라간 동영상 중에 조회수가 300만 초과 둘, 100만 초과 네개. 50만 초과 일곱개, 10만 초과 아홉개가 됩니다. 그리고 현재 제작 중인 것이 네 개가 되며 확보된 자료가 20여개가 됩니다.
"혹시 다른 의견 있습니까?"
"제가 한가지 대표님 결심이 필요한 것이 있어 미리 말씀드립니다."
총무부장 신용만이었다.
".... ?"
"이번 월말이 추석연휴입니다. 추석연휴를 앞두고 휴가비 지급 문제와 휴가기간을 미리 확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총무부장께서 좋은 의견 있습니까?"
"예. 26일은 추석전 일요일 대체 공휴일이고 주말까지 2일간이 비어 있습니다."
"그럼 이건 전부 저의 결심이 필요한 것 같네요. 한번 고민해 보겠습니다."
“월중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최근 대표님이 자리에 계시지 않아서... 미처 결제를 받지 못해.”
“그럼 월중계획표를 올리세요. 휴가기간을 체크하여 결재할게요.”
“알겠습니다.”
그 외에는 사소한 것들이었고 월요일 정기회의는 끝이 났다.
상준은 자리에 돌아와 전 비서가 가져다준 차를 마시며 생각을 해보니 방송팀을 별도 분리해야한다는 건의를 받은 기억이 떠올랐다. 하기야 자신도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주로 방송 내용이나 유튜브 동영상이 자신의 활동과 연계되어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홍보제작을 분리시키기가 불필요한 일일 수도 있고 만약 분리해서 독립시킨다면 해당부서에 인원을 대폭 확충하여 방송 프로그램을 다양화해야 할 것이다.
유투브 동영상도 지금은 주로 괴물낚시를 중심으로 제작되고 있지만 그 외에도 다양화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실익이 뚜렷하게 눈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경제적 실익, 투자에 대한 기업 이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바쁘게 활동하여 매출이 늘어난다 해도 실제 순익이 감소한다면 기업 경영은 실패로 끝나기 때문일 것이다.
상준은 비서실장을 불러 팀장 이상의 모든 간부들에게 동시 문자를 발송하고 사내게시판에 공고하라 지시했다.
방송홍보 제작팀 분리와 관련된 합리적인 경영쇄신 방안을 모집한다는 공고였다. 여러 제안이 나왔을 때 제안자의 설명과 질의응답을 거친뒤 최종 평가하여 선정하고 선정된 안건은 표장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추석연휴는 추석연휴 3일에 이어 이틀간 휴가를 늘여주면 실질적으로 9일간의 연휴가 되는 셈이었다.
결국 그렇게 체크하여 9월 월중계획서에 결재를 하였다.
결재를 마친 상준은 경리주임에게 전화를 하여 각부 부장 업무추진비를 체크하였다. 아울러 본인의 추진비도 확인해보았다.
“경리 주임. 내 업무추진비를 뽑아 부서장들에게 부서별 회식비로 100만원씩만 넣어주고 회식비 지급을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인사팀장과 협의하여 결재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나도 100만원만 뽑아주세요.”
상준은 업무 추진비를 받아 비서실장을 통해 마을 노인정에 전달하라 일렀다.
그리고 그는 낚싯대를 메고 화암대 갯바위로 걸어 내려갔다. 요즘은 비가 자주 내린다. 그렇게 무덥고 날이 가물더니 곳곳에서 국지성 호우가 내려 사람들을 괴롭힌다.
그래도 시원한 것은 아시안게임에서 야구와 축구가 모두 일본을 이겼다는 것이다. 통쾌하기가 말할 수 없었다. 조금 앉아있으니 또 빗방울이 하나, 둘씩 떨어진다. 요트에 있는 비옷을 꺼내 입고 여름에 쓰던 밀짚모자를 푹 눌러썼다.
가볍게 찌가 움직이자 챔질을 해 보니 손바닥 크기의 망상어였다. 망상어를 도로 바다에 던지자 이번에는 노래미가 걸려 올라왔다.
노래미는 갯바위 위에 던져두었다.
‘비가 올땐 낚시가 안되나?’
다시 찌가 물속으로 끌려들었다.
‘보리멸.’ 그리고 또 ‘서대.’
‘참, 웃기는 날이네.’
다시 찌가 물속으로 흔들며 박혀든다. 이번엔 뭔가 마음이 끌린다. 손에 느껴지는 감촉도 괜찮다.
자신도 모르게 팔에 힘이 오른다.
‘이거 양태잖아. 악어양태.’
그래도 이놈은 양태 중에서도 좀 큰 편이다. 전장이 약 60Cm는 될 것 같다.
이 정도면 뭐 그런대로 괜찮다. 막 칼을 꺼내어 바위 위에 던져둔 놈들을 장만하려 하는데 상미의 전화가 왔다.
“오빠. 어디?”
“화암대.”
“왜?”
“저녁 먹자고?”
“벌써야?”
“오늘 아줌마 없잖아. 주일휴가.”
“그러네, 오늘 월요일이지. 좀만 기다려. 내 고기 장만해서 올라갈게.”
상준은 노래미, 서대, 보리멸 들을 신속하게 장만한 후 비닐봉투에 담아 집으로 올라갔다.
이슬비에 젖은 정원은 싱그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관리인이 여름 내내 물을 주어가면서 가꾼 덕이다.
“이것 우리 구워먹자.”
상준의 손에 들린 비닐 봉투를 받아 상미는 얼른 구워내었다.
“오빠. 우리 모처럼 둘이서 식사하네.”
“뭐, 또 옛날 생각나?”
“근데, 오빠. 진짜 물고기 좋아하네. 질리지도 않는가 봐.”
“자주 보니까 정이 들지. 그렇잖아. 사람도 마찬가지고.”
“말이 좀 이상하네. 정이 들어 잡아먹는단 말 같아.”
“본래 정이 많이 들면 잡아먹게 되어있어. 허허."
상미는 무슨 말인가 하고 오빠를 빤히 처다보더니 킥킥 웃어넘긴다.
“난 저녁 먹고 밤낚시 좀 해보고 올게.”
“오빠. 어제 부산 갔다며?”
“누구에게 들었어?
“다슬이 언니가 그러더라고.”
“응, 휴가 마친 기념으로 갔다왔지.”
“오빠. 뭔일 있었지?”
“일은 무슨.”
“아닌데? 수상해?”
상준은 숟가락을 놓고 냉장고 문을 열고 물을 챙겨나왔다.
“나도 같이 갈까?”
“너 민수 잘 챙겨줘. 회사 숙소에서 지내려면 얼마나 불편하겠어?”
“그럼 오늘 밤 낚시 민수 오빠하고 같이 갈까?”
“안돼, 지금 비도 오는데.”
“그럼 오빠 낚시가면 민수 오빠 오라해서 같이 있어야지.”
“안돼. 지금 아주머니도 안계시는데.”
상준은 저녁을 먹고 날이 어둑해 지자 다시 화암대로 나가보았다. 이제 비는 멈춘 것 같았지만 낚시는 여전히 맹탕이었다.
겨우 노래미 한마리와 볼락 한마리를 건져 올렸다.
심심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담배를 꺼내어 피우면서 크라켄을 불러보았다. 요즘 이 놈이 영 소식이 없다.
“그라캔?”
“크라캔?”
그리고 상준은 다시 낚싯대를 바다로 던졌다.
“친구야.”
목소리를 들어보니 민수가 분명하다. 고개를 아예 돌리지도 않았다.
“난 댁 같은 친구 없는데?”
“오빠!”
요건 상미의 강도 높은 질책의 목소리다.
상준의 태도가 마음에 안든다는 목소리가 분명했다.
“안들리는데.”
“좀 되나?”
“안되네. 왜 내러왔어?”
“상미가 오라 해서.”
민수는 들고 온 봉투에서 소주 한병과 초장과 된장, 그리고 나무젓가락을 꺼냈다.
“그럼 이걸로 안주거리 좀 만들어봐.”
상준이 앉아있던 고기통을 내어주자 민수는 가볍게 고기를 장만하여 몇 토막 내었다.
“우리 김 부장, 회치는 법부터 제대로 배워야겠어.”
“하하하, 나야 뭐.”
큰 종이컵에 가득 채운 소주잔을 들고있을 때 상미가 바다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엄마야.”
민수는 얼른 상미의 손목을 잡고 끌다시피 하며 후다닥 갯바위 뒤편으로 도망을 쳤다. 그리고는 상준에게 손짓을 한다.
“상준아, 빨리.”
상준은 입을 살짝 벌리며 소리없이 웃었다.
“자슥아. 여자에게 빠져 친구보기를 돌같이 하는구나.”
“빨리 내러와.”
“난 네가 혼자 도망쳤으면 상미 안주려고 했어.”
상미는 민수를 처다 보며 배시시 웃었다.
“걱정하지마. 오빠. 저거 오빠 친구야.”
“뭐? 근데 저게 뭐야?”
민수는 아직 놀란 얼굴을 하며 크라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도 얼굴엔 놀란 기색이 역력하였다.
크라켄은 눈을 껌벅이며 상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 요즘 오랜만이다. 근데 왜 소식이 없었어?”
크라켄은 긴 다리 두 개를 올려 상준에게 뻗쳐왔다.
“야, 조심해.”
민수가 다시 상준을 보며 소리쳤다.
크라켄의 다리엔 대형 멍게 하나가 들려있었다. 얼른 보아도 수박크기는 될 것 같았다.
“고맙다. 여기오다 건졌구나.”
그리고 크라캔은 다시 다른 다리를 들어 올렸다. 웅크린 상태로 올린 크라캔의 다리 빨판에 탁구공 크기의 주홍색 원석이 달라 붙어있었다.
상준은 원석을 떼어 상미에게 던졌다.
민수와 상미는 원석을 들여다보며 신기해하고 있을 때 크라캔은 고개를 꾸벅이며 물속으로 가라 않았다.
그제야 민수는 상미의 손을 잡고 다시 갯바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민수야. 네가 우리 회사로 온다기에 스카웃 대금으로 아파트 하나 구해놨어.”
“진짜?”
“응, 저 뒤에 [그린플라워아파트] 605호.”
“오빠. 누구 이름으로?”
“당연히 내 친구이름이지. 친구를 스카웃했으니.”
“나랑 같이 해주지.”
“고맙다. 친구야.”
“사택 불편할 테니 언제든지 이사해. 키는 상미에게 맡겨둘게.”
민수는 멍게를 잘라내어 상미의 입에 한점 놓어주고 남아있는 술을 상준이와 자신의 잔에 나누어 부었다.
“위하여.”
역시 멍게의 향은 일품이었다. 향긋한 맛과 감미로운 식감은 그들의 우정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그때 다시 상준의 낚싯대가 지르르 끌려들어가려 하자 옆에 있던 민수가 엉겁결에 낚싯대를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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