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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53화 (53/225)

〈 53화 〉 바다 여인(2)

* * *

‘그냥 있어야 겠지?’

선배의 얼굴을 볼 생각을 하니 너무나 창피하여 먼저 일어나 주길 기다리기로 했다.

옆으로 누운 자신의 자세가 매우 불편했지만 조금 몸을 뒤척이며 자리를 다시 잡고는 눈을 감았다.

짜릿한 기운이 등줄기를 따라 내러가면서 발끝까지 전해졌다.

무겁게 느껴지던 선배의 머리가 어느 순간부터 가볍게 느껴졌다.

한쪽 손을 들어 선배의 뒷머리를 어루만지며 그렇게 밤은 흘러가고 있었다.

‘내가 이 사람을 어떻게 잊어.’

다슬은 절대 그를 놓치지 않겠다고 결심을 하였다.

‘음, 음.’

눈을 뜬 상준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다슬의 손이 자신의 머리에서 떨어져 내린다.

잠이든 그녀를 내려다보며 묘한 자세로 의식을 잃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에 기가 막혔다.

얼른 다슬의 셔츠를 배꼽 아래까지 당겨주었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가지런하게 잡아주었다.

다리가 몹시 저려왔다.

'.....?'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그녀의 고운 뺨에 입맞춤을 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녘 바다에서 훤히 여명이 비춰오고 있었다.

선실 이곳저곳과 싱크대 곳곳을 뒤져가며 다실이 깨지 않게 소리를 죽이면서 아침식사 준비에 몰두하였다.

간간히 뒤척이는 다슬을 모습을 살펴본다.

그녀의 입가엔 가벼운 미소를 머금은 것 같다.

이럴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다.

'저게 만약 내 아내라면?'

너무나도 행복할 것 같았다.

상준은 어릴 때부터 중, 고 시절부터 종종 요리를 하곤 했다.

어머니께서 분식점을 운영하시면서도 상준의 식사는 별도 마련하셨다.

아침은 일찍 식당에 나가서 간단하게 먹었지만 저녁식사 만큼은 집에서 먹기 때문이었다.

철이 들면서 어머니의 일손을 도와드리려고 자신의 식사는 자신이 해결했다. 늘 분식만 먹고는 안 된다는 것이 어머니의 지론이셨다.

대학을 진학하곤 아예 자취로 학창시절을 보냈다.

어머니의 수입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하숙이란 단어는 자신의 생활과는 거리가 먼 단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묘하게도 요리를 하면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이 되었다.

바로 지금 낚시를 하는 것처럼.... 그래서 그는 요리가 취미면서 특기가 되었다.

문론 전문 셰프들이 본다면 장난이겠지만.

“식사하자.”

꼼짝을 하지 못하고 몸을 뒤척이던 다슬은 더는 못 배기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선배.”

“편하게 불러. 언제는 오빠라더니.”

“....”

“네가 자초 했으니 어떤 일이 있어도 나 원망 마.”

다슬은 일어나 상준의 뒤에 가서 깍지를 끼고 끌어안았다.

다슬은 무슨 말을 하려다 그만두고 가스랜지에 올라있는 냄비를 가져다 탁자위에 올리고 공기밥을 퍼서 상을 마저 차렸다.

“한번 먹어봐!”

“음. 맛있어!”

다슬은 눈을 감고 얼굴을 들고 음미하듯 한다.

“찌개 끓일때 아귀를 넣었어.”

“음."

그녀의 감탄에 표정을 보던 상준은 그만 그녀에게 입을 맞출 뻔 했다.

'흐걱.'

눈치를 챈 걸까?

주춤하여 고개를 들고 보니 다슬은 갑자기 웃음을 참지 못하여 킥킥 소리를 내었다.

“왜 맛이 없어? 내가 먹어보니 맛있던데?”

“아, 아니예요.”

그러면서 계속 킥킥 또 웃는다.

마주 않아 먹는 아침도 괜찮다는 생각은 각각 하고 있다.

“빨리 먹고 들어가자.오늘 햇볕도 장난 아니겠어.”

그들은 식사를 마치고 정리를 한 후 항구로 돌아왔다.

“조금 있으면 요트 정박은 여기서 안해.”

“그럼요?”

“우리 솔밭아래 작은 요트계류장을 만들고 있어. 지금 공사가 한창 이거든.”

“네.”

갑자기 다슬은 상준에게 말을 높였다.

“너 또 말투가 왜그래?”

“제가 오빠를 존경하거든요.”

그때였다.

“어이, 밤낚시 했나?”

고개를 들어보니 동네 형 상훈이었다.

언젠가 이수도 낚시를 함께 했던 어부면서 낚시꾼.

“예, 형. 어디 가시게요?”

“좀 잡았나?”

“예, 조금."

"근데 자네, 간밤에 고기만 잡은 것이 아니네 그려. 허허허.”

“예? 무슨 말씀이세요?”

상훈은 다슬이와 상준을 연거푸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동네로 들어갔다.

“저 형, 뭐래?”

상준은 다슬을 처다 보자 다슬의 얼굴이 빨갛게 되어서는 귀까지 홍조를 띄고있었다.

집으로 들어가자 다슬의 어머니(주인집 아주머니)가 수족관을 들여다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너는 가시네, 애미 보러 왔나? 총각 보러 왔나? 가방만 던져두고 이제 오냐?”

다슬은 얼른 상준을 방으로 밀어 넣었다.

방으로 밀려가며 아주머니를 보니 그리 화난 얼굴은 아닌 것 같은데. 다슬의 얼굴은 한층 더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아니 왜?”

"들어가서 거울 봐."

못이긴 체 하면서 방안으로 들어왔다.

‘왜 저러지? 저애가? 시 아주머니 화내실까 그러나?’

순간 자신의 얼굴이 거울에 비쳤다.

분홍색 립스틱 자국이 입술 주위에 범벅이 되어있었다.

‘가시네, 이래 놓고 나를 존경한다고?’

“큭큭큭.”

‘이럴 줄 알았으면 인공호흡 시킬 때 음미하며 하는 건데’

그때 왜 그렇게 허둥댔는지. 그러나 상준은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에 빠진 사람을 인공호흡 시켰으면 립스틱 자국이 씻겼어야 하는데. 이렇게 남의 입에 범벅을 만들었으니....

상준은 샤워를 한 후 옷을 갈아입고 사무실로 올라갔다.

“올려둔 유튜브 방송 중에 뭐가 제일 잘나가지?”

희진을 보고 물었다.

“[무인도의 헌터] ­ 홍멸치와 개우럭 잡이가 가장 인기 좋구요. [고장난 요트] ­ 괴물 홍멸치도 인기 폭발 중입니다. 또 [희진의 밤바다] ­ 문어와 낚지잡이 역시 대박 중입니다."

“음. 다행이네”

식사 준비를 하는 희진을 보고 있으니 신 팀장도 방에서 나왔다.

“대표님. 우리 방송이 지금도 최고로 인기몰이 중입니다”

“그렇다고 하네. 모두 두 사람 덕분이지.”

“총각, 총각.”

사무실 밖에서 주인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네, 아주머니.”

상준은 밖을 내다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오늘이 우리 다훈이 생일이야. 아침 먹으러 건너와.”

“그래요. 다훈이 휴가 왔어요?”

“아니, 그냥 넘어가려니 섭섭해서. 우리 끼리라도 생일 해 먹으려고.”

“네, 가겠습니다.”

상준은 생일이라는데 선물이라도 챙겨가야 하겠는데 마땅한 것이 없었다.

그냥가려니 그 것도 이상하고. 결국 망설이다 남겨둔 원석 중에서 가공이 불필요한 작은 것을 골라 명함함에 담았다.

방으로 들어서자 상을 차리고 있던 다슬은 당황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것 생일 선물입니다. 다훈이도 없고 아주머니 반지나 목걸이로 만드세요.”

“엉? 선물은 무슨. 그런데 이게 뭔데 빛깔이 이렇게나 고와.”

“글쎄요, 희귀한 건 맞지만. 잘은 모르겠어요.”

상준은 그날 다슬이의 집에서 아주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아주머니의 유도심문에 적절하게 대처하며 홍조를 띤 다슬의 얼굴과 귓불을 보며 모처럼 즐거운 아침식사를 하였다.

“총각. 우리 다슬이 잘 지켜줘야 해?”

식사를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상준을 보며 아주머니는 결국 한 마디 더 던졌다.

“예? 아, 예”

“엄마, 무슨 말씀이세요?”

다슬은 어머니가 상준의 앞에서 금기어를 발설할까 조바심이 났다.

“너도 가시네야. 그러는것 아니다.”

“내가 뭘?”

“엄마가 일일이 말을 해야 알아?”

다슬의 얼굴은 다시 홍당무로 변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는 데도 그래요?”

“내가 언제 봤어? 봤냐고?”

“무슨 말씀이세요?”

상준은 모녀의 말이 아무래도 좀 미심쩍은 느낌이 있어 물었다.

“아까 보니까 자네 입 주위가 이상해서 말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상준의 얼굴도 붉게 물들었다.

“엄마.”

“놀래라. 가시네.”

상준은 더 이상 모른 체 하고 있기는 곤란할 것 같았다. 자칫 잘못하면 어머니 입장에서 크게 오해하실 것 같았다.

“예, 그건. 제가 어제 밤에 본의 아니게 다슬씨 생명의 은인이 됐습니다."

“그럼, 그 말이 사실이야?”

“들으셨나 보군요. 사실입니다. 다슬이가 실족을 해서.”

“정말인가 보네. 그럼. 진작 말을 하지.”

아주머니의 얼굴이 미안함과 고마움의 양면적인 표정이 묻어나오는 것 같았다.

“저가 얘기 했잖아요? 남의 말을 믿지도 않고.”

“....?”

“그럼, 아침 잘 먹었습니다.”

상준이 일어서서 밖으로 나오자 다슬이도 따라 나왔다.

“미안해요. 오빠.”

“아니야.”

상준은 수족관 옆 고목아래 밴치에 앉았다. 다슬도 따라 앉았다.

“언제 올라가는데?”

“모래 아침. 오늘 뭐하실 거예요?”

“쉬어야지. 저녁 낚시 조금하다 들어오려고.”

그때 상준은 [뷰티 걸]에 대해 다슬이 알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너 혹시 어제 밤에 어떤 아이하나 본 기억이 나?”

“아이?”

“왜 학생 같아 보이는 여자애?”

“아뇨. 언제 왔었어요?”

“응, 혹시 기억하나 싶어서.”

상준은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이 잘못되면 세상이 또 한번 인어공주 얘기로 소용돌이 칠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때문이었다.

그 것이 그 아이를 지켜주는 유일한 길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들어 가! 나도 좀 쉬어야겠어.”

다슬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는 상준은 방으로 들어와 소파에 기대 앉았다.

어제 밤 있었던 일을 곰곰이 되짚어 보고 있었다.

‘금발의 소녀, 뷰티 걸’

분명 그녀는 바다에서 온 여인이었다. 영화에나 나올만한 전설의 여인 인어공주.

‘아니, 인어가 아니었는데?’

그 아이의 하반신 모양이 떠오르질 않았다. 경황이 없었고 기진맥진 했던 탓인지. 아니면 다슬이를 살리려고 정신이 없어서...

몇 번을 생각했으나 모양 자체가 기억이 없다.

‘물고기 모양은 아닌것 같았어.’

‘만약 그랬으면 분명하게 모습이 기억날텐데.’ 상준은 잠시 흔히들 말하는 인어공주는 아닐거라 생각하였다.

‘오늘 밤에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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