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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36화 (36/225)

〈 36화 〉 가슴이 너무 아파(3)

* * *

구름에 가렸던 반달의 반 정도 되는 달빛이 바다를 비춰도 캄캄한 밤과는 사뭇 달랐다. 접이용 안락의자는 이런 곳에서는 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그들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여러가지 생각에 잠겨있었다. 희진은 옆에 앉아있는 상준의 팔을 잡으며 진지하게 물었다.

“오빠는 어릴 때 추억 많으세요?”

“응, 아픈 추억들이 많지.”

“오빠도?”

“응, 좋은 추억 보다는.”

“그건 그렇고 다슬 언니는 좋겠다.”

희진은 생뚱맞게 지난번에 이어 또 다슬이 이야기를 꺼냈다.

“난 돌아가서도 계속 오빠라고 부르고 싶은데 안되겠지요?”

“너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

다슬은 상진의 팔을 잡고 엄지와 검지로 상준의 팔을 꼬집듯 만지고 있었다.

“오늘 밤은 낚시를 안 하실 거예요?”

“어, 그냥 너와 이렇게 피서 온 기분을 내어 보려고.”

“다슬 언니하고는 피서 안 가실 거예요?”

상준은 희진이 계속하여 다슬의 이야기를 꺼내기에 할 수 없이 한마디 해 두었다.

“다슬인 나 대학 후배야.”

“알아요. 그래도?”

희진은 다시 무슨 이야기를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상진은 서먹한 분위기를 없애려고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았다.

“난 너를 처음 만날 때부터 남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건 정말이야. 꼭 죽은 내 동생이 살아 돌아온 것 같고, 그래서 너를 아껴주고 싶고, 지켜주고 싶고 그래.”

“고마워요 오빠. 저도 오빠를 처음 만났을 때 꼭 아빠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좀 삭았나?”

“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빠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만약 오빠 나이가 좀 많았으면 아빠라고 부를 뻔 했어요. 그래서 더 철없이 굴었어요. 죄송해요.”

“아니야. 그러는 네가 더 사랑스러워.”

“어제 늦게 잤는데 졸리지 않아?”

“그 대신 정오가 다 되도록 늦잠 잤잖아요.”

“그렇기는 해. 이제 곧 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거야. 너 정말 휴가 가고 싶지 않아?”

“정말이에요. 돌아가서 중산으로 이사도 해야하고.”

“원룸은 어디 있는데?”

“송정동.”

“그럼 해운대와 가깝네. 그런데 우리 어떻게 가지? 돌아갈 수 있어야 휴가를 가던지, 이사를 가던지 할것 아니야?”

일순 간 상진의 얼굴은 다시 어두워졌다.

“뭐 무슨 방법이 있겠지요.”

여전히 희진은 상준의 팔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상준은 담배를 한가치 뽑아 불을 붙였다. 하루에 불과 몇 가치 밖에 피우진 않지만 속이 답답하거나 고민이 있거나 일이 잘 안될 때는 꼭 담배를 꺼내어 피울 때가 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도 피울때가 있지만.

“오빠 담배 맛있어용?”

“간혹 맛있을 때가 있지.”

“치, 나도 담배 맛 알아용?”

“뭐?”

“요즘 뭐 여자라고 담배 안하나?”

“뭐, 꼭 그런뜻은 아니고...”

“사실, 저도 중학교 한때 담배 좀 해봤어요. 방황을 했다고나 할까?”

상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희진의 말에 공감을 표시해 주었다.

“자, 우리 들어가서 자자.”

상준은 요트 바닥에 모포를 깔아 희진을 자게하고 자신은 소파에 누워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오늘 밤은 어제처럼 무덥지는 않았으나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짧은 소파가 불편하기도 했지만 마음도 무거워 편히 잘 수가 없었다.

희진은 잠이 들었는지 아무소리를 하지 않고 한번 씩 몸을 뒤척이는 소리가 들리곤 하였다.

“오빠, 자요?”

“으음. 넌 아직도 안자?”

상준은 일부러 목소리를 죽여 잠을 자다 깬 것처럼 대답을 하였다.

“불편하면 내러와요.”

“.....”

“안자는 것 알아. 난 괜찮으니 내려와.”

“.....”

“내려와.”

상준은 마지못해 요트 바닥으로 내러와 희진과 가급적 거리를 두고 자리에 누웠다.

“오빠. 나 괜찮아.”

희진은 팔을 뻗어 상준의 손을 찾아 더듬거리다 상준의 팔을 잡았다. 상준은 희진의 손을 잡아주었다.

“잘자. 오빠도 잘게.”

그리고 그들은 오랫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어느 순간 상준의 코고는 소리가 세르륵, 세르륵 들려올 뿐이었다.

희진이 잠에서 깨어났을 땐 벌써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였다.

희진은 상준이 잠에서 깰까봐 조심조심 움직이며 아침밥 준비를 하였다. 남은 쌀을 모두 씻어 랜지에 올려 먼저 밥을 해 두고, 장어를 토막 내어 정성스럽게 고추장을 발라 노릇노릇 구워 두었다.

그리고는 다시 우럭과 미역을 함께 넣어 우럭미역국을 끓여내었다.

선실 밖 선상에 먹음직스러운 밥상을 차려졌다.

무인도에서 먹을 마지막 아침밥을 차려 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난 후 선실로 들어가 자고 있 는 상준의 머리맡에 앉았다. 언제 보아도 믿음직스럽고 언제보아도 존경스러운 대표님의 얼굴이었다. 텁수룩하게 자란 상준의 턱수염을 살살 만지면서 희진은 상준의 아침잠을 깨웠다.

물끄러미 쳐다보는 상준을 보며

“오빠, 고마워요.”

“.....?”

“아침 먹어요.”

“벌써?”

상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선상으로 나왔다. 그들은 마주앉아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친 희진은 간단하게 설거지를 한 후 의자에 앉아 바다를 지켜보며 근심에 차 있는 상준에게

“오빠, 무인도 생활 즐거웠어요?”

‘얘가 또 왜 이러나?’

상준은 희진의 말이 의아하여 혼자말로 중얼거리며 바라보고 있는데, 다시 물었다.

“무인도 생활 어땠냐고요?”

“어떻긴. 좋았지.”

“그럼 됐어요.” 희진의 대답이 뭔가 미심적어

“뭣이 됐어?”

“이젠 가요.”

“어디로?”

“집에 안갈 거예요? 빨리 일어나 시동걸어 봐요.”

무슨 또 장난을 하나 싶어 쳐다만 보는데

“시동 좀 걸어보라고요. 고쳐 놨다고요.”

“뭐어?”

상준은 벌떡 일어나 키를 찾았으나 호주머니에 키가 없어졌다.

“요트에 키 꽂아 두었어요.”

상준은 키를 쥐고 설마하고 살며시 돌려보았다.

“키키키키.”

“키키키키 위잉.”

“걸렸어!” 희진은 깔깔 웃으며

“우리 밖에 나가 요트 밀어요.”

“가요.”

소리도 없이 요트가 움직였다.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멀어지는 무인도를 보며 희진은 손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잘 있어라. 무인도야! 그리고 고마워.”

상준의 눈에 이유 없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플까?

옆에 선 희진이도 눈물을 참기 어려운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상준은 달리는 요트의 핸들을 놓아두고 오랫동안 희진을 꼭 안아주었다.

사실 희진을 상준의 마음을 빼앗고 싶었다. 너무나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유혹이라면 유혹도 해 봤다.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것 같았다. 고맙고, 사랑스럽고, 가슴을 뛰게하는 남자. 그 사람의 여자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그 사람에게 주고 싶었다.

“너 요트에 무슨 짓을 했어?”

“엔진 뚜껑을 열고 선 하나 빼 뒀지요.”

“그렇게 여기 있고 싶었어?”

“아니, 오빠와 같이 오래있고 싶었어요. 고마워요 오빠. 그리고 저를 지켜줘서.”

상준은 다시 희진을 꼭 안아주었다.

어째든 그들의 무인도 낚시는 대 성공이었다. 항구에 요트를 정박한 후 잡은 고기와 건진 보석을 모두 챙겨 집으로 왔지만 누구하나 그들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없었다.

“총각, 이번엔 낚시 오래했네. 다슬이가 기다리는 눈치더니 그냥 가더라고.”

단지 아주머니만 다슬이 소식을 혼자 말처럼 알려준다.

“예,”

“충전을 위해 휴대폰을 연결했더니. 곳곳에 문자가 많이 와 있었다. 어머니의 문자와 신 팀장의 문자도 여러 통 있었다.

‘이제 보니 희진이가 일부러 휴대폰 안가지고 갔구나.’

이제야 상준은 깨닫게 되었다.

‘황당하면서도 맹랑한 아이야.’

아무리 미워하려 해도 그럴수가 없었다.

낚시로 건진 원석과 홍진주는 [우주보석] 영업부장 이상윤과 [쇼라이트 컴퍼니]의 이명우를 불러 판매 처분하였다.

[쇼라이트 컴퍼니] 사원 이명우는 [프로괴물낚시협회] 백무영 프로와 장사도 프로도 최근 서해안에서 괴물고기를 잡아 올려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고 귀띔해주면서 괴물이 잡힌 서해안 지역을 알려주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붉은 날개 황복에서 나온 주먹 크기의 황색원석의 가치는 그만한 크기의 운석 가치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황색원석은 단순 운석이 아닌 보석원석으로 뭉쳐진 것이니 그 가치야 얼마나 크겠는가?

상준이 더욱 놀란 것은 홍진주였다. 일반 진주 크기 밖에 안 되는 것들이 하나의 가치가 천만원이 넘는 걸 보면 세상엔 돈을 돈으로 보지 않고 고가의 명품을 찾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실감하게 되었다.

다음날 신 실장이 휴가를 다녀오자 희진과 함께 부산으로 출장을 보냈다. 바로 희진의 이삿짐을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모든 짐들을 포장이사하게 하고 간단한 것들은 차에 싣고 오도록 부탁하였다.

불편해도 당분간은 민박집 사무실에서 지내도록 하였고 이사가 끝 난 희진은 <셰프가 된="" 프로="" 헌터="">, < 해수욕장의 밤 풍경>, <악구 백상아리="" 출현="" :="" 구조작전=""> 등을 편집하여 단순동영상과 다큐테인먼트로 재편집하여 인터넷 방송으로 등록하였다.

아울러 상준은 희진을 불러 첫 월급 봉급 결재를 올리도록 하였고 신 팀장은 300%, 희진은 500%의 성과금을 보너스로 지급하였다.

신 팀장이 좀 섭섭하게 생각할까 염려를 했으나 성과금이라 말하는 연대표의 설명에 고마워하는 것은 틀림이 없었다. 그 대신 신 팀장은 밤낮으로 대표와 함께 출장을 다녔기에 출장비와 시간외 근무 수당은 별도로 지급하였다.

“휴가는 즐거웠어요?”

“재미! 말도 마아. 최 주무! 휴가 반납했다며? 잘 생각했어. 우린 남자끼리 피서라고 갔는데 영 분위기가 아니더라고.”

“그런데 왜 전화를 안받았어? 문자 보내도 답도 없고?”

“예, 깜박하고 휴대폰 두고 갔어요.”

“나도 그렇다고 생각은 했어”

“그래도 휴간데. 즐겁게 놀다 오셨으면 좋았을 걸.”

“그럴 줄 알았으면 휴가를 안가고 차라리 여기에 있을 걸 했어. 차라리 우리 단합대회나 할 걸.”

신 팀장은 황금 같은 휴가를 헛되게 보낸 것이 못내 아쉬운지 연신 투덜거렸다.

“그럼 단합대회 한번해요”

희진은 단합대회란 말을 듣고 간단한 회식정도를 생각하며 말을 꺼냈다.

“휴가 보담 회사 며칠 쉬고 직원 야유회 같은 것 그런 것 말이야.”

“신 팀장! 그래도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마.”

“아니 왜요?”

“회사원들 들으면 몰매 맞아.”

“맞아요. 팀장님. 얼마나 모두 휴가 기다리느라 목이 빠지는데.”

“그런가?”

결국 상진은 삼일 간 회사를 임시휴무를 하기로 결심하고 휴무동안 3박 4일 단체 휴양을 할 것을 제안하였다. 신 팀장과 희진은 대 찬성이었고 결국 희진에게 단합대회 계획을 세워 결재를 올리도록 지시하면서 휴양 경비도 좀 넉넉하게 책정하고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조치하라 일러두었다.

단합대회 시기는 남들이 다 쉬는 7월 30일부터 8월 2일 까지 3박 4일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어머니께 전화를 받지 못한 경위를 설명하고 곧 다시 연락드린다고 말씀을 드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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