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쓴 소설에 전생했다-74화 (74/102)

〈 74화 〉 구출 작전 (2)

* * *

기숙사에 들어오기 위해 후드를 한껏 뒤집어쓰고 정체를 숨긴 나는, 그녀들과 함께 방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찾아온 방을 둘러보자 느낌이 이상했다.

"1년을 밖에서 지냈다고?"

내가 설명해준 일대기에 두 사람이 경악하며 말했다. 6개월 정도 저항군과 지냈던 것을 빼면, 매일 야외에서 지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루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온다.

"..사야, 쭉 혼자였던 거야?"

"아니. 혼자 지낸 건 6개월 정도야. 그전까지는 크리.."

크리스와 함께 삶을 연명하듯 지내왔다는 것을 말하려고 했지만, 이내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이미 저세상에서 단원들과 함께 지내고 있을 그를 굳이 언급해서 회상하는 것은 나에겐 너무 괴로웠다.

"그전까지는..?"

"..미안. 별로 유쾌한 얘기는 아니라서. 그것보다도, 클레드의 상황을 좀 알려 줘."

"..클레드 교관 말이지."

카르네는 기숙사의 문밖에 누가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한 후, 잠금장치를 걸어 잠그고 내게 말했다.

"상황이 더할 나위 없이 최악이야. 앞으로 하루 하고도 반나절이면 클레드는 처형이 예정대로 진행될 거야."

게다가 더 최악이었던 것은 내가 갇혔을 때와는 달리 면회조차도 허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엔 내가 하나 물을게."

가만히 나를 바라보던 카르네는, 나를 향해 물었다.

"..사야. 솔직히, 널 제대로 믿지 못하겠어."

"..무슨 소리야, 카르네?"

그녀의 물음에 루나가 먼저 대답했다.

카르네는 내게서 한 발짝 물러나며 말한다.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넌, 정말로 사 야가 맞아….?"

"무슨 소리야, 누가 봐도 사야...

"거의 2년이 돼가도록 아무 소식도 없더니 이제 와서 우리 눈앞에 나타났어. 그것도 클레드의 처형일 직전에 딱 맞춰서. 그런 우연이 있어..?"

"..."

그녀가 나를 계속해서 몰았지만, 별다른 변론을 할 수 없었다.

"그동안 살아있다고 편지 한 통 부치는 게 그렇게 힘들었어…? 그렇게 홀연히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면, 널 잊고 살려고 아등바등 노력해온 우리는 뭐가 되는 건데…!?"

어느새, 카르네의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그녀를 본 나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사과한다.

"..미안."

"우린 널 찾으려고 안 해본 줄 알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온 지역을 돌아다녔어. 다들 네가 아직 살아있다고 믿으니까!"

"카르네, 이제 그만.."

카르네를 제지하려 일어선 루나도, 곧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그녀의 표정을 보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내리고 자리에 앉았다.

"항상 그런 식이지. 무슨 일이 생기면 입 꾹 다문 채로 우리에겐 한마디 없이 알아서 해결하려고만 하고."

카르네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꼴도 보기 싫다는 듯,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무서웠어."

내가 입을 열었다.

"뭐?"

"..무서웠어. 나와 엮인 사람들은 모두 죽거나 없어지니까."

하나씩 죽어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두려웠었다. 유일하게 내가 마음을 놓고 있을 수 있는 장소와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을 보다 보니, 아무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너희도 나랑 더 엮이면 같은 운명이 될 거야."

"..."

남아있는 유일한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 이들까지 잃어버리면, 더는 살아갈 이유가 없었으니까.

"고작 그런 이유로 우릴 피했던 거야..?"

"...그래. 나랑 엮이게 해서, 너희를 위험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 지금도 그래."

잠시 침묵을 유지한 채 나를 지켜보던 카르네는, 루나와 눈을 마주친 뒤 내 앞에 함께 섰다. 가만히 나를 지켜보던 그녀들은, 갑자기 빙긋 웃는다.

"..할까?"

"응."

내가 고개를 들어 그녀들을 보는 순간,

두 개의 주먹이 양쪽에서 날아들었다.

".....!"

내 왼뺨을 날린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화난 얼굴의 루나가 말한다.

"네 맘대로 판단하지 마..!"

놀란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너는 우리 인생에 그렇게 간섭해놓고는, 이제 우리더러 위험하니까 피하라고?"

루나는 슬픈 얼굴로 말을 이었다.

"원래라면 내 인생은 7살에 끝났어야 했어. 그런데 왜 지금껏 살아있는데?"

"..그건.."

"네가 나 대신 방출당하겠다고 했었으니까, 사야."

옆에 있던 카르네도, 한마디를 거든다.

"그리고, 난 원래 지금쯤 아마 난 감방에서 교수형이나 기다리고 있었겠지. 프리지아를 죽인 대가로."

룢????????跴둕????뽮????饘掘????????????????????????????????????밗????????꿒????????????????????????????????????????????????????????ㄥ????????????쑯????????????????????????????襦????????????????????????????鯠????????????룢????????浨혻????????"앞으로는 우리도 네 인생에 참견할 거야. 네가 뭐라고 하든 간에 말야"

"....."

[ 어찌할 테냐, 사야? ]

'..나는 위험해.'

나는 살아있는 불행이었다.

내게 호의를 지니게 된 사람들은, 전부 끔찍한 결말을 맞이하고 죽어갔을 뿐이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저주라고.'

죽어 나간 사람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얼마나 괴롭고,억울하고, 내가 원망스웠을까.

처음부터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지금도 자신의 삶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저주다.

짜여있던 세계를 마음대로 바꾼 것에 대한 저주.

그렇게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 그렇지 않다, 사야. ]

내면으로부터 조용히 인비디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지 않다고…?'

감정들이 마구 뒤섞이며, 그 뾰족한 끝을 인비디아에게로 향했다.

'내가 뭘 아는데..? 인간의 감정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적 있어….?'

[ ..그건.. ]

'넌 그냥 사르카일 뿐이야. 인간의 흉내를 낼 뿐인 감정 없는 괴물이라고..!'

아무리 나와 이어져 있다고 한들, 결국 인비디아는 사르카일 뿐이다. 평생에 걸쳐도 인간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한 괴물.

그가 조용히 침묵했다. 이윽고, 다시 말한다.

[ ….확실히 네 말대로다. 사야. 나는 인간을 이해할 수 없어. ]

'그렇다면 괜한 참견 말고….'

[ 참견이 아니다. 진실을 전하려는 거다. ]

'진실…?'

[ 크리오에서 생활했을 때를 기억하느냐? ]

목숨이 간당간당하던 크리스를 돌보며 보낸 6개월. 너무나도 참혹했던 기억이기에, 스스로가 그 시절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다.

[ 너는 항상 크리스라는 인간이 불쌍하다고 말했었지. ]

'..사실이잖아.'

[ 이걸 봐라. 사야. ]

머릿속에 그의 기억이 생생히 재생되며, 어둠 속에서 누워있는 누군가의 얼굴을 비추었다.

'크리스..?'

내 수다를 들으며 조용히 눈을 감은 크리스는,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숨을 거두기 직전의 그자는, 지금껏 본 어떤 인간보다도 행복한 감정을 띠고 있었다. 못 믿겠다면, 직접 넣어주지. ]

인비디아가 분석하여 보고, 느꼈던 모든 것들이 내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이게, 크리스의 감정이라고..?'

지금껏 크리스가 나를 위로하기 위해 던졌던 말이라고 생각했던 말들, 전부가 그의 진심이었다. 크리스는 나를 슬프지 않게 하기 위한 거짓말 따위 한 적 없었다. 그저 행복하다고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내게 표현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고마워.'

그의 진심을 알게 되자, 부정적인 감정들이 조금씩 걷혀가고 있었다. 동시에 너무나 심한 말을 해버린 인비디아에게 사과하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 인비디아.'

[ 뭐가 미안하지? ]

' ..전부. '

[ 필요 없다.]

인비디아는 내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다른 인간의 감정을 분석하지 않겠다는 너와의 약속을 깨고 그의 감정을 들여다본 것은 나다. 네가 미안할 것은 없지. ]

그들이 나와 엮여서 어떻게 생각하든, 네가 그 감정을 마음대로 판단할 권리는 없었다.

다른 이의 인생에서의 나는 저주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흘러 지나가며 엮이는 흔하디 흔한 등장인물에 지나지 않는다.

미소를 되찾은 나는, 루나와 카르네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섰다.

"..돕다가 죽어도 책임 안 진다?"

"바보 같은 소리. 죽긴 누가 죽어. 멍청한 소릴 하는 거 보니 사야 맞네."

예전의 퉁명스런 표정으로 돌아온 카르네가, 나를 향해 작게 웃었다.

"화해의 포옹하자!"

"루나!?"

루나가 카르네와 나를 강하게 끌어안았고, 카르네는 싫다며 소리 지르다 결국 그녀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몸에 힘을 뺐다.

"..이거 진짜 싫다."

그녀가 내게 딱 붙은 탓에, 서로 딱 달라붙은 옷 너머로 카르네의 감촉이 강하게 전해져온다.

"..카르네."

"왜?"

"몰랐는데 의외로 크구나."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카르네가, 나와 닿아있는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더니 얼굴이 새빨개져서 소리친다.

"뭐라는 거야, 변태가…!"

[ 그녀의 지방 조직을 인간들이 재는 수치로 환산하면, 75C.. ]

'그런 거 분석하지 마.'

그녀들과 붙어있자니, 그제야 못 보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나간 뒤로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던 내 침대와 물건들. 그리고, 나를 위해 남겨두었던 수많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내 인생은 내가 쓰는 소설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은 살 수 없을지라도, 펜을 손에 쥐고 방향을 고쳐가는 것은 가능하다.

'...다녀왔습니다.'

앞으로의 인생에서는, 함부로 누구 하나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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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에게서 간단히 뺨의 상처를 소독 받았다. 멀찍이 떨어져 그것을 지켜보던 카르네가 말한다.

"그레이스, 힘 조절 좀 하라니까? 하마터면 쟤 이빨 나갈 뻔했어."

그녀의 말처럼, 카르네의 것보다 루나의 주먹이 10배는 아팠다.

"한 대 더 맞아도 싸. 그렇게 생각하지, 사야?"

"...하하."

평소와 같이 웃는 얼굴이었지만, 오늘의 루나 그레이스는 10배는 무서웠다. 내가 떠나있을 동안 그녀가 누구보다 힘들어했을 것을 알기에 당연한 처사라고 생각했다.

"이제 어쩔 거야? 셋이서 감옥이라도 뚫고 갈 거야?"

카르네가 우릴 향해 말하자, 루나가 대답했다.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은데. 병사들은 몰라도 유리가 버티고 있으니까."

'..유리..'

나와 1년 반이란 시간을 떨어져 있는 동안, 그녀는 몰라보게 강해져 있었다. 그녀가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불행하게도 이미 비올레에게 당해버린 것 같다.

"지금의 유리는 너무 강해. 내가 사르카의 힘을 써도 이길 수 없었어. 갑자기 유리의 오스테온과 무기가 합체하더니 단순히 닿은 걸로도 죽을 뻔했고.."

내 말에, 카르네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일체화. 그건 아마 일체화 때문일 거야."

"일체화..?"

그러고 보니, 유리가 그 기술을 사용하기 전 그런 말을 했었던 것 같다.

"아마.. 사야 네가 떠난 직후부터였을 거야."

일반적으로 오스테온의 활용은 소환수로써의 능력이 끝이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몇몇 뛰어난 령사들로부터 이상 현상이 발현됐다. 수련에 수련을 거듭한 령사들로부터 오스테온이 자신의 무기와 결합하는 이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세간에서는 그를 '일체화'라고 명명했다.

"카르네도 가능해?"

"아니. 여기 세말에서 일체화를 사용할 수 있는 령사는 비올레 단장과 유리 둘 정도뿐이야. 그만큼 웬만한 사람은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인 거지."

유리의 일체화시킨 칼날에 사르카의 힘으로는 전혀 대응할 수가 없었다. 마치 둘의 성질 자체가 다르다는 듯이, 일반적인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그런 강함이었다.

"...어떻게 하면 익힐 수 있을까. 그 일체화라는건?"

내 물음에, 카르네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 무리야. 국경선에서 날뛰는 령사들중에도 끝내 조건이 뭔지 알아내지 못하고 죽는 자들이 허다해. 게다가 클레드의 처형까지는 이제 겨우 하루 남았다고."

확실히, 조건조차도 알려지지 않은 기술을 하루 만에 익히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유리를 마주치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 사야. ]

한참 생각 중에 인비디아가 사념을 보내왔다.

"...깜짝이야. 왜?"

[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녀와 싸울 때, 일체화된 칼날이 직접적으로 내 조직에 닿았었다. ]

"그것만으로 알 수 있다고?"

"대체 누구랑 얘기하는 거야, 사야..?"

"...아."

오랫동안 혼자 생활하다 보니, 서슴지 않고 인비디아에게 육성으로 말을 거는 버릇이 나와버렸다. 그들의 눈에는 내가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이제는 숨길 필요도 없겠지.'

그들도 나에게 목숨을 맡긴 만큼, 더는 감출 것이 없었다.

"..인비디아. 나와서 모두에게 직접 이야기해줘"

[ 알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인비디아가 댕댕이의 모습을 갖춘 채 모습을 드러냈다.

"..인비디아라고? 어딜 봐도 네 오스테온이잖아?"

카르네가 댕댕이를 빤히 살피자, 음성이 흘러나왔다.

"무례하군! 나는 그런 단순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

방에서 나올 리 없는 남성의 목소리에 주위를 둘러보던 카르네는, 다시 댕댕이를 보았다.

"....말했네?"

"말한 게 아니다. 나에겐 발성 기관이 존재하지 않아. 단순히 몸속의 기관들을 공명 시켜 그럴듯한 소리를…."

그가 말을 다 마치기 전에 카르네가 침대 위로 털썩, 하고 쓰러졌다.

"...이런 원리로써, 너희 인간들이 발성을 내는 것처럼 들리는 것이지."

"..걔 이미 기절했어, 인비디아."

침대 위로 쓰러진 카르네의 모습을 보던 인비디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군. 사야 네가 변한 모습도 보았으면서 겨우 이런 거로 기절하다니."

"세상에..! 댕댕이가 말하고 있어…!"

"음..?"

루나가 어느 때보다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댕댕아..!"

눈을 빛내며 인비디아를 강하게 끌어안은 루나는, 그를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슨 짓이냐..! 놓아라..!"

"원래도 귀여웠는데 말까지 하니까 더 사랑스럽네!"

생전 처음 하는 인간과의 격한 스킨십에 인비디아는 상당히 당황하고 있었다.

"어이, 사야..! 날 도와라..!"

"뭐 어때. 네가 좋다는데."

"사야…!"

결국 루나는 카르네가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겨우 인비디아에게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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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얼굴을 한 카르네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리하자면, 인비디아의 일부가 오스테온.. 아니, 댕댕이의 몸속에 들어갔고.."

"..응."

"인비디아가 사야 너와도 섞이면서 이 지경까지 왔다, 맞아?"

카르네의 완벽한 정리에 박수를 쳐주었다.

"믿을 수가 없어. 사르카가.. 그것도 고대종이 인간과 공존하다니."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이는 그녀와 달리, 루나는 오히려 인비디아에게 관심을 보였다.

"탐나네. 말하는 애완동물이라니."

"애완동물이 아니다! 사야와 나는 공생관계란 말이다!"

"..기생이 아니고?"

상황이 조금 진정되자, 인비디아가 우리에게 하려던 이야기를 꺼냈다.

"칼에 닿은 조직의 절단면으로부터 흡수시킨 기간타스의 성분을 분석하여 낸 결론이다. 잘 들어라."

"..쟤는 무슨 말을 저리 어렵게 해?"

카르네가 딴지를 걸어오자, 내가 응수했다.

"원래 저래. 듣다 보면 적응할 거야."

인비디아는 잠깐의 뜸을 들이더니, 우리에게 말한다.

"..일체화의 조건은, '오스테온의 힘을 사용하지 않는 것' 이다."

"뭐?"

그의 말이 정확히 이해되지 않아, 다시 한번 되물었다.

"오스테온의 힘을 안 쓰면 어떻게 일체화를 시켜?"

"..너희 인간들이 아는 것과는 다르게, 인간과 오스테온은 처음부터 공생관계였던 것은 아니다. 단지 오스테온이 인간들의 몸에 들어간 건 그들로부터 생명 에너지를 흡수하며 살아가기 위함이었지."

처음엔 단지 기생 관계로 시작한 인간과 오스테온은, 점차 인간이 생존률이 높을수록 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을 지키기 위해 의식을 통해 세상 밖으로 끌어내진 오스테온들이었지만, 그들은 세월을 거치며 인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진화해왔다.

"그럼, 령사들의 오스테온이 소환을 통해 현세에서 물리적인 힘을 행사하는 것도 진화의 종류라는 거네?"

"그래. 거기서 한 발짝 나아가서, 인간들에게 온전한 힘을 제공하면서 가장 가까이 붙어있을 수 있는 형태에 도달한 게 바로 일체화다."

여전히 어려운 말 투성이기에, 단도직입적으로 인비디아에게 그 방법을 물었다.

"결국,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간단하다. 나와 오스테온의 힘을 봉인하고, 네가 가진 힘만으로 싸우다 보면 자연스레 터득하게 되겠지."

가만히 듣고 있던 카르네가, 놀란 음성으로 물었다.

"그럼 설마, 지금까지 대부분의 령사들이 일체화에 실패했던 이유가 오스테온의 힘에 의지했기 때문이란 거야..?"

"그 말대로다."

아마도 령사라는 직업을 가진 한, 어떤 전투에서라도 오스테온의 힘을 빌리지 않기란 어려웠다. 생존본능이 몸에 베어있는 한 인간은 편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정리하자면, 힘을 빌리지 않고 싸움을 거치면서 지켜보는 오스테온에게 스스로 령사를 지키고 싶어 하는 본능을 이끌어내야 하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알맞은 연습 상대가 필요할 테지.."

"연습 상대?"

"예를 들면 마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 전투 능력에서는 사야를 압도하는 실력을 가진 자가 필요하다."

"....기사네."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레 루나에게로 향했다.

"잘 모르겠지만, 사야랑 싸우면 되는 거지?"

팔을 걷고 일어나는 루나의 모습을 보자 걱정이 앞섰다.

"..인비디아. 그런 거 말고 다른 방법은 없어?"

"현재로서는 이것뿐이다."

"싸우자, 사야!"

인비디아의 발언이 루나의 스위치를 자극한 것 같았다.

"..."

루나의 외침을 들은 카르네가 물었다.

"잠깐, 쟤들을 어디서 싸우게 하려고? 사야가 멀쩡히 살아있다는 걸 다른 사람에게 들켰다간 계획이고 뭐고 다 끝이야."

"..넌 생긴 것과 달리 의외로 예리하군, 인간. 걱정말거라. 다 방법이 있으니."

인비디아의 양팔이 그물의 형태로 기괴하게 변형되더니, 나와 루나의 머리에 씌워졌다.

"너희가 싸울 곳은, 내 정신세계 속이다."

"....!"

인비디아의 손아귀가 머리를 집어삼켰고, 눈앞이 암전되며 의식이 튕겨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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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최애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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