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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소설에 전생했다-73화 (73/102)

〈 73화 〉 구출 작전 (1)

* * *

클레드의 처형 집행이 예정되어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루나와 카르네 두 사람은, 불안해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말도 안 돼. 클레드 교관이 반역죄라고…?"

정치적으로 관여되는 게 싫어서 제국의 높은 인사들과도 대화 한마디 참여하지 않는 사람인 그가 반란 모의 죄로 잡혔다는 사실이 카르네에게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분명 뭔가 잘못됐어. 아카데미 측에 항소해서.."

"그건 무리야."

카르네의 말을 끊은 것은 루나였다. 평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그녀가, 우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사야 때도 몇 번이고 항소문을 보내봤어. 이미 황제에게까지 소식이 들어간 이상, 우리에게 그걸 되돌릴 방법은 없어."

아르모니아 제국에서 황제의 말은 곧 법이고, 절대적인 원칙이었다. 다만 이번 황제가 상당히 깨어있는 인물인지라 그런 점이 많이 부각되지 않았을 뿐.

"그럼 어쩔 거야? 이대로 지켜보기만 하자고?"

"그건…"

두 사람은 바닥을 내려다보며 한숨만 쉬었을 뿐, 쉽사리 방법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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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본색을 드러내시는군. 비올레."

나무 위에 올라타 세말의 도심을 내려다보던 내가, 증오에 찬 눈으로 아카데미 쪽을 노려보았다.

[ 사야. 그를 구하러 갈 셈이냐? 그랬다간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될 텐데. 비올레도 네가 살아있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다. ]

'상관없어. 어차피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고.'

경비병들이 보초를 서는 숲 입구에 은거하던 중, 그들로부터 믿지 못할 얘기를 들었다. 클레드가 비올레를 살해하려다 실패했고, 반역죄로 잡혀 들어가 처형당할 운명에 처했다는 이야기였다.

[ 집행일까지는 앞으로 72시간 뿐이다. 어떻게 진입할 생각이지? ]

'..정면 돌파해야지.'

사실 수많은 병사가 지키고 있는 지하감옥에 단신으로 입성한다는 것은 엄청난 리스크를 가져올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저항군 동료들도 모두 죽어 없고, 남아있는 것은 나와 인비디아 뿐이었으니까.

'..가자.'

멀리 보이는 지상에 난 감옥의 입구를 향해 튀어 올랐다. 높은 곳에서 착지하며 문지기들의 등 뒤로 뛰어내린 나는, 변형된 손을 가시처럼 만들어 문지기 두 명의 몸을 순식간에 꿰뚫었다. 그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즉사한 것을 확인한 후 철장을 부쉈지만, 문 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중무장한 병사들이었다.

"그 괴물이다!"

[ 너에 관한 소문이 꽤 퍼진 것 같군. 귀찮게 됐어. ]

어떻게든 감옥을 뚫고 진입할 생각이었던 나는, 거리낌 없이 주문을 난사해 밀려오는 병사들을 가루로 되돌렸다. 주문을 뚫고 진입한 병사들은 모두 사르카 가시로 찔려 관통시켰다.

"윽.."

기이하게 변형된 내 신체가 주는 시각적 공포, 그리고 닿기만 해도 죽어 나가는 주문 탓에 병사들은 초반의 기세들은 어디 가고 몸을 움츠린 채 하나둘 뒷걸음질 쳤다. 어떻게든 그들을 뚫고 지나갈 생각이었던 나는, 전방을 노려보며 이야기했다.

"비켜. 목숨이 아깝다면."

"...옙!"

의외로 나의 말에 순순히 병사들의 사이가 갈라지며 길을 만드는 듯싶었으나, 그 사이에서 나온 것은 의외의 인물의 목소리였다.

"..칼을 뽑아놓고 전장에서 물러나다니. 제국 병사들로서의 자긍심은 어디로 간 겁니까?"

병사들 사이에서 정갈한 제복 차림새로 걸어 나온 그녀는, 단정한 은발의 반 묶음 머리를 바람에 나부꼈다. 땅에 큼직한 클레이모어를 내리찍은 여자가 내 쪽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런 곳에서 다시 만났군요. 사르카 여자."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와 또 다시 마주한 그녀의 얼굴에, 나도 모르게 그 이름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유리?"

내게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는 듯, 그녀는 눈썹을 움찔거렸다.

"...그 이름을 어디서 주워들었는지는 몰라도, 당신 따위가 함부로 불러도 될 만한 이름은 아닐텐데요."

이제는 차기령사단장 유리 프리지아가 된 그녀는, 뽑아 든 칼끝을 나를 향해 겨냥했다.

"이번엔 확실하게 죽여드리도록 하죠."

그 모습에 인비디아가 의아한 듯 말을 걸어온다.

[ 저 여자, 역시 너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 아마 비올레의 짓일 거야.'

카르네에게 했던 짓을 통해, 유리에게도 세뇌를 걸었을 것이라고는 짐작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감옥으로 들어가 클레드를 구출해야 했던 나는, 그녀를 향해 사르카 발톱을 들이밀었다.

"비켜, 유리."

"아까부터 계속 남의 이름을…!"

유리가 거대한 클레이모어를 휘두르며 돌진해왔고, 나는 몸을 뒤로 숙이며 그것을 간발의 차로 피해냈다.

[ 어쩔 테냐, 공격할 테냐..? ]

'..기다려.'

진심으로 하지 않으면 이쪽이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상대가 유리인 탓에 쉽사리 전력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도망치지 마…!"

유리 또한 전혀 공격을 해오지 않는 나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얼굴에 한층 그림자가 짙어졌다.

'그랬지, 유리가 제일 싫어하는 건..'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바로 상대가 진지하게 싸움에 임하지 않는 것이었다. 더욱이 내가 첫 승부 이후로 한 번도 그녀와 제대로 된 승부에 응해주지 않았기에 그러한 성향은 더욱 강화되었으리라.

열이 뻗친 유리는, 오스테온을 소환해냈다.

"기간타스!"

일찍이 유적지에서 마주친 적 있던 유리의 오스테온이 그 거대한 몸집을 드러냈다.

[ 일전의 그 녀석이다..!]

기간타스는 거대해진 몸집만큼이나 커다란 얼음 대검을 이쪽을 향해 내리찍었다. 그것을 피해내기 위해, 뒷다리를 토끼처럼 변형 시켜 각력으로 튀어 올랐다.

[ ..이래서 내가 오스테온이 싫다는 거다. 저놈들의 능력은 당최 분석을 할 수가 없어. ]

인비디아의 능력으로 분석이 가능한 건 같은 사르카나 인간들 뿐이었다. 이미 자신과 하나 된 댕댕이를 제외한 다른 오스테온들에게서는, 단순히 모습을 흉내 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쿵.

거대한 서리 갑주를 두른 골렘이, 공기가 공명하는 소리를 내며 땅을 수도 없이 내려찍었다.

'크윽..!'

위력이 어찌나 흉포한지 제대로 된 지반이 남아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지금껏 수많은 사르카를 흡수해오며 자연에서는 상대할 생물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였던 나였지만, 극도로 단련된 오스테온 앞에서는 사르카의 힘도 모두 속수무책이었다.

죽기 살기로 집채만 한 대검을 피해가며 기간타스에게 주문을 날리고 있을 때, 인비디아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 사야, 뭔가 수상하다. ]

'..너도..?'

[ 그래. 저번 싸움에 비해서 그녀는 지나칠 정도로 마법을 아끼고 있어. ]

마법을 아낌없이 퍼부으며 나를 붙잡으려던 저번 싸움과 달리, 유리는 멀찍이 떨어져오스테온과 내가 싸우는 것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언제까지고 피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에, 기간타스에게 슬슬 유효타를 먹이지 않으면 안됐다.

'팔을 늘려서..!'

팔을 변형 시켜 그의 다리에 묶고 육중한 몸의 중심을 잃게 하여 쓰러뜨린 뒤,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 정중앙을 조준했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지만…'

파랗게 빛나는 핵이 들어 있는 부위를 정확히 파괴하면 기간타스는 소멸할 것이었다. 내 손끝에서 주문이 발사되려고 하는 순간, 유리가 칼을 바닥에 쿵 하고 꽂으며 소리쳤다.

"기간타스, 일체화!"

'일체화..?'

그녀의 외침에 기간타스가 말 그대로 온몸에서 빛을 내며 흩어졌고, 유리의 거대한 클레이모어에 흡수되기 시작됐다.

평범했던 클레이모어의 날에 얼음이 형성되며 무시무시한 빙설의 대검으로 탈바꿈했다.

'..오스테온이 무기와 결합을..?'

거대한 오스테온의 힘을 칼 하나에 응축시킨 형태를 띤 얼음 대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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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수치라는 것이 존재했었다.

사야가 전개에서 벗어나는 일을 할 때마다 꾸준히 쌓여나갔던 그 수치는, 단순히 사르카의 생태만을 변화시킨 것이 아니었다.

해당 생물종으로부터 상반되는 위치에 있는 오스테온에게도 한 단계 위의 진화를 탄생시켰다.

령사의 몸을 지키려는 오스테온의 집념이 모여 만든 궁극의 형태. 그것을, 령사들 사이에서는 일체화라고 이름 붙였다.

[ 사야, 뭔가 온다..! ]

칼 한 자루에 모든 마법력을 집중시킨 유리가 허공에 칼을 휘두르자, 칼로부터 날아온 검기가 사야의 왼쪽을 스쳤다. 그저 날린 검기에 닿았을 뿐인데, 사야의 변형된 왼쪽 팔이 깔끔하게 절단되어 허공에 흩어졌다.

'강해..!'

대검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속도로 유리는 빠르게 사야를 향해 돌진했다. 당황한 사야가 다른 쪽 발톱으로 칼을 받아내 보려 했지만 놀라운 만큼의 경도에 그녀의 남아있던 사르카 팔까지 허무하게 베여버린다.

[ 사야, 일단 후퇴를..! ]

"이번엔 놓치지 않아..!"

그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검은 날개를 뻗어낸 사야였지만, 그 역시 유리의 검에 의해 무력하게 잘려 나가고 만다.

"크윽..!"

어느새 몸에 남아있는 사르카의 조직이 전부 베여져, 그녀의 몸은 다시 순수한 인간의 형태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바닥에 손을 짚고 쓰러진 사야에게, 유리의 칼 끝이 향했다.

"..."

1년 반이란 시간 동안 강해진 것은 사야 뿐만이 아니었다. 유리또한 자신의 나름대로 강해질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 비약적으로 힘을 길러왔다. 다만 그 힘이 이런 식으로 사야에게 향하리라는 것은, 과거의 그녀로서는 차마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쿡.

바닥에 쓰러진 그녀를 노려보는 유리의 상처가 쑤셔왔다.

이상했다.

이자를 보고 있자면, 등 뒤의 상처가 쑤셔서 견딜 수가 없다.

"남길 말이라도?"

사야의 목 위에 서리 칼날이 드리워지고, 그녀는 직감했다. 이대로면 그녀에 의해 죽는다는 것을. 예상치못한 난관에 부딪힌 사야는 위험한 도박을 시도하고자 했다.

'..인비디아. 이라를 해방해.'

인비디아의 힘을 빌어 또 다른 고대종, 분노의 이라에게서 힘을 흡수한 그녀였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그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한 번이라도 힘을 해방시키면, 몸의 주도권이 어떤 식으로 변경될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최악의 경우, 주체권을 빼앗기고 평생을 사르카로 살아가야 할 수도 있었다.

[ 몸이 통제를 벗어날 거다, 사야. ]

'상관없어.'

상황은 점점 조여오고, 그녀들이 날카로운 눈빛이 서로 맞닿았을 때였다.

".....앗!?"

바닥에서 튀어나온 대량의 덩굴이 사야의 몸을 집어삼키며 땅속으로 끌어당겼다.

"......!"

그 모습을 본 유리가, 그녀를 향해 칼을 내리찍었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땅속으로 사라져 버린 뒤였다. 또다시 표적을 놓쳤다는 사실에 격분한 유리가 칼을 땅에서 강하게 뽑아내며 병사들에게 명했다.

"빨리 흔적을 쫓으세요..!"

"옙!"

심호흡을 하고 흥분을 잠시 진정시킨 유리가, 그녀가 사라진 지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또 도망치다니."

­­­­­­­­­­­­­­­­

다시 땅 밖으로 나온 사야는, 땅속을 지나느라 잔뜩 머금었던 흙을 토해냈다.

"케헥…. 켁..!"

흙이 눈을 덮을 정도로 들어갔기에 겨우 눈을 비벼 시력을 되찾은 사야는, 자신의 눈앞에 그려진 두 개의 인영을 마주했다. 왼쪽의 누군가로부터,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죽여달라고 공연을 하고 다니지 그래?"

"..당신들 대체.."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때, 옆에 있던 또 다른 여자가 자신을 한껏 끌어안았다.

"...!"

사야 자신을 진정시키는 특유의 향기 때문에, 굳이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살아있었구나. 사야."

나를 맞이한 것은 카르네와 루나였다.

그것은, 그녀들과의 1년 반만의 재회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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