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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소설에 전생했다-60화 (60/102)

〈 60화 〉 마침표

* * *

積く????????뿥罾????鄏????????????ふ“오랜만이야, 길리언. 이것 좀 풀어줄래?”

나를 단번에 알아본 길리언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나를 등으로 가리고 앉았다.

“여긴 왜 온 거야…? 미쳤어?”

길리언은 예나 지금이나, 좀처럼 침착하지 못하는 건 여전해 보였다.

“오늘 아침이 되면, 령사들이 여길 몰려올 거야. 비전투원들을 대피시켜야 해.”

“너도 그 령사중에 하나야. 빨리 여기서 나가. 대장이 알기라도 했다간….”

나는 그의 손목을 잡고, 간곡하게 말했다.

“백묘를 만나게 해줘, 길리언. 내가 직접 말하면 믿을 거야.”

“지금 도적단 내부가 어떤 분위기인지 알기나 해? 대장이 널 봤다간 동료고 뭐고 눈 돌아서 죽일 거라고!”

최근 들어 거세진 수인 탄압으로 인해, 수인들은 마을에 발을 딛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인간 중에서도 특히 령사라는 자들이 주축이 되어, 길거리를 전전하던 수인들을 거리낌 없이 죽이는 짓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무슨 소란이냐?”

어둠 저편에서,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위기만으로 다른 수인들을 압도하는 그 목소리는,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물에 뭔가 잡힌 모양이군. 길리언.”

그녀의 눈에 띄지 않게 나를 필사적으로 몸으로 가리던 길리언은, 우물쭈물하며 말을 이어갔다.

“..저기, 대장. 그러니까….”

“음?”

"돌아..왔습니다."

"뭐가!?"

그녀의 추궁에 못 이긴 길리언은, 슬그머니 몸을 옆으로 비켰다.

“사야가, 돌아왔습니다.”

"..."

그녀와 눈을 마주친 나는, 씩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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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사용할 수 있는 기구란 기구는 전부 동원되어 내 몸을 속박했다.

얼마나 나를 꽁꽁 싸맸는지, 재갈의 빗겨나간 희미한 틈으로 숨을 겨우 내쉬는 게 고작이었다.

“...재갈은 풀어줘라.”

“네, 대장.”

그녀가 내 입으로부터 재갈을 풀자, 차가운 공기가 한꺼번에 입으로 들어왔다.

“케엑…푸웁…”

거친 숨을 몰아쉬는 내 목 위로, 여러 개의 차가운 금속의 느낌이 다가왔다.

“..대답을 신중히 골라야 할 거다, 령사.”

나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에서는, 이전과 같은 부드러움은 단 한치도 느껴지지 않았다. 혐오스러운 짐승을 보는 듯한, 차가운 목소리만이 돌아올 뿐이다.

“대체 무슨 낯짝으로 여길 찾아왔지?”

질문에 대답하라는 듯이, 누군가의 손이 내 머리칼을 바짝 잡아 올렸다. 그 덕분에, 고개도 자연스레 딸려 올라간다.

“날이 밝으면, 령사들이 여길 칠 거에요. 어린아이고 여자고, 전부 죽인다구요.”

“그래서?”

“비전투 인원들을 미리 대피시켜야 해요.”

“...흠.”

내 말에 손가락을 까딱대며 뭔가를 생각하는 듯했던 백묘는, 앉아있던 곳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온 듯했다.

“거절하지.”

그녀는 단호하고 명확하게, 내 조언을 거절했다.

백묘는 내 멱살을 끌어 잡고, 자신의 얼굴에 가까이 붙였다.

"내 부하들 중에는, 동료를 버리면서까지 살아남고 싶어하는 자는 없다. 그게 어린 아일지라도."

나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살려야 해요. 대장."

"누가 네 대장이라는 거야….!"

백묘의 주먹이 내 옆의 벽을 강타했고, 돌조각이 후두둑 떨어졌다. 잔뜩 힘이 들어간 주먹이지만, 소리치는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가는 떨림이 느껴졌다.

"..."

비록 안대로 눈이 가려져 있지만,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백묘는 한번 줘버린 정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에게 안대를 씌운 것도, 필시 나와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네가 제 발로 도적단을 나갈 때, 분명 난 다시 널 만났을 때 죽이겠다고 했다."

백묘의 손아귀가, 강하게 내 목을 쥐어 잡았다. 숨을 쉴 수가 없기에, 신음만을 겨우 흘려보낸다.

"그렇다면, 죽고 싶어서 온 거겠지."

목을 조여오는 힘이 강해졌지만, 나는 반항하지 않았다.

"..저를 죽여도 좋아요. 대신, 아이들만큼은…. 살려 보내주세요.'

내게서 읽고 쓰는 법을 배웠던 그 수인족 아이들이 아직도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제대로 된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도적단을 나왔던 나에게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아이들이었다.

"......이런, 지랄 같은…."

의식이 날아가기 직전, 백묘가 신경질적인 욕을 내뱉으며 내 목에서 손을 거두었다.

"..네 친구를 봐서, 흑견을 통해 귀띔 정도는 해주마. 길리언에게 감사하도록 해. 그놈이 말리지 않았으면, 널 그 자리서 쳐 죽였을 거니까."

그녀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충분해요."

전투원들은 여길 떠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뼈를 묻는 한이 있어도, 여길 두고 떠날 사람들은 아니었으니까.

"좋아. 이제 마음 바뀌기 전에 여기서 썩 꺼져."

그녀가 내게 묶여있던 속박구들을 가볍게 부셔내고, 빠르게 뒤돌아 사라졌다.

백묘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여전하네요, 당신은.''

그녀는 마지막까지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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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덴 숲을 빠져나오는 중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야생동물인가 싶어 단검에 손을 올렸지만, 그 정체는 의외의 인물이었다.

"하아…. 다행이다. 아직 안 늦었어요."

옷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검은 귀와 머리카락, 그리고 엉덩이 부분의 검은 꼬리는 누가 봐도 흑견 씨의 것이었다.

"흑견 씨? 여길 왜…."

내가 말을 다 꺼내기도 전에, 그녀가 나를 가볍게 포옹했다.

"백묘님은 반대했지만, 제가 어떻게 샤야의 얼굴을 안 보겠어요. 이제 앞으로 평생 못 볼지도 모르는데."

"...기쁘네요."

그녀와의 가벼운 포옹을 끝내고, 나는 침착하게 상황을 전달했다.

"잘 들어요. 아지트에 돌아가는 대로 짐을 챙겨서 노인과 아이들을 데리고 최대한 멀리 도망치세요. 해가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령사들이 여길 습격할 거예요."

"..당신도, 여기서 우리와 싸우러 온 령사인 거겠죠?"

그녀의 질문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흑묘는 나를 이해한다는 듯, 인자한 미소로 답했다.

"우릴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사야의 말대로,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는 인원들은 여기서 대피시키도록 할게요."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그리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순 없었다. 헤어지기 전, 나는 클레드의 부탁을 잊지 않고 그녀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랬군요. 제 아버지가…."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인 흑랑에 대한 기억이 없다시피 하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흑랑의 최후가 어떤 식이었는지는 내 입을 통해서 처음 전해 들었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수인을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거네요."

그 말을 하는 흑견씨의 눈은, 묘하게 반짝거렸다.

"이제 가요, 사야. 늦겠어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흑견 씨."

그녀에게 등을 돌려 숲 밖으로 나오려는데, 뒤에서 조용히 한마디가 들려왔다.

"..또 봐요."

"...?"

마지막 말에 기시감을 느껴 뒤를 돌아봤을 때는, 이미 그녀는 사라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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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장비를 점검해라. 놈들은 령사를 한번 죽였던 집단이니, 어떤 수를 써올지 모르는 일이다."

클레드의 명령에 따라, 령사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장비를 챙기는 내 두 손에는, 평소와 비교할 수 없는 무게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새까만 단검 한 쌍을 꺼내어, 날을 갈아냈다. 갈아낸 날은, 한때 동료였던 자들의 피로 붉게 물들 것이다.

내 옆으로 걸어온 클레드가, 진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필요한 일은 다 끝냈겠지. 사야."

"..네. 교관님 덕분에요."

이제 잡다한 생각은 버리고, 오직 전투원으로서 임무에 집중하는 일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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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덴 숲을 통해 아지트로 들어가는 길은 험난했다. 외부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 온갖 함정이 설치되어 있음은 고사하고, 통행에 방해되는 구조물을 잔뜩 설치하여 방향을 헷갈리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노력들도, 마법을 가진 령사들 앞에서는 조금 귀찮은 장치에 지나지 않았다. 구멍이 있으면 얼려서 메꾸었고, 나무로 된 장벽은 불태워 없앴다.

전략적으로 보았을 때, 검은 개 도적단이 령사 군대를 상대로 승리할 가능성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령사를 상대로 한 명의 사상자라도 내는 것이 기적일 것이다.

'...도망쳐요, 제발.'

아지트에 가까워지는 동안, 내심 그들이 지금이라도 도망쳤기를 빌고 또 빌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곧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제 발로 찾아오셨군."

검은 개 도적단의 전투원은 하나도 빠짐없이 우리를 포위하며 둘러쌌고, 비올레를 포함해 스무 명 남짓한 령사들을 훨씬 웃도는 인원들이었다.

'젠장, 전부 아는 얼굴이야…'

애써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으려고 애쓰며, 단검을 꺼내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서로 대치 중인 상태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이 꽤 흘렀고, 마침내 비올레 령사단장이 입을 열었다.

"우리 령사 측에서, 너희 도적놈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기로 했다. 무기를 내리고 순순히 투항한다면, 아프지 않게 한 놈씩 차례대로 목을 베 주도록 하지."

그 말을 들은 백묘 대장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지며, 그에게 혐오감을 드러내었다.

"..이래서, 내가 령사놈들이 싫다는 거다. 발사해!"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사방에서 일제히 화살이 쏟아부어 졌다.

"오스테온을 소환해 방패로 삼아라! 놈들의 화살은 오스테온에게 흠집 하나 낼 수 없다!"

비올레의 명령대로, 스무 명 남짓한 령사들이 일제히 자신의 오스테온을 앞세워 소환했다.

"교체!"

그들은 오스테온을 소환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석궁을 교체한 후 화살 세례를 쏟아부었다.

"크허억…!"

내 옆에 서 있던 령사 하나가 가슴팍에 화살을 맞고 쓰러졌고, 오스테온을 앞세운 다른 령사들도 당황하기 시작했다.

분명 평범한 무기는 통하지 않아야 했을 오스테온이, 날아오는 화살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화살의 촉을 자세히 보니, 금속이 아닌 새빨간 무엇인가가 고정되어 있었다.

'이거.. 혈석 화살인가…?'

과거 윈드가르트와의 전투 이후, 성장한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오스테온을 처리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안해온 끝에, 내가 사용했던 방식처럼 석궁을 통해 혈석 화살을 운용하는 방법을 터득했던 것이다.

사르카의 몸에서 생성되는 재료인 혈석으로 만든 화살은 오스테온에게 아주 잘 먹혀들었고, 령사들은 화살 세례 앞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 사야, 버티기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핵을 이리저리 옮기는 것도 슬슬 한계군. ]

몸속의 핵의 위치와 크기를 자유자재로 옮길 수 있는 인비디아조차 힘겨워했을 정도로, 쏟아부어 지는 혈석 화살의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

주변에서 이미 다섯 체가 넘는 오스테온이 화살에 핵을 피격당해 소멸했고, 화살에 직접 피격당한 령사들 또한 상당했다.

뒤늦게 빙령사들이 연합해 얼음장벽을 세웠지만, 령사 측의 피해는 이미 상당했다. 몇몇 오스테온이 소멸했을뿐더러, 대부분의 오스테온은 화살 세례 때문에 더 이상 싸우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있었다.

"화살이 그쳤군."

어느 기점으로 더 이상 화살이 날아들지 않았고, 우리는 그들의 화살이 전부 떨어졌음을 직감했다.

"원거리 마법 공격을 준비해라! 화살이 없는 이상 그들이 원거리에서 대처할 수단은 전무하다!"

반격의 시간이었다.

령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원거리 마법을 시전했고, 온갖 속성의 마법을 매복해있던 도적 단원들을 향해 퍼부어지기 시작했다.

"단장님, 뭔가 이상합니다…! 마법이 통하질 않습니다!"

"뭐…?"

그들이 열심히 날린 속성마법들에도 불구하고, 마법을 직접적으로 맞은 인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멀쩡하게 이쪽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돌진해라!"

백묘 대장의 명에 따라, 날아오는 마법을 피하지도 않고 달려드는 도적단원들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클레드가 달려오는 그들을 보며, 표정을 구겼다.

"..저항 물약을 있는 대로 발라둔 거다. 미친놈들…!"

특수한 약재를 달여 만들 수 있는 저항 물약은,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졌다.

하나만 발라도 부작용이 일어나는 독한 물약을 잡다하게 몸에 쏟아부었으니, 그들이 이 전투에 얼마나 사활을 걸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령사 측, 근접전을 대비해라!"

쪽수를 내세워 달려드는 도적들과 령사들간의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장비의 질이나 전투력에서는 령사 개개인이 도적단원들을 압도했지만, 도적단원들이 수인이라는 데서 오는 신체적 능력의 차이가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메워내고 있었다.

나를 향해 달려드는 수인 단원을, 팔꿈치에 있는 칼날로 그어낸 뒤 단검으로 마무리했다.

'이쪽으로 오지 마, 제발…!'

동료를 베었다는 죄책감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그의 등에 박힌 단검을 다시 뽑아내는 중에, 뒤에서 달려드는 인기척에 고개를 휙 돌렸다.

"...!"

나를 향해 달려들고 있던 것은, 도적 시절 몇 번이나 나에게 단검술을 알려주었던 단원이었다. 광분하며 달려드는 그와 달리, 나는 그 자리에서 망설이고 말았다.

그의 칼이 내 몸에 닿기 직전, 루나가 그의 등을 사브르로 깊게 찌른 뒤 발로 걷어찼다.

"정신 차려, 사야! 여긴 전장이야!“

”...“

다시 단검을 집어 든 나는, 좀처럼 침착할 수가 없었다. 어느 쪽을 보아도, 한때 동료였거나 현재 동료인 자들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처음 전장에 들어서기 직전 했던 각오가, 위태롭게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 사야. 왜 고민하고 있느냐? 내 힘을 빌리면 손쉽게 이길 수 있을 텐데. ]

'이런 건, 뭔가 잘못됐어….'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전장에 서 있었을 때, 어딘가에서 카르네의 긴박한 외침이 들렸다.

"유리, 뒤에…!"

수인 단원을 상대하던 유리의 등 뒤로, 다른 단원이 칼을 빼 들고 달려들려고 하고 있었다.

'....그랬었지. 나는, 령사 쪽에 서 있어.'

유리를 구하기 위해 순식간에 손가락을 빼 들고, 도적을 겨냥해 타나토스 주문을 발사했다.

1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손끝으로부터 발사된 검은 광선이 그를 꿰뚫어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남기었다.

"..."

자신이 도움받았음을 알아챈 유리는, 내게 감사의 의미를 담은 눈빛을 보냈다.

'인비디아, 검은 화살을.'

[ 드디어 싸울 마음이 생겼군, 사야. ]

내가 발사해낸 검은 화살이 몇 발이고 도적 단원들의 심장을 꿰뚫었고, 달려드는 적들은 인비디아의 발톱에 의해 산산이 찢겨나갔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저 철저히 이성에 입각해 그들을 적으로 인식하고 고깃덩어리처럼 찢어발겼다.

죽여도 죽여도, 좀처럼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어차피 구하지 못할 사람들이라면, 나는 그저 이 시간을 빨리 넘기고 싶었다.

그렇기에, 더욱 열심히 죽이고, 또 죽였다.

­­­­­­­

"....끝났군."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전투는, 백묘 대장을 움직이지 못하게 사로잡음으로써 종료되었다.

산더미 같은 시체의 옆에서 숨이 붙어있는 몇 명의 도적 단원들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몸에 수인의 피로 잔뜩 피 칠갑을 한 비올레가, 제압당한 백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공부를 많이 했더군. 결국, 네놈들이 질 운명이었지만 말이다."

그가 다가오자, 백묘는 그를 향해 침을 뱉으며 웃었다.

"쓸데없는 소릴 지껄일 거면 빨리 죽여라. 부하들 곁으로 가고 싶으니까."

"..소원대로 해주지."

그가 칼을 높게 들어 올렸고, 그녀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를 향해 웃고 있었다.

"...단장님."

나는 그의 앞을 막아서며, 단호하게 요청했다. 갑자기 앞을 막아선 나에게, 그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처형은 제가 맡을게요."

내 요청에, 단장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나는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의 목에 단검의 날을 가져다 댔다.

"....."

백묘는, 그런 나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억지로 표정을 감추고 말했다.

"..잠시나마, 당신의 부하였던 것이 영광이었어요. 대장."

"..나는…."

백묘가 입을 열자마자, 손에 힘을 주어 그녀의 목을 강하게 그어냈다.

시뻘건 선혈이 그녀의 목을 통해 뚝뚝 떨어졌고, 그녀는 끝까지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이제.. 망설이지.. 않는구나.."

하다못해 그녀의 최후만큼은, 내 손으로 끝내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백묘의 숨이 멎기 작게 뭐라고 중얼거린 듯했으나 나는 그 단어를 끝내 듣지 못했다.

결국 마지막까지도, 백묘는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편히 쉬어요. 대장."

그녀에 대한 처형이 끝났지만,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꼼짝없이 움직이지 않았다.

한 발짝만 움직여도 무너질 것만 같아서, 고개를 처박은 채 땅바닥만을 바라보았다.

"..좋아. 이곳 상황은 전부 정리되었군."

비올레가 숨을 고르며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이제는 정말로 모든 것이 끝났고, 세말로 귀환하는 일만이 남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도망친 인원들을 쫓는 건 어떻게 됐지?"

나는 그의 발언에 멈칫하고 고개를 틀었다.

'도망친 인원…?'

"그게…. 웬 여자 하나가 반항을 해오기에 죽였습니다만, 그 바람에 다른 인원들은 아직 붙잡지 못했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커다란 보따리를 흔들었다.

"잘라 온 머리를 챙겨온 건가? 어디 보여주게."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설마. 아니겠지. 하는 작은 희망은, 어느새 공포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검은 머리를 지닌 수인 여성의 머리입니다."

고갤 돌려 두 눈으로 그것을 목도한 순간, 내면의 무언가가툭. 하고 끊어졌다.

“......무슨 짓을…”

피가 미칠듯한 속도로 돌았고, 심장의 박동이 가속됐다.

[ 위험하다, 사야. 그 이상은…. ]

“비올레………!!!”

내면의 분노는 힘이라는 형태로 발산되어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시야의 반쪽이 검게 물들고, 팔은 기이하게 변형되어 발톱을 만들어낸다.

비올레.

그를 죽이겠다는 단 하나의 신념만이 머릿속에 남은 채, 모든 기억은 하얗게 불태워진다.

“....!”

비올레가 기시감에 뒤를 돌아봤을 때는, 이미 접근을 허용한 후였다.

증오심만으로 일구어낸 발톱이 그의 안면을 베어 갈랐고, 그는 대처할 틈도 없이 한쪽 눈을 당하고 말았다.

“비올레님….!”

주변에 있던 령사들이 잽싸게 나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고, 그것을 물 흐르듯 피해냈다.

“...저건 대체…?”

비올레가 자신의 한쪽 눈이 있었던 자리를 쥐고서 흐릿한 시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인간의 모습에 가깝지만, 까맣게 착색된 눈과 기이하게 변형된 팔은 이미 인간이라 하기에 멀리 온 것이었다.

[ 사야! ]

머릿속에 들려오는 인비디아의 목소리에, 이성을 되찾고 자신의 몸을 살폈다.

‘...뭐야. 이거…?’

본래 왼팔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흉측한 검은 발톱 같은 조직이 있었고, 시야는 끔찍하게 변형되어 있다.

“.....사야?”

루나가 조금씩 내게 다가오자, 손을 가리며 소리쳤다.

“이쪽으로 오지 마…!”

나를 바라보는 루나의 표정도, 카르네와 클레드의 표정도 모두 같았다.

모두 그 자리에 딱 굳은 채, 나를 같은 눈으로 보고 있었다.

주변을 미칠 듯이 두리번대던 나는, 숲속을 향해 빠르게 뛰어갔다.

“사야, 기다려…!”

유리가 나를 뒤따랐고, 멀리서 비올레의 음성이 들려왔다.

“뒤쫓아라! 놓쳐서는 안 된다…!”

나는 흐릿한 시야로, 숲속을 달리고 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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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산길을, 목발을 짚은 남성이 아이들을 이끌며 걷고 있었다.

그들 중 호기심이 많은 아이 하나가, 그를 향해 물었다.

“길리언 오빠, 백묘 대장이랑 흑견 언니는?”

그는 잠시 대답을 망설이다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멀리 여행을 갔어. 엄청 먼 곳으로.”

그는 아이들을 보채며, 걸음의 속도를 올렸다.

“해가 지기 전에 좀 더 가둬야 해. 다들 움직이자.”

앞장서 걷던 그는,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걸음을 멈추고 위를 쳐다보았다.

가지에 붙어있던 나뭇잎들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며 하나씩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사야, 네 덕분에 아직 여기 서 있어.’

길리언은, 한번 눈을 감았다 뜬 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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