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 도돌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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積く????????뿥릾????鄏????????????????????멧돼지 사르카에게서 성공적으로 소화 능력을 가져온 뒤로, 식욕이 부쩍 늘었다. 원래도 소식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그 자리에서 기본으로 남들의 두 배는 먹을 만큼 식욕이 왕성해졌다.
내 먹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루나가, 걱정스레 말했다.
“천천히 먹어. 체할라.”
“루나, 한 그릇 더 줄래?”
“또!?”
댕댕이의 모습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인비디아가, 사념을 보내왔다.
[ 능력을 상시 발동시킬 수 있는 건 좋지만, 식욕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었군. ]
‘어떻게 좀 해봐. 이러다 체중이 두 배가 되게 생겼다고.’
[ 그건 안 된다. 언제 독살의 위험이 있을지 모르니. 일단 체중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 없을 거다. 대부분 내 양분으로 전환하고 있으니까. ]
몸이 풍선처럼 불어나지 않는다는 건 다행이지만, 매일 이렇게 먹어대서는 밥을 차려주는 루나가 불쌍하다. 조금씩 줄여나가는 방법밖엔 없겠지…?
“루나, 나도 한 그릇 더 주겠어?”
맞은 편에서 열심히 그릇을 쌓고 있는 사람이 나 말고도 한 명 더 있었다. 나와 같이 식사를 시작한 유리가, 배부른 기색도 없이 바짝 내 식사량을 따라오고 있었다.
“유리도? 아, 알겠어….”
루나가 분주하게 움직였고, 나는 의아한 눈으로 유리에게 물었다.
“..배 안 불러, 유리?”
“불러.”
“그럼 왜 계속 먹는데?”
“너한테 지는 것 같잖아. 그에 걸맞게 먹어줘야지.”
‘..엥.’
설마 이런 데서까지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었을 줄이야. 요즘 잠잠하다 싶었더니 파견 이후로 더 적극적인 느낌이 들었다.
“두 사람 다 루나 좀 그만 괴롭히지? 누가 보면 아주 식당인 줄 알겠어.”
카르네가 홍차를 훌쩍이며 우리에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루나가, 시럽을 손에 들고 물었다.
“디저트 하나 더 해줄까, 카르네?”
우리의 눈치를 보던 카르네가, 작게 중얼거렸다.
“..두 개.”
‘ 자기도 똑같구만.’
요즘 우리 팀은, 루나가 둘이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눈에 다크서클이 짙어진 클레드가, 평소처럼 임무를 전달하기 위해 우리를 불러 모았다. 그런데 평소와는 달리 머리가 부스스하지도 않고, 술에 찌든 특유의 알코올 냄새가 전혀 없었다.
“술 안 드세요, 요즘?”
“...끊었다.”
그의 대답에, 전원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클레드가 술을 끊었다고…?’
평소 전용 창고에 술병을 쌓아두고 살 정도였던 그가, 술을 끊었다는 사실이 놀랍기 그지없었다.
“...그것보다도, 이번 임무에 관해 설명하도록 하지.”
클레드는 지도를 펼쳐서, 아르모니아 제국의 아래쪽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번 임무도 도적단 퇴치의 연장선이다. 여기가 이번 작전지역이야.”
그가 지도에 가리킨 부분에는, 작은 글씨로 지역명이 쓰여있었다.
[ 루덴 ]
“.....”
나는 글씨를 보자마자, 표정을 굳혔다.
“루덴이 어떤 지역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잘 알고 있겠지. 최고의 범죄율을 자랑하는 아르모니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다.”
루나와 내가 나고 자랐던, 끔찍하다면 끔찍했던 지역이었다.
“참고로 이번 임무에는, 비올레 단장님이 동참한다.”
“단장님이요…?”
“이번 임무는 저번처럼 단순히 잡다한 도적단 무리를 하나 소탕하고 돌아오는 급이 아니야. 단장님은 전 구역에 령사들을 풀어서, 관련 범죄 집단을 제대로 처리할 계획이시다.”
클레드는 지도를 접고, 우리에게서 돌아섰다.
“..과거에, 윈드가르트 루아레스라는 젊은 령사가 하나 있었지. 루덴 지방의 도적단에 의해 목숨을 잃었던, 국가적 인재였다.”
“루아레스….”
그가 말한 이름에, 유리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의 원한도 갚을 겸, 이번 작전에 아주 단단히 힘을 쓰시려는 모양이다.”
다들 그의 말에 집중하는 와중, 나만은 그럴 수 없었다. 식은땀을 흘리는 채로, 단검의 손잡이를 어루만졌다.
내가 지닌 두 개의 단검은, 그 윈드가르트 루아레스의 장검을 녹여 만든 무기였다.
[ 흥미롭군! 네가 죽인 거구나. 사야. ]
‘....그래.’
그를 죽인 건 당시 도적단원이었던 나였다. 그가 도적단을 단신으로 찾아왔을 때, 자신을 포로인 척 속여 무방비한 그에게 칼을 꽂았었다.
지금에서야 많이 옅어진 기억이지만, 그 이름을 들으니 그때의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었다.
“인간들로 이루어진 도적단들은 다른 팀들이 전담할 거다. 너희 같은 최상등급의 령사들이 단장님을 따라 행동할 곳은, 여기 있는 루덴 숲 근방이지.”
그가 말하는 장소는 루덴 숲 근방의 보급로 근처로, 수인들로만 이루어진 도적단이 마차를 노려오는 것으로 악명이 자자하다고 말했다.
“그들이 이번 작전의 최대 적수가 될 거다. 루덴은 크리오보다 두 배는 더 되는 거리니까, 챙길 짐이 있다면 미리 챙겨두도록 해.”
루덴에 수인들로만 이루어진 도적단이라고 하면, 딱 하나뿐이었다.
검은 개 도적단.
그들을 죽이러 가는 임무에, 나는 령사로써 파견되었다.
“..우웨엑….”
마차가 덜컹거리며 멈췄고, 나는 재빨리 문을 열어 참았던 것을 토해냈다. 먹은 것도 없었기에 위액만이 나올 뿐이었다.
루나가 그런 내가 걱정스러운 듯, 어깨에 손을 올리며 물었다.
“괜찮아?”
“...응, 멀미인가 봐.”
나를 유심히 보던 카르네가, 의아한 눈으로 말했다.
“별일이네. 저번 파견 때는 어지럽다는 말 한번 없었던 애가.”
카르네의 말처럼, 나는 본래 멀미 같은 걸 해본 적이 없었다. 이번 두통은, 어지러움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인 것에 가까웠다.
[ 끔찍한 두통이 느껴지는군. 그런 상태로 괜찮겠느냐? ]
‘..신경 쓰지 마.’
머리를 비우려 노력해봐도, 도적단의 익숙한 얼굴들이 떠올라서 내 머릿속을 자꾸 괴롭혀왔다.
‘..떠올리지 말자.’
지금의 나는, 그들과 싸우러 가는 것이다.
지금 내가 지켜야 할 자들은, 지금 나와 함께하는 이 사람들이다.
“적습이다!”
타고 있던 마차가 이름 모를 도적단으로부터의 습격을 당했다. 작은 규모의 인간 도적단들로 보였으나, 습격할 상대를 골라도 한참 잘못 골랐다.
싸움이 일어난 지 약 5분가량 만에 도적단은 타고 있던 령사들에 의해 제압되었고, 살아남은 몇몇 인원들로부터 습격 장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그들의 은신처를 추궁해 령사들을 데리고 들이닥쳤다.
“전부 잡아들여라. 아이 하나까지 빠짐없이.”
은신처에는 남아있던 도적단원을 비롯해 그 안에 살고있는 것으로 보이는 아이와 여자들까지 숨어있었다. 당연히 전투원들은 그 자리에서 목을 베었고, 남아있는 여자들과 아이들이 벌벌 떨며 령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클레드가 이들을 보며, 비올레 단장에게 물었다.
“단장님, 이 인원들의 처분은….”
“다를 것 없다. 똑같이 목을 쳐.”
그의 발언에, 여성이 흐느끼며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클레드도 그의 말에 약간 당황했는지, 다시 한번 말했다.
“단장님. 이들은 저희를 해칠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일단 수송 마차에 태워 세말로 데려가는 편이….”
“무르군, 물러. 클레드.”
“..예?”
“이 자들을 풀어준다면, 후에 어떤 일을 일으킬 것 같나?”
비올레는 여자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강하게 들어 올렸다.
“이 자들이 사회에 나가서, 제국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
“결국 여자들은 밥을 빌어먹기 위해 다른 도적단에 빌붙거나 창녀가 될 뿐이고, 아이들은 소매치기 따위로 연명하며 길거리를 전전하다가 결국 방금 그자들과 똑같은 도적 따위로 클 뿐이다.”
비올레는 검을 뽑아 들고, 령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도 이들을 처형하는데 동의하지 않는가?”
령사들은 제각각 그의 눈을 피해 시선을 돌렸다.
“그럼, 내가 하도록 하지.”
그는 거리낌 없이 검을 휘둘러, 그들의 목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평소의 비올레에게선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잔혹함이었다.
비올레는 칼에 묻은 피를 천으로 닦으며, 클레드의 옆을 지나친다.
“...쓸데없는 동정은, 재앙으로 돌아올 뿐이란걸 명심하게.”
클레드는 눈을 바닥에 깔고, 조용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단장님.”
그 자리의 모두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마차는 루덴에 가까워졌고, 카르네가 작게 중얼거렸다.
“...믿을 수 없어. 단장님이 그런 짓을 하다니.”
비올레의 수많은 입양아 중 하나였던 카르네로서는, 그의 이런 비인륜적인 행동이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저런 건…. 마치 비올레님이 아닌 것 같은….”
가늘게 떨리는 카르네의 손을, 루나가 가볍게 잡아 진정시켰다.
루나는 진지한 눈으로, 클레드를 보며 물었다.
“..클레드 교관님. 교관님은 단장님의 행위가 옳다고 생각해요?”
“....”
한참을 침묵하던 클레드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힘들구나.”
최근 인비디아 토벌전 이후로, 비올레 단장은 눈에 띄게 성격이 변화해갔다. 사소한 일에도 자주 욱하는가 하면, 소문에 의해서는 숲의 소동물을 잡아다가 고문하는 음습한 취미 같은 것도 생겼다는 모양이다.
“..하지만, 결국 단장님의 행동이 어떤 식으로든 제국을 위한 길이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우린 명백히 그의 통제 아래 있는 령사로써, 주어진 임무를 다할 뿐이야.”
비올레는 확실히 전 국가적 영웅에 가까운 존재였다.
한때 혼란스러웠던 제국의 범죄율을 그가 단장직에 오른 후 기하급수적으로 줄여나갔고, 그것이 고스란히 제국의 평화로 이어진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모두가 혼란스러워하는 와중, 나와 유리는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고 창밖만을 바라봤다. 그녀는 그의 그런 모습을 보고서도, 단장직의 후계자를 이어받을 마음이 있을까?
과연 그 안에 있는 것이 정말로 비올레가 맞는지,
아니면 비올레의 탈을 쓴 다른 무언가에 불과한 것인지는 의문이었다.
마차는 무사히 달려서 루덴 령사 본부에 도착했다. 전체적으로 많이 가라앉은 분위기였고, 다들 오랜 여행으로 피곤이 누적되어 누구 할 것 없이 짐을 풀자마자 곯아떨어졌다.
모두가 잠들기를 기다린 나는,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슬그머니 침대를 빠져나왔다. 장비를 챙겨 들고, 조용한 발걸음으로 막사를 나오려던 때였다.
“밤중에 어딜 가는 거지?”
누군가의 말소리에 놀라 옆을 보자, 클레드가 막사 천막에 기대어 서 있었다.
“버릇을 못 버리고 결국 도적단에 돌아가는 거냐. 사야.”
내가 한때 도적단원이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던 클레드였다. 밤중에 몰래 빠져나와 그들에게 찾아가려 했던 것 또한 예상 범위였던 것이다.
“...단장의 행동은 선을 넘었어요. 적어도, 도적단 내에 여자와 아이들을 미리 대피시켜야….”
“너는 령사다.”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한 클레드의 목소리가, 내 말을 찍어눌렀다.
“적에게 아군의 정보를 알리려는 것부터가, 심각한 반역 행위라는 것을 모를 리는 없을 텐데.”
“....”
“사람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직업을 택했으면, 거기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게 맞는 거다.”
그의 말에, 틀린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명백하게 반역 행위를 저지르려고 하고 있었고, 그는 그것을 교관으로서 지적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내게로 뚜벅뚜벅 걸어와서, 어깨에 손을 얹었다.
“.. 네가 이런 말을 듣는다고 해서 멈출 위인이 아니란 것도 잘 알고 있지.”
그는 나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화가 나 보이지도 않았다.
“령사 이전에 인간으로서, 나 또한 단장님의 행위는 선을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네 단독 행동은 못 본 거로 할 테니 죽지 말고 잽싸게 다녀와.”
‘
“..클레드….”
“클레드 교관님이다. 빠져가지고….”
“..고마워요, 교관님.”
곧바로 출발하려는 나를, 클레드가 붙잡았다.
“아, 그리고 말이다….”
그는 얼굴을 긁적이며, 내게 말한다.
“거기에 흑랑이라는 자의 딸이 있다면 이 말을 꼭 좀 전해줘라.”
흑랑은 클레드의 옛 용병시절 동료로, 검은 개 도적단의 창시자기도 했다. 흑랑의 딸은, 아마 흑견 씨를 말하는 것일 거다.
“네 아버지는, 죽을 때까지도 수인을 위해 싸운 멍청이였다고.”
죽기 직전까지도 수인의 인권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던 그는, 결국 령사의 손에 의해 최후를 맞이했었다.
“..네.”
클레드의 부탁에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잽싸게 본부를 빠져나왔다.
이제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해가 뜨면 아카데미 측 령사들은 검은 개 도적단의 아지트가 있는 루덴 숲에 들이닥칠 것이고, 나는 주어진 시간 안에 먼저 그곳을 찾아가 알린 후 다시 막사로 돌아와야만 했다.
‘ 인비디아, 등을 좀 빌려줘.’
막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지자, 나는 인비디아를 소환해 탑승한 후 속도를 붙였다. 굉장한 속도로 달리니 어느덧 루덴 숲의 입구가 드러났고, 수풀 사이를 헤쳐가며 아지트의 방향을 떠올렸다.
도적단을 떠나있었다고는 하나, 작년까지만 해도 엄연히 도적단원이었던 몸이었기에 아지트로 가는 지름길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다른 데에 있었다.
[ 사야, 뭔가 날아온다! ]
“..!”
온갖 방향에서 날아드는 수십 개의 화살을 피하고자, 인비디아가 각력으로 높이 도약했다.
“아네모스!”
화살을 피했다고 생각했을 때, 누군가의 주문에 의해 강한 바람에 휩쓸렸다.
‘마법…?’
자연스럽게, 반대 방향에서 날아온 그물에 움직임이 제압되고 말았다.
움직일 수 없게 된 나와 인비디아를 향해,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하나씩 모여들었다. 그들 사이에서, 목발을 짚은 남성 하나가 내게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희한하군. 이쪽 길은 외부인들이 알 수가 없는 길인데. 정체가 뭐지?”
그가 내가 쓴 두건을 들어 올리고, 나와 눈을 마주했다. 잠깐 나를 바라보던 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사야!?”
나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안녕, 길리언.”
그건 도적단을 나간 뒤로, 아주 오랜만의 재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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