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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積く????뿥????????鄏????????????[안녕 , 인간.]
누군가의 목소리에 눈을 뜨자, 불길한 생명체가 나를 맞이했다.
댕댕이의 체형과 흡사하지만 사르카의 것처럼 보이는 유동적인 피부와, 나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이질적인 눈동자가 끔찍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눈 앞의 존재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했다.
"....너, 누구야."
애써 침착하며 말을 걸어보았다. 먼저 나에게 인간의 언어로 말을 걸어왔으니, 아마도 인간만큼의 지성을 가진 존재일 것이라 판단해 내린 결정이었다.
[ 심장이 뛰는 걸 보니, 놀라 기절할 거라 판단했는데 의외로군. ]
입을 움직이지 않지만, 그의 의사가 내 머리를 통해 사념처럼 전달되었다.
앞서 묘사한 것처럼 끔찍한 외관을 하고 있지만, 그 형체는 아무리 봐도 댕댕이와 닮아 있다.
"...댕댕이?"
[ 댕댕이? 그게 이 오스테온의 이름인가. ]
그는 자신이 마치 댕댕이의 몸에 들어와 있는 다른 존재인 양 말해왔다.
"넌 대체 뭐야..?"
[ 댕댕이기도 하면서, 아니기도 하지. 구성요소 중 댕댕이의 성분은 50% 정도다. ]
"무슨 소리야. 알기 쉽게 말해..!"
[ 하는 수 없군. ]
내 물음에 그것은 자세를 바꾸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형상을 변화 시켜, 매우 이질적인 형태로 변화해갔다.
[ 나는 질투에서 태어난 존재다. 인간들은 나를 이렇게 부르지. ]
비록 사념이지만, 바로 앞에서 말하는 것처럼 생생한 음성이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 ‘질투의 인비디아’ 라고. ]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전해져왔다.
‘분명히 유리와 함께 토벌했을터인 인비디아가, 어째서…?’
[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 본래라면 나는 사라졌어야 했으니. ]
“...!”
그는 내 생각까지 읽고 대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 내가 살아남게 된 건, 순전히 운이었다. 인간. 내가 날린 촉수를 기억하나? ]
내가 움직이지 못하는 인비디아를 조준하고 있었을 때, 그가 뻗어낸 촉수 하나가 나를 공격해왔다. 그러나 댕댕이가 그것을 대신 맞았고, 인비디아의 촉수는 결국 댕댕이의 핵을 관통했다.
[ 촉수가 그놈의 핵에 닿은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군. 이놈의 몸을 빼앗으면, 몸을 옮겨가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겠다고. ]
"..그래서, 빼앗은 결과가 이거야..?"
인비디아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 절반의 성공이다. 이 오스테온을 지배하려던 계획은, 사실상 실패했지. ]
그는 댕댕이의 핵에 찔러넣은 촉수를 통해 빠르게 자신의 유전 정보를 흘려보냈다. 그러나, 모든 양을 전달하기에는 그 시간이 너무 짧았다.
결과적으로, 댕댕이의 몸의 주도권을 빼앗을 만큼의 정보를 보내는 데에 실패했고, 어느 쪽도 아닌 하나의 생명체로 결합하고 말았다.
[ 지금의 댕댕이와 나는 완벽하게 결합했다. 오스테온도, 사르카도 아닌 또 하나의 생명체로써. ]
'오스테온과 사르카가, 결합했다고..?’
[ 그 증거로, 나는 네 녀석의 몸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이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지. 이상한 힘에 의해 그런 생각을 품는 시도 자체를 차단당하고 있다. ]
그건 아마 댕댕이의 의지일 것이다. 두 개체가 결합했다는 건 믿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눈앞에 이렇게 나타나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 ..그나저나, 넌 인간 중에서도 상당히 특이한 개체로군. 인간 수컷의 정신을 지녔으면서, 몸은 암컷의 그것이다. ]
'그런 것 까지 알 수 있단 말야?'
오스테온이 령사와 기억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처럼, 그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 게다가, 네 기억을 토대로 추정하자면 본래 너는 다른 세계의.. ]
그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치료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큰일 났다, 지금 들어오면…!'
누군가 이걸 보면,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몸은 좀 괜찮나요……? 어?"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고된 간호에 잔뜩 지쳐 보이는 아이리스 교관이었다. 내 예상대로, 그녀의 눈은 수상한 생명체에게 딱 고정되어 있었다.
"..아이리스. 제가 다 설명할게요. 이건, 그러니까.."
머리를 굴려봤지만, 무슨 말을 해도 솔직히 믿지 않을 것 같았다.
"살아있었군요, 댕댕이…!"
"...네?"
그녀의 말에 옆을 보니, 정말로 댕댕이가 옆에 앉아있었다. 아이리스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기쁜 듯 쓰다듬었다.
"어쩐지 전장에서 댕댕이의 영혼석이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온다 했더니, 멀쩡히 살아있었네요. 다행이다."
"그, 그렇죠..?"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별다른 저항 없이 댕댕이의 모습으로 아이리스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다른 분들한테도 알려드려야겠어요. 푹 쉬어요. 사야."
그녀가 기쁜 듯 떠나고, 다시 그와 둘만 남게 되었다.
"어떻게 된 거야. 그 모습은?"
분명 사르카와 뒤섞인 모습이었던 그가, 아이리스가 찾아오자 멀쩡한 댕댕이의 모습으로 변했다.
[ 모습? 변이 말인가? 비록 이 녀석과 섞이긴 했어도, 내 몸의 절반은 인비디아다. 모습을 바꾸는 것 따위는 일도 아니지. ]
인비디아는 변이에 능한 사르카였다. 그리고 그 특성은, 댕댕이와 섞여도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한번 본 건 아무거나 가능하다는 거야?"
[ 완벽한 건 아니다. 너무 크거나 작은 개체는 불가능하고, 예전과 달리 능력까지 모방할 수는 없더군. 변하는 것은 외관뿐이다. ]
본래의 인비디아라면 모방한 것의 외관뿐만 아니라, 능력까지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었다. 비올레를 모방해서 그 힘을 사용하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었으니 잘 알고 있다.
[ 비올레? 그 령사의 이름이 비올레였나? ]
내가 비올레를 떠올리자, 그가 사념으로 반응을 보내왔다.
"그래. 비올레야."
[ 그자의 몸을 모방한 건 실수였다. 설마하니, 독립 개체가 아니었을 줄이야.. ]
"..그게 무슨 소리야. 독립 개체라니?"
이해하기 힘든 단어가 튀어나왔다.
[ 내가 온전히 모방할 수 있는 건 독립적인 개체에 한해서다. 여러 존재가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개체를 모방하면, 몸이 견디지 못하지. ]
그는 그런 복합적 존재를, 복합 개체라고 설명했다. 본래 인간의 몸에는 오스테온의 힘만이 존재해야 하지만, 다른 존재의 힘까지 가지고 있는 경우라고 한다. 지금의 나처럼.
"...그 말은, 설마 비올레 씨도..?"
[ 그자는 우리보다 더 끔찍하게 얽혀있었지. 적어도 둘 이상의 개체가 섞여 있었다. 이미 그건, 인간이라 불리는 게 이상할 정도야. ]
이제 인간이 아닌, 그 이상의 어떤 존재. 그를 그렇게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카르네를 세뇌한 건, 정말로 비올레의 힘이었다는 이야기일까..?
[ 인간의 몸에 종속된 상태에서 힘을 사용한다는 건 생각보다 피로감이 크군. 당분간 잠들어 쉬도록 하겠다.]
그는 댕댕이의 모습에서 다시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온다.
"잠깐, 아직 들을 얘기가..!"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의 몸은 연기처럼 산산이 흩어져 내 몸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가 사라진 허공만을 바라보며, 복잡한 생각을 정리했다.
'내 몸속에, 그 인비디아가 들어왔다니..'
한때 세상의 종말을 불러왔다는 인비디아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살아있었다. 그것도 내 안에서.
인비디아의 목적은 뭘까. 단순히 생존을 위한 선택인가?
정말 그것뿐이라면 괜찮겠지만 그를 온전히 신용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만약 그가 조금이라도 수상한 태도를 보인다면, 그때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인비디와 결합한 댕댕이의 목숨을, 내 손으로 끝내는 일이 생길지라도.
인비디아 부화 사태 이후, 아카데미는 47명의 령사를 잃었다. 부상당한 령사의 수도 만만치 않아, 앞으로 령사로써의 길이 끊긴 자들 또한 상당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떠난 령사들을 위한 장례식이 진행되었다. 재앙 같은 참사였던 만큼,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령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오스테온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옆에서 그 말을 읊은 것은, 검은 옷을 차려입은 유리였다. 아직 중독증상이 완전히 호전되진 않았지만, 그녀가 꼭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그런 유리의 모습을 보고, 나도 조용히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았다.
[ 인간들이란 이상하군. 종족만이 같을 뿐이지, 결국 모두 다른 개체가 아니더냐? 다른 개체의 죽음으로부터 감정을 느낀다니,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군. ]
'..역시 넌, 사르카 그 자체네.'
조금이라도 그가 자신의 행적에 반성하기를 기대했던 내가 멍청이였다. 아무리 오스테온과 섞였다 한들, 결국 그는 사르카일 뿐이다.
죽은 자들을 추모하는 기도가 멈추었고, 누군가가 단상 위로 올랐다.
"..현재 누워계신 단장님을 대신하여, 전투 교관인 제가 대신 말씀을 전달해드리려고 합니다."
평소와는 다른, 엄숙한 차림새의 클레드 교관이었다. 부상이 컸던 비올레 령사단장을 대신하여, 전투에 앞장서서 참모 역할을 해주었던 클레드가 대신 자리에 서게 되었다.
"..먼저, 목숨을 바친 령사들에… 단장님?"
'단장님?'
그가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단장을 불렀다. 단상의 앞으로, 목발을 짚은 비올레가 힘겹게 걸어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어서 하겠네. 쿨럭."
"단장님, 아직 누워계셔야..!"
"괜찮다네. 이 정도로는 끄떡없어. 부디 맡겨주게나."
비올레가 그를 향해 강한 의지의 눈빛을 보이자, 클레드는 더 이상 말리지 않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렇게까지 말하신다면야."
자신의 자리를 되찾은 비올레는, 령사들을 향한 추모 연설을 이어나갔다. 단순히 그의 지위를 내세워서 하는 말이 아닌, 같은령사로써의 진심 어린 추도문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떠나간 모든 이들은, 오스테온의 가호 속에서 우리 곁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그가 추도문을 거의 다 읊어가고 있었을 때였다.
"끝으로, 용기를 내 세상을 구한 두 소녀…. 아니, 두 사람의 령사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하고 싶습니다. 부디, 앞으로 나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우릴 부르는 것 같은데. 사야."
유리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도 그녀의 뒤를 따라 단상에 올랐다.
가까이서 비올레를 맞이하자, 이전보다 훨씬 수척하고 낯빛이 어두워져 있었다.
"자네들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렇게 숨 쉬고 있지 못할 수도 있었겠지."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단장님."
유리의 대답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자네들은 이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네. 나조차도 해내지 못한 일을 자네 둘이서 해냈어."
그가 굳게 닫힌 상자에서 금빛 훈장을 두 개 꺼냈다.
훈장을 받는다는 것은 령사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명예를 뜻했다.
"사야, 그리고 유리 프리지아. 둘에게 무공훈장을 수여 하는 바네."
그가 우리의 가슴팍에 훈장을 달아주었고, 우리는 담담하게 그것을 받아들였다. 힘들었던 전투가 떠오르며, 나도 모르게 가슴이 조금 벅차올랐다.
[ 이런 먹을 수도 없는 금속 덩어리가 무슨 가치를 가지는 거지? 너희 인간들은 취향 한번 특이하군. ]
사념으로 조잘거리는 이 녀석만 아니었으면, 꽤나 좋은 분위기였을 텐데.
훈장 수여를 마치고, 그는 우리에게 악수를 권했다. 비올레는 내게 먼저 악수를 권했고, 나는 순순히 그것을 받아들였다.
[ 잠깐! 손을 쥔 채로 그대로 유지해라. 인간. ]
그의 손을 쥐고 있는데, 인비디아가 사념을 보내왔다.
'뭐..? 왜 그러는데?'
[ 놈의 몸에 뭐가 들었는지 밝혀낼 기회다. 정보를 읽어 들일 테니 그 상태로 몇 초간 접촉을 유지해. ]
‘의심받을 거야..!’
"...음?"
내가 손을 놓아주지 않자, 그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아직이야, 인비디아!?’
[ 잠깐…. 기다려… 됐다! 이제 손을 놓아도 된다. ]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비올레의 손을 놓았다.
"실례했습니다, 단장님. 너무 긴장을 하는 바람에.."
"이해하네. 늘 자네를 축복하도록 하지, 사야."
그렇게 나와의 악수를 끝낸 비올레는, 유리에게로 다가갔다.
"자네의 감탄스러운 능력에 경의를 표하네, 프리지아."
그가 내민 악수를, 유리가 받아들였다.
"..감사합니다, 단장님."
생각보다 길어지는 악수에, 유리가 고개를 들어 비올레를 바라보았다.
이번에 손을 놓아주지 않은 건, 비올레의 쪽이었다.
"...단장님?"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 결정이 하나 있었다네. 오늘 자네를 보니, 그게 괜한 고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어."
비올레는 유리의 손을 잡은 채로, 진지하게 물었다.
"유리, 내 후계자가 되어보지 않겠나?"
그는, 차기 령사단장 직을 그녀에게 맡기고 싶다고 말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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