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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소설에 전생했다-24화 (24/102)

〈 24화 〉 등급 평가 (2)

* * *

거구를 이끌고 나타난 그 이형의 사르카는, 두 개의 거대한 머리로 이쪽을 향해 포효했다.

‘주인 사르카…!’

늑대형 사르카의 모습을 지녔지만, 두 개의 머리와 10m 남짓한 거대한 체구는 괴물 그 자체다.

당장 도망쳐도 목숨이 남아나질 않을 판인데, 유리 프리지아는 오스테온과 함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유리, 물러나..!”

“..그건 안되겠어.”

유리는 ,검신을 사르카에게 겨냥했다.

“지금 억지 부릴 때가..”

곧장 그녀에게로 뛰어가 팔목을 붙잡았다.

‘...’

잡아챈 유리의 팔은, 떨리고 있다.

“..시체가 있어. 여기서 내버려 두면, 또 누가 죽어나갈지 몰라.”

사르카가 지나온 자리에는, 인간의 팔이며 다리가 아찔하게 널브러져 있다.

이미 녀석에 의해 희생당한 학생들의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제기랄..’

결국 유리를 데리고 도망치는 걸 포기하고, 단검을 꺼내 들었다.

“크르아아아­!”

사르카의 오른쪽 머리가, 입을 쫙 벌리고 유리와 내게 달려들었다.

한 번이라도 잡히면, 등급이고 뭐고 죽음이다.

무서운 속도로 날아온 머리를, 각자 양쪽으로 피해냈다.

‘무슨 덩치가…!’

입을 닫은 것 뿐인데, 그것 만으로 풍압이 느껴진다.

먹이를 놓친 괴물은, 앞발톱을 이용해 눈앞의 모든 것을 쓸어내려 했다.

루나와 카르네, 그리고 댕댕이까지 전부 사정 범위 내다.

다소 과격한 방법이긴 하지만, 그들을 밖으로 밀어내기 위해 주문을 읊었다..

‘아네모스!’

바람 마법을 사용해, 풍압으로 그들을 사정거리에서 밀어냈다.

밀려 나간 루나가, 나를 향해 외쳤다.

“사야, 옆..!”

미처 피하지 못한 사르카의 팔 아랫부분에 부딪혀, 빈 깡통처럼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생물에게 치었다기 보다는 트럭으로 밀렸다고 생각될 정도의 힘이다.

타격에 의해 오른팔이 아예 으스러졌는지, 극심한 통증이 밀려든다.

“으으윽…..!”

너덜거리는 오른팔을 붙잡고 누워있는 나를 향해, 곧바로 거대한 머리 하나가 송곳니를 빼 들고 덮쳐왔다.

“파고스!”

거대한 머리는 곧 유리에 의해 저지당했다.

그녀는 나를 주변으로 빙벽을 쌓아 올리고, 오스테온의 몸체를 이용해 이빨의 진입을 막아냈다.

상반신이 뜯겨나간 유리의 오스테온은, 적나라하게 푸른빛의 핵을 드러낸 채 하반신만을 남긴다.

“..미안해. 기간타스.”

다행히 핵을 보존한 기간타스는, 유리에 의해 소환 해제당한다.

숨을 고를 시간도 없이,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재빨리 자세를 회복했다.

너덜거리는 오른팔을 붙잡고 도망치면서, 유리와 함께 녀석의 왼쪽 머리에 마법을 일점사했다. 그러나 조금씩 움찔대기만 할 뿐, 상처하나 내지 못한다.

또 한번 오른쪽의 머리가 덮쳐들다가, 갑작스레 포효를 하며 멈추어 선다.

“크르으으으­!”

어느새 뒤까지 접근한 루나가, 뒷다리에 사브르를 깊숙이 찌른 채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도울게! 이대로 올라타면 시간을 좀 벌 것 같아!”

어디서 나오는 깡인지, 그녀는 찔러넣은 사브르를 이용해 거대한 몸뚱아리 위로 오른다.

맙소사.

그러고 보니, 카르네는 어떻게 됐지?

“루나, 카르네는..!?”

“카르네는 교관님을 부르러 갔어!!”

망했다.

하필이면 카르네가 가다니.

그녀 입장에선, 차라리 유리가 여기서 죽어주길 바랄 수도 있다.

루나가 등에 올라타 시간을 끌고 있다.

무언가, 타격을 입힐 강한 게 필요하다.

“컹! 컹!”

“뭐하러 왔어!?

바람에 의해 날려 보냈을 댕댕이가, 어느새 옆으로 와 같이 뛰고 있다.

괜히 개죽음 당하려나 싶은데, 예상외로 날렵한 몸으로 공격을 잘도 피해낸다.

자길 공격한 대상에게 보복이라도 하려는지, 입을 벌리고 조그마한 암흑탄을 연신 쏘아댔다.

기회다 싶어, 댕댕이에게 가까이 달라붙어 등에 올라탔다.

“그르르르! 컹! 컹!”

내가 올라타자마자, 몸을 미친 듯이 흔들어 나를 떨쳐내려고 한다.

‘나 뒤지면 너도 죽어, 인마..!’

그런 생각을 전달하자, 댕댕이는 불만스러운 소리를 내더니 이내 얌전해진다.

‘알아들었나..?’

댕댕이도 죽는건 싫었나보다.

이걸로 이동은 완전히 댕댕이에게 맡겨 둘 수 있게 됐다.

“사야..! 슬슬 한계야..!”

등 위에서 왼쪽 머리를 상대하던 루나가 외쳐왔다.

지체하지 않고, 빠르게 주문을 시전한다.

‘스코타디.’

댕댕이의 몸체를 주체로 삼아, 나와 댕댕이 주변에 어둠 장막을 펼쳤다.

스코타디 주문을 댕댕이에게 시전했기 때문에, 어둠 장막은 우릴 따라 이동한다.

‘신중히..!’

앞은 보이지 않지만,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끝에 생성된 구체는, 주변의 어둠을 흡수하며 그 몸집을 불려나갔다.

암흑 탄을 손끝에 응집시킨 채로, 녀석에게 확실히 닿을 기회를 노렸다.

‘지금이다..!’

녀석의 오른쪽 머리를 향해, 거대한 탄을 발사시켰다.

‘암흑탄!’

공격이 명중하자, 그것은 중심을 잃고 거대한 몸뚱아리를 지면에 굴렀다.

등에 있던 루나도, 그 여파로 사르카의 등에서 튕겨 나가버린다.

숨을 죽인채, 사르카의 상태를 지켜봤다.

“....이런 미친..”

피해를 입히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치명상도 아니다.

암흑탄에 의해 뚫린 조그마한 구멍은, 언제 그랬냐는 듯 꾸물거리며 다시 검은 살로 채워졌다.

거대 토끼의 회복력보다, 몇 배를 웃도는 속도다.

불행 중 다행으로 머리를 맞춘 게 균형감각에 영향을 줬는지, 회복되는 동안 빠르게 일어나지 못하고 비틀대고 있다.

쉽게 끝내긴 힘들 것 같았다. 댕댕이에게 한 가지를 부탁한다.

“..댕댕아. 루나를 데리고 여기서 빠져나가 줘,”

“..컹!”

내 심정을 알아줬는지, 다행히도 댕댕이는 기절한 루나를 빠르게 물어 들고 전장에서 벗어났다.

최대 위력의 암흑탄도, 녀석에게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다.

얼굴을 찡그린 유리가, 녀석을 보며 중얼거린다.

“촉매만 있었더라면.. 내가 중급 마법으로 어떻게든..”

촉매. 중급마법을 사용할 때 소모되는 재료다.

혈석을 녹여 농축시킨 액체로, 그 추출량이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엄청난 고가의 물건이었다.

‘촉매..’

오늘 모았던 혈석 자루를 쳐다보았다.

유리 쪽이 모아온 것이 한 자루, 오늘 내가 훔쳐낸 것까지 총 두 자루다.

부욱­

사르카가 다시 균형을 회복하기 전에, 재빨리 자루를 찢어 혈석들을 바닥에 쏟아붓는다.

그리고, 발로 그것들을 힘차게 밟아 가루의 형태로 만들어낸다.

그 모습에, 유리가 물어온다.

“뭐 하는 거야..?”

“촉매도 형태만 다를 뿐이지, 결국 혈석이잖아. 충분한 양이면 같은 효과를 낼지도 몰라.”

지켜보던 유리도, 곧 반신반의하며 그것을 돕는다.

가루 낸 혈석들을 바닥에 한데 모아, 더미처럼 만들었다..

“먹힐까…?”

“...먹혀야지.”

안 먹힌다면, 둘 다 여기서 끝이다.

녀석이 슬슬 균형감각을 회복했는지, 고개를 들어 이쪽을 노려본다.

유리는, 혈석 가루 더미에 손을 파묻고 영창을 시작했다.

“서리의 오스테온이여..!”

그녀의 영창 주문에 혈석 더미가 한순간 빛났지만, 이내 다시 어두워졌다.

표적을 발견한 사르카는, 점점 속도를 붙이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녀의 반복된 주문에도 역시, 같은 현상만 반복된다.

반복되는 실패에, 유리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틀렸어.. 역시 촉매가 아니면…”

잠깐이긴 해도, 분명히 혈석은 한순간 반응했다.

무언가, 그녀의 감정을 더 끌어낼 것이 필요했다.

“유리, 나랑 싸웠을 때 기억나?”

“..갑자기 그건 왜?”

“압도적이었지. 물론 내쪽이.”

상황 파악 못하고 걸려오는 시비에, 유리의 표정이 찡그려진다.

“지금 그 얘기를 왜…”

“지금 느끼는 그 심정으로, 다시 영창 해봐.”

그녀는 나를 조금 노려보다, 다시 영창을 시작했다.

유리가 실패하면, 그걸로 끝이다

한 번의 심호흡 후에, 그녀의 영창이 시작됐다.

“서리의 오스테온이여..”

혈석 가루들이 검게 타들어 가면서, 주위의 공기가 서늘해진다.

“시퍼런 창으로, 만물을 꿰뚫라…!”

유리의 몸으로 부터 푸른 빛이 새어 나와, 그녀를 밝게 비춘다.

쩌적, 소리와 함께 힘차게 지면으로 부터 뻗어 나간 거대한 크기의 얼음 창이, 사르카의 머리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꼬챙이처럼 꽂혀버린 사르카는, 남아있는 다른 쪽의 머리로 괴성을 지른다.

“크르아아아아­!”

어마어마한 빙창의 규모에, 유리도 적잖이 놀란듯했다.

“이렇게 큰 걸 낸 적은 없었는데..? 무슨 원리야?”

유리의 분노는, 성공적으로 감정으로 표출되어 주문의 촉매제 역할을 해냈다.

“설명하기 복잡해. 나중에 말할게.”

“..끝나고나면, 제대로 설명해.”

빙창을 적중시킨 유리는, 그 상태로 서서히 창을 사르카의 몸통부로 끌어내린다.

“크르르..!”

얼음 칼날이 내려가면서 사르카의 질긴 피부를 찢고, 서서히 심장부를 드러내고 있다.

심장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붉은빛을 내는 핵이 모습을 비췄다.

문제는, 다른 쪽 머리의 행동이었다.

입을 크게 벌리더니, 머리를 빙창에 가져다 댔다.

‘부수려는 건가..?’

돌연 그의 입에서 불꽃이 튀더니, 대량의 불꽃을 빙창에 뿜어대기 시작한다.

‘사르카가, 마법을…!?’

입으로 부터 뿜어나온 불꽃은, 서서히 빙창을 녹여 얇게 만들고 있었다.

“거의 다 왔는데….!”

유리의 빙창이 핵에 닿기 직전이건만, 녹아내리면서 힘이 약해진 빙창이 더는 내려가질 못하고 있다.

한쪽 팔로 단검을 꺼내 들고, 녀석을 향해 돌진했다.

‘젠장, 이럴 때.. 팔이..!’

움직이지 않는 팔을 원망하며 달려들려고 했을 때, 누군가에 의해 몸이 들쳐메진다.

“..!?”

“움직이지 마라. 팔이 아작났군.”

지독하게 풍기는 술냄새와 특유의 지저분한 머리 스타일로 그를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클레드 교관…!’

그는 나를 짐짝처럼 들쳐 메고, 유리의 옆에 내려놓았다.

클레드는 대검에 감긴 붕대를 풀고, 유리에게 물었다.

“늦어서 미안하다. 상황은?”

“..마법으로 속박했고, 보시다시피 곧 풀립니다.”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지?”

“... 20초 정도.”

교관은 녀석의 심장부 위치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는 대검을 들고 뛰쳐나가, 무서운 속도로 사르카의 다리를 베어내기 시작했다.

단단하던 조직이, 클레드의 칼질에 깎여나가듯 떨어져 나간다.

몇 번의 칼질 끝에, 깔끔하게 녀석의 앞다리를 베어냈다.

“크르아아­!”

그의 움직임과 동작이, 어디서 본듯 익숙하다.

그를 떨쳐내기 위해 날아오는 다른 다리들을 온갖 무기로 베어나갔다.

이제 보니 팔꿈치부터 손목 안쪽까지, 무기가 안 달린 곳이 없다.

발목까지 오는 신발에 달린 칼날을 휘둘러 상처를 긋고, 손목 검으로 깊숙이 파낸다.

‘..설마..?’

왜 익숙함을 느꼈나 했더니, 그가 자유롭게 다루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수인족의 체술이다.

“크르아­!!!”

어느새 빙창이 부러져 속박이 풀렸지만, 모든 다리가 잘려 나간 사르카는 하나 남은 머리로 열심히 발악했다.

심장부를 지켜내기 위해, 어느 때보다 격렬한 불꽃을 뿜어댄다.

“까다롭게 구는군.”

그는 품에서 물약을 꺼내, 자신의 몸에 쏟아부었다.

방염 물약으로 온몸을 적신 그는, 망설임 없이 불꽃 속으로 뛰어들었다.

불꽃을 맞아가며, 사르카의 핵에 깊숙이 대검을 찔러넣었다.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지며, 사르카는 산화했다.

클레드는 무심하게 옷을 툭툭 털고, 바위만 한 혈석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젠 다른 사르카의 서식지까지 넘보다니. 지독한 새끼들.”

긴장이 풀린 유리가, 풀썩 주저 앉는다.

옆에 있던 나도, 그제야 팔에 통증이 제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곧 다른 학생들이 나를 부축했고, 부축을 받은 채 힘겹게 일어섰다.

“수업은 조기 종료다. 다들 정리하도록.”

­

병상에 누워, 루나가 찾아올 때마다 소식을 전해 들었다.

주인 사르카와 마주했을 때 보았던 시체는 학생의 것이 아닌 세말 외곽의 불법 거주민들의 것으로, 다행히 학생들 중 사상자는 없었다고 한다.

유리는 아직 회복 중에 있고, 팔을 다친 나를 제외하고는 큰 부상은 없었다.

..이번 사르카는, 무려 마법까지 사용했었다.

혼돈의 발생 이후로, 세상에는 저런 것들이 넘쳐나게 되버린 걸까.

게다가, 클레드 교관에게 몇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밖에서 뭘 하던 자였으며, 어떻게 수인족 체술을 알고 있는지 전부 의문스럽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데, 누군가 병실로 들어왔다.

“..카르네.”

“뭐야, 나라서 실망했어?”

카르네 에커만. 그녀가 유리를 죽이려는 계획을 세우는 걸 아는 입장에서, 한시도 경계를 뗄 수 없다.

“카르네. 솔직히 네가 우릴 버릴 줄 알았어. 유리를 자연스럽게 죽일 기회였으니까.”

카르네가 교관을 불러왔을 때는, 조금 의외였다.

“..맘만 먹으면 언제든 죽일 자신 있거든. 뭣보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서.”

카르네의 무릎은, 넘어져서 피가 잔뜩 났었는지 흉이 잔뜩 져 있었다.

“많이 까졌네. 급한 일 있었나 봐?”

“..관심 꺼. 등급 평과 결과가 나왔으니까, 이거나 같이 열어보자.”

S등급 평가를 맞으려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던 만큼, 결과를 확인할 때는 둘 다 집중 상태다.

“연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봉투를 개봉했다.

“성적에 따른 팀 평가 결과...”

우리는, 거기에 쓰인 글자를 소리 내 읽었다.

‘ ...에프.’

팔까지 부러지면서 얻어낸 등급은, F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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