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5 다시 처음으로 =========================
어젯밤 예린이를 확인하고 돌아온 후 신우는 오랜만에 늦잠이라는 걸 자고 일어나서는 늦은 아침으로 간만에 라면이라는 걸 끓여 먹고 있었다. 본래는 아크가 되면서 더 이상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되었겠지만 힘을 봉인하고선 이젠 배고픔이라는 걸 느껴야 했던 것이다.
젓가락질을 하며 라면을 먹는 신우를 향해 타노가 오늘의 할 일에 대해서 물어왔다.
-오늘은 뭐할 거야?-
“우선 차를 사러가고 가야겠지. 어제 밤처럼 택시를 타고 다닐 수는 없을 테니까.”
-차를 사려면 돈이 필요하잖아.-
“알고 있으면서 말하는 거야? 인벤토리 안에 가득 쌓여 있는 황금하고 현금들이 있잖아.”
별 이상한 소리를 한다는 말을 한다고 생각한 신우였다. 이런 신우를 향해 타노는 그게 아니라는 듯 말했다.
-내 말은 출처가 정확한 돈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야. 1-2백 정도야 뭐 물건들을 사는데 현금으로 쓸 수야 있지만 자동차는 달라. 최소 수천만이나 되는 돈을 사용해야 하고 그렇게 된다면 세금이 붙을 거 아니야. 전혀 출처가 없는 돈을 사용했다고 한다면 분명 조사가 들어오지 않겠어?-
타노의 설명에 그제야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은 신우였다. 그렇긴 했다. 현대사회에서 돈을 쓰려면 모든 곳에 세금이 붙었다. 심지어 돈을 안 쓴다고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곳에 현재의 한국의 실정인 것이다.
“그러니까 출처가 분명한 돈을 사용해서 차를 구입해야 한다는 말이지?”
-맞아. 어느 정도 특수한 계층들은 그래도 출처불명의 돈이 있다고 해도 쉽게 사용할 수 있지만. 신우 넌 지금 특수계층이 아니잖아. 분명 조사가 들어올 거야. 그럼 신우 네가 원하는 평범한 삶을 살아갈 계획이 완전히 틀어질 게 분명해.-
타노의 설명에 신우는 역시 평범한 삶을 산다는 건 너무 복잡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신우는 아. 그게 있었지. 라는 생각을 하며 한쪽에 tv가 올려져 있는 서랍장을 향해 다가가 제일 아래쪽 서랍장을 열었다.
드르륵. 서랍장이 열리고 신우의 손에 들린 건 하나의 통장이었다. 어느새 펼친 신우는 통장에 저금되어 찍혀있는 3500만원이라는 숫자를 볼 수 있었다.
-돈이 있었어?-
“당연하지. 이건 내가 예전에 아르바이트로 고생해서 모았던 돈이야.”
신우 본인에게는 예전이지만 불과 어제까지도 모우고 있던 돈들이었다. 신우는 예전에 처음 살인게임을 시작할 당시 순간을 떠올렸다. 그땐 어차피 죽을 거 모아놓은 돈을 원없이 쓰자는 생각으로 이 돈을 쓸 생각을 했었다. 그러고 보명 가장 먼저 썼던 순간은 한우를 먹을 때였다. 한우 먹고 잘살아보세. 란 가게였던가? 워낙 이름이 특이해서 아직까지 잘 기억하고 있는 신우였다.
-오 그 돈이면 차는 살 수 있겠다. 그런데 고작 3500만원 정도의 차로 만족하겠어? 못해도 잘빠진 억대의 스포츠카 정도는 타고 다녀야 하지 않을까?-
언제 스포츠카에 대해서 알아봤는지 타노는 못해도 억대는 하는 스포츠카 정도는 타고 다녀야 하는 거 아내고 물어왔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를 듣지 못한 신우였다.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번쩍! 떠올라서였다.
“아!?”
-왜 그래?-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몸을 벌떡 일으키는 신우의 모습에 타노는 생뚱맞게 왜 그러냐는 듯 물어왔다. 신우는 이런 타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표정이 환해져야 했다.
“오늘 예린이를 직접 볼 방법이 있어!”
-갑자기? 그게 뭔데?-
“한우 먹고 잘살아보세!”
-엉? 뭔 말이야?-
뜬금없는 신우의 말에 타노는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갑자기 한우 먹고 잘살아보세라니? 무슨 이런 신토불이가 다 있냐는 생각이 들어야 했다.
“예린이가 전에 내게 말했었어.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으로 마주친 장소가 한우 먹고 잘살아보세. 란 한우집이었다고. 분명 오늘 그곳에 올 거야!”
신우는 그대로 한쪽에 벗어놓았던 코드를 걸치면서 그대로 밖을 향해 움직였다. 신우의 얼굴은 예린이를 직접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참으로 즐거워 보였다.
-차는? 차는 안 사려고?-
“나중에. 지금은 예린이를 보는 게 중요하니까!”
-그래? 그럼 돈을 미리 챙기지? 어제처럼 해킹해서 계산하게 하지 말고.-
“아차.”
신우는 나가던 몸을 멈추고는 급히 인벤토리 안에서 5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서 지금 당장 가지고 있는 낡은 지갑에 쑤셔 넣었다. 그렇게 이번엔 돈을 챙긴 신우는 그대로 집밖을 나갔고, 곧바로 도로가로 나가 길가를 달리고 있는 빈 택시를 잡아타고선 목적지로 이동했다.
“손님 17000원입니다.”
뒤돌아보며 말하는 택시기사를 향해 신우는 지갑 속에 있는 5만원짜리 한 장을 건네고는 급히 뒷좌석의 문을 열고는 말했다.
“잔돈은 가지세요.”
“아! 감사합니다! 손님.”
예전이라는 17000원을 주는 것 만으로도 손을 벌벌 떨었을 신우였겠지만 지금은 전혀 아까워하지 않았다. 당장은 예린이를 만난다는 것으로 마음이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졸지에 3만3000원이라는 팁을 받게 된 택시기사는 희희낙락거리며 즉시 차를 출발시켰다.
그렇게 택시가 가고 신우는 [한우 먹고 잘살아보세] 란 간판이 걸려있는 한우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어서 오십시오. 혼자십니까?”
예전과 같이 후덕한 주인아저씨가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신우를 맞이하는 모습이었다. 신우는 이런 주인아저씨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혼잡니다.”
“상당히 이른 시간에 오셨군요. 우선 따라오십시오.”
주인아저씨가 신우를 안내했고, 곧 한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신우는 마련된 의자에 앉으면서 내심 전과 다르게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는다는 사실에 역시 예전과 똑같을 순 없는 건가? 란 생각이 들었다.
“뭘 드릴까요?”
신우는 그 말에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메뉴판을 보았다. 비록 아까 전 라면을 먹었지만 그렇게 배가 부르지 않았다. 신우는 어차피 예전의 기분을 내는 김에 전과 같이 똑같은 주문을 하기로 했다.
“여기 있는 메뉴 1인분씩 다 주세요.”
신우의 말에 주인아저씨는 살짝 놀란 얼굴을 하다가 이내 우려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많지 않겠습니까?”
전에도 주인아저씨가 신우에게 이런 말을 똑같이 했었다. 신우는 이런 주인아저씨의 말을 들으며 역시나 전과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말했다.
“남으면 포장할 테니까. 말한 대로 해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어느새 자리를 떠나는 주인아저씨의 모습이었고, 이런 신우에게 타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침 먹지 않았어? 또 먹게?-
“라면으로는 배가 안차. 그리고 한우는 맛있거든.”
이런 신우의 말에 타노는 한우란 게 그렇게 맛있나? 싶어 내심 없는 입맛을 다셨다. 정말이지 육체라도 있었다면 자신도 먹는 걸 참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타노였다. 그렇게 타노와 잠시 말을 하는데, 이런 모습을 한쪽에 있던 여종업원이 이상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귀에 이어폰도 없고 심지어 블루투스 이어폰도 없는 상황에서 혼잣말을 하는 신우의 모습이 너무 미친놈처럼 보였던 것이다.
결국 밑반찬들이 다 차려지고 부위별로 고기까지 준비되자 결국 신우를 미친놈 보듯 보고 있던 여종업원은 원치 않은 마음으로 카트를 끌고 신우에게 향해야 했다.
“잠시 세팅 좀 하겠습니다.”
여종업원은 빠르게 접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즉시 세팅을 마쳤고, 얼른 비워진 카트를 끌고는 신우에게 멀어졌다. 그녀에게 있어서 신우는 이상한 사람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렇게 여종업원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는 신우는 그대로 예린이를 기다리는 동안 고기를 구워먹기로 했다.
치익~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와 함께 신우는 그대로 집게로 한 번 더 뒤집어 익히게 해서는 입안으로 넣어 씹어 먹었다. 우물우물 상당히 맛있는 맛이 입안으로 전해졌다. 역시. 이런 맛이었나. 예전처럼 팍. 익히게 만든 것 보다 훨씬 맛있었다. 신우는 예린이에게 사전에 어떻게 한우를 먹어야 맛있게 먹는 건지 들었던 게 참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었다면 전처럼 고무같이 질긴 팍. 익어버린 소고기를 먹어야 했을 터였다.
그렇게 한우고기를 먹고 있는 순간에도 가게 안은 아직 이른 시간이라 손님한명이 없었다. 신우는 슬슬 예린이가 올 때가 되었을 텐데? 란 생각으로 입구 쪽을 한번 씩 보았다. 그렇게 계속 살피는데, 이상하게 예린이가 등장하지 않았다.
이상하다? 분명 이정도 시간이면 예린이가 찾아 올 텐데? 나타나지 않는 예린이의 모습에 신우는 조금씩 조금증이 생겼다.
-뭐야 왜 안 오는 거야? 시간을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냐?“
“아니. 분명 이 시간 때였어.”
말을 하지만 말에 확신이 없었다. 점점 시간이 지나자 신우는 혹시 자신의 기억이 잘못되어 조금 빨리 온 게 아닌가?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까지 들어야 했다.
-아카식 레코드에만 들어갈 수 있었다면 금방 예린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을 텐데.-
봉인에 활용하는 힘이 너무 많아 들어갈 수 없는 아카식 레코드에 대해서 참으로 아쉬움을 드러내는 타노의 목소리였다. 만약 사용이 가능했다면 예린이가 어디에 있건 금방 찾을 수 있었을 터였으니까 말이다.
신우도 그에 관해서는 아쉬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봉인을 풀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아쉬움만 느끼면서 이내 나타나지 않는 예린이에 대한 궁금증만 가득해 있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예린이를 기다리며 한우고기를 구워먹는데, 1시간이 지난 그때 갑자기 정문에 기다리던 예린이가 들어오는 게 신우의 시야에 보였다.
움찔. 금방이라도 몸을 일으켜 달려가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볼까 싶어 꾹 참을 수밖에 없는 신우였다. 예린이의 모습은 그때 보았던 그대로였다. 청바지와 간편한 검은 티셔츠를 입고 검은 마스크까지 쓴 모습까지 완전히 똑같았다. 비록 들어온 시간은 달랐지만 그것 하나만큼은 전과 다를 봐 없어 보였다.
예린이는 간단히 주인아저씨와 이야기를 하더니 안내를 받아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때 고개를 든 신우와 예린의 두 눈이 마주쳐야 했다.
서로 눈을 마주치자 떨어질 줄 몰랐다. 현재 예린이의 눈은 오랜만에 보는 신우에 대한 놀라움으로 가득해 있었다. 이런 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보지 못한 신우를 볼지 몰랐던 것이다.
한편 신우는 자꾸만 달려가고픈 마음에 인내하며 참았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키스를 날리며 안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렇게 된다면 잘못하다가는 현재의 예린이에게 치안취급 받을 수 있었다. 가까이서 예린이를 지켜보고 싶은 신우로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둘이 마주치던 눈을 때게 된 것은 가게 주인아저씨의 부름에서였다. 따라오지 않고 가만있는 예린이가 이상해 보여 부른 것이다.
“저기 안 오시나요?”
“아. 네. 갈게요.”
정신을 차린 예린은 애써 시선을 때며 주인아저씨를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온 신경은 한쪽에 있는 신우에게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자리를 잡고 정신없는 가운데 주문을 한 예린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그냥 다가가서 오랜만이다. 라고 말해서 인사할까? 하지만 날 모른 척 하면 어쩌지? 예린은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어야 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신우의 성격이라면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인사해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그때 여종업원이 카트를 끌고 와서는 테이블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예린은 순간 테이블 위에 놓인 마블링이 적절하게 있는 한우고기를 보는 순간 입가에 침이 고여야 했다.
이렇게 한우집에 늦게 온 것도 사실 아침을 먹어서였다. 되도록이면 아침을 과일로 때우는 예린이었다. 어젯밤부터 시작해서 아침까지 결국 배가 고파 아침을 먹었던 것이다. 본래는 아침을 어영부영 보내다가 간만에 특식이라며 한우 집으로 빨리 왔겠지만 소화하는데 시간이 걸려 이렇게 늦게 찾아오게 된 것이다.
한 순간 신우가 있다는 것도 있고 그대로 집게로 고기를 올려 익게 만들고는 배부터 채우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이렇게 배가 고파서 큰일이었다. 생각은 큰일이라고 하지만 입은 계속해서 한우고기를 입안에 넣고 있는 예린이었다. 그렇게 마스크를 잠깐씩 내리고 먹고 있었을까. 순간 예린이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생겼다.
“오랜...만이지..”
고개를 든 예린은 자신을 보며 인사하는 신우를 보며 황급히 입안에 있는 고기를 씹어 삼켜야 했다. 왠지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에 부끄러웠던 것이다. 다행히 마스크로 붉어진 얼굴을 보이지 않은 예린은 자신에게 인사한 신우에게 급히 일어나서는 인사를 건넸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이네? 그동안 잘 지냈어?”
“어. 난 잘 지냈어. 이렇게 보게 되어서 정말 기뻐.”
“어어?”
예린은 깜짝 놀란 얼굴로 신우를 보았다. 기쁘다고? 뭔가 상당히 바뀐 것 같은 신우였다. 그동안 신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예린은 표정부터 시작해서 말투까지 많이 달라진 신우를 보면서 뭔가 모르게 어색하면서도 싫지도 않는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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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