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184화 (184/200)

184. 닭

하늘국 요리 콘테스트만의 특징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때로는 치열한 경쟁 때문에 10일에 걸쳐 긴 기간 동안 대회가 벌어지기도 하는 반면.

어떨 때는 빠르게 결판이 났다.

빠를 때는 단 1시간 만에 우승자가 결정되기도 했다.

우승자가 빨리 결정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려운 미션 때문이었다.

‘아무나 쉽게 풀 수 없는 미션을 주니까.’

이번 콘테스트의 경우도 바로 이 경우였다.

최후의 3인에 속한 렌리는 주먹을 움켜줬다 펴며 심호흡을 했다.

숨을 가다듬어야 일단 진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단 3명만 추려내는 까다로운 과제를 성공한 그였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이번 과제도 만만치 않아.’

2번째 과제.

오로지 사냥으로 획득한 재료로만 요리하라는 미션은 쉽지 않은 미션이었다.

요리 재료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미리 가져온 소스나 양념도 다 말짱 꽝이란 말이지.’

소금, 간장 같은 양념들도 애초에 무대에서 얻을 수 없었다.

몬스터가 소금과 간장을 매달고 다니지는 않을 테니.

‘그래도 방법은 있다. 이 문제는 133회, 1982회에 기출되었던 거니까.’

렌리, 그는 답을 알고 있었다.

기출문제와 답을 빠삭하게 외워둔 그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무조건 많이 만들면 돼. 재료를 많이 확보해서 최대한 많은 요리를 만든다.’

다다익선.

이번 과제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재료를 확보해 얼마나 많은 용족에게 먹이느냐는 것이었다.

즉 재료를 많이 확보할수록 유리한 게임인 것.

렌리는 자신과 호준, 그리고 다른 참가자의 주위로 결계가 생기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결계가 생기고.

스타트를 끊는 순간, 바로 사냥을 하러 달려나갈 생각이었다.

그의 눈이 맹수처럼 반짝였다.

취지지지징―

결계가 부르르 떨리며 안착했다.

초록색 용이 결계를 꼬리로 탕탕치고는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자, 지금 요리사들을 위한 안전지대를 설치했습니다. 이 안전지대에서는 요리를, 그 밖의 지역에서는 사냥을 하면 됩니다. 몬스터들이 너무 위험하거든 당장 이리로 튀어오시면 되죠. 후후. 그럼 지금부터 두 번째 과제를 시작합니다! 스타트!”

렌리는 입술을 굳게 다물며 쏜살같이 결계를 빠져나갔다.

그의 뒤를 따라나서는 이는 없었다.

남은 두 명이 가만히 서 있는 것을 확인한 렌리는 피식 웃었다.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군. 얼마든지 쉬고 있으라고.’

렌리가 달려가는 방향에서 모래토끼가 땅 위로 올라왔다.

그는 토끼의 목을 한 손으로 부여잡고 뒤로 꺾어버렸다.

나뭇가지를 꺾는 듯한 간단한 손놀림이었다.

우두두둑―

“끼액!”

모래토끼가 혀를 쭉 내빼고 죽어버리자 그 부산물이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부산물을 챙기는 렌리의 입꼬리는 씩 올라갔다.

‘우승은 내가 가져가마.’

주위에서 뽀글뽀글 올라오는 모래토끼를 보며 렌리는 확신했다.

이번 과제의 우승자는 자신이 될 것이라고.

그는 잠시 후 보게 될 장관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

* * *

어디에서나 그렇지만, 주위 사람들과 다른 존재는 시선을 끌기 마련이다.

특히나 이종족의 경우에는 더 시선을 끌기 쉬운 법.

최후의 3인에 속한 호준은 이미, 그 존재만으로 용족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수많은 용족들이 지켜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심히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왜 안 움직이지?’

어느새 타무르의 옆에 자리한 피오나 공주였다.

그녀는 타무르가 인간 요리사에게 희망을 건다고 말했을때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

단순히 호준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어지간한 용족도 요리 콘테스트에서 우승하는 것이 어렵기를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타무르는 그녀의 반대를 무릅쓰고 호준을 데려왔고.

호준은 모든 예상을 깨고 첫 번째 과제에서 당당히 1위까지 했다.

지금 많은 용족들이 그에게 시선을 줄 만큼, 관심을 독차지하기까지 했고.

‘잘 해줬으면 좋겠는데.’

호준이 우승하면 고집이 황소 힘줄처럼 질기고 질긴 아버지에게 애인이자 예비남편인 타무르를 다시 한번 말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호준을 데려온 타무르의 입지도 높아질 것이 분명하니까.

요리사만큼은 우대해주는 아버지이니 가능한 시나리오인데.

“왜 안 움직이는 걸까?”

지금 호준이 움직이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허공에 손을 놀리며 책을 보고 있는데.

대체 언제 움직일 생각인 건지.

보는 입장에서는 조금 답답했다.

그가 가만히 있는 사이 경쟁자 용족들은 재료를 차곡차곡 모으고 있었다.

답답해진 피오나 공주는 빤히 무대를 바라보는 타무르에게 물어보았다.

“타무르. 네 생각은 어때?”

“글쎄. 신중하게 움직이려는 거 아닐까.”

“너도 이전에 봐서 알겠지만. 이 과제는 재료를 많이 확보한 쪽이 이기는 거였다고. 어차피 몬스터로 만드는 요리는 맛이 없으니까. 음식을 많은 이들에게 선보일수록 투표를 많이 받았잖아.”

“그건 맞는 말이지만. 지금 호준은 그 정답을 모르니까. 새로운 정답을 찾고 있는 걸지도.”

“새로운 정답이라기에는… 흠… 벌써 10분이나 지났는데. 왜 안…….”

피오나 공주가 답답함에 혀를 차던 그때.

쿠쿠쿠쿠쿵―

바닥이 들썩거리며 먼지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앞서 나온 작은 몬스터들이 일으킬 수 없는 먼지구름이었다.

‘뭐지?’

피오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투시 스킬을 썼다.

투시, 장애물을 뛰어넘어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을 골라서 볼 수 있는 스킬.

그 스킬로 그녀는 볼 수 있었다.

바닥에서 기어 올라오는 거대한 몬스터의 정체를.

그녀는 정체를 확인한 순간 입을 커다랗게 벌릴 수밖에 없었다.

무대에서 한번도 나온적이 없는 몬스터.

귀족들이 먹기 위해 사족을 못 쓰는 몬스터.

100살이 되는 해에 잡아야 가장 맛 좋고, 크기가 크다고 알려진 몬스터.

용족 40명이 함께 들어야하는 거대한 닭의 모양을 한 몬스터.

‘자이언트 알크메네? 어째서? 한번도 무대에 나온 적이 없는데.’

피오나가 당황해 입을 벌린 사이 먼지구름이 입안으로 그대로 들어왔다.

“캑캑… 아 잠깐… 캑캑.”

피오나가 기침을 하며 옆에 있던 타무르의 어깨를 손으로 부여잡았다.

그녀가 기침으로 생긴 눈물을 쓱 닦아내며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반짝―

그녀는 볼 수 있었다.

구름 사이로 비치는 한 남자의 그림자를.

‘설마…!’

인간, 호준은 정확히 자이언트 알크메네의 머리 제일 앞쪽.

톡 튀어나온 왕눈을 발로 마구 짓밟았다.

가차없는 발놀림이었다.

푹푹푹― 푸푸푹―

그의 발이 알크메네의 눈을 짓밟을 때마다 새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끼액―!”

“깩깩―!”

“끼갱!”

순하기로 소문난 알크메네가 비명을 지르며 날개를 파다닥거렸다.

말이 파다닥이지 한번 날개를 휘두를 때마다 모래 먼지가 섞인 돌풍이 일어났다.

돌풍을 뒤집어쓴 관중들은 연신 기침을 했다.

“캑캑!”

“캘록캘록!”

“아, 누가 좀 저거 없애봐! 기침 때문에 죽겠어!”

관람 중이던 용족들은 기침을 하느라, 모래 돌풍 때문에 제대로 경기를 지켜볼 수 없었다.

호준의 전투를 오롯이 지켜볼 수 있는 자는 흔치 않은 투시 능력을 지닌 피오나.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 카이사르 왕이었다.

자이언트 알크메네의 등장은 새로운 카드였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판세를 완전히 뒤집을 수 있는 카드.

‘누가 저 녀석을 잡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알크메네의 고기는 특상품에 속하는 귀한 재료일 뿐만 아니라.

구이로 만들면 특히 맛이 좋았다.

저 요리를 먹은 용족들은 당연히 알크메네를 제공한 요리사에게 손을 들어줄 것이 당연지사.

더군다나 저 거대한 크기를 보라.

족히 200인분은 나오고도 남을 크기였다.

지금 상황은 10점 대 1점으로 경기가 끝나가던 판국에 갑자기 20점짜리 보너스 문제가 나온 격이었다.

누가 보너스를 가져가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피오나 공주는 눈을 반짝이며 돌풍 너머를 꿰뚫어 보았고.

잠시 뒤, 그녀는 탄식하며 입을 벌렸다.

“허어.”

호준의 전투 실력은 알크메네의 혼을 쏙 빼놓았다.

그는 정신을 못 차리는 알크메네의 날개 끝에서 발톱을 뽑아냈다.

마치 무를 뽑아내듯 간단하게.

알크메네의 발톱과 날개 끝쪽 근육은 단단하고 질겨서 어지간한 용족들도 건드리지 못하는데.

어찌 저렇게 힘이 센 것인지 도통 모를 일이었다.

‘그냥 그런 요리사가 아니었어. 어떻게 맨손으로.’

놀라운 부분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알크메네의 발톱은 무게가 집약되어 있어서 보기와 다르게 엄청나게 무거웠다.

얼마나 무거우냐면 크기는 사람 몸뚱이만한데 그 무게가 1톤에 달할 정도.

나이 어린 용족이 겁없이 들었다가 실수로 깔리는 바람에, 다리가 잘리는 사고도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용족들은 알크메네 사냥을 갈때 마법사를 대동해서 알크메네 발톱의 운반을 맡기곤 했다.

그렇게 성인이 된 용족들도 번거롭고 들기 힘든 것이 알크메네 발톱인데.

그는 발톱을 한 손으로 들었다.

움푹 파인 곳을 손잡이처럼 잡고서.

‘요리사라더니. 대체 어떻게.’

피오나는 두 눈을 깜박이며 호준을 한번, 그가 들고 있는 발톱을 한번 보았다.

도무지, 호준의 행동은 그동안 가져왔던 모든 상식을 깨고 있었다.

인간은 대체로 약하다는 상식을.

요리사는 대체로 약하다는 상식을.

그녀가 감탄하며 보는 사이, 호준은 최후의 사냥에 나섰다.

그는 알크메네의 발톱으로 두툼한 가슴을 내리찍었다.

심장이 뛰고 있는 가슴을.

푹―

단단한 발톱이 알크메네의 심장을 꿰뚫었다.

찢어진 살결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나왔다.

“끼에엑―”

잠시 뒤 모래 폭풍이 가라앉고.

모두가 발견했다.

비명을 흘리며 쓰러지는 알크메네 앞에서 피를 뒤집어쓴 호준을.

“세상에!”

“맙소사.”

“인간이 해냈어!”

“허어… 나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해치운 건가!”

“어지간한 용족은 명함도 못 내밀겠군.”

“이번 콘테스트는 역대급일세. 역대급이야.”

쏟아지는 피를 맞는 호준에게 모두의 관심이 쏟아졌다.

그런 관심에도 불구하고 호준은 다른 것을 보며 웃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주네.’

그의 눈앞에는 수많은 메시지가 떠 있었다.

【자이언트 알크메네 사냥 성공!】

【자이언트 알크메네의 귀속품이 당신에게 제공됩니다】

【자이언트 알크메네의 피】 × 2,384

*진귀한 식재료입니다!

*섭취시 체력, 마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자이언트 알크메네의 고기】 × 2,391

*양질의 고기

*기본적인 간이 되어있어 어느 요리에도 적합합니다

*비린 맛이 없고 육즙이 풍부합니다.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운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이언트 알크메네의 발톱】 × 40

*날카로운 발톱으로 무기 제작에 적합합니다

*가까운 대장장이에게 무기 제작을 의뢰하십시오!

*발톱의 크기 덕분에 상당량의 무기 제작 가능!

【자이언트 알크메네의 깃털】 × 302,939

*가구 제작, 의류 제작 등에 쓰일 수 있는 재료입니다

*희귀한 재료로 주로 귀족들의 의류제작에 많이 쓰입니다

*가까운 의류제작업자에게 의류 제작을 요청하십시오! 양질의 의류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수많은 메시지들.

그 중에서 한 메시지를 보며 호준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자이언트 알크메네의 알】 × 1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제공하면, 부화가 가능합니다.

새로운 닭을 얻게 되었으니까.

이번에는 조금 큰 닭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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