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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너무 잘함-138화 (138/200)

138. 비밀의 정원

두 번째 레드 게이트.

방송 결과도 흐뭇했지만, 전투로 인한 보상도 달콤했다.

호준은 흐뭇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거대 인면조와 20레벨 이상 차이가 나, 보너스 경험치가 부여됩니다】

【거대 인면조와 전투를 10분 만에 마무리해, 시간 보너스 경험치가 부여됩니다】

【레드 게이트 전용 보너스 경험치가 부여됩니다】

【경험치 300% 버프가 적용되어 추가 경험치가 부여됩니다】

보너스가 대체 몇 개인지.

이 많은 보너스 덕분에 레벨업도 화끈했다.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현재 레벨 : 56】

폭풍 레벨업 성공!

레벨은 벌써 56이 되었다.

‘이러다가 70 되는 건 금방이겠는데.’

레드 게이트 몇 번 돌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희망적인 생각도 들었다.

물론, 레벨업 말고 다른 보상도 많았다.

새로운 칭호도 얻었다.

【신전 정복자 칭호를 얻었습니다】

【신전 정복자】

【효과】: 모든 속성(물,얼음,불,바람,흙)에 대한 저항력이 30% 향상됩니다.

【저항력이 향상되어 주위 환경의 영향을 덜 받게 됩니다】

【저항력이 향상되어 속성을 띈 마법 공격으로 인한 피해가 줄어듭니다】

【저항력이 향상되어 상태 이상 시, 체력 회복 속도가 빨라집니다】

신전 정복자 칭호는 잘 살펴보면, 안전한 보험과 같았다.

‘마법 공격에 대한 보험이지.’

저항력이 높을수록 극저온 혹은 극고온의 환경에서도 잘 버틸 수 있다.

그리고 마법 공격으로부터 입는 피해가 줄어들고.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100배는 낫다.

보통 플레이어들은 저항력을 얻기 위해 장비를 비싼 돈 주고 사는데, 오직 칭호만으로 저항력을 얻는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컸다.

칭호뿐 아니라 버프도 새로 추가되었는데, 그 이름하야.

【화신의 가호 버프 획득!】

무려 신의 가호란다.

불의 신전이라서 화신의 가호인 모양이었다.

버프 효과는 매분 체력이 회복되는 것.

【버프 효과로, 분당 체력의 3%가 회복됩니다!】

【화신의 가호 버프는 지금부터 3일 동안 지속됩니다】

【화신의 기운이 당신의 몸을 감쌉니다】

화르륵―

마치 불이 몸으로 퍼져나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따스한 기운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도는 것은 마치 온돌 바닥에 누워서 몸을 지지는 것 같았다.

따뜻하니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차오르는 기운을 느끼며, 호준은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손바닥 위를 구르는 새빨간 구슬.

영롱한 빛을 머금은 채로 햇빛을 반사하는 그 구슬도 이번 게이트에서 얻은 것이었다.

【‘불의 정수’를 얻었습니다】

불의 정수.

겉보기에는 아이들이 장난치며 놀 것 같은 평범해 보이는 구슬이지만, 놀라운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불의 정수】

【효과】: 섭취 시 불 내성이 생깁니다.

* 불로 인한 대미지를 입지 않습니다.

* 내성 효과는 플레이어가 착용한 아이템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특이사항】: 판매 불가, 최초 소지자만이 사용 가능합니다.

섭취하면 불의 내성이 생기니 참으로 간단했다.

‘최고네.’

이번에 얻은 보상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뭐니 뭐니 해도 그는 몸 안 다치는 게 최고라고 여겼다.

몸 편하게, 마음 편하게 사는 게 최고 아닌가.

구슬만 꿀꺽 삼키면 화상을 입을 일은 없는 것이다.

불 내성에 대해 잠깐 얘기를 하자면, 불 내성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보통은, 플레이어들이 도시의 대장장이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 불 내성을 얻기 위한 수련을 시작할 수 있다.

【불 내성을 위한 101가지 수련】

이 수련은, 단계가 높아질수록 수련 강도가 세진다.

수련의 난도가 높아서 지옥의 수련이라는 악명이 자자했다.

수련을 다 거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랜덤으로 얻는 수련인지라, 앞선 사람이 하는 수련과 뒤의 사람이 하는 수련 내용이 다르다.

공략법이 따로 없다 보니, 다들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불 내성도 충분히 메리트가 있지만. 101가지 수련을 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리니. 그 시간에 레벨업하는 게 더 이득이지.’

초반에는 불 내성 때문에 다들 도전했지만 지금은 구식으로 취급받았다.

수련을 위해 쏟아야 할 시간, 돈을 계산했을 때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호준은 그 수련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완전 쉽게 얻었네.”

101가지 수련이 웬 말인가.

손바닥 위를 데굴데굴 구르는 영롱한 구슬만 먹으면 끝이다.

참으로 간편해서 웃음이 날 정도다.

호준은 단숨에 구슬을 입 안에 넣었다.

입 안에 들어온 불의 정수는 갓 구운 군밤처럼 따뜻했다.

입에서 살살 굴리다가 씹자 까득 하는 소리와 함께 구슬이 깨졌다.

따뜻한 기운이 입안 전체로 퍼져나가더니 형체를 잃고 사라졌고.

쿵―

따스한 기운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후우―”

【불의 정수가 체내에 흡수되었습니다!】

【불 내성을 획득했습니다!】

【앞으로 불로 인한 데미지를 입지 않습니다!】

호준은 배부른 얼굴로 메시지를 한 번, 그리고 손에 피어오르는 따스한 감각을 느끼며 손바닥을 한 번 내려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기분은 최고조를 달렸다.

쿨쿨―

고개를 돌리니 햇볕을 맞으며 널브러져 잠이 든 이무.

그 이무의 뱃살 위로 다크니스와 미르가 엎드려서 잠을 자는 모습이 보였다.

“태평하니 보기 좋네.”

다들 세상모르고 자는 것을 보니 잠깐 눈을 붙이고도 싶지만.

‘마지막이다.’

마지막으로 확인할 것이 남았다.

그것은 플라테논 신전의 상자였다.

갈색의 작은 상자.

그는 플라테논 신전의 열쇠를 꺼냈다.

열쇠를 상자에 갖다 대자 상자가 진동하더니 열쇠가 스르륵 상자에 흡수되었다.

번쩍―

상자에서 빛이 작렬했다.

잠시 뒤 빛이 사라진 자리.

플라테논의 상자와 열쇠는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덩굴이 그려진 열쇠 하나만이 남았다.

【플라테논 신전의 열쇠와 플라테논 신전의 상자를 잃었습니다】

【비밀의 정원 열쇠를 획득했습니다!】

【열쇠를 연달아 3번 문지르면 비밀의 정원으로 입장하는 문이 나타납니다】

“3번이라. 꼭 램프 같네.”

열쇠를 문지르면 문이 나타난단다.

‘이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비밀의 정원이라.

레드 게이트에서 나오는 아이템은 떠도는 풍문만 있을뿐, 사실로 확인된 바는 없었다.

즉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직접 부딪쳐보는 수밖에 없었다.

‘해보자.’

호준은 열쇠를 쥐고 손가락으로 열쇠를 세 번 문질렀다.

그러자 열쇠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일어나더니.

퉁―

그의 앞에 문이 나타났다.

달처럼 동그란 형태의 나무문이었는데 무릎 높이까지 오는지라 기어서 가야 할 듯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무릎을 끓고 엎드린 채로, 문을 열었다.

삐그덕―

“……!”

문을 열자 광활한 숲이 펼쳐졌다.

푸른 녹음이 우거진 숲으로 그는 기어들어갔다.

* * *

【비밀의 정원에 입장하셨습니다】

【열쇠를 3번 두드리면 퇴장하는 문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호준이 비밀의 정원에 들어와, 초록색으로 가득한 세상을 탐방하고 있을 무렵.

“흐으응 흐으응~ 나는야 카아시임 열매를 맺게 하지요!”

물로 채운 바가지를 들고 엉덩이를 흔들며 걸어다니는 존재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카심.

비밀의 정원에서 태어난 작은 고블린이었다.

카심은 성스러운 씨앗의 나무와 비밀의 정원 나무를 돌보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식량으로는 주위 나무들이 맺는 작은 열매를 주워 먹고 살아갔다.

“오늘도 햇살이 좋아요! 좋아좋아!”

카심은 태어날 때부터 늘 혼자였다.

비록 대화할 상대가 나무들밖에 없지만, 카심은 밝았다.

풀과 나무를 좋아하는 카심은 숲에서 사는 것에 만족했다.

가끔 외로울 때는 씨앗의 나무를 붙잡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곤 했다.

카심은 매일매일 바쁜 일정을 보냈다.

나무의 가지치기도 하고, 잡초도 뽑고, 꽃에 물도 듬뿍 주고.

짧은 다리로 종종거리며 다니다 보면 시간은 술술 흘러갔다.

추왑―

카심은 개울에서 퍼온 물바가지를 뒤집어 나무 밑동에 뿌렸다.

성스러운 씨앗의 나무가 물을 단번에 흡수했다.

쑤와아압!

파릇파릇해진 나무 잎사귀를 보며 카심은 이마의 땀을 쓱 닦고는 한마디 내뱉었다.

“휴우! 됐다. 몽아! 물은 이 정도면 충분하지?”

모옹―

씨앗의 나무가 가지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울음소리를 냈다.

씨앗의 나무는 이렇게 이따금씩 기분 좋으면 므엉, 모옹 소리를 내곤 했다.

카심은 그 소리를 본떠 씨앗의 나무를 몽이 혹은 몽몽이라고 이름 붙였다.

씨앗의 나무의 잎사귀가 살랑거리는 걸로 보아 오늘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카심은 애정을 담아 나무를 한번 보고는 기둥을 손으로 툭툭 두드렸다.

“열매를 따러 갔다 올게! 금방 올 거니까 너무 기다리지 마!”

므엉―

씨앗의 나무가 잘 가라는 듯 가지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카심은 싱긋 웃고는 종종거리며 바가지를 안고 숲으로 달려갔다.

카심의 소망은 단촐했다.

‘바가지 안에 가득 열매를 담아와서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 소망은 이뤄지기 힘든 것이었다.

숲의 나무들은 열매가 풍성하지 않았으니까.

1달에 한 번, 혹은 몇 달에 한 번 열매를 맺을 만큼 나무들은 열매가 잘 맺지 않았다.

맺는다 하더라도 카심이 기어가기 힘든 수십m 위에 열매가 맺히곤 했다.

카심도 노력하면 5m 정도 나무 위로 올라갈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다.

꼬르륵―

그래서 카심은 배부르게 열매를 먹은 날이 손에 꼽았다.

가끔 떨어진 열매를 아껴 먹어야 하는 처지였다.

그렇게 카심은 어릴 때부터 굶주림에 익숙해졌다.

‘배고프다….’

굶주림에 익숙하다고 해도, 서글픈 마음까지 어쩔 수는 없었다.

어제 바위 아래에 저장해놓은 열매를 생각하며 카심은 침을 꼴깍 삼켰다.

그 열매를 다 먹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혹시라도 오늘 열매를 찾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남겨둬야 했다.

욕망을 꾹 눌러버린 카심은 가는 다리를 놀리며 나무뿌리를 폴짝 뛰어넘었다.

‘하나라도 찾자…!’

동글동글한 눈매를 이리저리 굴리던 카심에게 징후가 포착되었다.

‘……!’

카심의 코가 냄새를 맡았다.

향긋하면서도 달큼하고, 침이 살살 고이는 이 냄새는.

‘망고다!’

카심의 입에서 침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망고는 그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었다.

달콤한 과육이 입 안에 들어가면 마치 세상이 천국처럼 보였다.

망고만 하루에 100개 먹으라고 해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현실에서 망고는 3년에 한 번 발견할까 말까 할 정도로 희귀하게 열렸지만.

“망고 망고 망망고~ 너무 좋아 망고!!”

엉덩이를 흔드는 카심은 누가 보아도 행복해 보였다.

카심은 1년 만에 맡는 망고 냄새에 흥분해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발견하는 즉시 다 먹어버리고 싶지만 한 10분의 1 정도만 먹어야겠지.

나머지는 아껴두고 아껴두리라.

배고플 때마다 조금씩….

쥬륵―

카심은 흘러내린 침을 주변의 잎사귀로 닦고는 냄새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점점 망고의 향이 강해지자, 카심의 눈동자가 별빛처럼 반짝였다.

이제 이 나무뿌리만 넘어서면 된다.

카심은 힘껏 나무뿌리를 기어올라 그 위에 섰다.

‘저기…… 응?’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듯하던 카심이 동작을 멈추었다.

카심의 눈이 댕그랗게 변했다.

그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말을 잃었다.

한 남자가 쭈그리고 앉아 망고를 먹고 있었다.

그 앞에는 망고가 먹기 좋게 잘 잘려 있었는데, 윤기가 자르르르한 망고를 보니 카심의 뱃속이 요동쳤다.

카심은 어서 망고를 달라고 아우성치는 배를 손가락으로 꾹 누르고는, 망고를 한 번 남자를 한 번 보며 침을 삼켰다.

저자는 새나 사슴, 토끼가 아니었다.

저자는 분명 자신처럼 팔다리가 다 붙어 있었으나 피부색이 다르고 덩치가 더 컸다.

카심은 경계하는 눈빛이면서도 동시에 망고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때.

꼬르르륵―

평소의 10배는 되는 꼬르륵 소리가 숲속에 울려퍼졌다.

꼬르륵 소리가 이렇게 크게 나다니.

카심은 제풀에 놀라 뛰다가 풀썩 넘어졌다.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이었다.

“으으…!”

카심이 볼을 붉히며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달큼한 냄새가 났다.

카심은 고개를 들어올렸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호준과 눈을 마주쳤다.

꼬르르르륵―

호준은 망고를 고블린의 코앞에 들이밀었고, 카심의 배는 거한 꼬르륵 소리를 냈다.

카심의 얼굴이 홍시처럼 붉어졌다.

민망함에 카심이 손으로 얼굴을 감싸자 호준은 망고가 담긴 그릇을 꺼내 그 아래에 내려두었다.

“먹어.”

카심이 눈만 깜박이고 있으니, 호준은 다시 터벅터벅 제가 먹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무심히 망고를 깎기 시작했다.

카심은 제 앞에 놓인 망고 그릇을 한 번, 호준을 한 번 보고는 침을 삼켰다.

카심으로서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었고, 생전 처음으로 받은 호의였다.

꿀꺽―

찹찹찹찹―

결국 카심은 본능에 따라 망고를 먹기 시작했다.

1년 만에 먹는 망고는 너무 맛있었다.

“크흡… 흡…!”

카심은 눈물을 머금고 망고를 먹고 또 먹었다.

호준은 가끔씩 다가와 눈물이 그렁그렁한 카심에게 망고 접시를 내밀었고 카심은 사양하지 않았다.

눈물 젖은 망고를 듬뿍 먹으며 감동에 젖은 카심을 보며.

호준은 생각했다.

‘원래 눈물이 많은 고블린인가보네.’

희한한 고블린이라 생각하며 그는 망고를 입에 넣었다.

달다.

망고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니까.

호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망고를 배불리 먹었다.

그렇게 망고와 함께 둘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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