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52화 (52/200)

052. 요정력 전달하기

살다 보면 평범해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 뛰어난 능력을 보고 주위 사람들은 놀라게 마련이다.

지금 호준도 그와 비슷했다.

기대치보다 뛰어난 토순이의 능력을 보고 놀랐다.

【토순이가 요정력을 발휘합니다!】

【요리 과정을 생략합니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2급)이 완료되었습니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2급)이 완료되었습니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2급)이 완료되었습니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2급)이 완료되었습니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2급)이 완료되었습니다!】

호준은 토순이가 또다시 요리하도록 부탁했다.

토순이는 부탁한 대로, 힘을 발휘해 요리를 완성했다.

눈 깜짝할 새에 퀘스트로 부과된 요리가 완성된 것이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2급) × 10】

연달아 토순이가 힘을 발휘해 요리 10개를 완성했다.

당연히 퀘스트도 성공했다.

【퀘스트 성공】

【퀘스트 보상으로 소스제조기를 얻었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올리브 씨앗 30개를 얻었습니다.】

‘토순이만 있으면 요리는 껌이네.’

요리에 있어 토순이의 힘은 절대적이었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시간을 얻게 해주니까.

‘이 힘을 쓴 게 처음은 아니지만.’

물론 토순이가 이런 힘을 발휘한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번에도 요리를 완성한 경력이 있으니까.

그럼에도 놀랄 수밖에 없는 건, 지금은 결과물이 그때보다 5배 늘었기 때문이었다.

‘지난번에는 1개를 완성했지만, 이번에는 5개를 동시에 완성했어. 토순이의 힘이 이 정도구나.’

그랬다. 그때는 요리 1개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무려 5개를 한방에 클리어!

이제 요리는 금방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만했다.

호준은 고개를 내려 복덩이 토순이를 바라보았다.

“뀨우웅!”

토순이가 발등에 붙은 채로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런 토순이를 안아 들고 귀를 살살 쓰다듬는데 메시지가 떴다.

【토순이가 요정력을 모두 소진했습니다】

【요정력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힘을 쓸 수 없습니다】

‘요정력이라.’

메시지에 의하면 토순이가 요리를 완성하려면 요정력이 필요했다.

호준은 이전에 별이가 말했던 내용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 요정력은 전달할 수 있는 힘이라고 했지.’

별이는 직접 손가락을 맞대며 요정력을 옮길 수 있다고 설명해준 바 있었다.

그 설명대로라면 지금 토순이에게 요정력을 전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내 요정력을 토순이에게 전달해 주면 되겠네.’

요정력을 전달하려면 서로 접촉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호준은 토순이 귀를 잡고 마음속으로 요정력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팡―

그러자 그의 손바닥에서 푸른 불이 터지고, 메시지가 떴다.

【요정력을 발동했습니다!】

【당신은 토순이에게 요정력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요정력을 전부 전달하면 당신은 일시적으로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요정력을 얼마나 전달하시겠습니까?】

【아래 세 가지 선택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세요!】

【1. 전부를 전달한다】

【2. 2분의 1을 전달한다】

【3. 3분의 1을 전달한다】

요정력이 없을 때 페널티는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

스킬은 요정왕의 댄스밖에 없는 호준에게는 요정력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요정력이 필요 없는 그가 택할 것은 하나.

“전부 토순이에게 준다.”

【요정력을 전부 토순이에게 전달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남과 동시에 손바닥에서 푸른빛이 흘러나와 토순이의 몸을 휘감았다.

토순이의 전신이 스머프처럼 푸르게 변했다.

대략 10초간 그런 상태로 있다가 빛이 사그라들었다.

【요정력을 모두 전달했습니다】

【토순이가 기운을 차렸습니다!】

【토순이가 요정력이 충만하여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뀨우우우!”

토순이가 힘차게 울며 머리를 손바닥에 비볐다.

손바닥에 닿는 보들보들한 감촉에 기분이 좋아졌다.

【토순이가 요정력을 받아 기쁨을 느낍니다】

【토순이가 당신에게 느끼는 호감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토순이와 당신과의 호감도 높아질수록 요정력의 최대치가 늘어납니다!】

【토순이의 성장을 위해서는 호감도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 주세요!】

‘더 잘해주라는 말이네.’

당연히 더 잘해줄 생각이기에 호준은 토순이를 높이 들어 올렸다.

“뀨우웅!”

장난을 치는 줄 알았는지 토순이가 헤벌쭉 웃으며 귀를 팔랑댔다.

말랑말랑한 배를 조물대자 토순이는 꾸르륵꾸르륵 울며 몸이 호떡처럼 늘어졌다.

호준은 손으로 배 마사지를 하며 칭찬을 속삭여주었다.

“우리 토순이는 복덩어리네. 이런 신기한 힘도 쓸 줄 알고. 잘했다. 덕분에 요리를 금방 했어.”

“뀨우웅!”

【토순이가 자부심을 느낍니다!】

【토순이는 칭찬에 춤을 추는 과에 속합니다!】

【토순이가 귀를 기울여 칭찬을 마음에 새깁니다!】

호준은 한동안 마사지를 계속하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토순이는 칭찬을 들을 때마다 목덜미를 핥는 것으로 답했다.

보들보들한 털에 얼굴을 묻으며 호준은 환하게 웃었다.

‘진짜 좋다.’

행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토순이 덕분에 시간이 절약되었다.

퀘스트에 성공해 소스 제조기, 올리브 씨앗 30개까지 얻었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 새로운 퀘스트가 생겼다.

이번에는 소스와 관련된 퀘스트였다.

【소스 개발하기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직업 퀘스트】소스 개발하기(1)

【퀘스트 목표】: 소스류 열매 수확하기

고추장 열매 수확하기 (1/10)

된장 열매 수확하기 (1/10)

간장 열매 수확하기 (1/10)

겨자 열매 수확하기 (1/10)

【퀘스트 설명】

*소스는 요리 맛을 더 맛있게 만들어 줍니다.

*양질의 소스 열매를 수확해 믹서기로 즙을 짜면, 소스를 얻을 수 있습니다.

【퀘스트 보상】

*튀김기 1개

― 다양한 재료를 튀길 수 있는 기기입니다

*참깨 30개

―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희귀한 씨앗입니다

‘튀김기면 치킨을 튀길 수 있겠네. 야채튀김도 괜찮고.’

호준은 튀김기를 위해 퀘스트 목표에 집중했다.

퀘스트 목표는 고추장, 된장, 간장, 겨자 열매 수확하기.

씨앗을 구하는 것이 제일 먼저였다.

호준은 즉시 별이를 호출했다.

별이에게는 가판대에서 팥빙수를 팔아 씨앗을 사 오도록 했다.

그녀와 팥빙수의 가격에 대해서도 의논했는데 별이가 제안한 팥빙수 가격은 꽤 높았다.

“팥빙수는 한 300골드로 팔아도 될 것 같아요.”

“300골드면 30만 원 정도인 건데. 하나 가격으로 너무 비싸지 않을까?”

“음. 제 생각에는 그 정도면 충분할 거 같아요. 일단 양이 5인분이라서 적지 않은 양이에요. 음식 효과가 처음 먹는 순간에만 적용된다고 쳐도, 들어가는 과일이 한 바구니가 넘으니까. 그 정도는 최소한 받아야 될 것 같아요. 거기다 재료 만드는데도 꽤 고생하지 않으셨어요?”

“음. 하긴. 팥소, 아이스크림, 연유를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들기는 하지.”

“네. 그러니까 최소 300골드는 받아야지 싶어요. 이건 최소가격이고 가격을 더 올려도 상관없지만요.”

논리정연한 별이의 말에 호준도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이전에 본 글이 떠올랐다.

국내 모 호텔에서 파는 망고 빙수 가격이 무려 6만 원이나 한다는 내용.

그 당시에는 한주먹도 안 하는 망고가 들어간 것 치고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그 빙수랑 비교했을 때 특제 빙수는 훨씬 훌륭해 보였다.

과일도 7가지나 들어가고. 맛도 훌륭하고. 객관적으로 봐도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지 않나.

“그래. 그렇게 하자. 300골드로.”

“넵! 그럼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확답을 들은 별이는 토끼바위 쪽으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녀를 보내고 난 뒤, 호준은 토순이를 조수로 두고 요리를 시작했다.

남은 닭고기를 다 굽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모두에게 식사를 대접하기로 마음먹었다.

‘다들 더운데 고생이 많을 거야.’

지금 다들 밖에서 일하는 중이었다.

요정들은 땡볕 아래서 농사일과 주스 만들기를 하고.

베티와 샤롯은 오솔길과 이어지는 길을 만든다면서 삽을 들고 숲속에 길을 만들었다.

호준은 고생하는 모두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다.

닭고기를 손질하고 양념에 푹 절이고.

마지막으로 오븐에 넣으면.

“뀨우우우!”

토순이가 힘차게 울부짖으며 연기를 뿜었다.

【토순이가 요정력을 발휘합니다!】

【요리 과정을 생략합니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2급)이 완료되었습니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2급)이 완료되었습니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2급)이 완료되었습니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2급)이 완료되었습니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2급)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렇게 요리가 원활히 진행되었다.

순식간에 모든 닭고기를 소진했다.

호준은 오븐에 구운 닭고기 10개를 접시 위에 올려놓고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닭이 워낙 커서 10마리로도 충분해 보였다.

“훌륭하네.”

직접 만들어서인지 몰라도 오븐 구이의 외관은 훌륭했다.

구릿빛으로 번뜩이는 팔뚝만 한 닭다리는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닭다리 하나만 뜯어먹어도 배부를 것 같달까.

보는 것만으로 침이 고였다.

츄르릅

옆에서 침 흘리는 토순이를 안아 들며 호준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두를 불러야 했으니까.

“토순아. 가서 베티와 샤롯 좀 불러올래?”

“뀨우우우!”

토순이는 숲속으로 통통거리며 나아갔다.

호준은 밭으로 가서 요정들을 가게로 데려왔다.

모두가 가게에 모이자마자 먹을 준비를 했다.

닭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접시에 올리고 식기를 세팅하자 별이가 돌아왔다.

다 같이 테이블에 둘러앉고서 호준은 주스 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

“다들 고생 많았다. 여기 있는 고기 다 먹어도 되니까. 배 터질 때까지 마음껏 먹어!”

“잘 먹겠습니다!”

“뀨우우우!”

“끼루루루!”

찹 찹 찹 찹

요정들은 농사일 때문에 기력을 소진해서인지, 음식을 흡입하듯이 먹었다.

거의 입에 쓸어 넣는 수준이었다.

다들 배가 불룩해질 때까지 고기를 먹었다.

베티와 샤롯은 땡볕 더위로 발그레한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아 진짜. 입에서 녹는다 녹아!”

“정말 닭고기에서 잡내가 안 나네. 마을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맛있어.”

“맛있다니 다행이네.”

둘 역시 요정들 못지않게 닭고기를 즐겼다.

모두 음식에 집중한 순간이었다.

호준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닭고기 맛에 만족했다.

‘담백하면서 살짝 기름기가 있어서 내 입맛에 딱이야.’

호준은 특히 닭 껍질의 바삭함이 좋았다.

보드라운 살도 입에서 살살 녹았다.

그는 부지런히 닭고기를 입에 넣었다.

닭고기의 육즙을 즐기며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환하게 웃으며 음식을 먹는 이들을 보며 몸도 마음도 배불렀다.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짓는 이들을 보니, 뿌듯함이 가슴에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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