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 오븐 요리 시작
농장에 도착한 호준은 닭들에게 이름을 붙여주었다.
20마리나 되기에 기억하기 쉽도록, 숫자로 정했다.
하나, 둘, 셋으로 시작해 스물까지.
정 없어 보이는 이름이긴 하지만 호준도 어쩔 수 없었다.
‘나중이 되면, 일일이 다 기억하기도 벅찰 테니까. 편하게 부르자.’
20마리를 다 다른 이름으로 붙이면 머리 아프지 않겠나.
닭들도 이름에 별로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다음으로는 모두에게 닭을 소개했다.
모두 닭과 인사하며 그들을 반겼는데, 미소는 격하게 기뻐했다.
같은 동물이라서 반가운 모양이다.
― 반갑다무우우 내 이름은 미소다무우
― 내 이름은 하나다끼오! 반갑다 미소끼오!
― 이름이 멋지다무우우!
― 너도 아주 멋진 소구나! 근육이 잔뜩있다끼오!
미소가 몸매에 관한 칭찬을 듣자 입꼬리가 승천할 듯 올라갔다.
미소는 마치 비밀이야기를 속삭이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 흠흠, 이거는 호준 님 덕분에 얻게 된 거다무우!
― 오오오오끼오! 나도 그런 몸을 얻고 싶다끼오! 어떻게 한 거냐끼오!
― 매일매일 호준 님과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똿! 진화했다무우! 그러니까 열심히 일하다 보면 분명히 해 뜰 날이 올 거다무우!
― 그렇군끼오! 일할 의욕이 솟는다끼오!
닭들이 미소의 불끈거리는 근육을 보며 탄성을 내뱉었다.
미소와 닭들은 금방 친해져서 한 무리처럼 다녔다.
호준은 미소에게 닭들을 맡겨두고 남은 시간을 체크했다.
‘이제 4시간 정도 남았네. 얼른 일해야겠다.’
언뜻 보기에는 긴 시간이지만 그렇지 않았다.
농사하고, 10마리분 닭고기를 수확해서 요리하고.
맨 마지막에 장사까지 하려면.
과연 이 모든 게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
‘하는 데까지 하자.’
호준은 자신감 가득한 얼굴로 닭장 문을 열어젖혔다.
* * *
【닭고기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닭장에 닭을 풀어놓은 지 2시간이 흐르자 메시지가 떴다.
‘금방 수확할 수 있구나.’
호준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워낙 바쁘게 일을 한 터라, 이마에 땀이 흥건했다.
‘먼저 밀알로 닭 모이도 만들었고.’
먼저 그는 밀알을 닭 모이로 주었다.
밀을 털어서 만든 밀알은 닭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닭들은 날개를 추켜올리며 기뻐했다.
아무래도 닭은 기분 좋으면 날개를 위로 들어 올리는 모양이었다.
그다음은 팥빙수 만들기였다.
닭고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는 별이와 팥빙수를 만들었다.
그 결과.
‘팥빙수 23개면 충분히 많이 만들었지.’
이제 그는 닭고기 수확을 위해, 홀로 닭장으로 향했다.
닭장 문을 열어젖히자 닭들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그들은 발등과 정강이에 몸을 비비적대며 어린아이처럼 칭얼댔다.
― 반갑다 호준끼오! 덕분에 밀알 맛있게 먹었다끼오!
― 양도 많아서 최고다끼오! 배부르니 졸리다끼오!
― 여기는 포근해서 잠이 솔솔온다끼오! 좋은 보금자리를 줘서 고맙다끼오!
“그래그래. 나도 반갑다.”
호준은 닭들을 한 번씩 어루만져주었다.
닭들은 매번 강아지처럼 애정을 표현하는 데 적극적이라, 호감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한차례 닭들을 쓰다듬으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잠시 수확하고 갈 테니까. 편하게 밥먹고 있어.”
― 알겠다끼오!
그 말에 닭들은 밀알 먹는 것에 집중했고.
호준은 고기 추출기를 꺼내 그 뒤로 다가갔다.
그는 총구를 닭의 뒷덜미에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쭈우아악 착!
【손질 안 된 닭고기(4급)을 수확했습니다】
【요정왕 특전으로 닭고기 등급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요정왕 특전으로 목축 경험치가 2배 증가했습니다!】
【목축 스킬을 레벨업했습니다!】
생닭이 닭의 몸에서 튀어나와 바닥에 놓였다.
생닭은 물이 가득 담긴 것처럼 무거웠고 두 팔 가득 안을 만큼 컸다.
크기와 무게를 떠나 호준은 닭고기 등급을 보며 만족스러웠다.
‘소고기는 5급인데, 닭고기는 4급이네. 한 등급 올랐어.’
소고기보다 더 우수한 품질이라는 사실.
호준은 그 사실을 발견하고 마음이 뿌듯했다.
농부에게 더 좋은 수확물만큼 기분 좋은 것은 없었으니 당연했다.
그는 기쁜 마음을 표정으로 드러내며 총을 고쳐 쥐었다.
‘얼른 끝내자.’
쭈와아악 착
쭈와아악 착
한동안 문어 빨판에서 날법한 소리가 이어졌다.
헛간 문이 다시 열렸을 때, 호준은 싱싱한 생닭 20개를 손에 넣은 뒤였다.
* * *
오븐에 구운 닭고기 레시피는 간단했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
【필수 재료】: 생닭 혹은 닭고기 1개, 소금 1개, 후추 1개.
【추가 재료】: 맥주, 소주 등 알코올 종류, 우유, 버터, 치즈 등의 유제품, 소스류
【재료를 추가할 시 식감과 맛이 향상됩니다】
【레시피】
【1. 고기에 칼집을 내고 소금과 후추로 버무린다.
(이 단계에서 추가 재료를 넣으십시오)】
【2. 양념이 밴 고기를 오븐에 넣고 10분 동안 가열하십시오!】
‘고기에 칼집 내고, 양념으로 버무리고. 오븐에 넣으면 끝이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바로 오븐에서 10분이나 걸린다는 것.
치킨 요리에 10분이면 빨리 되는 것이지만, 호준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90분 정도 남았네.’
그에게 플레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어진 플레이 시간은 90분.
닭고기 개당 10분이니까 10개를 만들려면 최소한으로 100분이 걸렸다.
이것도 최소한이고 100분이 넘을 게 분명했다.
결국 요리를 다 못하고 중간에 로그아웃할 수밖에 없었다.
‘장사는 다음으로 미뤄야 하려나.’
다 마무리하지 못하는 게 아쉬웠지만.
호준은 마음을 다잡았다.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자.’
고민하는 시간도 아까웠다.
탕
호준은 카운터 위, 도마에 닭고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칼질을 시작했다.
찹 찹 찹 찹
칼이 물컹한 닭 껍질에 격자무늬를 새겨넣었다.
골고루 칼집을 내자 메시지가 떴다.
【닭고기 칼집 내기를 완료했습니다!】
【육질이 부드러워질 수 있도록 양념을 버무려주세요!】
‘양념은 미리 준비해뒀지.’
호준은 옆에 있는 볼을 닭고기 가까이에 놓았다.
볼에는 소금과 설탕, 우유를 섞어둔 양념이 들어있었다.
그 안에다 닭고기를 넣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쭈와아압
‘허어?’
닭고기가 스펀지인 양 양념을 빨아들였다.
볼의 절반까지 차오른 양념이 몇 초 만에 사라졌다.
【닭고기가 양념을 빨아들입니다】
【소금으로 인해 닭고기에 간이 배었습니다】
【후추로 인해 닭고기의 잡내가 사라집니다】
【우유로 인해 닭고기의 육질이 부드러워집니다】
【닭고기에 양념이 충분히 배었습니다!】
‘무슨 작용을 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구나.’
메시지로 닭고기의 변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제 남은 건 오븐뿐이군.’
호준은 자동화 오븐 도어를 열었다.
그리고 닭고기를 네모난 쟁반 위에 올리고 문을 닫았다.
【모든 재료를 넣었습니까?】
“그래. 다 넣었다.”
그리 대답하자 추가 선택지가 주어졌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조리를 시작할까요?】
【다른 메뉴를 원할 경우 추가 재료를 넣어주세요.】
“오븐에 구운 닭고기를 만든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를 조리하기 시작합니다!】
【오븐이 작동을 시작합니다!】
자동화 오븐은 대화가 가능한 오븐이었다.
명령과 동시에 오븐에 불이 켜졌다.
닭고기가 제자리에 떠올라 빙글빙글 돌아가며 붉게 빛났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 요리를 자동화 메뉴로 등록하시겠습니까?】
【자동화 메뉴 등록 시, 매번 설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호준은 바로 답했다.
“그래. 등록한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를 등록했습니다】
【자동화 메뉴로 등록하면 요리재료가 오븐에 투입될 시, 자동으로 조리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재료만 넣으면 알아서 만든다는 이야기였다.
자동화 믹서기와 같은 패턴이기에 이해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호준은 뿌듯한 눈으로 붉게 물든 오븐 내부를 바라보다가 다시 허리를 폈다.
“칼질도 은근히 재미있단 말야.”
그에게는 손질되지 않은 9마리의 닭이 남아있었다.
찹 찹 찹 찹
퐁당!
쭈와아압
칼집을 낸 닭고기를 양념을 빨아들이게 하고.
마지막에 오븐 문을 열고 집어넣는다.
그는 이 과정을 4번 반복했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 조리가 시작됩니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 조리가 시작됩니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 조리가 시작됩니다】
…….
【오븐에 구운 닭고기 조리가 시작됩니다】
【오븐이 꽉 찼습니다】
【더 이상 재료를 넣을 수 없습니다】
【조리가 완료될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닭고기 5개를 넣자 그만 넣으라는 메시지가 떴다.
겉보기보다 많이 들어간 것이어서 호준은 만족스러웠다.
“후우. 한 번에 구울때 5개니까. 2번만 구우면 10개는 끝이구나.”
정신없이 일하는 사이 이마에 땀이 흥건했다.
그는 소매를 길게 늘어뜨려 땀을 닦아내고는 기지개를 켰다.
우두둑
“후우. 시원하네.”
스트레칭을 하며 허리를 양쪽으로 늘리는데, 발치에 뭔가가 내려앉았다.
고개를 내리니 토순이가 발등에 누워서 귀를 팔랑대고 있었다.
“뀨우우우!”
“토순아. 언제 왔어.”
“뀨우우우!”
【토순이가 반가움을 표합니다!】
【토순이가 요리 냄새에 반응해서 왔다고 말합니다!】
“이거 다 만들면 같이 먹자.”
“뀨우우우!”
토순이는 먹자는 말에 흥분한듯 귀를 프로펠러처럼 돌렸다.
눈이 샛별처럼 반짝이며 호준을 한번, 오븐을 한번 보고, 입가에서는 침이 흘렀다.
많이 배고파하는 모습에 호준은 토순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직 기다려야 하는데 어쩌지? 한 10분쯤 기다려야 하는데.”
토순이가 그 말에 귀를 살짝 내리며 실망하는 빛을 띠더니.
오븐 가까이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토순이는 오븐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유리면에 얼굴을 찰싹 붙이더니 힘차게 울었다.
“뀨우우우!”
순간, 토순이의 귀에서 흙색 연기가 뿜어져 나와 오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호준은 이어지는 메시지를 보며 입을 크게 벌렸다.
【토순이가 요정력을 발휘합니다!】
【요리 과정을 생략합니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2급)이 완료되었습니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2급)이 완료되었습니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2급)이 완료되었습니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2급)이 완료되었습니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2급)이 완료되었습니다!】
“허어….”
호준이 할말을 잃고 토순이를 바라보자 토순이는 다시 한번 크게 울었다.
“뀨웅! 뀨웅!”
【토순이가 또 한 번 힘을 쓸 수 있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합니다】
아직 토순이는 전력을 발휘한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