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8화 (8/200)

008. 농사 준비 (3)

【퀘스트 성공】

【퀘스트 아이템 행운의 동전을 잃었습니다】

【퀘스트 성공으로 튼튼한 쇠도끼를 얻었습니다】

【퀘스트 성공으로 촌장과의 호감도가 +10 올랐습니다】

퀘스트 성공 메시지와 함께 손바닥에 동전이 사라지고 쇠도끼가 남았다.

도끼는 묵직해서 왠지 믿음직스러웠다.

촌장은 허허 웃으며 호준에게 친근한 얼굴로 말했다.

“튼튼한 것으로 골랐으니 장작 패기 딱 좋을 걸세!”

“고맙습니다. 잘 쓰겠습니다. 촌장님!”

“껄껄. 잘 쓰게나. 나는 이만 가보겠네! 뭔가 어려운 게 있거든 언제든 집으로 찾아오게나! 호숫가 북쪽에 있네!”

“그러지요. 살펴 들어가십시오.”

그렇게 촌장이 넉넉한 미소를 지으며 뒷짐을 지고 가버렸다.

호준이 도끼를 몇 번 쥐었다 폈다 하는데 별이가 날개를 파닥이며 말했다.

“호준 님! 나무를 한번 찍어보는 건 어떨까요? 얼마나 튼튼한 도끼인지 시험해보는 느낌으로요!”

“그럴까? 저 나무가 적당하겠군.”

호준은 별이를 데리고 적당한 나무로 걸어갔다.

나무의 키는 3m 정도.

기둥 둘레는 성인 남성 몸 둘레 정도였다.

주위 나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서 첫 시도로 괜찮아 보였다.

‘한 열 번 정도 치면 넘어가려나?’

그 정도 예상을 한 호준은 단번에 기둥을 내리찍었다.

쩌억

경쾌한 소리.

타격음이 마음에 들어 계속 내리찍었다.

쩌억 쩌억 쩌억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왠지 중독성 있는 소리였다.

신나게 나무를 내리찍기를 10번쯤 했을까.

쩌적 쿠쿠쿠쿵

나무가 한쪽으로 기우뚱하더니 넘어가 버렸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나무가 바닥에 닿자마자 나무토막으로 변해버린 것.

나무는 온데간데없고 나무토막 5개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별이는 옆에서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와. 금방 넘어가네요! 호준 님 대단합니다!”

“고맙다. 그런데 원래 나무가 넘어가면 나무토막으로 바뀌는 거야?”

“네. 나무는 쓰러지면 나무토막으로 바뀌어요!”

“편리하네.”

토막으로 나눌 필요가 없으니 간편해 보였다.

호준은 가까이 가 나무토막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토막 하나 크기는 팔뚝 정도.

무게는 가벼워서 500그램도 나가지 않는 듯했다.

【나무토막을 얻었습니다】

‘혹시 필요할지도 모르겠네.’

만약을 생각해 부지런히 나무토막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호준이 모든 나무토막을 챙기고 일어서는데, 별안간 메시지가 떴다.

【직업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직업 퀘스트는 요정왕 직업군의 주 업무와 관련 있는 퀘스트입니다】

【직업 퀘스트 목표는 현재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작업과 관련된 내용으로 선정됩니다】

즉, 직업 퀘스트는 앞으로 해야 할 업무가 나온다는 말이었다.

호준은 흥미 가득한 눈으로 퀘스트창을 보았다.

【직업 퀘스트】비옥한 농지 만들기(1)

【퀘스트 목표】: 비료통을 1개 제작하시오.

* 비료통 제작 재료 : 나무토막 20개

* 제작 방법은 제작 카탈로그를 참고하십시오.

【퀘스트 설명】: 비옥한 농지는 농사의 기본!

튼튼한 비료통을 제작해 양질의 비료를 생산하십시오.

비료를 뿌리면 농지의 양분이 풍부해져 수확물의 풍미가 살아납니다.

【퀘스트 보상】: 튼튼한 호미 1개, 비옥한 농지 만들기(2) 연계 퀘스트 진행

‘농사를 준비하는 건가.’

요약하자면 퀘스트 목표는 비료통 1개 제작하기.

필요한 재료는 나무토막 20개였다.

‘지금 나무토막 5개는 있으니까 15개만 더 구하면 되겠군.’

벌목이 재미있던 참이라 반가운 제안이었다.

“어디 보자.”

주위에 쓰러진 나무와 비슷한 크기 나무가 제법 있었다.

호준은 성큼성큼 걸어가 나무를 찍기 시작했다.

그는 거침없이 나무를 찍었고 거침없이 나무가 넘어갔다.

쩌억 쩌억 쩌억 쩌억 쿵

나무가 넘어가자 호준은 다른 나무로 향하며 별이에게 당부했다.

“별아. 나무토막 줍고 있어. 나는 벌목을 할 테니.”

“넵!”

별이가 부지런히 나무토막을 줍는 사이 호준은 부지런히 나무를 찍었다.

이상하게 그는 벌목하는 일이 힘들기보다 성취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부지런히 움직이자 나무토막 20개를 금방 모았다.

재료를 다 모으자 호준은 별이에게 제작 방법을 물었다.

“비료통을 제작해야 하는데. 별아. 어떻게 하는지 알아?”

“물론입니다. 물건을 제작하려면 인벤토리에 제작 카탈로그에서 만드시면 됩니다. 따로 제작 버튼을 누르시면 돼요! 요리도 마찬가지랍니다.”

“그렇군. 어디 한번 볼까?”

인벤토리를 열어 제작과 요리 카탈로그가 있었다.

제작 카탈로그를 열자 많은 제품들이 나타났다.

그중에서 비료통을 금방 찾았다.

“여기 있네!”

비료통은 네모난 나무 상자였는데 그 밑에 자세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호준은 놓치는 것 없도록 꼼꼼히 읽어보았다.

【비료통】

【제작 레벨 1】

【제작에 필요한 재료 : 나무토막 20개】

【비료통은 비료를 제작하기위해 꼭 필요한 통입니다】

【비료통은 비료의 숙성을 도와주어 양질의 비료를 생산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양질의 비료는 농작물의 풍미를 대폭 높입니다】

【비료통을 음지에 두면 비료 생산속도가 빨라집니다】

【제작(가능)】 【이전 단계로 가기】

‘이건 농사에 꼭 필요한 거였네. 좋은 비료가 좋은 농산품을 의미하니까.’

호준은 지체 없이 아래 제작 버튼을 클릭했다.

그러자 두꺼운 나무판이 등장했다.

【비료통 제작이 시작됩니다】

【비료통 완성을 위해 나무판을 타격해주십시오.】

【나무판을 쪼개는 데 성공하면 제작이 완성됩니다!】

나무판 쪼개기는 일종의 미니게임 형식인 것 같았다.

나무판의 두께는 50cm 정도.

쉽지는 않겠지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호준은 도끼를 높이 들었다.

‘어디를 찍을까.’

그가 나무판을 바라보며 타격점을 생각하는데.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무판 상단에 손톱만 한 새빨간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호준은 갑자기 등장한 점이 이상해서 별이에게 점을 가리키며 물었다.

“별아. 너도 보이니?”

“네? 뭐가요?”

“저 빨간 점 말야. 위쪽에 있는.”

“무슨 점이요? 전 나무판밖에 안 보이는데요? 너무 피곤하신 거 아니에요?”

“그래? 아니다. 잠깐만 기다려봐. 곧 부술 테니.”

“네! 호준 님 파이팅입니다!”

호준은 응원을 받으며 다시 도끼를 들고 자세를 잡았다.

이로써 자신만 붉은 점을 본다는 사실을 알았다.

‘점을 내려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결과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결과라 해도 호준은 해보기로 했다.

그는 도끼로 점을 정확히 내리찍었다.

쩌저적!

그러자 나무판이 모세의 기적처럼 반으로 갈라져 버렸다.

그 두꺼운 나무판이 한 번에 반 토막 나자 호준은 황당함에 말을 잃었다.

“와….”

어깨에 앉아있던 별이도 말없이 감탄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호준은 메시지를 보며 말없이 웃었다.

메시지는 빨간 점이 특별한 스팟임을 증명해주었다.

【행운 스팟을 타격하여 추가 타격 없이 비료통을 제작했습니다】

【비료통 1개를 얻었습니다】

【제작 스킬을 레벨업했습니다】

【퀘스트 성공】

【튼튼한 호미를 얻었습니다】

튼튼한 호미가 하늘에서 내려와 손바닥 위에 내려앉았다.

호미는 그립감도, 무게감도 적당해서 마음에 들었다.

“저 정도 두께면 한참 내려쳐야 하는데… 호준 님 진짜 도끼질을 잘하시네요!”

“그냥 보이니까 내려쳤을 뿐인걸.”

“저라면 진짜 못했을 텐데! 대단해요!”

별이의 칭찬에 호준은 말없이 웃었다.

새로 만든 비료통은 부드러운 결, 시원한 감각, 은은한 나무 향기.

뭐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

쉽게 만든 것 치고 튼튼했고.

‘비료 만드는 법도 알아봐야겠다.’

호준은 비료통 옆에 호미를 내려놓고 비료 제작을 알아보려 했다.

그런데 별안간 파지직 하는 터지는 소음이 나더니 별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호준 님! 저기 좀 보세요!”

별이가 가리키는 방향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츠츠츠츠츠츳

눈부신 섬광 사이로 메시지가 또렷이 떠올랐다.

【제작의 요정이 몸을 꿈틀대며 나타납니다】

데구르르

섬광 속에서 굴러나온 초록색 덩어리가 호준을 올려봤다.

끼룩―

요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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