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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로 팔려간 곳이 황궁이었다-152화 (152/201)

#152 까마귀 시선이 향한 곳에는 루디가 서 있었다

황제의 처소는 중앙에 커다란 침실이 있고, 그걸 중심으로 여러 개의 방이 붙어 있는 구조다.

황제가 그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도록 욕실, 화장실, 드레스룸, 개인 식당, 접대실 등이 갖춰져 있었다.

황제가 도착하기 전, 미리 음식과 목욕 준비 등을 갖추고 있던 시종들은 루디가 들어서자마자 바쁘게 움직였다.

먼지가 쌓인 옷이 능숙하게 벗겨지고, 다른 쪽에서는 알맞게 온도가 맞춰져 있던 욕조에 향유가 몇 방울 더해졌다.

시종이 긴 흑발을 느슨하게 묶고 있던 머리끈을 풀어 젖은 수건으로 먼저 닦아낸 뒤, 루디는 나무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서너 시간 뒤에는 축승 연회가 열린다. 황제의 치장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종들은 조용한 가운데 움직임을 서두르고 있었다.

향유를 첨가한 욕조 물에 잠시 몸을 담그고 있는 동안, 시종장이 그간의 보고를 했다.

제국 내에 별다른 것은 없었다.

겨울 눈 때문에 고립된 지역이 몇 군데 생겼고, 변방에서 야만족이 침입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타이라 출신 부족인 붉은매가 사전에 연락해 미리 막았다. 그 외는 자잘한 일뿐이었다.

하지만 외국으로 눈을 돌리면 상당히 큰일이 생겨 있었다.

제국군이 디코콰리아를 떠나자마자 카니아가 침략 받았다는 보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침공한 것은 한 나라가 아니었다. 각기 다른 방향에서 두 개의 나라가 쳐들어갔다.

타이밍을 보면 제국군의 출발을 노린 것이다.

아마 다시 전쟁을 시작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테니 그때까지 어느 정도 점령하면 자신들의 것이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사실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전쟁은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암염 지역을 삼켰으니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 제국으로서는 훨씬 이득일 수 있었다.

루디는 살짝 한숨을 쉬고 중얼거렸다.

"뭐, 예상했던 일이기는 한데. 카니아에서 원조 요청은 있었나?"

"아직입니다."

"그 나라는 대체 어떻게 하고 있는 거야? 왕이 살아있기는 한가? 지난번 그레데 때도 느리더니. 뭔가 좀 이상한데."

루디의 말에 시종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데 왕국 침공 때야 자국이 아닌 디코콰리아라 그렇다 해도, 확실히 너무 느립니다. 현재 그 나라는 국왕과 왕자, 귀족들이 다투고 있는 중이지요. 왕의 모습이 벌써 반 년 정도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점이 아무래도 이상해서 첩자들에게 확인을 하라고 지시를 내려놓은 상태라고 한다.

"조만간 결과가 올라올 겁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보고가 이어졌다.

디코콰리아를 재건하는데 필요한 재원 마련이 가장 큰일이다. 아무리 최소한으로 잡아도 처음 십 년 정도는 상당히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이다.

재무부서의 관리들이 계획되어 있는 자금 외에도 몇 군데 다른 곳에서 돈을 짜내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루디는 나무 욕조에 머리를 기대고 한숨을 쉬었다.

"당분간은 좀 힘들겠구나. 암염 광산을 개발하는 일은 서둘러야겠어."

디코콰리아 몬테스에 있는 암염은 얕은 지역까지만 채굴되어 있었다. 디코콰리아에 갱도를 파들어갈 기술과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거의 개발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하지만 일단 개발이 진행되고 제대로 암염이 채굴되기 시작하면 그것은 파내는 족족 돈이 된다. 이 시대에 소금은 상당한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제국은 이 대륙에서 가장 부유하고 기술력 있는 나라다. 제국이 손을 대면 암염 광산은 금세 금광맥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돈이 돈을 번다는 건 이런 때 쓰는 말이겠지."

루디가 중얼거리자, 시종장이 눈을 가늘게 뜨고 빙그레 웃었다.

"한데 폐하, 서쪽마녀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오늘 연회에서 선보이실 건지요."

"글쎄, 인사만 하게 한 뒤 물러가게 할 생각이야. 마녀는 다른 사람과 접촉하게 하지 않는다. 잠시 함께 있으며 지켜봤는데, 그녀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아."

루디는 머리를 뒤로 넘겨 욕조에 기댄 채 말했다.

서쪽마녀는 생각보다 신경이 약한 여자였다.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걸 힘들어했다.

게다가 루디와 같은 자리에 있으면 뭔가 기대려는 듯한 행동을 한다. 어린아이마냥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루디와 있을 때 마녀는 자신의 가면을 벗어버린다.

'아무래도 그건 곤란하지.'

시종들이 욕조에 손을 넣어 잠시 불렸던 루디의 몸을 닦았다. 두 명이 양쪽에서 비누가 담긴 천주머니로 살살 문지르는 동안, 한 명은 욕조에 뜬 더러운 불순물을 건져내고 욕조 안에 새 물을 부었다.

위쪽에서는 시종들이 작은 통에 물을 가득 담아 루디의 머리를 감긴다.

눈을 감고 시종에게 몸을 맡기고 있는데, 담담한 시종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 알겠습니다."

"...."

깊이 생각해 보지 않더라도 마녀는 제국이나 황제의 위상을 과시하는데 효과적이다. 그걸 활용하지 않는다는 건 아무래도 아까운 일일 거다.

그러니 시종장은 반드시 반대 의견을 말해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상한데.'

시종장의 대응이 이전과는 다른 것 같다. 전에는 루디와의 대화에서 뭔가 가르치려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이번에는 충분히 반대하거나 정치적 상황에 대해 가르치려 할 만 한데 어째서 가만히 있는 걸까.

루디가 힐끔 시종장을 보았지만, 특별히 뭔가 돌려서 표현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시종장이 빙긋 웃더니 물었다.

"서쪽마녀의 처소는 어디로 하는 게 좋겠습니까, 폐하. 본궁 가까운 장소에 머물 곳을 마련할까요, 아니면 조금 먼 궁이나 외곽의 별궁을 준비할까요?"

"...너무 멀면 곤란하겠지. 그렇다고 너무 가까운 것도 싫다. 아직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모르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 그녀를 리리샤 근처에 두는 것도 왠지 꺼려지고."

시종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녀가 폐하를 유혹하려는 것 같다는 보고는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마녀와 루디가 이 세계의 언어가 아닌 것으로 대화했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종장은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시종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마녀의 처소로 본궁에서 약간 떨어진 장미궁을 추천했다.

따로 독립되어 있는 작은 궁전인데, 꽃 피는 계절이 되면 온갖 종류의 장미가 건물 전체를 뒤덮는 곳이다. 어쩐지 마녀에게 딱 맞는 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마녀라는 존재는 사람들이 꺼리니까요.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장소가 좋을 것 같습니다."

루디가 수긍하자, 시종장은 곧바로 곁에 있는 시종에게 장미궁에 마녀가 머물 준비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런 시종장의 모습이 이전 상황제와 함께 있을 때와 왠지 겹쳐 보였다. 황제가 명하고 시종장이 따르던, 그때와 같은 것처럼 보인다.

시종들이 목욕을 마치고 커다란 천을 가져왔다. 욕조에서 일어나자 시종들이 커다란 천으로 루디의 몸을 감쌌다.

루디는 시종의 시중을 받으며 욕조 밖으로 나왔다.

시종들이 새 천으로 다시 머리와 몸을 닦은 뒤, 순서대로 준비된 옷을 하나씩 입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든 걸 타인에게 맡기고 치장 당하는 일이 어색했지만 몇 년 하다 보니 지금은 아무 생각도 없다. 시종은 공기 같은 존재다. 그들에게 몸을 맡기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루디가 황제라는 신분에 익숙해진 만큼, 시종장이 그를 대하는 태도도 어느 사이 변한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시종장 눈에 진정한 황제로 보이는 걸까.'

그렇다 라고, 시종장이 지금 이 방에서 명확하게 보여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 낯간지러워졌다. 저세상에서 상황제가 웃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제대로 황제를 하고 있습니까? 그저 허둥지둥 달리기만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저세상의 상황제에게 속으로 그렇게 물은 뒤, 문득 시종장을 보았다.

시종장이 눈을 가늘게 뜬 채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속이 다 보인 것 같다.

루디는 고개를 돌리고 시종들이 채워주는 단추와 보석 장식에 시선을 주었다.

사락사락 옷 스치는 소리, 천으로 톡톡 두드려 머리를 말리는 부드러운 손가락, 발소리 하나 없이 방을 돌아다니는 시종들의 움직임.

어느새 그런 것들이 너무 익숙하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지내온 시간 옆에는 항상 시종들이 있었다.

황제와 시종은 실과 바늘, 그들은 태양이 비추는 황제의 그림자다.

상황제가 몇 번이나 강조했던 말이 이제야 심장 속에 사르르 녹아들어 갔다. 아, 이들은 내게 속한, 나의 것들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종들이 마지막 치장을 마칠 무렵, 시종장이 물었다.

"황후 마마가 축승 연회 전에 잠시 뵐 수 있는지 문의를 해왔습니다. 이십 분 정도 시간이 남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까는 리리샤와 제대로 이야기도 하지 못했지. 그래, 잠시 보자. 앞으로는 황후와의 시간을 조금 늘려서 잡게. 집무실에도 가끔 방문하게 해."

"알겠습니다. 황후께서 기뻐하실 겁니다."

시종들이 물건을 모두 치울 무렵 리리샤가 방으로 들어왔다.

지저분하던 얼굴은 모두 깨끗하게 정리되고, 머리 모양이 약간 달라졌다.

우아한 동작으로 살짝 무릎을 굽혀 절을 한다. 연습이라도 한 건지, 연극배우처럼 새침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나고, 손가락은 가만있을 수 없다는 듯 움찔거린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기 직전에 안절부절못하는 아이 같았다.

"모두 물러가게. 황후와 잠시 둘만 있게 해줘."

루디의 말에 시종과 시녀들이 싱글싱글 웃으며 물러갔다.

문이 닫히기도 전에 리리샤가 치마를 양손으로 붙잡고 쪼르르 달려왔다.

"루!"

루디가 팔을 활짝 벌리자 그 안으로 뛰어들어온다.

"보고 싶었어. 정말 보고 싶었어요."

"나도 보고 싶었어, 리리샤."

"내가 훨씬 더 많이 보고 싶었어."

리리샤가 또다시 눈물을 글썽거렸다. 어릴 때부터 잘 울더니 커서도 변하지 않는다. 이러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우는 게 아닐까 싶었다.

"울면 또 판다가 되어 버릴 거야."

루디가 말하자, 리리샤가 헤헤 웃으며 가만히 루디의 가슴에 얼굴을 갖다 댔다.

잠시 동안 그렇게 하고 있다 두서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여러 가문에서 황후의 시녀로 딸을 들여보내고 싶다는 요청을 해왔다고 한다. 그만큼 황후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거라며, 리리샤가 자랑스러운 듯 가슴을 내밀었다.

시종장한테 듣기로는 상황후의 은밀한 괴롭힘이 약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이야기는 한 마디도 비치지 않았다.

문득 리리샤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루, 마녀는 어떤 사람이야?"

리리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루디를 바라보았다.

"글쎄."

혹시 서쪽마녀와 루디 사이에 뭔가 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던 것은 아닐까. 속이 뜨끔해졌다.

"소문으로는 하얀 머리에 빨간 눈을 가졌다던데 정말? 손톱에서 검은 연기가 나온대. 눈이 마주치면 돌로 변한다고 하더라구. 루는 괜찮았어? 안 무서워요?"

아니었던 모양이다. 조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기가 막혔다. 마녀가 무슨 메두사인가.

루디가 웃자, 리리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야? 검은 고깔모자를 쓰고 검은 고양이와 얘기하지 않아? 서쪽마녀의 등은 너무 많이 굽어서 동그랗다고 하던데."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리리샤가 생각한 서쪽마녀는 아무래도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것과 같은 마녀 할멈인 것 같다.

"그냥 보통 사람이야."

"우와! 나도 만나보고 싶어."

리리샤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을 냈다.

"연회에서 보게 될 거야. 하지만 혼자서 만나서는 안 돼요. 그것만은 약속해."

"우!"

약간 불만스러운지 리리샤가 볼을 부풀렸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절대 어겨서는 안 된다. 천 년 얀데레가 위험한 건 당연한 일이니까.

몇 번이나 혼자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자 리리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을 잘 지키면 나중에 하늘을 나는 아기 코끼리를 보게 해줄게."

"덤보?"

"그래, 이름은 점보지만, 리리샤가 알고 있는 그 덤보가 맞아."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시종장이 연회에 갈 시간이 되었다고 알려왔다.

"갈까요, 황후."

루디가 손을 내밀자, 새침한 얼굴로 리리샤가 그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예, 폐하."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연회장으로 향했다.

가끔 리리샤가 가볍게 발을 구르며 춤을 추는 듯한 행동을 했다. 기분이 좋아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루디는 모른 척 했지만 뒤따라오는 남작 부인의 시선이 꽤나 매섭게 등에 꽂혔다.

부인, 그러다 또 혼날 것 같습니다. 자중하세요.

***

연회장은 화려했다. 먼 이국에서 들여온 물건을 아낌없이 사용했다고 한다. 시녀들이 소란스럽게 떠들고 있었다.

귀족들의 얼굴에 황제를 우러러보는 기운이 가득하다.

리리샤는 자신이 한 일도 아닌데 왠지 우쭐해져서 한껏 가슴을 내밀었다. 코가 오 센티 정도는 높아진 것 같다. 후훗, 너무 좋아.

낮의 연회는 밤과 다르다. 분위기도 다르지만, 댄스의 종류도 얌전하고 우아한 것이 주류였다.

루디와 함께 두 곡 연달아 춤을 추었다.

그 뒤에는 연이어 사람들이 몰려와 디코콰리아를 얻은 일을 축하하고 칭송했다. 몬테스의 암염 지역을 손에 넣었다고 다들 기뻐하는 것 같다.

루디는 잠시 귀족 당주들과 남자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리리샤는 귀족 부인과 연회장 한편에 마련되어 있는 테이블에 앉아 음료수를 마셨다.

별 의미 없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조금 지루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런 것도 필요한 일이다.

가끔 루디의 모습을 눈으로 쫓으면서, 리리샤는 귀부인들에게 미소를 보이며 때때로 그들의 이야기에 긍정하고 고개를 끄덕여 동감을 표시했다.

이제는 정말 지겨워서 어떻게든 이 자리를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무렵이었다. 사람들이 갑자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연회장 맞은편에 있는 출입구에 쏠려 있었다.

'무슨 일이지?'

귀부인들과 소곤거리며 출입구 쪽을 보자, 루디의 시종 레빈과 함께 들어오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은빛 머리카락을 뒤로 길게 늘어뜨린 여자였다.

옷차림이 특이하다. 몸에 붙는 듯한 긴 드레스를 입었는데 허리에는 긴 끈을 묶고 있었다.

여자의 어깨에 까마귀가 한 마리 앉아있다.

까마귀가 머리를 이쪽저쪽으로 돌려가며 사람들의 모습을 쳐다본다. 동그란 눈이 왠지 무서운 느낌을 주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서쪽마녀라는 말이 퍼지기 시작했다.

서쪽마녀는 연회장 입구 안쪽에 서자 걸음을 멈췄다.

까마귀가 사람을 찾는 것처럼 연회장 안을 빙 둘러보다, 갑자기 까악, 하고 울었다.

까마귀 시선이 향한 곳에는 루디가 서 있었다.

서쪽마녀의 얼굴에 꽃이 피는 것처럼 아름다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의 숨이 멈춘 것 같다.

리리샤의 심장에는 순식간에 차가운 얼음이 알알이 맺혔다.

저 여자, 루를 사랑하는구나.

누구나 그렇게 알아버릴 만큼 서쪽마녀의 표정은 명확하게 사랑에 빠진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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