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황제 부부의 불화 >
#099 어린 황제 부부의 불화
초원의 정보원이 알린 정보는 몇 가지 경로를 통해 확인을 거친 뒤 곧바로 황궁에 전해졌다.
보고서는 여러 장으로, 두툼한 봉투에 담겨 있었다.
루디는 꼼꼼하게 서신을 살핀 뒤, 책상에 내려놓았다.
눈짓으로 허락하자, 야만족에 대해 잘 아는 무관이 최근의 상황과 야만족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야만족은 하나의 국가가 아닙니다. 북쪽 초원 지방에 있는 부족을 통틀어 모두 야만족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수도 많지만, 너무 넓은 지역에 퍼져 있어서 외부인은 각 부족을 구분하는 것조차 어렵지요. 사실 저희가 볼 때는 다 비슷비슷해 보입니다."
무관이 책상 위에 지도를 펼치고 설명을 이었다.
제국은 광대한 지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나라 안에서도 이쪽과 저쪽의 기후가 다른 경우가 많다.
같은 시기인데도 지역에 따라 한쪽은 가물고, 다른 쪽은 비가 풍부하게 내린다. 어떤 지역은 사막인데 다른 쪽은 강의 수혜를 충분히 받는 비옥한 대지였다.
제국의 북쪽은 대체로 메마른 곳이 많다.
야만족은 그 메마른 북쪽 지방의 동쪽, 넓은 초원 지역에 살고 있었다.
살기가 좋은 곳은 아니다.
가만 놔둬도 무성해지는 다른 지역의 잡풀과 달리 야만족이 사는 지역은 초목의 키가 전체적으로 작았다. 물이 적기 때문이다.
초원을 가르는 긴 강이 수원인데, 비가 적어지면 강에서 나온 물줄기를 두고 야만족끼리 싸우는 경우도 있다.
올해는 몇 년 동안 이어져 온 물 부족으로 가축 먹일 풀이 많이 모자라게 되었다.
녹지를 찾아 정기적으로 이동하면서 가축을 기르는 야만족에게는 생존의 문제였다.
제국에서 야만족의 약탈에 진저리를 내면서도 쉽게 큰 군사를 내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도시 물건과 여자에 재미 들인 것처럼 습관적으로 약탈에 나서는 부족도 있지만, 대부분은 생존 때문에 제국을 침범한다.
먹고살기 위해서 약탈에 나서는 야만족은 그만큼 필사적이고 거칠었다.
전쟁을 벌이는 것보다는 그냥 경계 지역의 마을을 약탈당하는 것이 오히려 피해를 줄이는 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야만족들이 연합하면 약탈 규모도 커집니다. 성벽을 뚫고 쳐들어 올 정도는 안 되겠지만, 방어는 해야 하기 때문에 도시 쪽의 부담도 상당하죠."
특히 피해를 많이 입는 건 상인들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경계도시 전체가 그 영향을 받았다.
제국에 속한 도시면서 야만족의 출입이 많은 경계도시는 초원의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야만족에서도 초원에서 나는 물건만으로는 생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도시에서 가져오는 각종 물건은 기본적인 생활은 물론, 야만족 남자들이 부인들에게 선물하거나 납폐할 때도 사용되었다.
그 때문에 야만족이 직접 경계도시에 와 물건을 파는 일도 많다.
야만족은 경계도시에서 자신들의 물건을 팔고, 그렇게 받은 대금으로 도시의 물건을 사 갔다.
야만족의 물건은 다시 다른 상인이나 일반인에게 판매된다.
그렇게 매매하는 동안 사람들은 그 도시에서 먹고 자고 운반을 위한 말의 먹이를 먹였다.
결국 도시 전체가 야만족과의 교역으로 먹고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약탈에 나서는 부족이 생기면 그 지역은 통행이 불가하고, 자연히 상인들의 활동도 제한을 받는다.
초원의 경계도시에도 약탈은 생존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야만족은 전원 말을 탑니다. 다섯 살짜리 꼬마도 어른만큼 잘 타죠. 경계도시에서 병사를 보내도 이미 모두 약탈한 뒤 놈들은 도망간 다음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말을 탄 상태에서 활을 쏘고 창칼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하기도 어렵습니다."
무관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개개인으로 보면 그들이 우리 제국의 병사보다 강하고 빠릅니다. 경계지역의 도시에서는 병사들이 일부러 그들과 맞부딪치지 않으려고 늑장을 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연, 그래서인가.
한 부족에서 약탈을 계속 하고 있다면 어느 정도 그 부족에 대한 정보는 모았을 것이다.
아무리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유목민이라고 해도 가축과 여자, 아이들이 있는 이상 이동하는 속도는 느리다.
이동 경로도 매번 비슷한 지역을 더듬어 간다고 하니, 잡으려고 하면 충분히 추적해서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걸 여지껏 하지 못했다고 해서 이상하다 싶었다.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거였나.'
오랫동안 야만족을 보아온 경계도시의 병사들은 그들의 난폭함과 강함에 주눅이 든 상태인 것 같다.
루디는 다시 한 번 보고서를 뒤적거려 몇 군데를 확인한 뒤 물었다.
"야만족의 연합군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될 것 같은가? 보고서에는 적혀 있지 않군."
"아직도 계속 부족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확인된 부족만 셋입니다."
야만족의 부족은 백여 명에서 천여 명까지 수가 다양하다.
'검은 바위' 같은 경우는 하나의 부족에 같은 씨족이 여럿 모여 있어서 제법 규모가 크다.
모여 있는 씨족들을 모두 통솔하는 부족장을 대족장이라 부른다.
무관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보좌관이 얼굴을 찌푸리고 말했다.
"검은 바위, 그 부족은 제국과 교류가 있는 곳입니다. 우리가 상당히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데 약탈에 참여하다니 괘씸하군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야만족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던 문관이 고개를 들었다.
"그 부족은 몇 년 전에 어리신 황후 마마를 보고 싶다고 떼를 쓰던 곳입니다. 자기 대족장의 아내로 달라고 했지요. 그 족장은 이미 아내가 열 명도 넘게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요."
루디는 처음 듣는 말이다.
"황후면, 리리샤 말인가? 하지만 이제 겨우 아홉 살이잖아. 검은 바위의 족장은 여기에 적힌 대로라면 오십이 넘은 거 아닌가?"
"그러니까 기가 막히는 거지요. 그 부족은 너무 뻔뻔합니다."
제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야만족의 50살은 지구와 달리 할아버지에 가깝다. 그런데 아홉 살짜리 아이를 아내로 달라 하다니, 노인네가 미쳤나.
다행히 루디의 상식은 이 세계에서도 통하는 것 같다.
늙은 남자가 어린 여자를 첩이나 부인으로 삼는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 호색할아범이라는 시선을 받는 것 같았다.
루디는 한숨을 쉬었다.
"야만족과 경계도시에 대한 건 조금이라도 정보가 모이면 곧바로 나에게 알리게."
"알겠습니다, 폐하."
야만족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루디는 야만족에 관한 서류를 한쪽에 미루고 다음 작업으로 넘어갔다.
레빈이 여러 개의 서류 더미 중에서 시급한 안건을 뽑아 루디 앞에 내놓았다.
눈으로 글자를 훑고 추가로 자료가 필요한 건 메모를 했다.
레빈은 그런 서류를 다시 정리해 기밀에 속하는 것은 자신이, 그렇지 않은 것은 다른 관리에게 맡겨 해당 부서나 책임자에게 넘긴다.
연이어 서류를 처리하면서도, 루디의 머릿속은 여전히 야만족 문제를 향하고 있었다.
저쪽이 대규모의 약탈을 감행할 생각이라면 경계도시 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 이쪽에서도 군대를 보내야 한다.
문제는 상대가 일반적인 나라가 아니라 유목민이라는 점이었다.
제국은 상비군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지만, 역시 규모가 커지면 영지 소유의 귀족들에게 군역을 부과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현대 지구에서처럼 명령이 떨어지면 곧바로 움직일 수 있는 군대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징집령을 내리고 군인을 모으는 것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걸어서 북쪽의 경계도시까지 가는 것도 한참이었다.
반면 유목민은 징집령이고 뭐고 없다. 그냥 부족끼리 협의하고 가까운 마을을 습격하면 된다.
약탈한 뒤에 멀리 떠나 버리면 제국의 군대가 아무리 땅을 뒤집고 다녀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요행히 시기를 맞춰 제국의 군대가 도착했다고 해도 싸움은 쉽지 않을 것이다.
보병 위주인 제국의 병사가 말의 걸음을 따라잡을 리도 없지만, 맞붙는다 해도 말위에 타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는 야만족을 쉽게 이길 것 같지도 않았다.
지구에 있을 때 들은 이야기인데, 누군가 몽골에 관광 삼아 갔다가 며칠 동안 말 타는 걸 배웠다고 한다.
배움 장소에 도착해서 가르칠 선생을 기다리니까 열 살도 안 된 꼬마가 왔다.
선생님은 어디 가고 네가 왔느냐고 묻자, 꼬마 왈, 자신이 선생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기가 막혀 코웃음 밖에 안 나왔는데, 실제로 아이가 말을 타는 모습을 보고 찍소리도 못한 채 선생님이라 불렀다고 들었다. 그 꼬마가 거의 말이랑 한 몸이 되어 달리더란다.
현대 지구에서도 그 정도다.
지금 세상에서 라면 다섯 살 아이가 말을 타고 활 쏘며 적진을 누빈다 해도 놀랍지 않다.
이쪽이 야만족보다 우위에 있는 건 마도 병기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원수 정도랄까.
그렇다고 제국 귀족 휘하의 병사에게 함부로 마도 병기를 지급할 수는 없다. 물론 그 정도로 숫자가 많지도 않겠지만.
루디는 기계적으로 책상위에 쌓여있던 서류를 얼추 처리한 뒤, 몸을 일으켰다.
"폐하, 무슨 일이십니까?"
시종장이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상황제께 가야겠다. 레빈은 여기에서 서류를 정리해 줘. 나중에 오면 곧바로 처리할 수 있도록."
"예, 폐하, 알겠습니다."
레빈과 대화하는 사이, 시종 한 명이 조용히 집무실을 나갔다. 상황제에게 기별을 하러 가는 모양이다.
상황제는 즉위식 날부터 황제의 침실을 비우고 다른 건물로 거처를 옮겼다. 본궁에서 너무 멀지는 않다. 복도로 연결되어 있는 작은 궁이다.
상황후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궁에서 지내고 있다.
하지만 루디는 여전히 본궁의 황제 침실이 아닌, 본래 머물던 별궁에서 리리샤와 함께 지냈다. 리리샤가 너무 어리다 보니 황후궁에 혼자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혼자 두는 건 너무 불쌍할 뿐 아니라, 아직 어린 리리샤의 정서에도 좋지 않다.
무엇보다 결혼하면 함께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뒤 혼자 내버려 두었다가는 평생 거짓말쟁이 소리를 듣고 말 것이다. 그것은 정말 곤란하다.
황제 침소에서 어린 황후와 함께 지내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어려웠다.
황제의 침실은 개인적인 장소가 아니다. 그곳은 아침에 관리들이 공무를 보기 위해 오기도 하고, 드물지만 때로 접견을 하는 경우조차 있었다.
거기에 머물면 아직 미숙한 황후의 행동은 하나하나 모두 누설되고 만다.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곳은 별궁뿐이었다.
본래라면 따로 처소를 갖는 황제 황후가 함께 같은 궁, 같은 방에서 지내는 건 시종과 시녀들에게 생각도 못 한 일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 루디가 그렇게 말했을 때는 다들 경악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설마 9살짜리 아이를 혼자 궁에 내버려 둘 줄 알았던 건가 싶어 오히려 루디가 더 놀랐다.
루디가 태상황제의 궁에 도착하자, 그 처소에 배속된 시종이 깊숙이 절하며 말했다.
"황후께서 한 시간쯤 전부터 납시어 계십니다."
또인가. 리리샤는 요새 태상황제의 궁에 자주 놀러온다.
루디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시종이 방으로 안내하면서 가면 같은 얼굴을 약간 무너뜨리며 미소 지었다.
"황후께서 과자를 가져오셨습니다. 함께 드실 차를 대령할까요?"
"과자를 황후가 가져왔다고?"
뭔가 말이 이상한 것 같다. 루디가 묻자, 시종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오늘 마마 처소에서 마음에 드는, 아주 맛있는 과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있는 만큼 내놓으라 하시어 보자기에 싸가지고 오셨습니다. 저희들도 수고한다며 한 개씩 받았지요. 상황제 폐하께서는 세 개 받으셨습니다. 나머지는 폐하께 가져간다고 하시더군요. 모두 다시 싸셨습니다."
루디는 자기도 모르게 풋, 하고 웃었다.
뒤에서 시종장도 미소를 띠고 있다.
후궁의 저택에서는 과자가 귀했기 때문에, 리리샤는 이곳에서도 과자를 신줏단지 모시듯 하고 있다.
별궁에서 그러는 건 알고 있었는데, 설마 태상황제와 시종들에게까지 나눠준 줄은 몰랐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 나는 구운 빵을 받았다."
저녁 식사 때 함께 나온 빵을 몰래 감췄다가 잘 때 루디에게 건네 주었다. 이불 속에서 바스락거리며 먹다 결국 남작 부인에게 빼앗겼지만.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루디에게 도움을 바랐지만 외면했다. 잘 때 먹는 버릇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그것 때문에 오늘 아침은 약간 토라져 있는 상태였다.
"그래, 차를 좀 주게. 그리고 상황제와 이야기할 때는 잠시 황후를 데려가 줘."
"알겠습니다."
태상황제의 방 앞에는 황후를 모시는 남작 부인과 다른 시녀들이 서 있었다.
루디를 보자 깊숙이 절하며 몸을 낮췄다.
문득 궁금하여 남작 부인에게 물었다.
"황후가 여기에 왔다고 들었는데, 공부는 모두 마친 건가?"
"예, 폐하. 오전 공부는 끝내고 오셨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이곳으로 향한다는 전갈을 너무 늦게 보내게 되었습니다. 최소한 하루 전이나 반나절, 그것도 아니면 최소한 한두 시간 전에는 미리 약속을 해야 하는데, 황후께서는 출발하면서 말씀하셨어요. 태상황제 폐하는 괜찮다 하시지만 앞으로도 그러시면 곤란한 일인지라."
남작 부인이 눈을 내리며 말하자, 태상황제 궁의 시종이 빙그레 웃었다.
"괜찮습니다. 태상황제께서 공무가 있으실 때는 저희가 알아서 조절할 테니까요. 황후 마마가 오시면 상황제 폐하께서도 즐거워하십니다."
"말씀은 감사하오나, 그런 어리광을 받아주는 건 황후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예절을 모른다고 뒤에서 비난받는 건 황후 시니까요."
남작 부인이 굳이 루디에게 말하는 이유가 이것인 모양이다.
왜인지 리리샤는 태상황제와 시종들에게 굉장히 사랑받고 있다.
태상황제야 워낙 능구렁이니 리리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 그런다 쳐도, 시종들까지 덩달아 리리샤에게 달달하다. 지금까지 소외되었던 것은 무엇일까 싶을 정도였다.
그런 태상황제나 다른 시종들에게 아무리 말해봐야 오냐오냐하니, 남작 부인이 보다 못해 루디에게 직접 호소하기로 한 것 같다.
"알았다. 내가 한 번 이야기하지."
"감사합니다, 폐하."
남작 부인이 안심한 듯 숨을 쉬었다. 그녀도 궁에 와서 마음고생이 심하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자네가 말하는 게 더 효과가 클 거야. 황후가 지금 가장 무서워하는 건 남작 부인 자네니까."
"...."
루디의 말에 남작 부인이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지금의 리리샤에게는 남작 부인이 저승의 염라대왕처럼 무서운 상대다.
남작 부인한테는 아무 소리도 못하면서 황제인 자신한테는 토라지기도 하니까.
미리 루디의 방문을 알려 놓았는지, 허락을 구하는 절차 없이 문이 열렸다.
루디가 안에 들어가자, 태상황제는 마침 리리샤와 함께 과자를 먹고 있는 중이었다.
과자를 입에 넣으면서 몸을 약간 앞으로 구부리고 있다. 리리샤가 그 태상황제의 귀에 두 손을 모아 대고 뭔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황제, 어서 오시게."
태상황제가 귀를 여전히 리리샤에게 대준 채, 손을 팔랑팔랑 흔들어 루디를 불렀다.
가까이 다가갔지만 리리샤는 여전히 삐져있는 모양이다. 루디를 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지금 황후에게서 황제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를 듣고 있었지."
"...."
"황후의 빵을 빼앗아가는 남작 부인의 편을 들었다고?"
"...."
태상황제가 히죽 웃으며 접시에 담겨 있는 과자를 들어 입에 넣었다.
"그래도 황후는 황제를 위해 과자를 많이 남겨 놓았다네. 이렇게 기특한 황후를 천대해서는 안 되겠지."
아이는 쉽게 속아넘어간다. 이게 모두 리리샤의 마음을 잡기 위한 연극이라면 조금 불쌍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리샤는 이 애정을 진짜로 받아들이고 있을 테니까.
리리샤가 문득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 하더니 벌떡 일어나 치마를 양쪽 손으로 살짝 잡고 몸을 약간 내리면서 말했다.
"폐하, 안녕하십니까."
뒤늦게 황제한테 인사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낸 모양이다.
하지만 몸은 앞으로 하고 있으면서 고개는 옆으로 돌리고 토라진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을까.
살짝 비틀거리는 건 옆에 있던 태상황제가 잡아 주었다.
루디가 리리샤의 손을 잡고 키스를 보내자, 얼굴이 빨개졌다.
태상황제는 재미있는 것처럼 싱글싱글하며 보고 있다.
태상황제와 몇 마디 의례적인 인사말을 나누는 동안, 시종이 들어와 맛있는 과일이 들어왔다며 리리샤를 유혹해 다른 방으로 데려갔다.
< 어린 황제 부부의 불화 > 끝
작가의 말
연재 시간에 대해서 말씀해주신 분들이 계셔서..
당분간은 12시 30분으로 고정합니다.
요즘에는 예약 연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예약을 했었는데 실수로 시간을 잘못 올려두었길래 지우고 다시 올리느라 조금 늦었어요.
완전한 예약연재로 갈 수 있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